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22)
절대회귀-222화(222/424)
제222회 널 보면 왜 기분이 나쁘지?
지하는 뇌옥처럼 꾸며져 있었다.
죄수들은 각자 한 명씩 독방에 갇혔다. 검무극은 독왕과 붙어 있었기에 맞은편 방을 배정받았다.
“문제를 일으키는 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봤을 거다.”
그렇게 겁을 준 후 무인들이 그곳을 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철문에 방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손바닥만 한 창문이 있어서 서로 얼굴을 볼 수도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빌어먹을! 뇌옥에서 나왔는데 또 뇌옥에 갇히다니!”
“우리가 있던 곳보다 더 더러운 곳이다.”
“간수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죄수들을 빼내서 비밀 실험을 하는 곳으로 보낸다고.”
“젠장! 이러다간 개죽음이야!”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해!”
죄수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욕설을 해댔다.
검무극은 건너편 창문에 얼굴을 보인 독왕에게 전음을 보냈다.
-뇌옥에 갇혀 보신 적 있으십니까?
-없다.
-죄송합니다. 이런 고초를 겪게 해드려서요.
-괜찮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나는 신경 쓰지 마라.
정말 독왕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이런 일을 당하는 걸 싫어할 것 같은 사람인데, 지금 저 담담한 얼굴을 보면 어떤 마존보다 이런 일을 잘 겪어낼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까 보니 그 삼류 독쟁이 놈의 하독 실력이 제법이었다.
처음으로 진독거사를 칭찬했다. 아마 독왕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니 해도 사파 제일의 독공 고수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저런 실력을 지녔으면 제대로 된 약을 만들었어야지.
그렇게 한 시진쯤 지나고 식사가 나왔다.
죽음을 앞둔 만찬처럼 아주 잘 나왔다.
다들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오면서 일부러 굶기기도 했고, 배가 부르더라도 젓가락이 갈 만큼 음식이 훌륭했던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 이유는 간단했다.
-음식에 광폭이 들어 있다.
-벌써 광폭을 먹이는 겁니까?
-광폭뿐만 아니라 이 약, 저 약 다 집어넣었다.
-오자마자 시작하는 걸 보니, 야율한이나 애차가 빨리 진행하라고 명령을 내린 모양입니다.
그것은 이십일 거리에서 오는 죄수들을 열흘 만에 이곳에 데려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우리에겐 잘 되었습니다. 이 갑갑한 곳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내가 미리 준 약을 먹으면 광폭은 즉시 해독될 거다.
-네.
물론, 먹지 않아도 애초부터 자신을 중독시킬 수는 없었다. 무형지독도 통하지 않는데, 이런 잡다한 약들이 통할 리 없었다.
사육당하듯 그곳에서 주는 음식만 먹었다.
첫 식사 전까지 불만을 터뜨리던 이들이 이젠 은근히 다음 식사를 기다렸다. 최고급 객잔에서나 볼 수 있는 훌륭한 요리와 술까지 나왔으니, 뇌옥에서 쓰레기 같은 음식만 먹던 그들은 환장하고 먹고 마셨다.
-계획은 확실히 세워둔 것 맞지?
-제게 다 맡기시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너무 태평해 보여서 그런다. 여기서 무공수련이라니?
나는 틈이 나는 대로 뇌옥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천마호신공을 연마했던 것이다.
이렇게 온종일 방해받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기회도 드물었다. 천마호신공은 아직 대성을 이루지 못했기에 기회가 생겼을 때 집중해서 연마했던 것이다.
독왕은 그런 내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무슨 무공을 연마하는 중이냐?
천마호신공을 익힌 사실은 솔직히 말해줄 수가 없었다.
-심법수련 중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연마하는 이유가 뭐지?
-강해져야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지 않나?
-제가 원하는 자유를 누릴 정도는 아니라서요.
-네가 원하는 자유가 뭔데?
잠시 사이를 두고 그에게 말했다.
-제가 원하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삶입니다.
뜻밖의 대답이었는지 독왕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네가 가는 길은…… 자네 뜻대로 걸음을 멈출 수 없는 길이네.
-그래서 노력 중입니다. 제가 원할 때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려고요.
생사고락을 같이한 가까운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기에 서로를 얽매지 않는 삶. 그게 바로 검무극이 원하는 자유였다.
독왕은 말없이 검무극을 응시했다.
이번에는 검무극이 물었다.
-독왕님은 꿈이 있으십니까?
지금 독왕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이 나이에 꿈은 무슨.
독왕은 대답하기 싫었는지 작은 창문에서 모습을 감췄다.
‘독왕아,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만난 이상 이전의 운명을 살게 하진 않을 거다.’
그래서 검무극은 장갑에 독존이란 글자를 새겨주었다.
그의 꿈이 어두운 열망이 되지 않게 하려고. 밝은 곳에서 진짜 유아독존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검무극은 자리에 앉아 천마호신공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 * *
“식사하십시오!”
서대룡이 극악소마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 들린 쟁반에는 몇 가지 정갈한 요리가 올려져 있었다. 사 온 것도 있었고, 직접 한 요리도 있었다.
태어난 이래 이렇게 긴장한 적이 있었을까? 소룡전 결승 비무에 오를 때도 이렇게 떨진 않았을 것이다.
“고맙네.”
나직하지만 부드러운 말이었다. 검무극에 대한 호의가 서대룡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서대룡은 허리가 접히도록 고개를 숙였다.
그때, 극악소마가 말했다.
“그렇게 과한 예를 차릴 것 없네. 자네도 언젠가 마존이 될 사람인데.”
마존이란 말에 서대룡은 다시 심장이 뛰었다. 정말 이 무서운 극악소마와 동급의 마존이 될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냥 나가려다가 서대룡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그럴만한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그의 이성이 소리쳤다.
어, 너 뭐해? 그 입 막아!
머리가 다급히 말렸지만 가슴에게 포섭된 입에서는 이미 말이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엉겁결에 사부님의 제자가 되었지만, 정말 제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각주님 때문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맞는 운명인지, 이렇게 까불고 설치다가 가랑이가 찢어져 죽을지. 지금은 막 떠밀려서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이런 제가 마존이 될 수 있습니까? 제가 소마님이 될 수 있는 겁니까?”
말을 마친 서대룡은 공중으로 붕 날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아!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세상에 그 많은 사람 다 놔두고 하필이면 극악소마에게 신세 한탄을 해? 소마가 될 수 있냐고? 도전이냐?’
서대룡이 다급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그가 후다닥 돌아서는데 극악소마가 말했다.
“이공자가 자넬 많이 아끼더군.”
순간 흠칫한 서대룡이 그를 돌아보았다.
극악소마의 눈구멍 속 두 눈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말하고 나서 서대룡은 아차했다.
‘알고 있다니! 알긴 뭘 알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했어야지.’
너무 긴장하니까 말이 막 헛나가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조금 전 제 말씀은…….”
그러자 극악소마가 말했다.
“나도 알고 있네.”
마치, 지금 네가 어떤 심정으로 말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극악소마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이 웃고 있었다. 서대룡이 처음으로 소마의 웃음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그 웃는 눈을 보니 두려웠다.
“오늘 실수가 많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극악소마가 담담히 말했다.
“내 앞에서 실수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진짜 실수 아닌가?”
방을 나온 서대룡이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인사는 하고 나왔겠지? 그야말로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극악소마와 단둘이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누다니! 감격스러우면서도 무서웠다.
‘각주님! 어서 돌아오세요! 아끼시는 오른팔, 이러다 사고 쳐요!’
* * *
뇌옥에 갇힌지 사흘이 지났을 때.
죄수 중 하나가 증세를 보였다.
“으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문을 두드려댔지만, 보통 철문이 아닌지 부서지지 않았다. 작은 창으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었다.
죄수들은 자신들이 끌려온 이유가 광폭 때문임을 알지 못했기에, 단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 날뛴다고 생각했다.
“이 미친놈아! 그만해!”
“시끄러! 죽고 싶으냐?”
하지만 그는 더욱 미쳐서 날뛰었다.
그 모습을 본 독왕이 화를 냈다.
-삼류 독쟁이 놈이 이딴 약을 돈 받고 팔았단 말이지?
양반은 못 되는지, 곧장 진독거사가 와서 미쳐 날뛰는 남자의 모습을 작은 창구멍으로 지켜보았다. 남자가 달려와서 창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박았다. 남자의 살심이 폭발하고 있었다.
꽝! 꽝!
머리로 철문을 박았다.
눈과 코, 이마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모습이 끔찍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진독거사의 눈빛은 냉담하기만 했다.
결국 스스로 벽에 머리를 박고 죄수가 즉사해서 쓰러졌다.
따라온 수하들이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라는 듯 능숙하게 시체를 내갔다.
진독거사는 다른 뇌옥도 둘러보았다. 죄수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가 검무극이 있는 방을 쳐다보았다. 검무극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어떤 특별한 기도도 드러내지 않았다.
검무극 다음으로 그는 독왕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독왕은 방 가운데 앉아 있다가 힐끗 창문 쪽을 쳐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진독거사는 다른 죄수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비웃어?’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독왕이 고개를 숙여 눈을 내리깔았고 진독거사는 다음 방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모든 방을 다 보고 돌아서 나가던 진독거사가 독왕의 방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독왕은 돌아앉은 채 멍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독거사가 수하들과 그곳을 나가자 곧장 검무극이 독왕에게 전음을 보냈다.
-어떻게 됐습니까?
-뭘 묻나? 당연히 성공이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독왕이 이 짧은 순간의 만남에서 진독거사에게 광폭을 하독한 것이다. 나중에 사도맹에서 검시를 하게 되면, 그가 광폭에 중독되었다는 것이 발견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곳에 잠입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사파제일의 독공 고수를 마주 보면서 중독시키기! 무림에서 감히 누가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독존이십니다!
-아직은 표나지 않게 미세한 양만 하독했다. 조금씩 양을 늘려가야지.
독왕은 말은 겸손했지만 표정은 ‘이 정도쯤이야’였다.
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느꼈기에 검무극은 찬사를 보탰다.
-그것도 뇌옥 안에서 바깥에 있는 상대를 말입니다. 제가 돌아가면 모두에게 자랑할 겁니다! 아버지에게 이 멋진 모습을 말씀드릴 겁니다. 독왕님의 독공은 예술이었습니다, 아버지!
-뭘 또 교주님에게까지.
아버지에게 말한다니까 독왕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래서였을까? 독왕은 더 자신 있고 당당했다.
-놈이 내려올 때마다 조금씩 중독시킬 거다.
진독거사는 자신이 실험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실험 대상은 그 자신이었다.
* * *
두 번째, 세 번째 희생자가 연속으로 발생하자 죄수들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뭔가를 탔음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죄수들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러자 진독거사가 다시 등장했다. 그는 뇌옥의 복도를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밥을 안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가 내려오면 찢어 죽이겠다고 온갖 욕들이 오갔지만, 지금은 감히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혈사가 핏물이 되어 녹았던 모습이 너무 충격적으로 머릿속에 각인된 탓이다.
“음식을 남기면 내 독에 의해 죽을 거다. 죽여달라고 애원해도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다.”
그는 무자비한 채찍을 휘두른 후 썩은 당근도 하나 던져주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면 뇌옥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그냥 풀어주겠다. 한두 사람은 살아남을지도 모르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효과가 있는 말이었다. 하나둘씩 죽어 나가는 절망 속에서는 결국 이 썩은 당근이 유일한 위안이 될 테니 말이다.
그때 진독거사가 독왕의 뇌옥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작은 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던 그가 수하에게 말했다.
“여기 문 열어.”
수하가 독왕의 뇌옥 철문을 열었다.
“나와.”
독왕이 뇌옥을 걸어 나왔다. 검무극도 독왕도 생각지도 못한 돌발상황이었다.
진독거사가 독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널 보면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그 역시 사도의 절대고수. 독왕과의 만남에서 어떤 불길한 운명을 느낀 모양이다.
진독거사가 손가락으로 독왕의 턱을 기분 나쁘게 위로 쳐들었다.
“이상하게 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독왕은 전혀 겁을 먹은 표정이 아니었다.
독왕님, 겁먹은 표정을 지으세요! 라고 전음을 보낸들 평생 안 짓던 표정이 지어질 리 없다. 그것도 이미 기분이 나쁠 대로 나빠진 상황에서.
진독거사가 뺨을 한 대 갈기려고 손을 천천히 들었다. 독왕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하지 마, 뒈지기 싫으면. 이런 말이 나올 것 같은 일촉즉발의 순간!
검무극이 작은 창문으로 소리쳤다.
“두 분이 닮아서 그렇습니다.”
독왕과 진독거사가 동시에 검무극 쪽을 쳐다보았다. 한 사람은 말로, 한 사람은 과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우리가 닮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