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72)
절대회귀-272화(272/424)
제272회 왜 하필 우리냐?
마차로 걸어가는 진하군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여동생인 진하령이었다.
“연회에 참석한다고?”
“네가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이긴. 우리 오라버니 잘 가라고 배웅나왔지.”
“왜 안 하던 짓 하냐고.”
일찍 부모를 여의고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자랐다. 그래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진하령이 이렇게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적은 처음이었다.
“검무극 그자 때문이냐?”
“무슨 뜻이야?”
“그자가 걱정돼서 나온 거냐고?”
진하군은 지난번 소룡전 때 검무극과 동생이 인연이 닿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검무극의 도움을 받아서 동생이 무사할 수 있었다는 것도.
진하령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고, 맞다고 할 수도 없었다.
오라버니가 걱정된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이고, 검무극이 걱정된다고 하면 괜한 오해를 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쉬운 상대가 아니야. 절대 방심하지 말라고. 그 말을 해주려고 왔어.”
“나도 그자의 비범함은 알고 있다. 조심하마.”
진하령이 마차에 타려는 오라비의 팔을 잡았다.
“그를 대할 때 선입견을 버리고 봐야 해. 마인이니까 이러하겠지, 이런 생각 하지 말라고. 그는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진하군은 동생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아직 검무극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검무극 그자는 너무 컸다. 지금 그 기세를 꺾지 못하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도 없을 거다.”
진하령도 검무극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들려오는 소식은 놀라운 것들이었다. 처음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때가 생각났다.
―검연입니다. 인연 연(緣)자가 아니라 연기 연(煙)자입니다. 저는 이렇게 있다가 연기처럼 사라질 겁니다.
어쩌면 그녀에게 그는 검무극이 아니라 검연이었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정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으니까. 그래서일 거다. 한 번씩 그가 생각나는 이유는. 소교주가 되었다는데, 축하한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 리 없었기에 진하군은 검무극을 적으로 여겼다.
“나는 믿는다. 그 어떤 악의도 협의가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그러자 진하령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 저쪽이 마협(魔俠)이면 어떡하려고?”
마인이면서 협의를 갖춘 무인. 검무극을 봤을 때는 몰랐는데, 헤어지고 그를 떠올릴 때면 문득문득 마협이란 말이 떠올랐다. 구태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지켜야 할 것들을 반드시 지키는, 그래서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망설이는 답답한 협이 아니라 거침없이 박살 내버리는 그런 마협 말이다.
“그런 사람이 존재할 리가 있겠느냐? 그런 건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에 불과하다. 협의를 지켜나간다는 것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강자존에 미쳐 있는 마인들은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게 진하군을 태운 마차가 출발했다. 그를 수행하는 무인들이 말을 타고 뒤따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진하령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선입견을 버리라는 말이었어.”
그녀는 오라비도 믿었고, 검무극을 믿는 마음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진하군의 오늘 행보는 무림의 패권을 다투는 일이었다. 야망이 충돌하고 욕망이 미쳐 날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랬기에 저 멀리 달려가는 마차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지금껏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걱정을 하는 걸 보니, 어느새 자신은 어른이 되었고 무림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격변하고 있었다.
* * *
“왜 하필 우리냐?”
만나자마자 혈천도마가 따지듯 물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도마가 신나 있다는 것을. 이렇게 마존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 처음 불려 나왔으니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어서죠.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는데, 호남지단에 비상이 걸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자 혈천도마가 권마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렇다면 잘 골랐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권마 앞에서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사람이 혈천도마다.
“하면 나는 왜?”
당연히 공포 분위기는 권마 몫이라 여긴 혈천도마였다.
“어르신이 공포 담당인데요?”
“뭐?”
놀란 혈천도마가 다시 권마를 돌아보았다.
“그럼 이 사람은 왜 불렀는데?”
“똑똑한 사람도 필요해서요.”
“이놈이!”
혈천도마가 버럭 화를 내기 전에 안으려 달려들었다.
“어르신!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얼굴 담당은 권마, 매운 생강 담당이 혈천도마였다.
혈천도마가 보법으로 내가 안으려는 것을 피했다.
“저 호남에 와서 완전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고요! 두 분이 와주시길 얼마나 바랐다고요!”
“네가 잘도 당했겠다. 누굴 괴롭히고 있었더냐?”
“오해십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스럽게 혈천도마와 해후한 후 이번에는 권마와 인사했다.
“사부님, 뵙고 싶었습니다.”
권마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한 거냐?”
정말이지 ‘무림을 정복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도 다른 말 없이 ‘가자!’라고 할 것 같은 권마였다. 그만큼 든든했다. 저 무뚝뚝함 속에서 느껴지는 반가움은 그래서 더 기분 좋았고.
다시 뵈니 너무 좋습니다, 사부님.
정말 혈천도마와 권마가 오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 같았다.
“자, 이제 두 분도 오셨으니 무림 전체와 한판 붙어볼까요?”
두 사람에게 현재 벌어진 상황을 설명했다.
“……사도맹이 들어왔기에 우리가 움직일 명분은 충분합니다.”
“이미 사도맹과는 서로 흡수할 문파를 정했겠군.”
역시 노련한 혈천도마는 말하지 않아도 이번 합작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었다.
“역시! 어르신입니다.”
사도맹을 지지하는 문파와 본교를 지지하는 문파는 확실히 나뉘어 있었으니까. 굳이 이 부분으로 비사인과 다툴 필요는 없었다.
“사도맹은?”
“지금 문파들을 흡수 중입니다.”
그러자 권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도 가자. 시간 끌 것 없다.”
권마의 얼굴만 보여줘도, 이번 일은 이미 끝나 있었다.
* * *
천화문에 연회가 준비되었다.
연회는 밤에 열렸고, 믿을 수 있는 무인들로 배치되었다.
서청은 무림맹주가 될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후계자가 젊다고 했으니, 내가 잘 구슬려봐야겠다. 이번 기회에 무림맹으로 진출하는 것도 괜찮고.’
호남의 젊은 후기지수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젊은 놈들은 잘 다룰 자신이 있었다.
반면 서백중은 초조한 듯 입구만 쳐다보고 있었다.
올 시간이 지났는데 천화문을 따르는 방파의 수장들이 아무도 오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가 그들보다 진하군이 먼저 오면 낭패였다.
초조해진 서백중이 심복인 유맹을 닦달했다.
“왜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이냐?”
유맹이라고 어찌 그 이유를 알겠는가?
그가 우물쭈물 대답을 못 하자 서백중이 추궁하듯 물었다.
“제대로 기별한 게 맞느냐?”
“맞습니다.”
“혹 날짜를 잘못 전한 것 아니냐?”
“아닙니다. 이 일이 어떤 일인데 소홀히 전했겠습니까?”
“하면 왜 오지 않는 거냐? 어서 가서 확인해 봐라.”
“네.”
유맹을 보내고도 서백중은 안절부절못했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눈치를 봐서라도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와야 정상인데.
그때 수하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멸마대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그 말에 서백중은 깜짝 놀랐다. 진하군이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것이다.
문이 열리고 멸마대 무인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주위를 장악했다.
지켜보던 서청은 깜짝 놀랐다. 첫 멸마대 무인이 들어섰을 때, 그 무인이 멸마대주인 줄 알았다. 그런 착각이 들 만큼 멸마대 무인들의 기세는 보통이 아니었다.
가까이 선 멸마대 무인과 눈이 마주쳤을 때, 서청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같이 어울리던 후기지수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기세였다.
곧이어 진하군이 그곳으로 들어섰다. 대주인 그의 기도는 멸마대 무인들과는 또 달랐다. 진하군은 감히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어떤 위엄이 있었다.
원래 서청의 계획은 능글능글 다가가서 ‘젊은 무인들끼리 앞으로 잘해보시죠?’를 거쳐서 ‘제가 멋진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까지가 목표였는데, 서청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진하군의 뒤를 따라 한 명의 노인이 들어왔다.
새하얀 백의에 한 자루의 검을 가슴에 품듯이 들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실로 신선이 내려온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모두를 압도하는 존재감, 서백중은 그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검선(劍仙)이다!’
예전에 먼발치에서나마 그를 본 적이 있었다. 수많은 고수에게 둘러싸여 환대받던 그였는데, 정말이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기도를 지닌 절세고수였다.
검선 이학신(李學信).
정파의 절대고수이자 무림에서 손꼽는 검술의 고수인 그는 무림맹주 진패천의 친구이기도 했다. 진패천은 이번 손자의 호남행을 보좌해주길 그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서백중이 달려 나가 진하군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대주님.”
“반갑습니다, 문주님.”
“이번에 도움을 주셔서 제 아들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진하군은 고개를 끄덕일 뿐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학신을 그에게 소개했다.
“이번에 특별히 검선 어르신께서 함께 출도하셨습니다.”
서백중의 허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내려갔다.
“검선 어르신을 뵙게 되어 가문의 영광이옵니다.”
“반갑네.”
검선은 그 한마디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천화문을 흡수하는 일이 탐탁지 않았다. 지금까지 정도의 길을 걷지 않았던 자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받아들이는 것이었으니까.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나온 것이다.
“자, 이리로 앉으시지요.”
진하군이 상석에 앉았고, 검선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섰다. 배분으로 따지면 마땅히 그가 상석에 앉아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철저히 진하군을 지켜주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미 그 부분은 진하군과도 이야기가 끝났기에, 진하군은 오늘 방문한 목적에 집중했다.
멸마대 무인들이 연회장에 차려진 술과 음식에 은침을 찔러 일일이 독이 들었는지를 확인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군요.”
진하군의 말에 서백중은 뜨끔했다. 원래라면 다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백중이 애써 태연하게 술을 부어주며 말했다.
“대주님과 따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에 그들을 좀 늦게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것으로 화제를 돌렸다.
“본문을 따르는 문파가 서른 곳이 넘습니다. 그들을 모두 흡수한다면, 호남의 패권을 무림맹이 쥘 수도 있을 겁니다.”
아들을 구해줘서 이쪽이 저자세로 나가야 할 것 같지만, 이번 일의 본질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칼자루를 쥔 쪽은 자신이었다.
아들을 구해준 일은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 천화문이 얼마나 필요했으면 마교와의 충돌을 감수하고서 개입했겠느냐고. 게다가 어디 천화문만 흡수되는 일인가? 천화문을 따르는 삼십여 개의 방파까지 덤으로 주어진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해.’
반면 진하군은 말을 아끼고 있었다.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같은 자다. 그런 자를 상대할 때는 일단 말을 아끼고,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말이 많아지면 노련한 상대는 그것에서 약점을 찾아내기 마련이니까.
“짐작하시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천마신교와 사도맹을 추종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을 무림맹으로 흡수하기 위해선 대주님이 강력한 힘을 보여주셔야 할 겁니다.”
진하군은 반드시 그들의 마음을 돌릴 작정이었다. 그들을 얻지 못하면 자신의 고유권한까지 쓴 일이 반쪽짜리 성과가 될 것이다.
“힘을 보여주고 싶어도 오지를 않는군요.”
진하군이 웃으며 말하자 서백중도 농담으로 받았다.
“감히 멸마대주님을 뵙기가 두려운 모양입니다.”
이후에도 서백중은 이런저런 말로 시간을 끌어 보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서백중은 애가 닳았고 손이 떨렸다. 자신은 가문을 걸고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고 있는데, 정작 나타나야 할 사람들이 오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진하군은 처음에는 서백중이 기싸움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왔습니다!”
서백중이 반가운 얼굴로 소리치며 문 쪽을 쳐다보았다. 우르르 다들 들어오기를 바랐는데, 열린 문으로 한 사람이 들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던 그 순간, 멸마대들이 몸을 날려서 진하군을 보호하며 막아섰다.
채앵.
그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사기를 감추지 않고 들어선 사람은 비사인이었다.
사도십삼랑 역시 일제히 검을 뽑아서 앞으로 나섰다.
멸마대와 사도십삼랑이 서로에게 검을 겨누며 대치했다.
비사인 뒤로 괴악과 광섬이 들어섰다. 멸마대 무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눈에도 자신들의 실력을 넘어서는 고수인데다 그들이 뿜어내는 사기가 워낙 짙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바로 그때였다.
휘이이이이이이!
한줄기 청량한 기운이 바람처럼 불어와 잠식해 들어오던 사기를 밀어냈다. 검선이 내뿜은 기도였다. 사기를 뒤로 밀어내자 멸마대 무인들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러자 괴악과 광섬이 내공을 더욱 끌어올리며 사기를 발출했다. 검선은 둘의 공세에도 밀리지 않았다.
그들 간에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벌어지자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누군가 실수로 비수라도 떨어뜨리는 순간에는 혈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지고 있을 때, 비사인이 돌아서며 괴악과 광섬에게 정중히 말했다.
“지금은 잠시 저쪽 대주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선배님들의 회포는 조금 나중에 푸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괴악과 광섬이 뿜어내던 사기가 사그라졌다. 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맹주의 명령만큼은 확실하게 따랐다. 검선 역시 발출한 기도를 회수하며 두 명의 사파 고수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그들은 서로가 누군지 잘 알았다. 눈빛들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직 살아계셨소?
―세상에 악들이 넘쳐나니 죽을 시간도 없다네.
하지만 그들은 귀한 사람들을 모시고 왔기에 더는 감정싸움을 하지 않았다.
비사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는 사도맹 소맹주 비사인이오.”
그가 신분을 밝히자 장내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특히 서백중은 두려움에 떨었다. 절대 나타나서는 안 될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왜 수장들이 오지 않는지를.
‘이것들이 다 돌아섰구나!’
서청은 비사인의 등장에 멀찌감치 물러나서 언제라도 달아날 준비를 했다.
진하군이 앞으로 나서서 인사했다.
“나는 무림맹 멸마대주 진하군이오.”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서로를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나중에 무림맹주가 되고 사도맹주가 되면 평생의 숙적이 될 상대였다.
“어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되셨소.”
진하군의 질책을 비사인은 부드럽게 받아넘겼다.
“그래서 물어보려고 왔소. 우리에게 와야 할 초대장이 왜 그쪽에 갔는지. 실수였으리라 생각되오만.”
“그대에겐 아쉽게도 실수가 아니었소. 이미 서 문주께서는 무림맹과 뜻을 함께하기로 하셨으니까.”
그러자 비사인이 서백중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말이 사실이오?”
서백중이 어찌 감히 그렇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난처한 그를 대신해 진하군이 나섰다.
“이보시오, 지금 남의 구역에 와서 뭐 하자는 거요?”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진하군은 한치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건 비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멸마대도, 사도십삼랑도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난전이 펼쳐진다면 큰 희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천천히 문이 열리며 새로운 사람이 등장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서백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사인의 등장만으로도 낭패였는데, 절대 와서는 안 될 사람이 또 온 것이다.
검무극이 마기를 풀풀 풍기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와 함께 열두 명의 호위들이 전원 따라 들어왔다.
대치하고 있던 멸마대와 사도십삼랑이 반씩 나눠지며 천마전 호위대와도 대치했다.
검무극 뒤로 혈천도마와 권마가 뒤따라 들어왔다.
두 마존의 등장에 검선과 괴악, 광섬도 흠칫 놀랐다.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순식간에 그곳을 마기로 뒤덮으면서 검무극이 차갑게 말했다.
“구역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우리 말은 똑바로 합시다. 여긴 우리 구역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