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49)
절대회귀-249화(249/424)
제249회 오늘 그대들을 부른 것은.
형과 함께 천마전으로 들어섰다.
아버지는 총군사 사마명과 함께 천마전에 계셨다.
주무실 시간인데 이렇게 나와 계신다는 건 우리가 한바탕 싸우고 천마전을 향해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으셨다는 의미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그곳을 형과 함께 나란히 걸어갔다.
아버지는 다가오는 우리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아버지.”
항상 아버지에게 ‘교주님’이라 칭하던 형이 ‘아버지’라 불렀다. 아버지를 쳐다보는 것을 어려워하던 형이 오늘은 똑바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형 인생에서 가장 하기 힘들고, 어려운 말이 흘러나왔다.
“저는 후계자 경쟁에서 빠지겠습니다.”
아버지는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분이셨지만, 이 순간만큼은 고요한 격정을 드러냈다. 기쁨과 연민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후회하지 않겠느냐?”
“네,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형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아우가 이끄는 천마신교를 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아주 오랫동안 오늘 이 순간이 형을 괴롭힐 것이다.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것이다.
고마워, 형. 내가 비록 그 후회를 막아주진 못하겠지만, 그 후회가 형 인생에서 가장 값진 감정이 되게 해줄게.
형이 다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제 간곡한 부탁입니다, 아버지.”
나는 형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 회귀 전의 형이 아니다.
내가 회귀한 후, 형 역시 여러 감정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변한 것이다. 형은 성장했다. 이제 아버지를 저렇게 쳐다볼 수 있기에, 아버지와의 관계도 변할 것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음을 보냈다.
―정말 멋진 모습으로 형을 데려왔지요?
―원래도 멋진 아이였다.
―장남이라고 차별하십니까?
나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아버지, 저는 평생 그 비웃음 보려고 너스레 떨 겁니다. 제발 그 웃음, 옅어지지 마십시오!
아버지의 시선이 다시 형을 향했다.
아버지는 알고 계실 거다. 형이 얼마나 어려운 결심을 했는지.
그리고 아버지는 형의 진심을 받아들였다. 그것도 지금 당장에.
아버지가 사마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팔마소집령(八魔召集令)을 발동하게.”
팔마소집령.
팔마존은 물론이고 그들이 거느리는 모든 마인을 불러들이는 지존령이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야심한 밤, 실로 이례적인 명령이 떨어졌다.
* * *
혈천도마는 밤늦도록 서대룡을 가르치고 있었다.
서대룡이 발휘한 초식에 혈천도마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잘했다!”
사부의 칭찬에 서대룡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칭찬에 인색한 사부였기에 그 감동은 더욱 컸다.
“감사합니다!”
검무극과 있을 때는 온갖 너스레를 다 떠는 서대룡이었지만, 사부와 있을 때만큼은 예를 다 갖췄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천마보다 더 귀한 사람이 사부였다.
그렇게 수련을 마쳤을 때, 서대룡이 한 권의 책을 내밀었다.
“외부에 나가 있는 조사관에게 부탁해서 구해온 겁니다.”
책을 본 혈천도마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읽고 싶어 하던 책이었다.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운이 좋았습니다.”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희귀본이라 구하는데 돈이 꽤 많이 들었을 것이다.
“아직 홀몸이라 월봉 받는 것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흥청망청한 죄로 내일부터 또 지옥수련이다.”
“아! 지옥수련 오늘 끝나는 날이었는데요.”
괜히 심술을 부렸지만 혈천도마는 내심 감격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데에에에엥! 데에엥!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밤에 무슨 종소리일까요?”
평범한 종소리가 아니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맑고 깊은 종소리였다.
서대룡의 물음에 혈천도마가 대답했다.
“팔마소집령을 알리는 종소리다.”
그 말에 서대룡이 깜짝 놀라 물었다.
“이 밤에 무슨 일일까요?”
저 멀리 천마전 쪽을 바라보던 혈천도마가 나직이 말했다.
“전쟁이 났거나…….”
전쟁이란 말에 서대룡은 바짝 긴장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거나.”
물론 전쟁은 나지 않았을 터이니, 후자일 것이다.
“만약 그런 거라면 너는 무공수련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오른팔 노릇 계속하려면.”
오른팔이란 말에 검무극과 관련된 일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서대룡은 대체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제일 끝에 있는 옷장을 열어서 혈의(血衣)를 꺼내오너라!”
집으로 들어간 서대룡이 맨 끝의 옷장을 열자 안에는 피처럼 붉은 예복(禮服)이 걸려 있었다.
* * *
그 시각 취마는 취몽루에서 일화검존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삼대취객 여빈이 안주를 내려놓으며 돌아서려던 그때, 일화검존이 그녀에게 말했다.
“내 술 한잔 받으시게.”
여빈이 공손히 그녀의 술을 받아 마셨다.
그리고 일화검존에게 술을 따라준 후 그곳에서 물러났다.
그녀가 멀리 떠나자 일화검존이 말했다.
“좋다고 해줄 때 받아줘.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취마가 들고 있던 술을 마셨다.
“술 좋아하는 남자 만나면 여자가 고생이야.”
“저 애도 삼대 취객이잖아?”
“그러니까. 둘 다 주정뱅이면 돈 벌어서 술값에 다 쓰라고?”
일화검존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취마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친구지만 너는 참 이해가…….”
데에에에에엥!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비스듬히 기대있던 취마가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일화검존은 하얀 무복을 휘날리며 호수를 날아서 건너가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며 이번에는 취마가 고개를 내저었다.
“교주 명이라면 지옥도 그렇게 빨리 뛰어들 거지?”
여빈이 취몽루로 달려왔다.
취마가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들 술 깨워라!”
* * *
독왕은 독을 제조하고 있었다.
천독림에서 마불이 발견한 칠생초가 주재료인 칠생극락(七生極樂)이라는 독이었다. 중독된 자는 칠 일 동안 쾌락을 느끼다가 마지막 칠 일째 그동안 겪은 쾌락에 반하는 고통을 겪으며 죽게 되는 신비독이었다.
그는 검무극이 선물한 피독천잠사 장갑을 낀 채 작업하고 있었다.
데에에엥!
종이야 울리든지 말든지 독왕은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
그때 상선이 의복을 들고 들어왔다. 독왕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못 간다고 전해주게.”
“팔마소집령을 거부하시고 그 독으로 감당이 되겠습니까?”
상선이 그에게 가서 옷을 내밀었다.
억지로 옷을 받아 든 독왕이 불만을 터뜨렸다.
“막상 가보면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닐 텐데.”
“어서 옷부터 갈아입으십시오. 독아들은 준비 중입니다.”
상선이 벽에 걸려 있던 독주머니를 챙겨왔을 때, 독왕은 또 독을 배합하고 있었다. 상선이 억지로 잡아끌어서 옷을 입게 했다.
독왕이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열두 개의 독주머니까지 허리에 차자, 그야말로 훤칠하고 멋있는 무림공자가 되었다.
독왕이 거처를 나서며 말했다.
“이제 이공자에게 청소는 다 시켰네.”
그는 오늘의 소집이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짐작하고 있었다. 함께 놀아준 보람이 있었다.
* * *
종소리를 듣는 순간, 염주를 돌리던 마불의 손이 멈췄다.
대공자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음을 알 수 있었다.
기다렸던 순간이지만, 또 한편으론 오지 않기를 바라고 바랐던 순간이기도 했다.
‘……대공자.’
그의 몸에서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격한 감정을 보여주듯,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이었다.
대공자를 위해 기도한 후에야 마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공자, 운명이 우릴 어디로 이끄는지 어디 한 번 가봅시다.’
* * *
극악소마는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이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만년설삼을 복용한 덕분에 내공이 더욱 심후하고 웅혼해졌다. 몸이 근질근질한 그는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검무극과 함께 싸우고 싶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천화루주가 나직하게 말했다.
“오라버니께서 밤 나들이를 가시는 꿈을 꿨답니다.”
그녀는 신교에 부는 운명의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극악소마가 눈을 뜨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꿈이 그렇다면 준비를 해야겠군.”
극악소마가 하얀 벽 속에 감춰진 벽장을 열었다.
스르르륵.
그곳에 십여 개의 가면이 걸려 있었다.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 가면들이었다.
“자네가 골라주게.”
“축하의 자리가 될 것 같으니, 저 가면은 어떨까요?”
그녀가 가리킨 오색찬란 화려한 그것은 교내의 큰 행사나 연회가 있을 때 쓰는 환락귀면(歡樂鬼面)이었다.
극악소마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환락귀면을 꺼냈다.
천화루주는 몸을 돌려서 가면을 바꿔 쓰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운명의 길을 가는 중이었다.
극악소마가 가면을 바꿔 썼을 때, 그제야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심야수련모임 중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련을 멈춘 권마가 이안에게 말했다.
“축하선물을 준비해야 할 거야.”
대공자가 다녀갔기에 이 야밤의 소집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권마는 짐작하고 있었다.
눈치 빠른 이안은 권마의 말뜻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드디어!”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쩌면 이 순간을 당사자보다 더 기다렸던 그녀였다.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그리고 천소희에게 내려진 명령.
“네가 먼저 가서 철권들을 준비시켜라!”
이런 큰일에 그녀에게 명령이 내려졌다. 천소희는 감격한 얼굴로 명을 받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천소희가 먼저 몸을 날려 사라졌다.
권마는 떠나기 전에 이안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이공자는 자넬 보고 싶어 할 거야. 어서 가서 준비하게.”
“네! 감사합니다.”
이안이 자신의 거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데, 늦을 수 없다.
아껴둔 옷도 꺼내 입고, 화장도 하고. 이 중요한 순간 최고로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검무극을 축하해 줄 것이다.
* * *
대연무장 사방으로 횃불이 피어올랐다.
중앙 단상 위에 검우진이 앉아 있었고, 그를 향해 검무극이 서 있었다.
검무양은 옆으로 물러나 사마명 옆에 서 있었다.
마군을 비롯한 천마신교의 정예 마인들이 대연무장 주변을 철통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이제 그곳으로 팔마존과 그들의 수하 마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붉은 옷을 입은 혈천도마였다.
거대한 멸천대도를 비스듬히 등에 차고 연무장으로 들어서는 그의 뒤로 남도종의 도귀들이 뒤따라 들어섰다.
척척척척척척!
사납고 거칠기로 유명한 그들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열을 맞춰서 들어섰다.
다음으로 들어선 이는 새하얀 무복을 갖춰 입은 일화검존이었다.
그녀 뒤로 북천검가의 마검들이 뒤따라 들어섰다. 평소 도귀들과 만나면 서로 아웅다웅 사나운 눈길과 욕설을 주고받는 그들이지만, 오늘만큼은 그 누구도 상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도귀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그들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화검존의 뒤로 도열했다.
다음으로 도착한 사람은 권마였다.
그 뒤를 따른 이들은 오직 맨주먹으로 무림에 뛰어든 동권문의 철권들이었다. 제대로 격식을 차리고 나선 그들은 손목에 보호구를 차고 있었는데, 천마신교를 상징하는 악귀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맨주먹이지만 기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그들이었다. 언제나 모이면 마존들보다 오히려 그들의 기싸움이 치열했다.
다음으로 섭혼마존이 들어섰다.
아직 젊고 상대적으로 무공도 낮지만, 그녀 뒤를 따르는 서환진의 귀술사들은 다른 어떤 마인들에 비해서도 기세가 밀리지 않았다. 연무장을 꽉 채운 마기에도 그들의 귀기는 자신들이 누군지를 요사스럽게 알렸다.
행렬은 계속되었다.
다음으로 들어선 마존은 취마였다.
취한 듯, 취하지 않은 걸음으로 취마가 걸어왔고, 그 뒤를 주객들이 뒤따랐다. 취해 있었지만 그들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내뿜고 있는 취기는 장내를 장악하고 있던 마기와 귀기마저 취하게 했다.
다음으로 마불이 들어왔다.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표정의 마불.
하지만 그를 따르는 광승들은 달랐다. 황금빛 가사를 걸친 그들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염불을 외우며 들어서자 장내는 또 다른 기운들로 휘몰아쳤다.
이번에는 독왕이 들어섰다.
독왕의 뒤를 따르는 독아들은 이곳에 있는 그 어떤 마인들보다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이 가득한 그들이었다. 우리가 마음먹으면 너희는 다 죽는다, 이런 자신감이 그들의 얼굴에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마존은 극악소마였다.
환락귀면을 착용한 극악소마의 두 눈에선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의 뒤로 백색 가면을 쓴 무면객들이 따라 들어왔다. 하얀 가면에는 저마다 피를 묻힌 것 같은 붉은 선들이 그어져 있었다. 그 섬뜩함만큼이나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들이 누군지를 알렸다.
천마신교의 정예 마인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그곳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열기에 휩싸였다.
그 열기를 한순간에 식힐 수 있는 한 사람.
천마 검우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이 수많은 마인들 속에서도 여전히 유일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천마지존 신교불패(天魔至尊 神敎不敗)!”
그야말로 천지를 진동하는 우렁찬 외침이었다.
계속된 외침이 끝나고 주위가 조용해지자 비로소 검우진이 말했다.
“오늘 그대들을 부른 것은 한 가지 중대한 발표를 하기 위함이다.”
나직하면서도 묵직한 그의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박히듯 날아들었다.
긴장감이 흐르며 그곳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무극은 들으라.”
검무극이 예를 갖추며 큰 소리로 말했다.
“지엄하신 명을 받듭니다.”
검우진이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고 힘찬 목소리로 선언했다.
“이 시간부터 무극을 차기 천마신교 교주로 삼겠다.”
검무극이 정식으로 후계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검무극이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지만, 지금은 예를 갖춰 천명에 따라야 할 때.
“신교의 앞날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교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겠습니다.”
검우진이 검무극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버지의 눈빛과 손길에 담긴 격려는 진심이었다.
―잘했다, 아들아.
그 한 마디 전음을 듣는 순간, 검무극은 힘들었던 지난 모든 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검무극이 천천히 그곳에 모인 마인들을 향해 뒤로 돌아섰다.
마인들의 시선이 검무극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무극이 기도를 발출했다. 감추지 않고 자신의 모든 기도를 개방했다.
검무극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모두 그의 존재감과 강력한 기도에 압도되었다. 흑백의 그림에서 아버지가 피처럼 붉은 점이었다면, 검무극은 하늘처럼 푸른 점이었다. 아버지가 큰 점이었다면 검무극은 작은 점이었다.
여덟 마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
“소교주를 뵙습니다.”
뒤에 서 있던 팔마의 마인들과, 주위를 둘러싼 마인들까지 일제히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소교주를 뵙습니다!”
쩌렁쩌렁한 외침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공자와 소교주는 하늘과 땅 차이의 신분, 본교의 마인들은 물론이고 이제 무림의 그 누구도 함부로 검무극을 대할 수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천지를 진동하는 함성이 이어졌다.
검무극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지금껏 달려왔다. 이제 검무극 개인은 물론이고 천마신교에게도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끝없이 계속되던 함성이 잦아들고 주위가 조용해지자, 검무극은 마존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자신의 마존들을 향해서.
소교주로서의 첫 발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