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28)
절대회귀-228화(228/424)
제228회 내 여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극악소마의 말이 끝나는 순간, 세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흑야삼오(黑夜三烏)가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말에 담긴 살의가 명백했기에, 그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상대가 여불개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자신들이 이들을 죽이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으니까.
흑야삼오가 세 방향에서 달려들었다.
왼쪽에서는 어깨를, 오른쪽에서는 옆구리를, 정면에서는 목을 노렸다.
지금껏 이 합공을 버텨낸 자는 없었다. 확실히 이 밤까마귀들은 여불개를 밤의 제왕에 올려줄 만큼 고수였다. 상대가 극악소마란 점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완벽한 공격이었다.
딱 한 걸음을 움직여 극악소마가 합공을 피했다. 세 자루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몸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가면 속 눈빛은 평온했다. 차분하고 정확하게 피잉!
바로 코앞에서 날아든 혈앙지를 일오는 피하지 못했다.
일오의 목이 꿰뚫리며 죽는 모습에, 이오가 괴성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분노가 만들어낸 허점은 한줄기 지풍이 뚫고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퍽!
마지막 남은 삼오의 검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한 수를 날렸지만, 상대의 죽립 끝을 잘라내는 데 그쳤다.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면 그것만 해도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되었겠지만, 여불개 밑에서 악행을 저질러 온 그의 인생은 한마디 자랑조차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역시 이마에 구멍이 뚫려 절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쇄애애애애애애앵!
엄청난 위력으로 무엇인가가 극악소마의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것은 혈명창의 창이었다.
촤아아아악.
무서운 속도로 날아든 창이 극악소마의 등 뒤에서 멈췄다.
창을 손으로 잡은 사람은 검무극이었다.
혈명창은 경악했다. 자신의 창은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맨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면 어찌 자신이 사파에서 이름난 창술 고수가 되었겠는가?
검무극이 창을 바닥에 꽂았다.
극악소마가 돌아서며 바닥에 꽂힌 창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채앵!
울려 퍼지는 맑은소리는 극악소마가 전하는 고마움의 표시였다.
그 소리를 출발신호로 삼은 검무극이 혈명창을 향해 쇄도했다.
혈명창은 양쪽 허리에 차고 있던 두 개의 단창을 빠르게 합쳤다. 거리상 창을 합치기에는 시간이 충분했다. 검무극이 명왕보로 쇄도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서걱!
이제 막 연결된 창은 주인의 몸과 함께 양단되었다. 검무극의 손에는 흑마검이 아닌 흑백쌍도가 사용하던 도가 들려 있었지만, 검무극은 붓을 가리지 않는 명필이었다.
바로 그 순간.
스으으으으!
땅에서 솟아오른 덩굴이 검무극의 온몸을 휘감았다. 짧은 순간 상대의 몸을 묶는 사술이었다.
화원 앞에 앉아 있던 음양귀는 어느새 검무극의 좌우에서 검무극의 손목을 낚아채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검무극의 양 손목을 통해 음양귀의 내공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무공은 파심흡성공(破心吸星功).
자신들의 막강한 내공을 투입해서 상대의 심장을 터뜨려서 죽인 후, 모든 내공과 정기를 거둬들이는 극악무도한 사공이었다.
혼자서도 어지간한 고수는 손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둘이 달라붙은 지금 상대가 절대 버티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공에 있어서 검무극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착각이었다.
내공이 계속 쏟아져 들어갔다.
지금쯤이면 입에서 피를 토하며 내상을 입어야 하는데, 검무극은 멀쩡했다.
양귀가 음귀에게 심각한 눈빛을 보냈다. 지금이라도 멈추자는 신호였는데 음귀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내공과 양기는 더욱 맛있다는 것을 그녀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금방이라도 검무극이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 같았다.
주입된 내공이 반이 넘고, 삼분지 이가 넘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포기하지 못했다. 이미 들어간 내공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양귀가 괴영술(怪影術)을 시도했다.
내공을 흡수하는 동안에는 절대 다른 무공을 사용해선 안 되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검무극의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원래라면 그림자가 검무극의 정신을 파고들면서 내상을 입혀야 했는데.
스스스스스!
그림자는 검무극과 합쳐진 후, 다시 얌전히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사술이 안 통한다!’
양귀가 한 사발의 피를 토했다.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되어서야 검무극이 실력을 드러냈다. 죽기는커녕 여유롭게 그들에게 말했다.
“어쩌지? 사술과 내공은 내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인데?”
음양귀는 검무극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의도적으로 손목을 내준 것이다. 이젠 멈추려 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내력은 심연에 빠진 것처럼 끝없이 빨려가기만 했다.
그렇게 내공이 완전히 고갈된 채 혈맥이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음양귀가 털썩 쓰러졌다. 그들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두 사람의 내공은 검무극의 단전에 합쳐졌다. 애초에 타고난 천무지체인데다가 새로운 경지에 이른 검무극의 내공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순하게 그들의 내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바다에 아무리 강물이 합쳐져도 여전히 바다는 드넓은 바다인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희망이던 음양귀마저 죽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여불개가 멍하게 장내를 둘러보았다. 자신과 황염을 제외한 모든 고수가 죽었다.
‘꿈이었으면.’
놀랍게도 그는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야율한을 등에 업고 온갖 말초적인 욕망을 다 이루며 살아온 인생이었는데.
‘포기할 수 없다!’
여불개가 이를 악물었다.
―저년을 인질로 잡아!
여불개의 전음에 황염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해? 어서 인질로 잡으라고!
하지만 황염은 이미 아혈과 마혈이 제압당한 상태였다. 대체 이 난전 상황에서 언제 그를 제압했단 말인가?
원래라면 황염에게 천화루주를 인질로 잡게 하고 자신은 여기 여인들을 인질로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여불개는 천화루주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저년만 인질로 삼으면 살 수 있다.’
그가 천화루주를 제압하려던 바로 그 순간, 한발 먼저 극악소마가 그를 막아섰다.
여불개가 모든 힘을 다해 장력을 내질렀다. 하지만 평생을 수련만 해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극악소마를 여색이나 밝히던 늙은이가 어찌 감당하겠는가?
극악소마가 날아든 장력을 역시 장력으로 가볍게 해소했다.
바로 그때 비로소 여불개는 죽립 아래 그의 얼굴을 보았다. 백색 가면을 보며 멍하게 있던 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당신은!”
다음 말이 나오기 전에 혈앙지가 발출되었다.
핑! 퍼억!
도착해서 지금까지 참았던 한 줄기 빛과 같은 지풍이 그의 입을 뚫었다. 여불개가 짤막한 비명을 내지르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때 천화루주가 여인들에게 말했다.
“자, 모두 눈을 뜨고 보세요.”
여인들이 눈을 떴다. 그녀들은 장내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싸움이 벌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간절히 이런 상황이길 바랐지만, 정말 여불개의 그 강한 수하들이 시체가 되어 널려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사방에 널린 시체들 가운데서 여불개의 몸에 구멍이 늘어나고 있었다.
피잉! 퍽!
어깨가 뚫렸다. 어깨를 움켜쥐려던 손등이 뚫렸다.
상대가 마교의 극악소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여불개는 전의를 상실하고 허우적댔다.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첫 지풍에 입이 꿰뚫렸기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바닥을 기어 와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검무극은 알았다. 저 간절함이 나중에 무엇이 되어 돌아오는지. 한순간의 자비와 용서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게 만드는지.
다행히 오늘 그의 상대는 극악소마였다.
빠악!
극악소마가 사정없이 그의 하물을 걷어찼다. 평생 그를 악행으로 이끌었던 욕망이 박살나며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그의 입에서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반드시 복수할 거다!’
여불개가 다시 극악소마에게 기어갔다.
‘개 같은 놈! 쳐죽일 놈! 이 고통의 백배, 천배로 갚아주마!’
피를 뒤집어쓴 여불개가 애써 웃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발음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개과천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팔다리의 관절이 꿰뚫렸다. 고통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곳만을 골라 지풍을 쏘았다. 다음 생에서는 착하게 살라는, 한마디 충고조차 하지 않았다. 극악소마는 철저히 그를 무시했다.
마지막으로 바닥에 꽂혀 있던 창을 뽑아서 버둥거리고 있는 그의 배에 창을 내리꽂았다.
천화루주가 말한 그의 앞날은 지옥이 아니라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극악소마는 죽어가는 그를 차갑게 응시하더니 그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천화루주가 말한 불구덩이는 바로 극악소마의 마극광폭장이었다.
콰아아아아앙!
그의 몸이 통째로 날아갔다.
털썩.
그는 피떡이 되어 사라졌고, 부러진 창만이 바닥을 뒹굴었다. 이것이 바로 내 여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극악소마의 대답이었다.
그 모습에 어떤 여인은 환호를 내질렀고, 어떤 여인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으며 또 다른 여인은 그 참혹한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느끼는 감정은 하나였다. 이제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기쁨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꽈르르르, 꽝!
이 순간을 지켜보기라도 했다는 듯,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여인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천화루주가 그녀들에게 걸어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물론 이번 일이 마무리될 때까진 천화루주가 그녀들을 데리고 있을 예정이었다. 검무극은 알 수 있었다. 다른 어떤 사람보다 천화루주가 지금 그녀들에게 도움이 될 사람임을. 누구보다 잘 그녀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것이다.
여인들이 세 사람에게 절을 올렸다.
“구해주신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들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가족들은 얼마나 자신들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얼마나 찾아 헤매고 있을까?
천화루주가 그녀들을 일으켜 세웠다.
앞서 젊은 여인을 구하려 했던 중년 여인이 눈물 젖은 얼굴로 물었다.
“은공의 성함이라도 알려주세요.”
그러자 검무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서 들으셨다시피 여기 이분은 기루 주인이시고 저분은 기둥서방이시고 저는 기둥서방 친구입니다.”
정체를 밝히지 않겠다는 뜻임을 알고 여인은 더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들의 마음을 밝혔다.
“앞으로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검무극은 마혈과 아혈이 제압당한 채 혼자 살아남은 황염에게 다가갔다.
황염의 아혈을 풀어주며 물었다.
“살고 싶나?”
“네!”
황염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주인에 어울리는 수하였다. 주인이 죽은 마당에 충성심은 무슨 충성심이란 말인가? 대체 세상에 누가 있어 여불개와 그의 수하들을 이렇게 쉽게 해치워버릴 수 있단 말인가?
검무극은 검강을 이용해서 빠르게 땅을 판 후 허공섭물로 시체들을 구덩이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곳을 메웠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가 핏물을 모두 씻어내렸다.
그 사이 여인들은 장내를 깨끗이 정리했고, 극악소마는 뒷마당에 세워진 대형마차를 가져왔다.
검무극이 황염에게 말했다.
“나가면서 수하에게 말해라. 여불개와 한동안 다녀올 곳이 있다고. 개수작 부리고 싶으면 부려봐. 널 죽을 때까지 고문실에 처넣을 거다. 내 목숨처럼 살려서 평생 데려갈 거다.”
“그럴 일 없습니다.”
여인들을 마차에 태웠다. 황염이 직접 고삐를 잡았고 검무극이 그 옆에 앉았다.
그렇게 마차는 여불개의 거처를 달려 나갔다. 황염은 내원 출입을 금하며 시킨 것 이상으로 잘 연기했다. 이 정도면 야율한에게 도착하기 전까지 여불개의 죽음이 알려지진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 십 리쯤 떨어진 곳에 독왕과 서대룡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대룡이 고삐를 잡았고, 이제 천화루주와 여인들은 독왕이 맡았다.
“저는 약속대로 살려주십시오!”
“약속한 적은 없었고 네게 물어는 봤지. 살고 싶냐고.”
황염이 뭐라 따지려던 그 순간.
퍼억!
검무극의 주먹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도와준 대가는 고통 없는 죽음이었다. 사실 여불개의 앞잡이 노릇을 한 이놈도 고통스럽게 죽여야 했는데 지금 그럴 시간이 없었다.
검무극은 근처 숲에 깊이 땅을 파서 시체를 처리했다.
그사이 독왕과 서대룡은 출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검무극이 독왕에게 여인들을 부탁하자 그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돌아가면 일전에 실패했던 독 제조 다시 하자.”
또다시 천독림으로 놀러 오라는 이야기였다. 무사히 이번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라는 말을 그렇게 돌려 말한 것이다.
“이번에도 제가 멀리 문 옆에 있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요.”
천화루주도 심각하게 검무극과 극악소마를 보내지 않았다.
“우리 서방님 잘 부탁드려요.”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소마님께 저를 부탁해야 한다니까요.”
제일 걱정이 태산인 사람은 서대룡이었다. 보관하고 있던 흑마검을 건네주며 그는 몇 번이나 말했다.
“각주님 실력이야 제가 잘 알지만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조심하고 또 조심하십시오. 여차하면 튀십시오! 괜히 객기 부리지 마시고!”
“그렇게 걱정되면 같이 따라가고.”
그러자 서대룡이 움찔하며 한걸음 물러났다.
“아쉽지만 마차를 몰 사람이 없어서요.”
옆에서 독왕이 넌지시 말했다.
“마차는 내가 몰면 되는데. 오랜만에 한 번 몰아볼까?”
서대룡은 못 들은 척 검무극에게 말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언제나처럼.”
검무극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었다. 계속 성장해라, 서대룡. 언젠가는 너와 함께 싸우게 될 날도 올 거다.
그렇게 작별을 끝내고 검무극과 극악소마가 고월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야율한을 상대해야 했지만 검무극은 두렵지 않았다. 자신의 등을 지켜줄 사람이 극악소마였으니까.
쏴아아아아아!
쏟아지는 비를 헤치며 두 사람은 쉬지 않고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