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4)
절대회귀-234화(234/424)
제234회 단 하나라도 놓치면.
“사부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정중히 절을 올리는 남자는 오뢰신검의 제자 사효(沙效)였다. 어제 검무극이 봤던 남자가 바로 이 사효다.
그의 앞에 오뢰신검이 앉아 있었다.
오뢰신검의 첫인상은 ‘참 기괴하다’였다. 구십 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은 젊은 사람의 피부처럼 팽팽했다. 하지만 팔이나 손에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해서 이 불균형이 너무나 괴이했다.
“생신 선물입니다.”
사효가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바쳤다.
“이번에는 특별히 열다섯이 넘지 않은 여자애들의 정기를 뽑아 만든 회춘단(回春丹)입니다.”
회춘단이란 말에 오뢰신검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몇 명의 것이냐?”
“아흔 명입니다.”
아흔 명이나 되는 귀한 생명이 이 작은 단환에 들어 있다는 말이었음에도 오뢰신검의 얼굴에는 환한 기쁨이 번졌다. 웃으니까 그의 피부가 더 팽팽히 당겨지며 더욱 괴이해 보였다.
“쉽지 않았을 텐데?”
아흔 명의 정기를 모았다면 수년은 걸쳐서 제작되었을 터. 정말 귀하고 귀한 약이었다.
“사부님께서 구순을 맞으셨는데 제자 된 도리로 이 정도 정성은 들여야죠.”
오뢰신검이 흡족하게 웃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젊음에 집착했다. 그 집착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사효의 손에는 더 많은 피가 묻었다.
“내 너를 위해 다음 구결을 전수해주마. 이번에는 특별히 세 구절을 전수하마.”
그러자 사효가 넙죽 엎드려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하지만 고개를 숙인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망할 늙은이, 고작 세 구절이라니!’
그는 이렇게 충성을 바칠 때마다 무공을 전수받았다.
이제 마지막 다섯 번째 제 오식만 물려받으면 오뢰검법을 모두 배우게 되는데, 그 마지막을 배우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사효는 무공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인물이었다. 특히 경공술이 뛰어났고 오감은 물론 육감마저 타고났다. 게다가 기억력 또한 좋아서 한 번 보고 들으면 절대 잊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단 하나의 문제는 사부가 오뢰신검이란 점이었다. 제자가 된 지 이십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무공전수를 다 받지 못한 것이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구나.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손에 묻혔는데.’
그를 내려다보는 오뢰신검의 표정은 더없이 차가웠다.
‘네놈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냐?’
무공을 다 전수하면 자신을 죽이려 들 수도 있는 악독한 심성을 지닌 제자였다. 그때부턴 독이 들었을까 봐 마음 놓고 회춘단도 먹지 못하리라.
‘마지막 구결은 내가 죽는 순간에 알려주마!’
사효가 고개를 들었을 때 두 사람의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회춘단을 복용할 테니, 잠시 나가 있거라.”
“네.”
사효가 밖으로 나가자 오뢰신검은 흡족한 얼굴로 회춘단을 복용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 * *
검무극은 조용히 장원의 담을 넘었다.
그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고 있는 별채였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수혈을 눌렀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 있을 것이다.
별채를 나온 검무극이 다시 본채를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바로 그때.
스윽!
누군가 검무극의 목에 검을 겨눴다.
“움직이면 죽는다.”
뒤에서 검을 겨눈 사람은 바로 사효였다. 그는 이제 막 사부의 방에서 나오다가 검무극을 발견한 것이다.
“어제도 너였지?”
검무극은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래, 나다.”
“겁이 없으면 실력이라도 있어야지. 천천히 돌아서.”
검무극이 그를 향해 돌아섰다. 침입이 걸렸음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누가 시켜서 온 거냐?”
“그게 중요한가? 사효.”
순간 사효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사부 이외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몰랐다. 비사인이 준 오뢰신검의 극비문서에 이십여 년 전 사효라는 제자를 들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음을.
“어떻게 내 이름을!”
그의 평정심이 깨어진 그 순간.
피잉!
등 뒤에서 혈앙지가 날아들었다.
사효는 확실히 타고난 고수였다. 그는 몸을 비틀어 지풍을 피하면서 동시에 앞에 있던 검무극을 베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몸을 비트는 그 찰나의 사이에 검무극의 주먹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꽝!
그의 신형이 주르륵 밀렸다. 순간적으로 호신강기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오장육부가 터져 죽었을 공격이었다.
“이런 썅!”
그는 욕설이나 내뱉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핑! 피잉!
다시 두 줄기의 혈앙지가 연속해서 날아들었다.
피해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사효가 돌아서서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발출되며 날아든 지풍을 해소했다.
그 순간 뒤에서 날아든 검무극의 검이 그의 머리를 가르며 떨어졌다.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가까스로 몸을 틀어 피했지만,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사효는 너무 오랜만에 검에 베이는 거라 큰 충격을 받았지만, 상처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피잉!
날아든 지풍이 그의 옆구리를 찢었다. 이번 역시 순간적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배가 꿰뚫렸을 공격이었다.
생각할 틈은 고사하고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앞뒤에서 공격이 날아들었다. 검무극의 실력을 보면서 사효는 알 수 있었다.
‘일부러 들켰구나!’
양쪽에서 덫을 놓고 자신을 끌어들인 것이다.
앞뒤로 정신없이 날아든 공격을 그는 막아내지 못했다.
“사부님! 살려주십시오!”
결국 그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이 한마디 외침을 하는 동안 또다시 그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사부! 이 개새끼야!”
애타는 그의 외침에도 사부는 나오지 않았다. 사효는 알 수 있었다. 사부는 지금 회춘단을 복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지금 운기를 멈추면 약의 효능을 일부만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을 죽여? 평생 개처럼 희생한 자신을?
“으아아아아아아!”
분노의 공격이 쏟아졌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오뢰검법의 일식과 이식, 삼식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검기가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상처 입은 맹수의 발악은 그저 빈 곳을 치며 흩어질 뿐이었다.
아무리 타고난 무재라지만 완성되지 못한 그였다. 그랬기에 앞뒤에서 쏟아지는 검무극과 극악소마가 합공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서걱!
흑마검이 그의 등을 사선으로 크게 베던 그 순간!
퍽!
마지막 지풍이 그의 이마를 꿰뚫었다.
절명해 쓰러지면서 사효는 아주 짧은 순간 주마등을 보았다. 자신의 인생을 본 것이 아니라, 회춘단을 만들면서 죽였던 소녀들의 얼굴이 빠르게 지나갔다.
털썩.
검무극과 극악소마가 서로를 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이미 사효가 사부를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란 것을 비사인의 자료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검무극은 그를 없애는 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비사인이 준 자료는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쇄애애애애액!
두 사람이 몸을 돌려 피했고, 그 사이로 한 줄기 검기가 지나갔다. 정말 강력하고 빠른 검기였다.
검기를 날린 사람은 오뢰신검이었다.
그는 제자가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약효를 녹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이 찢어 죽일 새끼들이!”
바깥의 싸움에 신경을 쓰느라 회춘단의 효능을 전부 다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제자가 죽은 것보다 그게 더 화가 났다. 당분간 회춘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젊음에 대한 열망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했다.
요즘 야율한이 사도맹주와 날 선 갈등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는데. 자신의 거처를 이렇게 치고 들어 온다?
‘일처리를 어떻게 했기에!’
분노의 대상은 야율한이었다.
그는 이 상황에서도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한때 사파 무림을 씹어먹던 그였다.
오뢰신검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했다.
‘한 놈은 새파랗게 어린놈이고, 한 놈은 가면을 썼다?’
이런 놈들에게 사효가 당했다고? 의아한 마음이 들던 바로 그 순간.
그의 시선이 다시 극악소마에게 박혔다.
“설마?”
구십 살이나 먹은 그가 어찌 극악소마의 백색 가면에 대해 모르겠는가? 사효가 죽지 않았다면, 그저 가면을 쓴 놈이겠구나 했겠지만, 이 짧은 시간에 사효를 죽였다면 마교의 마존이어야 말이 되었다.
“마교의 잡졸들이 왜 나를?”
극악소마의 눈이 차갑게 웃었다.
대답은 검무극이 대신했다.
“정말 괴물 같은 얼굴이구나. 그깟 괴물이 되려고 그 많은 어린애를 죽이다니!”
비사인이 구해준 극비문서에 회춘단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네가 죽고 나서 널 파먹을 구더기들도 더럽다고 침을 뱉고 돌아설 거다!”
구십 년 인생을 사파에서 굴러먹은 오뢰신검이 이런 도발에 넘어가겠냐 마는, 그는 넘어갔다.
번쩍!
오뢰신검의 검이 뽑혀 나왔다.
꽝!
검무극이 서 있던 자리에 검기가 내리꽂혔다. 벼락처럼 빠른 검기였다.
검무극은 그곳에서 한걸음 옆으로 피한 상태였다.
“못 생기고 추한 늙은이! 더럽고 추잡하고 사악한 추괴!”
꽝! 콰쾅!
다시 두 줄기 검기가 내리쳤지만, 점멸보로 그것을 피했다.
오뢰신검은 오랜만에 듣는 욕에 화가 났다.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청년에게 들은 모욕이었다. 게다가 구더기가 침을 뱉는다는 욕은 구십 평생 처음 들었다.
“그 주둥이를 찢어……!”
흥분한 상태에서 말을 꺼내려던 바로 그 순간!
검무극이 그의 호흡을 끊으며 쇄도했다. 흥분한 데다가 말까지 하던 이 순간이 그의 기혈이 가장 흐트러지던 순간이었다.
명왕보로 파고들면서 펼쳐진 비천검법 제일식 균천식.
쉬이이이익!
한 줄기 검광이 그를 가로로 양단하는 순간.
카앙!
오뢰신검이 검으로 흑마검을 막았다. 그는 검무극의 공격 속도에 경악했다. 쉽게 찢을 수 있는 주둥이가 아니었다.
피잉!
오뢰신검을 향해 극악소마의 혈앙지가 날아들었다. 오늘 싸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합공으로 시작해서 합공으로 끝낼 것이다. 상대는 죽어 마땅한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이기에 무인으로서의 예는 생략이다.
이어지는 합공에 오뢰신검이 당황했다.
극악소마의 혈앙지는 그야말로 가장 까다로운 곳을 향해 날아들었기에 안 막을 수 없었고, 검무극은 등 뒤에 둬선 안 될 상대였다.
몇 수 지나지 않아 지풍이 왼쪽 어깨를 스치자 오뢰신검은 아끼지 않고 자신의 절기를 발출했다. 시간을 끌었다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고수다운 판단을 내린 것이다.
콱! 콰콰! 콱!
벼락이 내리치듯 그의 검기가 휘어져 꽂혔다. 오뢰검법의 검기는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공격이기에 이런 공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일격에 죽음이었다.
앞서 사효는 제대로 검술을 발휘하지 못하고 죽었지만, 오뢰검법은 벼락의 모양을 본떠 만든 극상승의 검법으로 거의 마존들이 익힌 무공과 쌍벽을 이루는 무공이었다.
콰식! 콰식! 콱콱!
괴이한 소리와 함께 검기가 더욱 강해졌다.
제일식의 벼락보다 이식이 더 강했고, 삼식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오랜만에 강적을 만나 절기를 쏟아내는 오뢰신검은 흥분했다. 그는 미친놈처럼 웃으며 연속해서 검식을 발휘했다.
우수수 쏟아지는 검기에 검무극과 극악소마는 보법을 발휘하며 피했다.
두 사람은 반대로 멀어지기도 했고, 교차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여러 번 함께 싸워본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뢰신검은 마지막 오식을 극악소마에게 쏟아부었다.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에서 검무극의 보법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극악소마를 먼저 죽이고 검무극을 상대하겠다는 결정.
가장 강력한 무공이 펼쳐지려는 그 순간!
검무극과 극악소마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입니다!
검무극과 극악소마도 승부를 걸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과격한 검기가 극악소마를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 적이 발휘하는 무공이지만 감탄이 나올만한 장관이었다.
하지만 극악소마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기를 막는 대신 오뢰신검을 향해 마극광폭장을 발출했다.
콰아아아아!
오뢰신검이 두 눈을 부릅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동귀어진!’
하지만 동귀어진이 아니었다. 극악소마를 향해 날아든 검기들을 향해 서른여섯 개의 검기가 날아들었다.
내공이 늘어 검기의 숫자도 늘어난 비천검법 제칠식 유천식이었다. 검무극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숫자의 검기를 발출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쉭쉭쉭쉭쉭쉭쉭쉭쉭!
단 하나라도 놓치면 극악소마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
극악소마는 검무극이 반드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주리라 믿고, 마극광폭장을 발출한 것이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극악소마의 머리 위에서 유천식의 검기에 오뢰검법 제 오식의 검기가 모두 해소되어 사라졌다.
심혈을 다한 유천식은 단 한 줄기의 검기도 놓치지 않았다.
검기가 해소되던 그 순간!
콰아아앙!
마극광폭장이 오뢰신검의 몸에 적중했다. 제오식을 쏟아내느라 피하지 못했고, 오뢰신검은 호신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마극광폭장에 휘말려 날아간 그가 담벼락에 처박혔다.
후우우우!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았다.
담에 기댄 오뢰신검이 분노를 표출했다.
두 놈 다 찢어 죽이겠다!
하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오뢰신검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귀를 다친 것인가?
게다가 이 급박한 상황에서 검무극과 극악소마는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나를 보지 않는 거지?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오뢰신검의 시선이 무심코 아래로 향했다.
‘!’
그의 가슴 아래가 통째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오뢰신검의 몸통이 담벼락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마지막 순간 그가 본 것은 바닥에 고여 있는 핏물에 비친 괴이한 자신의 얼굴이었다.
검무극과 극악소마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말은 필요 없었다. 소마는 이 순간 웃음이 너무나 매력적인 진정한 소마(笑魔)가 되어 있었다.
검무극은 그와 함께 싸우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와 함께라면 심장이 터질 때까지 싸우고 또 싸우고 싶었다.
특히 마지막 한 수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절대 시도할 수 없었던 공격이었다. 싸움이 계속될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는 깊어지고 있었다.
“일단 내력부터 회복하시죠.”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와르르르륵.
오뢰신검이 날아가 죽은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아! 안 돼!”
검무극이 안타깝게 소리쳤다. 담이 무너져 있으면 놈들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차례대로 하나씩 죽이려는 계획이 틀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먼지가 가라앉자 무너진 담장 너머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도착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야율한과 삼악, 혈륜겁과 차환이었다.
그들 중 가운데에 서 있던 야율한이 부서진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
그는 반 토막이 된 오뢰신검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한기가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지만, 무심한 눈빛과 표정에는 그 어떤 감정도 깃들지 않았다.
“차환아, 네 바람대로 선물은 필요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