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78)
절대회귀-278화(278/424)
제278회 오랜만에 호북일미 보니까 떨려?
권마와 함께 혈천도마의 거처로 찾아갔을 때, 그는 책을 읽고 있었다.
“뭔 책을 여기까지 와서 읽으십니까?”
내 말에 혈천도마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집에 안 보내주니까 여기서라도 읽어야지.”
“그 책은 어디서 난 책인데요?”
“지단 무인들을 위해 마련된 서고가 있더구나.”
무인들이 책을 읽기나 하겠는가? 형식적으로 갖춰둔 그곳까지 뒤져서 기어코 읽을거리를 찾아낸 그였다. 이런 점을 보면 그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만 읽으시고, 이거부터 읽어보세요.”
그제야 혈천도마가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무림맹주의 손녀에게서 전서가 왔습니다.”
“무림맹주 손녀가 왜?”
“도움을 청하는 내용과 함께 후기지수 모임에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틀림없이 이번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쪽에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구나.”
혈천도마는 이 반응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고 조언을 해주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서 기별이 왔다.
“짐작하건대 천화문주와 진하군을 연결해준 자가 이번 일의 실패로 진하군을 압박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시기에 진하령이 나를 보자는 것은 오라버니인 진하군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에는 권마가 물었다.
“어떻게 할 거냐?”
“친구가 도움을 청했는데 가야지요.”
권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무림맹에 가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예전 내가 그들과 접촉할 때와 소교주가 된 지금 접촉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으니까. 나의 행동이 본교의 공식 입장이 될 수 있었다.
“신중히 움직이겠습니다.”
그러자 권마가 단호히 말했다.
“우리도 함께 가겠다.”
혈천도마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이미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진 나와 함께 움직이자고 이야기를 끝낸 모양이다.
“두 분이 참석하면 무림맹 전체에 비상이 걸리겠죠. 본교 호남지단에도 비상을 거시는 분들인데.”
두 마존들이 옅게 웃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호남지단에 비상이 걸렸던 일은 우습겠지.
독왕이나 취마였다면 함께 연회에 참석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두 사람은 눈에 띄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무림맹에서 가장 가까운 안가에 계셔 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하면 곧장 기별하겠습니다.”
두 마존이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적연이 와서 누군가 도착했음을 보고했다. 생각지 못한 전서에 이어 생각지 못한 사람의 방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여인이었다.
“이 무인이 왔습니다.”
* * *
이안이 호남지단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복면을 착용한 그녀는 평소와 다른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단 무인들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복면으로 감출 수 없는 미모도 미모지만 그녀가 풍기는 기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걸음걸이만으로도 일반 무인들을 압도하는 고수의 기세가 느껴졌다.
그녀는 흑의 무복과 복면을 착용했고, 검은 복면에는 하얀색으로 귀영(鬼影)이란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 뒤로 청면이 십여 명의 무인과 함께 뒤따라 들어왔다. 모두 같은 복장이었는데 하나 같이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안!”
내 부름에 이안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원래라면 오랜만에 본 나에게 도련님! 하면서 달려올 그녀였는데,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왔다.
―무복 새로 맞췄네? 멋지다!
내 전음에 이안이 빠르게 답했다.
―말 시키지 마세요! 멋있게 인사할 거예요.
―지금 너, 같은 쪽 팔과 다리를 들고 있어.
―하지 마요! 장난치지 마요! 도련님에게 첫인사 하는 자리인데 멋있게 인사할 거란 말이에요.
내 앞까지 걸어온 그녀가 정중히 포권하며 인사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이 가식이라니!
―참아요!
그녀 뒤로 함께 온 무인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우렁찬 인사에 이안이 그들을 소개했다.
“귀영대 제일조에요.”
그러자 청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인사했다.
“일조 조장 청면입니다. 소교주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드디어 귀영대 제일조가 완성된 것이다. 청면은 여전히 푸른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가면 속 두 눈이 더없이 믿음직해 보였다. 마존이 될 자리를 뿌리치고 조장을 선택한 남자다. 그가 이끄는 일조는 무림에 존재하는 그 어떤 조직의 일조보다 뛰어날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제일조뿐이지만, 점점 늘어날 거예요.”
이안에게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청면이 충성심을 더했다.
“우린 오직 소교주님의 명령만 수행합니다.”
“어떤 명령이라도?”
“네, 그렇습니다.”
“지금 가서 무림맹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할 텐가?”
자살 임무였음에도 청면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곧바로 명령을 수행할 겁니다.”
“만약 우리 아버지가 명령을 내리시면? 그리고 그 명령이 내 것과 상충하는 명령이라면?”
순간 청면은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히 대답했다.
“우린 오직 소교주님의 명령만 받듭니다.”
“나에 대한 충성심은 고마운 일이나 아버지 명령만큼은 예외로 둔다. 우리 아버지 명령은 내 명령이라 생각하고 따르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깊은 신뢰를 담아 청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진짜 당부는 전음으로 했다.
―나보단 자네 대주를 잘 챙겨주게.
청면이 가면 속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어떤 말보다 믿음이 가는 눈빛이었다.
청면을 지나 천천히 일조원들 앞으로 걸어갔다. 다들 젊었다. 이안과 청면이 엄선한 이들이니, 믿어도 될 무인들이었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복면을 벗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일일이 눈을 맞춰준 다음에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 대주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라고. 자기 행복을 위해 살라고.”
다들 들어본 말이라는 표정이었다. 아마 이안이 그들에게 나에 대해 설명한 것이 있으리라.
귀영대 무인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왜 귀영대라 이름을 붙였는지 아나?”
“소교주님의 그림자가 되겠다는 의지로 지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맞다. 너희는 내 그림자다.”
그때 뒤에 서 있던 적연이 살짝 긴장하고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귀영대 무인들의 기세가 호위들 못지않은 데다, 내 그림자라 이름 붙은 걸 보고서 묘한 경쟁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그림자는 자신들이라 여기고 있었을 테니까.
모른 척 귀영대 무인들에게 말을 이었다.
“본체는 행복한데 그림자가 불행하면 그건 이상하겠지? 그러니 나 나쁜 놈 만들지 말고, 본체보다 그림자가 더 행복해지도록. 난 너희가 행복해야 이 조직은 더 강해질 거라 믿는 사람이다. 자, 따라 한다. 행복한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행복한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따라 하면서도 일조원들은 어색해했다. 독특한 소교주란 것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외침을 복창하게 될 줄은 몰랐을 테니까.
행복.
지금까지 마교의 어떤 조직에서도 강조한 적 없던 말이리라. 아니, 정파와 사파에서도 없었을 것이다.
그때 이안이 끼어들며 그들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저 말씀이 너희가 비겁해지란 뜻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지?”
“물론입니다!”
우렁찬 대답이 흘러나왔다.
“오느라 수고했다. 적연, 귀영대에게 식사와 방을 내주도록. 그리고 이 대주는 나 좀 보고.”
그렇게 귀영대를 쉬게 하고 이안과 둘이 화원을 걸었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도련님 계시다는 것 들어서 본교로 돌아가는 길에 들렀어요. 지나가는 길이라서요.”
“일조원들 자랑하러 온 건 아니고?”
“표났어요?”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자랑하고 싶어서 당장 내게로 달려온 것이다.
“도련님께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때요? 제 수하들.”
잠시 대답을 아꼈다. 잔뜩 긴장한 그녀를 어떻게 놀릴까 고민할 때 그녀가 선수를 쳤다.
“다행이에요. 잘 뽑았다고 해주셔서.”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저 놀리려고 고민하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망쳤으면 놀릴 생각도 안 하셨을 텐데.”
눈치 빠른 이안의 말에 장난 대신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었다.
“그래, 다 괜찮아 보이더라. 뽑느라 고생했다.”
이안이 활짝 웃었다. 이 한마디에 지난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으리라.
“넌 어땠어?”
“이번에 중원을 돌아다니면서 제가 우물 안에만 있었다는 걸 몇 번이나 실감했어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런 의미에서 나랑 경험 하나 더 하러 가자. 너 도착한 날 초대장이 왔으니, 함께 가라는 운명인가 보다.”
진하령에게 전서가 날아온 날, 이안이 도착했다. 두 여인을 만나게 해주라는 운명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 모두 워낙 총명한 여인들이니, 이 만남이 그녀들을 어떤 식으로든 성장시켜 줄 거라 믿는다.
거기에 또 하나의 이유.
진하령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혹시 고향에 여자 있어? 좋아하는 여자?
―너보다 더 예쁜 여자가 있다.
―나보다? 그럼 당신 말의 신뢰도가 확 떨어지는데?
―너는 호북일미잖아? 저쪽은 천하제일미야.
―다음에 꼭 보여주세요, 그 천하제일미!
기회가 되면 소개해 주려 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누가 보낸 초대장인데요?”
난 옅게 웃으며 말했다.
“있어. 내 신뢰도를 추락시킨 사람이.”
* * *
진하령은 평소와 다름없이 모임을 개최했다.
이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후기지수들은 저마다 온갖 노력을 했다. 각 지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후기지수가 되어야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문파의 자제들과 인맥을 쌓을 기회라는 점이다. 특히 진하령에게 눈도장을 받는 것만으로도 이 모임은 의미가 있었다.
젊은 후기지수들은 내심 진하령과의 혼인을 꿈꾸며 모임에 참가했다. 대부분 자기 고을에서는 최고로 잘 나가는 그들이었기에 큰 꿈을 꾸었다.
상대는 무림맹주의 손녀에 호북제일미에 무공 또한 뛰어난 그녀였으니, 혼인할 상대로는 정파 무림에서 최고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직접 진하령을 만나게 되면 그것이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녀는 모임 자체는 훌륭하게 잘 이끌었지만, 절대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지난 소룡전 사건 이후에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진하령의 호위인 추호가 다소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늘따라 유독 그녀가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
검무극이 당연히 올 거로 생각하진 않았다. 지난번 만났을 때와 달리 이제는 신분 차가 확실히 났으니까. 무림맹에 온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일이니 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괜한 기대가 들었다. 검무극이라면 왠지 와줄 것 같았다. 그는 그런 기대감을 주는 남자였으니까.
그러는 사이 속속 연회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신이 누군지를 알리기 위해 다들 애쓰고 있었다.
휘장 뒤에서 바깥을 쳐다보았지만, 검무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 오려나?’
섭섭함이나 자존심 상하는 것은 둘째치고, 오라버니에게 그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가실 시간입니다.”
추호의 말에 그녀가 마음을 다스렸다.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녀가 나오자 모두 박수치며 환호했다. 그녀를 처음 본 사람은 호북일미의 미모에 크게 감탄했다.
보통 귀한 걸음 해주신 동도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반갑다, 친구들아.”
농담으로 운을 떼자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며 대번에 분위기가 좋아졌다.
“할아버지가 연설 시작하시면 아무리 지겨워도 다들 눈도 깜짝 못하죠? 자, 지금은 졸아도 괜찮아요.”
다시 이어진 웃음소리. 원래 진하령은 이렇게까지 시원시원한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무극을 만나고 난 이후, 그녀는 바뀌었다. 바뀌려고 노력 중이었다. 왜 그러는지는 그녀 자신도 몰랐다.
“근래 심상찮은 소식들을 들었을 거예요. 마교에서 들려온 소식, 사도맹에서 들려온 소식 말이에요.”
마교와 사도맹이 언급되자 다들 표정이 굳어졌다. 모인 이들 대부분은 명문의 자제들이었기에 마교와 사도맹 후계자에 대한 소문을 여러 경로로 듣고 있었다. 특히 마교의 후계자에 대한 소문은 그야말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
“우리가 왜 모여야 하고, 우리가 왜 똘똘 뭉쳐야 하는지 그 소문이 말해주고 있죠. 역대 그 어떤 후계자보다 굉장한 사람이 나타났으니까요. 그리고 그를 상대할 사람은 할아버지나 부모님이 아니에요. 미래에 우리가 상대해야 하죠.”
장내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
잠시 연설을 멈추고 진하령은 말없이 그들을 둘러보았다. 젊은 무인들이 각성해야 한다. 그를 상대하려면, 진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로 그때였다. 진하령은 후기지수들 사이에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상대를 보는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 대체 언제 들어와 있었던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 검무극이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아! 왔구나!’
울컥 반가움이 솟구쳤다. 맑고 깊으면서도 금방이라도 장난칠 것 같은 순수한 눈빛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그가 고마웠다. 도움을 요청하자 그는 거부하지 않고 이렇게 달려와 주었으니까. 마교 소교주이면서 저렇게 정파 사람들 속에 홀로 서 있다. 와달라는 자신의 부탁에 말이다.
검무극을 응시하며 그녀는 연설을 이어갔다.
“소문 속 마교 소교주는 보통 사람이 아니에요. 그 누구보다 강하고, 똑똑하고 또 용감하다고 했어요. 심지어 약속도 잘 지킨다죠?”
검무극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러니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고 실력을 쌓아야 해요. 방심하고 있다간 언젠가 마교 소교주의 검이 우리의 심장을 찌를 거예요. 그러니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노력합시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 졸고 있을 시간 없어요.”
후기지수들이 열광하며 환호했다.
시끄러운 장내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 * *
연설을 마친 진하령은 곧장 후원에서 검무극과 따로 만났다.
“정말 와줬군요.”
“우리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잖아?”
“오랜만에 보니까 어색해서.”
“편하게 대해도 돼. 난 친구로 온 거니까.”
가까이서 검무극을 보니 진하령은 괜히 긴장되고 떨렸다. 오라버니 문제까지 있다 보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정말 친구로서 와준 것이겠지? 혹시 이 사람에게 속고 있는 건 아닐까? 고마움과 두려움이 뒤섞였다.
그래서 그녀는 괜히 너스레를 떨며 긴장을 풀었다.
“어때, 오랜만에 호북일미 보니까 떨려?”
“나야 천하제일미를 만날 보는 사람이라서.”
“또 허세를 떠신다?”
“그럴 줄 알고 데려왔지.”
“그럼 어디 보여주시죠, 그 천하제일미.”
이때까지만 해도 진하령은 검무극이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검무극이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건물 뒤에서 이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여인과 함께 온 것을 알자 진하령은 깜짝 놀랐다.
이안이 천천히 건물 그림자에서 나와 두 사람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