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34)
절대회귀-334화(334/424)
절대회귀 334화
제334회 극악소마가 그렇게 좋으냐?
다음 날 아침, 내 거처로 생각지 못한 사람이 찾아왔다.
장호가 찾아온 것이다.
“소교주님.”
“이 아침에 자네가 웬일인가?”
“돌아오셨다는 소식 듣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모래바람 징글징글하게 맞고 왔지.”
“저는 새외에 가본 적이 없어서 한 번쯤 가보고 싶습니다.”
“밥에서 모래가 자글자글 씹히면 그때 아, 우리 소교주가 왜 그렇게 징글징글하다고 했는지 이제 알겠구나, 할 거네.”
장호가 웃었다. 수하들 앞에서 잘 웃지 않는 그였기에 이 멋진 웃음은 언제나 내 차지다.
“참, 그리고 이것 받으십시오.”
장호가 들고 온 것을 내밀었다. 종이에 싸인 것을 풀자 안에서 그림이 나왔다.
검을 허리에 차고 절벽에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그림을 보자마자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나였다.
“이 무섭도록 멋진 남자는 누군가?”
“소교주님이십니다. 아직 솜씨가 엉망이지만, 그래도 첫 그림은 소교주님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감히 존안을 그릴 수는 없어서 뒷모습을 그렸지요.”
나중에 은퇴하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을 때, 화공들이 쓰는 도구를 그에게 사다 줬었다. 그 첫 작품이 나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실력이 좋을 줄 몰랐네.”
듣기 좋으라고 해주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 화공이 그린 것처럼 멋진 그림이었다.
“그림 선물은 처음 받아 봐.”
“저도 처음입니다. 그림 선물 드리는 것은.”
“아버지에게 가서 자랑해야겠다. 마군주가 비록 녹봉은 아버지께 받지만 그림 선물은 제게 해줬습니다, 라고.”
장난인 줄 알지만 상상만 해도 땀이 나는지 장호가 당황했다.
“그것만은 봐주십시오.”
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너스레는 계속되었다.
“중원에 가져 나가서 팔면 얼마나 받을까? 천마신교 마군주가 그린 그림이다, 그러면 부르는 것이 값이겠는데? 안 살 거야? 정말 안 사? 고작 그 돈에 사겠다고?”
장호는 난처한 표정으로 제발 그만하라고 손사래를 쳤다.
“고맙네. 평생 잘 간직하겠네.”
“나중에 실력이 늘면 더 잘 그려서 드리겠습니다.”
“그땐 앞모습으로 그려줘. 이 잘생긴 얼굴 아깝잖아?”
순간 흠칫하는 장호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설마 나 잘 생겼다고 생각 안 하는 건가?”
이제 장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할 얼굴이십니다.”
“그렇지만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대답하진 않았지만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자네 눈에는 누가 잘 생겼는데?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 뽑아 봐.”
독왕일까? 아니지, 독왕은 나보다 어려 보이니까 아닐 테고. 잘 생기긴 극악소마가 잘 생겼는데 가면 속을 봤을 리 없고. 아, 그럼 취마이겠구나, 하고 있는데 생각지 못한 이름이 나왔다.
“권마님이 잘 생기지 않았습니까?”
“뭐? 미쳤어?”
정말 미쳤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남자답고 멋있고. 잘 생기셨잖습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진심임을 알고는 난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안목에 정말 실망이야. 제발 가기 전에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고 가!”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장호가 웃었다. 하지만 끝내 뜻을 굳히지 않았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장호가 정중히 인사하고 거처를 나갔다.
그가 가고 나자 적연을 비롯한 호위들이 와서 그림을 구경했다.
“멋집니다, 그림.”
“그렇지? 이런 재능을 썩히려고 했다니. 자네들도 취미 하나씩 가져. 자네들 인생을 위해서는 붓질 한 번이 백 번 칼질보다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
나의 이런 말들이 이제는 진심임을 알기에 호위들의 대답이 우렁찼다.
“알겠습니다, 소교주님!”
나는 거처를 나서며 말했다.
“나중에 물어볼 거야. 그러니 꼭 생각해둬. 아, 그리고 그림은 방에 잘 보이는 곳에 좀 걸어주고. 나, 악인곡 간다. 안 따라와도 돼.”
* * *
악인곡에 들어섰을 때 평소와 달랐다.
그곳은 축제 분위기였다.
건물마다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었고, 무면객들의 가면은 전부 알록달록 화려한 색들이 칠해져 있었다. 곳곳에선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있었고 술을 항아리째 나르고 있었다. 평소의 그 무서운 느낌의 가면들이 아니었다. 오늘은 다들 들떠 있었다.
날 알아보고 인사하던 무면객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오늘 마존님 생신이십니다.”
“극악소마님 생신이시라고?”
“그렇습니다.”
“나 왔다 갔다는 소식 전하지 말게.”
일단, 악인곡을 도로 나왔다.
극악소마 생일인 줄은 몰랐다. 몰랐으면 몰랐지, 알았는데 그냥 빈손으로 갈 수는 없다.
뭘 선물해 주지?
예전에 혈천도마 생일에는 최상급 피독주를 선물로 주었는데. 그때 관계와 지금 관계는 또 달라서 당시에는 그것만 해도 큰 선물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곧장 천마전으로 달려갔다.
“아버지 뵙고 싶어서 또 왔습니다.”
아버지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제 인사하고 오늘 또 찾아온 것이 아무래도 수상한 것이다.
“바둑 한판 두실래요?”
“바쁘다.”
“그럼 비무라도 한번 하실래요?”
“용건이 뭐냐?”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말했다.
“천마보고에서 보물 하나만 더 가져가게 해주십시오.”
아버지는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았다.
“불가!”
그래, 소교주가 된 기념으로 특별히 개방해주셨는데. 불쑥 찾아와서 달라고 하면 안 주시겠지.
“제가 뭘 하면 주시겠습니까?”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어깨 주물러 드릴 수 있습니다. 평생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남이 내 몸에 손대는 것, 딱 질색이다.”
“제가 남입니까?”
물론, 그래봤자 어림도 없는 시도였고.
“매일 바둑 두러 오겠습니다.”
“하수와 두면 수 준다.”
“매일 열심히 무공수련하겠습니다.”
“그러든지.”
“혹시 숨겨둔 딸 없습니까? 위험할까 봐 신분을 감추게 해서 몰래 숨겨두신 딸 말입니다. 어디선가 평범한 신분으로 크고 있는 거죠. 한데 그 딸이 위험에 빠진 겁니다. 아들아, 비밀리에 가서 구해오너라. 믿을 사람은 너밖에 없다. 대신 보물을 하나 주마.”
아버지의 입꼬리가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말려 올라갔다.
“위험할까 걱정되면 본교에 두어야 하지 않겠냐?”
“그야 야망에 미쳐 있던 형이 걱정돼서 숨겨두었을 수도 있죠.”
“지금 상태를 보니 네가 더 걱정된다.”
“세상 다 가진 분에게 제가 뭘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냥 주십시오!”
뻔뻔한 요구에 아버지가 태사의에서 일어났다.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는데.
“걷자.”
아버지와 함께 내원을 거닐었다. 지나가던 마인들이 모두 정중히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놀랍게도 산책길이 향한 곳은 천마보고였다.
“하나 골라서 나오너라.”
이렇게 순순히 주시자 오히려 불안해졌다.
“왜 이렇게 순순히 주시는 겁니까?”
“헛된 욕망이 쌓이지 말라고.”
“무슨 말씀이신지요?”
“내가 천마가 되면 마음껏 써야지. 이런 욕망 말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 너도, 천마보고도.”
너도란 말에 가슴이 울컥했다.
더 놀랄 일은 아버지는 이미 알고 계셨다는 점이었다.
“극악소마가 그렇게 좋으냐?”
“알고 계셨군요.”
오늘 극악소마 생일이란 것을 알고 계셨고, 내 방문이 그에게 선물을 주기 위함임을 짐작하신 것이다.
그 사람이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물어볼 법도 했는데.
“가지고 나오너라.”
잠시 후, 난 하나의 보물을 가지고 그곳을 나왔다.
“헛된 욕망은 쌓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가득 쌓이고…….”
아버지는 내 말을 다 듣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셨다.
잠시 서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평소 아버지의 등은 크고 든든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온갖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오늘은 나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처음 회귀했을 때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았기에 자신했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전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았답니다! 이런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느낀다.
더 오래 산 것과는 별개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와도 별개로, 아버지로서의 강함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남들에게는 아부에 너스레에 농담에, 온갖 말을 다 하는 나지만, 아들에게만큼은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런 아버지 말이다. 평생 자식 욕심이 없던 나인데, 오늘 이 순간만큼은 욕심이 난다.
저 앞에서 아버지가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안 올 거냐는 아버지의 눈빛에 아버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제가 매일 찾아뵙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바둑도 두고, 용돈도 자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가요! 마존들이 누굴 닮아 그렇게 가버리나 했더니. 아버지!”
* * *
극악소마의 거처에 도착했을 때 그는 새하얀 방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생일인데도 그렇게 있었다.
“소마님!”
“소교주님!”
날 향해 돌아선 극악소마의 눈구멍 속 두 눈이 활짝 웃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교감해서일까? 그냥 보기만 해도 저 소마의 눈빛이 주는 울컥함이 있다.
“어제 석상 위에 서 계신 것 봤습니다.”
“먼 여정에 피곤하실 것 같아서 멀리서나마 인사드리려고 했었지요. 가셨던 일은요?”
“잘 처리하고 돌아왔습니다. 풍천교주와 마불께서 계시니, 별일이 있으려 해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극악소마는 함께 싸우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지도 모르겠다.
“참, 생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틀만 늦었어도 지나고 도착할 뻔했습니다.”
“뭐 대수로운 날이라고요.”
“중요한 날이지요. 소마님이 태어나신 날인데요.”
그러자 극악소마는 뜻밖의 말을 했다.
“사실 저는 생일 챙기는 것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밖은 축제던데요?”
극악소마가 창가로 걸어가서 밖을 쳐다보았다. 나도 그와 나란히 섰다. 극악소마의 거처 주위는 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 앞에서 무면객들이 모여서 마치 자신들 생일인 양 떠들고 있었다.
“원래는 안 그랬습니다만, 제 생일 핑계로 오늘 하루는 마음껏 놀라고 했습니다. 외부에서 선물 들어온 것은 나눠 가지라고 했고요.”
극악소마 역시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품에서 가져온 것을 꺼내며 말했다.
“그래도 이 선물은 안 됩니다.”
내가 건넨 선물을 극악소마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건!”
그의 두 눈이 떨렸다.
“창고에 처박혀있던 건데 혹시 필요하실까 봐 가져왔습니다.”
천마보고에서 가져온 것은 손목에 두르는 보호대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귀함이 느껴지는 그것은 한쪽에는 검은 용의 포효하는 그림이, 다른 한쪽에는 호랑이가 날아오르는 그림이 수놓아져 있었다.
묵룡비호갑(墨龍飛虎鉀).
도검불침은 물론이고 검기에도 잘리지 않는다고 알려진 이것은 손목 보호대 중 최고에 속한 기물이었다. 특히 극악소마처럼 검과 도를 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급한 상황에서 방어할 때 꼭 필요한 보물이었다.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는 극악소마의 눈빛이 깊어졌다.
“세상 그 누구도 천마보고를 창고라 말하진 않을 겁니다.”
극악소마가 나를 쳐다보았다.
“이게 얼마나 귀한 건지는 알고 계신 겁니까?”
“그 귀한 것이 보고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극악소마가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깃털처럼 가벼워야 오래 가는 관계라면서요? 저와는 난공불락의 성을 쌓고 싶지 않다면서요? 우리 관계는 깃털처럼 가벼워서 죽을 때까지 편하게 가고 싶다면서요? 이러면 다음 생일에는 뭘 해주실 겁니까? 저는 또 뭘 해드려야 하고요.”
나는 잠시 말없이 극악소마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전생에 저 소교주가 내게 죄를 지어서 이번 생에 갚으려는 가보다.”
“제 목숨을 구해주시면서 벌써 갚았습니다.”
“죄를 두 번 지었나 보죠.”
“소교주!”
“소마님!”
어차피 내가 위험에 빠지면 그는 가장 먼저 달려올 사람이다. 기꺼이 목숨을 던질 사람이다.
그랬기에 이 선물이 그에게 부담이 될까는 걱정할 필요 없다. 주든, 주지 않든, 그는 똑같이 행동할 테니까.
“받아주십시오, 소마님.”
우리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결국 그는 내 간절한 바람을 거절하지 못했다.
“좋습니다.”
“아, 다행입니다. 만약 끝까지 거절하셨다면, 아버지는 평생 이 일로 저를 놀리셨을 겁니다.”
극악소마가 소매를 걷은 후 묵룡비호갑을 양손에 찼다. 그것은 하얀 가면을 쓴 극악소마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제 평생 가장 귀한 생일선물입니다.”
“누가 혹시 기록을 깨면 꼭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또 이 등은 못 참거든요.”
가면 속 깊어진 그의 두 눈이 고마움을 전했다.
“다른 마존들이 알게 되면 어쩌시려고요?”
“자기 생일에는 뭘 줄까 기대하겠죠.”
“그래서 못 주면요?”
“소마님을 제일 좋아하나보다 하겠죠.”
극악소마가 소리 내서 웃었다.
오랜만에 듣는 기분 좋은 소마의 웃음이었다.
* * *
악인곡에서 나온 후 곧장 마가촌으로 갔다.
조춘배도 보고 식사도 할 겸, 풍류주점에 가려는 것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마가촌은 떠날 때나 다름없었다.
시끌벅적한 저잣거리는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호객하는 행상들, 수레를 끌며 비키라고 소리치는 늙은이, 물건을 구경하는 여인들, 멱살잡이를 하는 남자들, 웃으며 손을 잡고 걷는 연인, 뛰어노는 아이들과 뛰지 말라고 소리치는 아낙네까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와서 보는 이 풍경은 확실히 다르게 보인다.
당연해 보이는 일상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이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풍류주점에 도착했을 때, 난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풍류주점의 문이 닫혀 있었다. 처음이었다. 이곳이 문을 닫은 적은. 어디 아픈가? 아니면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때 누군가 와서 말했다.
“소교주님, 저는 저 아래에서 과일상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곳 마가촌을 오가면서 자주 보던 사람이었다. 조춘배와 친하기도 했고.
“풍류주점 주인장은 며칠 전에 처가에 일이 생겼다며 부인과 함께 떠났습니다.”
조춘배가 부인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혹 무슨 일인지 알고 계시오?”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습니다만 얼핏 그쪽 가족 중 누군가가 무림인과 얽혔다는 것 같았습니다.”
무림인과 얽혔다는 말에 마음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대부분은 좋은 결과를 보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주점의 문까지 닫고 다급히 갔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
하필이면 내가 교를 비웠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이안도 멀리 떠난 상태니 요즘 서대룡과 장호도 주점 모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가가 어딘지 아십니까?”
처가의 위치를 듣고 나는 곧장 몸을 날렸다.
쾌속보로 순식간에 마가촌을 벗어났다. 가장 좋은 것은 내가 먼저 도착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좋은 것은 늦지 않게 도착하는 것이리라.
별일 아니길 빌지만, 만약 위험한 일에 휘말린 거라면 믿을 것은 주인장의 경험이었다. 이곳에서 주점을 하면서 온갖 경험을 한 그였으니까.
‘주인장, 내가 갈 때까지만!’
극한에 이른 쾌속보가 또다시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