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28)
절대회귀-328화(328/424)
제328회 열심히 살아보고 도망쳐라.
환왕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그 관문을 다 뚫고 왔다고?’
풍천교주가 환왕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나? 자네가 이 사람을 몰라서 그런다고.”
마불의 관문도 어려웠지만, 검무극을 막은 관문은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특히 혈독대망이 있는 관문을 생각해 보면.
“만독불침이 아니면 통과할 수 없는데.”
독 때문에 아예 시도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소교주를 죽이지 않고 묶어둘 수 있다고 판단했던 거고.
검무극이 풍천교주 옆에 나란히 서며 말했다.
“내가 독왕하고 친해서.”
마불도 풍천교주 옆에 나란히 섰다.
“독왕하고는 나도 친하지.”
풍천교주는 자신의 좌우에 든든하게 서는 두 사람을 보며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하러 달려온 사람이 검무극이고 마불이었으니 이 벅찬 감정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는가?
기쁨이 휘몰아친 후에 밀려든 다음 감정은 이것이었다.
‘소교주가 왔다!’
검무극이라면 왠지 소백타를 구해낼 수도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기에 이공자, 이공자, 소교주, 소교주 노래를 부르며 뒤엉켰던 것이 아니겠는가?
‘소교주, 부디 부탁하네.’
그의 기쁨과 믿음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듯, 검무극의 다음 행동은 풍천교주를 더욱 격정에 휩싸이게 했다.
검무극이 자신의 등에 은밀히 손을 대더니 한 줄기 내력을 넣어 내상을 다스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자네는!’
풍천교주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검무극 이 사람은 사람 자체가 다르구나. 이 순간 내상부터 걱정하는 마음 씀씀이도 그렇고, 선 채로 과감하게 내공을 주입하는 것도 그렇고. 이 상황에서 보통 사람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풍천교주의 내부가 편안해지며 안색이 좋아졌다.
끝으로 날아든 검무극의 전음.
―놈을 놓쳐도 좋으니 절대 무리하지 마십시오.
검무극에게는 환왕을 쫓는 것도 중요하고 소백타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천교주의 안위가 가장 중요했다.
환왕은 소백타 뒤에 완전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 소백타는 여전히 인질 상태였지만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두 사람이 왔으니 사부님은 무사하실 거다.’
기쁜 만큼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세 사람이 합공하면 환왕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자신이었다.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지는 그를 검무극이 위로했다.
“본교에서는 섭혼마존이 당했고, 무림맹주의 손자도 당했소.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 없소. 저들이 워낙 치밀하게 접근해온 탓이오.”
환왕이 소백타의 목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협박했다.
“이대로 떠나라. 제자를 죽이고 싶지 않으면.”
손가락이 금방이라도 소백타의 목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검무극이 풍천교주에게 말했다.
“제자는 본교에도 있으니 한 명쯤 없어도 되지 않습니까?”
풍천교주가 대답하기 전에 환왕이 먼저 말했다.
“허풍은 안 통해. 교주가 제자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환왕은 조급해하고 있었다. 앞에 나란히 선 세 사람은 일 대 일로 붙어도 방심해선 안 될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나마 그에게 다행이라면 풍천교주는 내상을 입었고, 나머지 두 사람의 내공 역시 많이 소모되었을 거란 점이었다. 급하게 달려왔으니 내공을 회복할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혼자서 세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세 사람 내공을 합친 것이 설령 자신보다 적다 하더라도, 그게 어찌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겠는가? 상대는 한 줌의 내력으로도 뭐가 나올지 모를 절대고수들인데.
환왕의 협박에 풍천교주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미리 작별 인사나 해두자. 못 구해줘서 미안하다.”
검무극과 마불이 풍천교주를 쳐다보았다. 제자를 구하기 위한 어떤 계략이 아님을 느꼈다. 그는 제자와 진짜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소백타는 자신을 향한 눈빛에서 사부의 마음을 느꼈다. 그에게 할 말은 이것으로 충분하리라.
“저 역시 다시 돌아가도 꼭 사부님의 제자가 되는 인생을 살 겁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나오니 환왕의 표정은 절로 굳어졌다.
소백타가 인질로서의 가치가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자신이 죽을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풍천교주가 없다면 환술로 달아날 수도 있을 텐데. 풍천교주가 있기에 그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공간에서 섣불리 나가면 안 된다. 밖에서 싸우는 것보다 이 공간에서 자신의 무공은 훨씬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그가 믿는 것은 혈교의 유산, 바로 이곳이었다.
“비겁하게 삼 대 일로 덤빌 건가?”
환왕의 말을 받은 사람은 소백타였다.
“이 비겁한 놈아! 내 뒤에 숨어서 그게 할 소리냐? 날 죽이고 너도 자결해라. 너나 나나 한심한 인생, 같이 죽자!”
그의 말을 무시하며 환왕은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결정은 네가 하지 않느냐는 눈빛에 검무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날 보지 마시오. 솔직히 인질로 잡고 계신 분은 내겐 중요하지 않소. 인질로 잡으려 했으면 여기 두 분 중에 한 분을…….”
그렇게 풍천교주에게 고개를 돌렸다. 환왕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그를 향하던 바로 그때.
검무극의 신형이 번쩍하면서 환왕을 향해 쇄도했다.
쇄애애애애액.
공격하지 않을 것 같았던 바로 그 순간은 노린 기습이었다. 소백타를 죽여도 상관없다는 그런 공격이었다.
이 순간 이렇게 공격해올 줄 몰랐기에 환왕은 허를 찔렸다.
본능적으로 소백타를 죽이려다가 포기했다. 검무극의 움직임이 빨라도 너무 빨라서 자신도 최소 팔 하나는 잘릴 것 같아서였다. 본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소백타로 막았어야 했는데.
환왕이 사라지던 그 순간.
검무극은 소백타를 안고 뒤쪽으로 쇄도했다.
쉬쉬쉭!
내려서려는 쪽에 검을 내질렀다. 환왕이 그쪽으로 은신했을 가능성을 생각해서였다.
그때 풍천교주가 소리쳤다.
“위험해!”
풍천교주가 일장을 내질렀다. 그의 장력이 향한 곳은 소백타의 그림자였다.
소백타의 그림자 속에 숨었던 환왕이 몸을 일으켜서 검무극을 기습하려 했던 것이다.
꽝!
그림자가 사라졌고 소백타의 그림자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검무극은 재빨리 소백타의 내공을 풀어주었다. 그제야 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그였다. 검무극의 과감한 판단으로 소백타를 구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를 구했다는 기쁨을 나눌 여유는 없었다.
풍천교주가 모두에게 환왕이 이 공간에 은신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환왕의 은신술은 그야말로 최고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는데 그가 사용하는 혈풍은영술(血風隱影術)은 혈교 은신술의 정점에 있는 무공이었다. 은신술로만 따지면 아버지의 호위인 휘의 실력에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이었다.
검무극이 마불에게 전음을 보냈다.
―빛을 부탁합니다!
마불이 재빨리 수인을 맺었다.
전법광인!
마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공간을 밝혔다. 그 찰나의 순간 검무극은 신안술을 발휘했다. 그리고 보았다. 다른 곳과 빛이 다르게 반사되는 곳이 있음을.
쉬이이익.
파악!
허공에서 피가 튀며 환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풍천교주가 쇄도해서 그를 끌어내려 했는데 간발의 차로 다시 숨어버렸다. 하지만 풍천교주가 다시 허공에 손을 쑥 집어넣어서 그를 끌어냈다.
파파파팡!
모습을 드러낸 환왕과 풍천교주가 허공에서 장법을 주고받았다.
환왕은 풍천교주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내상을 입은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풍천교주가 내공에서 불리했다.
그랬기에 검무극이 그를 돕기 위해 몸을 날렸다. 마불은 소백타 앞으로 와서 그를 지켰다. 다시 환왕이 그를 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환왕이 혼신을 다해 쌍장을 내질렀다.
꽈앙! 꽝!
검무극과 풍천교주를 뒤로 밀어낸 환왕이 비장의 한 수를 발휘했다. 비기를 아꼈다간 써보지도 못하고 죽을 상황이었다.
휘류류류류류류.
환왕의 몸 주위를 피처럼 붉은 안개가 감싸는가 싶더니, 안개가 사라졌을 때 그의 모습도 바뀌어 있었다.
그의 피부는 붉은 강철로 만들어진 것처럼 변해 있었다. 두 눈 역시 시뻘겋게 변한 채 지독한 혈기를 내뿜고 있었다.
환왕이 펼친 무공을 알아본 풍천교주가 소리쳐 경고했다.
“조심하게! 철혈파천술(鐵血破天術)이네!”
혈교의 마공도 여러 계파가 있고 갈래가 있었다. 환왕이 계승한 마공은 혈령술 계열이었는데, 철혈파천술은 몸의 내력과 혈기를 모두 끌어올려 일정 시간 몸을 강철처럼 만들면서 동시에 가진 힘의 몇 배를 발휘하는 혈령술의 마지막 비기였다. 거기에 이 공간에서 발휘되었기에 위력은 더욱 강력했다.
쇄애애애액!
환왕은 망설이지 않고 검무극을 향해 쇄도했다.
파파파파파팡!
환왕이 두 주먹을 연속해서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너무나 빠르고 강력해서 검을 쓸 여유가 없었다.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며 권법으로 그와 맞섰다.
환왕의 마지막 비기인 만큼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온몸에 밀려드는 충격이 엄청났다.
검무극은 벽력수라권의 수비식인 금강수라를 발휘했고, 천마호신공까지 발휘했다. 공격은커녕 막는 것도 급급했다.
풍천교주의 손에서 날아간 무형기가 정확하게 환왕의 등에 박혔다.
하지만 환왕은 한차례 휘청했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검무극에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꽝꽝꽝꽝!
마불도 그냥 있지 않았다.
살법회인!
강기가 휘몰아쳤다. 적중당하기 직전 환왕은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자 강기는 그대로 검무극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무극도 반대로 몸을 피했다.
콰콰콰쾅!
그들이 있던 곳이 휩쓸려 날아갔다.
환왕은 곧바로 검무극을 노리고 다시 날아들었다. 철혈파천술을 사용한 환왕은 신풍사보의 움직임을 따라잡고 있었다.
환왕은 오직 검무극만 노리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들 넷 중에서 검무극이 가장 위협적이라는 것을.
구화마공이 펼쳐지면 혈교 마공으로는 절대 막아낼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검무극을 먼저 죽이려는 것이다.
소백타도 공격할 기회를 노렸지만 검무극과 환왕이 뒤엉켜 싸우고 있기에 함부로 공격을 가할 수 없었다.
마불이 풍천교주를 쳐다보았다. 눈빛으로 마불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풍천교주가 구결을 읊는 그 순간!
환왕이 순간 어딘가로 쑥 빠져들려다가 튀어 올랐다. 발밑에 시커먼 구멍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를 빠뜨리기 위한 함정이 아니었다. 아주 잠깐 공격을 멈추게 할 목적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으로 충분했다.
검무극이 뒤로 몸을 날려 거리를 벌리던 바로 그 순간!
마불의 수인이 완성되었다.
마장멸인!
거대한 손바닥이 환왕을 내리찍었다.
꽈아아앙!
하지만 환왕은 양손을 들어서 그것을 막았다. 마불과 환왕 모두 내력을 끌어올렸다. 짓누르는 쪽과 눌리지 않으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던 바로 그때! 환왕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펼쳐졌다.
거리와 시간을 번 검무극에게서 구화마공 제일식 인멸식이 발휘된 것이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동서남북 사방에서 나타난 네 악귀가 환왕을 베었다.
쩌어어엉!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몸에 있던 붉은 피부가 깨진 쇳조각이 되어 촤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환왕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서 있던 그의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금 전 검무극과 풍천교주, 마불의 합공은 수없는 연습을 한 것처럼 완벽했지만, 순간적인 기지로 발휘한 합공이었다. 이렇게 상대가 검무극이고 마불이고 풍천교주니 자기 뜻대로 싸움이 진행될 리가 없었다.
스스슷!
큰 부상에도 그는 홀연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 세 개의 문이 생겨났다.
정말이지 눈으로 보면서도 극의에 다다른 환술 실력이 감탄스러웠다.
검무극이 풍천교주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
“혼자 가라고 등 떠밀어도 안 가네.”
“어느 문으로 가야 합니까?”
풍천교주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세 번째 문을 가리켰다.
“저쪽이네.”
네 사람이 나란히 그 문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사라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스스슷.
환왕이 다시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환왕은 재빨리 소환한 세 개의 문을 모두 없앴다.
그제야 한 사발의 피를 토했다. 철혈파천술이 깨어지면서 큰 내상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환왕의 표정에는 해냈다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더라도 이곳의 마지막 남은 관문으로 향하게 될 거다. 빠져나오려면 적어도 한 시진은 걸리겠지.”
환왕의 속임수였다. 앞서 그들은 세 개의 문을 통해 들어왔다. 자신이 그 문으로 달아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그 가능성을 세 개의 문으로 현혹한 것이다.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 그들이 찾을 수 없는 곳까지 멀리 달아날 것이다. 다음에 반드시 복수해주마!
구결을 읊어 이곳을 나가려던 바로 그 순간.
푸우우욱!
한 자루의 검이 그의 심장을 뚫었다.
환왕이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검무극이 서 있었다. 그의 옆으로 풍천교주와 마불, 소백타도 있었다.
풍천교주가 환왕에게 말했다.
“자네 속임수는 내가 간파했네.”
문으로 들어가는 척하면서 풍천교주는 세 사람을 데리고 시공이환술 속으로 들어갔다. 앞서 검무극이 시공이환술로 소백타를 속였듯, 풍천교주는 환왕을 속인 것이다.
환왕이 뭐라 하려고 입술을 달싹거리려던 그때, 악인을 대하는 검무극의 한결같은 태도는 환왕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굳이 죽기 전에 악인이 남기는 저주 같은 말은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쉬이이이익!
서걱!
검무극은 망설이지 않고 심장에 박혀 있던 검을 뽑아서 그의 목을 쳐버렸다. 두 눈을 부릅뜬 환왕의 머리통이 바닥을 떼구루루 굴렀다. 드디어 환왕을 제거하는 순간이었다.
“우선은 이곳부터 나가세.”
풍천교주가 구결을 읊자 네 사람은 그림 앞에 서 있었다.
드디어 이 징글징글한 그림 속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모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백타가 풍천교주에게 넙죽 엎드렸다.
“사부님.”
온갖 감정이 밀려들었다. 자신이 살 줄은 정말 몰랐다.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러 와준 사부가 정말 고마웠다. 검무극과 마불도 고마웠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 후, 사부에게 속마음을 전했다.
“환술 속에서 몇 번이나 다짐했습니다. 살아남으면 사부님을 위해 살아갈 거라고요.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남은 인생은 사부님의 뜻대로 살아가겠습니다.”
그러자 풍천교주는 부드러운 눈빛과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걸 내가 원한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교주 자리를 버리고 떠났겠느냐?”
“……사부님.”
“널 위해 살아가야지. 풍천교주로 살아가면 교주가 된 널 위해 살아가는 거고, 나처럼 도망쳐 나오면 도망친 널 위해 사는 거고.”
풍천교주가 마지막으로 해줄 말은 이것이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도망을 치더라도 열심히 살아보고 도망쳐라.”
소백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풍천교주가 제자를 일으켜 세웠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검무극은 환왕의 그림을 구긴 후 손바닥에 올렸다.
화르르르륵.
삼매진화에 타오르며 날아오르는 재를 올려다보면서 검무극이 말했다.
“혈교 부활을 위한 비밀결사는 이제 믿지 마십시오. 오늘부터는 음모론이고 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