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54)
절대회귀-254화(254/424)
제254회 어제가 오늘 같고.
나는 극악소마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시천비술에서 한 발짝 물러나기.
물론 그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린 무인이고, 언제나 앞을 향해 달려 나가던 사람이니까.
우선 내가 선택한 것은 시천비술의 수련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구화마공을 연마하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지금 다른 무공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이런 마음으로 구화마공에 집중했다.
솔직히 시천비술이 아니라면 온종일 구화마공만 익히고 싶었다.
구화마공은 실로 난해하면서도 수준 높은 무공이었고, 어려운 만큼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당장 심법만 해도 다른 무공과 비교할 수 없었다. 심법수련으로 모이는 내공도 기존 심법보다 훨씬 많았다.
아버지가 앞에 계셨다면 이 너스레를 반드시 떨었을 것이다.
―이 좋은 무공을 혼자만 익히고 계셨단 말씀이시죠!
나는 구화마공 수련에 푹 빠졌다.
아직은 초식수련 보다는 몸이 구화마공의 호흡법에 완전히 익숙해지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시천비술에서 완전히 관심을 뗀 것은 아니었다. 구화마공을 익히면 익힐수록 시천비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또 깨달았다.
수련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방법의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이 방법은 틀렸다.
* * *
내가 남도종 혈천도마의 거처에 도착했을 때 그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상하게 혈천도마가 창가에 앉아서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차분해진다. 책을 읽고는 싶은데 많이 읽지 못해서, 혹시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걸까?
그때 혈천도마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그만 훔쳐보고 와라.
―전음을 멀리도 보내십니다. 천리전음술도 하시는 것 아닙니까?
―누가 할 소리!
나는 혈천도마에게로 걸어갔다.
“안 바쁘냐? 이렇게 한가한 소교주 처음 봤다.”
“바쁘죠.”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제가 있을 곳은 여기 아니겠습니까? 우리 어르신 바로 옆에!”
나는 창틀에 팔을 대고 기대섰다.
“솔직히 요즘 한가합니다.”
“소교주면 일을 찾아서 해야지.”
“싫습니다. 이러다 갑자기 한꺼번에 일들이 몰려올 텐데요. 그냥 쉴 수 있을 때 쉬렵니다.”
“그럼 쉬지 여긴 왜 왔어?”
“어르신과 있는 것이 제일 마음이 편하거든요. 저 쉬러 온 겁니다.”
혈천도마는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분명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방으로 들어서며 난 괜한 너스레를 떨었다.
“아, 좋다! 어찌 나이 드셔도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납니까?”
“잡은 고기 먹이 안 줘도 된다.”
“아부가 아니라 정말이라니까요.”
나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은 기억해 두었다. 나중에 사서 책장에 꽂아둘 생각이다. 사두면 언젠가는 읽겠지.
“이 책은 다 읽어보신 겁니까?”
“누구처럼 사서 장식으로 쓰지는 않지.”
“누가 그랬습니다. 책은 사는 것부터 독서 시작이라고요.”
“너는 읽는 것보다 책 꽂혀 있는 것 보는 게 더 좋지?”
“저도 언젠가는 다 읽을 겁니다! 어르신보다 더 많이 읽을 겁니다.”
“내가 읽은 게 그게 다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깜짝 놀라 혈천도마를 쳐다보았다.
“아니, 명색이 마존이신데. 비밀 창고를 열면 병장기나 영약이 있어야 할 자리에 책이 쌓여 있을 것 같으면 어찌합니까?”
“검이 날아들면 책으로 막아보지.”
처음에는 참 안 어울렸는데, 이젠 멸천대도보다 책을 든 모습이 더 어울린다.
“거기 방금 끓여둔 차 있다.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그러잖아도 차 한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나는 다탁에 앉아 차를 마셨다.
“같은 차인데도, 왜 어르신이 끓여주신 차가 더 맛있을까요?”
“그야 늙은이 부려 먹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나는 못 들은 척 다탁을 매만졌다.
“이 다탁도 똑같은 걸로 제 방에 놔야겠습니다.”
그때 혈천도마가 불쑥 물었다.
“고민 있냐?”
역시 그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혹시 한걸음 물러서 본 적 있습니까?”
내 물음에 혈천도마의 시선이 책에서 나를 향했다.
“무엇에서?”
“어르신이 가장 원하는 것에서요.”
질문의 의도가 뭔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혈천도마는 단호히 대답했다.
“없다.”
마치 내 인생은 오직 직진뿐이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혈천도마는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꼬장꼬장한 저 늙은이가 어디 물러설 사람처럼 보이진 않으니까.
하지만 그는 이미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나를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직진한 것은 나였다. 그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서 나는 혈천도마에게 직진했고, 그는 나를 받아들이면서 뒤로 물러나 주었다.
만약 그도 내게 직진만 했다면 우리 관계는 또 달랐을 것이다.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냐?”
“어떻게 하면 딱 한 걸음만 물러날 수 있을까 해서요.”
산전수전 다 겪은 혈천도마는 내가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하는지 짐작할 것이다.
“혹시 읽으신 책 중에 한 걸음만 물러나는 법, 이런 책 없습니까?”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혈천도마의 시선이 읽고 있던 책으로 향하려다가 다시 나를 향했다. 역시 궁금한 것이다.
“너처럼 똑똑한 아이가 고민하는 걸 보니, 그 대상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구나.”
“무공입니다.”
혈천도마는 그 무공이 구화마공이라 생각하겠지. 소교주가 되고 난 후의 고민이었으니까.
“근데 왜 물러나려고?”
“너무 난해하고 어려워서 꽉 막혔는데, 조금 떨어져서 무공을 보려고요. 너무 간절히 원해서 오히려 잘 안 풀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덜 간절한 것은 아니고?”
“아마 그건 아닐 겁니다. 제가 노력만큼은 자신 있거든요.”
잠시 사이를 두고 혈천도마가 물었다.
“한데 이런 식으로 방법을 찾기 위해 그 무공에서 물러나려는 것은…… 오히려 그 무공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아니냐?”
“!”
순간 어떤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참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습니다! 저는 물러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맹렬히 부둥켜안고 있었습니다.”
나는 혈천도마에게 달려갔다.
“안으려면 어르신을 안아야 하는데! 어르신!”
“오지 마, 징그러워!”
혈천도마가 허공섭물로 나를 뒤로 밀어붙여 다시 다탁에 앉혔다.
그리고는 짐짓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소교주님, 체통을 지키시지요.”
나는 남아 있던 차를 후루룩 소리 나게 마시며 대답했다.
“아뇨, 더 버릴 겁니다. 답을 찾았습니다.”
* * *
“돌아온 탕아! 다시 합류했습니다!”
심야수련모임의 세 사람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동안 바빠서 통 참가하지 못하다가 오늘 갑자기 참석한 것이다.
이안이 내게 말했다.
“소교주가 되셨는데도 심야 모임을 하시려고요?”
“응. 교주가 돼도 할 건데?”
“그건 저희가 싫고요.”
혈천도마 덕분에 깨달은 것이 있었다.
시천비술에서 한걸음 물러나기 위해 무공연마 시간을 줄이기도 했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도 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그냥 예전처럼 하자였다.
구화마공이나 시천비술을 익히기 전처럼.
그때도 무공수련은 열심히 했다. 지금과 다른 점은 수련에 부담이 없었다. 마존들과 열심히 부딪치고, 자투리 시간을 아껴서 수련했다. 당연히 하는 거였고, 언제까지 반드시 이걸 이뤄야지 하는 부담이 없었다.
그러는 과정에도 나는 계속 강해졌고 발전했었다.
나는 물러나야 한다. 무공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부담감에서 물러나야 하고, 조급함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냥 예전처럼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뤄지게끔.
“오랜만에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제대로 해보자는 듯 권마가 웃통을 벗었다. 무서운 얼굴에 완벽한 근육질,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나도 함께 웃통을 벗었다. 그에게 비하면 아기손이고 아기몸이다.
그동안 권법수련에 소홀했던 것이 권마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제자가 되겠다고 졸라놓고서 말이다.
나는 권마와 함께 벽력수라권을 펼쳤다. 원래라면 시천비술 고민에 권마의 무공을 펼칠 생각도 안 했을 텐데.
이안과 천소희도 옆에서 수련에 매진했다. 이안은 그사이 또 실력이 늘어 있었다. 얼마나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지, 이 짧은 순간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초식을 펼치다 나와 잠깐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이안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천소희는 ‘처녀 염장 지르는 모습, 방금 보셨습니까? 권마님!’ 이런 표정으로 권마를 봤다가 스스로 흠칫 놀랐다. 그 어려운 권마에게 자기도 모르게 그런 의사표시를 한 것에 놀란 것이다.
권마는 모른 척 수련을 계속했다.
그렇게 수련하던 그때.
콰르릉!
내지른 내 주먹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물론이고 옆에서 수련하던 이안과 천소희도 깜짝 놀랐다.
“혹시 제 소리였습니까?”
“그래, 네 주먹에서 난 소리였다.”
다들 놀랐지만 내가 제일 놀랐다.
“어떻게 된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 근래 권법에 소홀했습니다. 오늘도 오랜만에 권을 펼친 건데. 대체 왜 천둥소리가 난 겁니까?”
권마는 내가 어찌 알겠느냐는 표정을 지은 후 다시 묵묵히 수련을 계속했다.
그사이 내가 더 강해진 것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권법에서 한 걸음 떨어졌기 때문일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구화마공을 익힌 후 내 무공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꽈르르릉!
이번에는 권마의 주먹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내 주먹에서 난 소리보다 더 큰 천둥이었다.
“아니, 왜 지금껏 안 내시다가 소리를 내십니까? 수련할 때는 안 내셨잖아요?”
내 항의에 권마는 못 들은 척 계속 수련했다.
“아니, 왜 하필 제가 처음 천둥소리를 낸 날 내시냐고요! 혹시 질투하시…….”
꽈르릉!
내 말은 권마의 천둥소리에 묻혀 버렸다.
“해도 너무 하…….”
꽈르르르르릉!
* * *
피곤한 몸으로 거처를 향하다가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나서 발길을 돌렸다.
이 늦은 시간에도 깨어있을 것 같은 사람, 과연 그는 깨어있었다.
“별들이 형보고 뭐래?”
그러자 호수에 배를 띄워놓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취마가 대답했다.
“별들이 이런다. 무림에서 네 팔자가 제일 좋구나!”
취마가 나를 돌아보며 반갑게 웃었다.
“왔냐?”
호숫가에 서 있던 나는 수상비로 단숨에 물 위를 건너서 배 위에 올라섰다.
“이제 마음껏 실력 발휘 하는구나.”
후계자로 결정되던 그 날, 모든 마인들 앞에서 기도를 펼쳐 보였다. 이제 소교주까지 되었으니 굳이 실력을 감출 이유가 없어졌다.
“나 원래 감추고 그런 사람 아니야. 나서서 주목받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지.”
“사실 나도 그런데.”
“우리가 호형호제를 달리했겠어? 다음에 중원에 주목 한 번 받으러 가자!”
“나 좋은 곳 많이 안다. 가자!”
어디 나만큼 많이 알겠는가? 술맛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같이 한잔해야겠다.
우린 서로의 잔을 가득 채워주었다.
“소교주 된 것 축하해.”
“형 도움이 컸다. 고마워.”
“한 다섯 번째쯤 컸겠지?”
“취했네, 우리형. 또 자학하는 걸 보니.”
함께 건배한 후 술잔을 비웠다.
“캬, 좋다!”
“역시! 술은 우리 형님과 마셔야 해.”
오랜만에 그와 술을 마시니 너무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다.
무공 막혀 힘들다는 이야기도 그에게 편하게 했다.
해결책은 취마다웠다.
“마셔라! 술에 답이 있다. 취하면 다 풀릴 거다.”
“정말 세상 제일 팔자 좋은 사람은 형 맞아.”
“마셔. 술에 인생도 있고, 강호도 있고, 다 있다.”
우린 또 술을 마셨다. 오랜만에 취마와 마시니 술이 물처럼 들어갔다.
취마는 온갖 이야기를 다 했다. 마존들 뒷담화도 하고. 젊어서 만났던 여자 이야기도 하고. 무공 이야기도 하고.
술 취해서 말을 막 하는 것 같지만, 그는 선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취마가 실수하는 순간은 술에서 깨어있을 때라고.
풍덩!
결국 취마가 물에 뛰어들었고, 나도 함께 뛰어들었다.
호수를 여기저기 헤엄치다 우린 밤하늘을 보며 둥둥 떠다녔다.
“여긴 여전히 좋네.”
“여기서 신선놀음을 하다 보면 시간이 멈춘 기분이 든다. 한 시진 전이 지금 같고, 지금이 한 시진 후 같고.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형. 그 시간, 내가 멈춰야 해.
시간 이야기를 해서인지 시천비술 생각이 났다.
밤하늘 위로 내 몸속 혈맥이 겹쳐 떠올랐다. 지금껏 여러 방법을 다했다. 진기를 이 혈맥에서 저리로 보냈다가, 또 여기서 저렇게 보내고. 아직도 시도해 봐야 할 경우가 너무 많이 남았다.
‘말자, 이런 좋은 순간에 왜 그 생각이냐?’
시천비술에서 한걸음 물러나려고 이렇게 취마와 놀고 있는데.
풍덩!
나는 다시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다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다시 별들 위로 혈맥을 상상해서 겹쳐보았다.
여긴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 아까 어디였지?
그러다 떠올린 혈맥과 별이 딱 맞아떨어지는 자리가 있었다.
‘찾았다!’
나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저 별자리들 순서대로 진기를 운영한다면? 뭔가 될 것도 같았다.
설마 시천비술이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만든 비술이었나?
“형!”
“왜 그래?”
“아까 말한 그 문제 푼 것 같아.”
취마가 깜짝 놀랐다. 이내 그가 껄껄 웃으며 기뻐했다.
“내가 말했지? 술 마시면 다 해결된다니까!”
“나 먼저 간다! 형, 고마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물 속에서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허공에서 다시 방향을 바꾼 나는, 호숫가로 몸을 날렸다.
뒤에서 취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형은 언제나 여기 있다.”
물 위를 떠다니는 취마에게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 * *
연무장으로 돌아온 나는 향 두 개를 준비했다.
두 개의 향에 동시에 불을 붙인 후, 하나는 향로에 꽂아두고 시공이환술을 펼쳤다.
만들어진 공간은 집중력을 높이고 사용되는 내공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천비술의 구결을 외웠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앞서 별자리를 보고 깨달은 순서대로 진기를 움직였다.
되었을까?
아직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경지에서는 이곳에서 나가서 시간을 비교했을 때 알 수 있었다. 작은 차이라도 나면 된다. 시천비술이 시작만 되면!
제발!
어떻게든 구화마공을 십이성 대성을 이루려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향이 탔을 때, 나는 시공이환술을 풀었다.
스스스슷
시공이환술의 세상이 사라지고 그 속에서 나온 나는 천천히 피워둔 향으로 걸어갔다.
향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똑같은 깊이로 향을 꽂았다.
물끄러미 그것을 쳐다보는 눈빛만큼이나 내 심장도 떨렸다.
두 향의 길이가 다르게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