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36)
절대회귀-336화(336/424)
절대회귀 336화
제336회 사위가 만드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검무극은 내리는 눈을 쳐다보며 잠시 그렇게 누워있었다.
중간에 내공을 채우는 시간을 제외하곤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이곳까지 달려왔다.
덕분에 쾌속보는 십 성 대성의 한계를 돌파해서 십일 성에 돌입했다. 십이 성 대성을 향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과연 십이 성 대성을 이룬 쾌속보는 얼마나 빠를까?
물론, 그보다 더 기쁜 일은 늦지 않게 도착했다는 사실이었다. 검무극은 하늘에 감사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조춘배에게도 감사했다. 잘 버텨주셔서 고맙소.
그 감사에 답하듯 내리던 눈이 검무극의 얼굴과 손과 몸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잠시 누워서 내리는 눈을 올려다보던 검무극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때까지도 그곳에 있는 모두는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검무극을 쳐다보고 있었다.
검무극이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었다. 생각보다 젊은 얼굴에 모두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검무극이 조춘배를 쳐다보았다.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이 그의 볼을 지나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저 사람이 내 마도의 기준이다. 저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 내 마도는 제대로 세워지고 있는 것이리라.’
조춘배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어떻게.”
정말이지 검무극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검무극이 그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주인장 보러 왔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조춘배는 다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술 마시러 갔는데 문을 닫으셨더라고요.”
마교의 소교주가 자신을 위해 이곳까지 달려왔다는 사실에 조춘배는 감격했다.
‘소교주님!’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고맙고, 또 고마웠다. 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의 눈물이, 그의 표정이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되었으니까.
혀를 자르려고 했었던 표두 공찬이 나섰다.
“소협은 누구신가?”
주점 주인과 아는 사이라면 별것 아닌 자일 텐데. 한데 이 젊은 놈의 등장이 너무 요란스러웠다.
처음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알았다. 고수라도 크게 다쳤을 충격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대체 어떻게?
문제는 상대가 전혀 무공을 익힌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반박귀진에 이르렀을 리도 없고.
검무극은 공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있던 조춘배의 장모 윤씨에게로 걸어갔다.
“일어나세요, 어머니. 이제 사위분들은 괜찮을 겁니다.”
검무극이 윤씨를 일으켜 세웠고, 양인과 양선도 일으켜 세웠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천마신교 소교주 검무극입니다.”
순간 그곳에 정적이 흘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공찬은 숨이 멎을 정도로 놀랐다. 주위의 표사들도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쨍그랑.
너무 놀란 나머지 표사 중 한 사람이 검을 떨어뜨렸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앞서 조춘배가 마교 소교주가 그냥 두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다들 잘못 들었거나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한데 조춘배가 말한 마교 소교주가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다.
당연히 공찬은 믿지 않았다.
“거짓말이다! 마교 소교주가 저런 꼴로 혼자 이곳에 올 리가 없다!”
옷은 흙먼지로 더러웠고 온몸은 땀으로 젖은 데다가 머리카락까지 헝클어져 있었다. 누가 봐도 마교 소교주라 할 수 없었다.
검무극은 그 설명을 세 여인에게 했다.
“급히 오느라 몰골이 흉한 점 이해 바랍니다.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의 가족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오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라는 듯 조춘배를 쳐다보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신분을 밝힌 것은 조춘배를 위해서였다. 그의 가족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마교 소교주가 그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달려왔다는 것을. 그의 아내에게, 장모에게, 처제에게, 동서에게. 모두에게 보여주려는 거다.
이것이 항상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신을 맞아주었던 조춘배에 대한 검무극의 배려이자 예의였다.
그 마음이 전해졌기에 조춘배는 다시 어금니를 꽉 깨물며 치미는 격정을 참았다.
“어머니, 제가 사위분께서 만드는 요리와 술을 제일 좋아합니다. 본교의 천마이신 아버님도 아드님의 술과 요리를 먹으러 가십니다. 제게도, 본교에도 정말 소중한 분이십니다.”
윤씨는 너무 놀라고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사위 한 번 봤다가 검무극 한 번 보고. 또 딸 한 번 봤다가 사위 한 번 보고.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귀하신 분이, 이렇게 귀하신 분이란 말만 반복했다. 사실 그녀는 마교 소교주라는 신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귀한 사람인가 보다 라고 느꼈다.
반면 조춘배의 아내 양인은 정말 놀랐다.
남편에게 소교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심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주점에 오기는 왔겠지만, 정말 남편과 그렇게 친하다고?
남편이 말했다. 소교주가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준다고. 에이, 설마? 그 설마가 지금 현실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양인이 다시 엎드려 절을 하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동생인 양선이 애원했다.
“살려주세요, 저희 남편이랑 형부, 제발 살려주세요.”
검무극이 미소를 지으며 세 여인을 안심시킨 후 조춘배 쪽으로 돌아섰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여러 갈래의 기를 발출해서 등 뒤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완전히 파악하고 있던 검무극이었다.
그때까지 두 표사는 조춘배의 양팔을 붙잡고 있었고, 공찬의 손에는 비수가 들려 있었다. 그들은 진짜 소교주인가라는 생각에 혼란에 빠져 있었다.
“가짜 소교주다!”
공찬은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종학을 구하기 위해 조춘배와 저 젊은 놈이 꾸민 짓이 틀림없었다. 앞서 연무장에 처박히듯 떨어진 것도 실력이 모자라서 어설프게 떨어진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니 다 맞아떨어졌다.
“혀와 손만 잘리고 말 일이었는데, 이젠 모가지가 잘리게 생겼다.”
비수로 당장에라도 조춘배의 목을 찌를 것 같았기에 세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
검무극이 양손을 동시에 내질렀다.
우선 왼손이 만들어 낸 놀라운 결과.
후아아아악!
조춘배를 잡고 있던 두 표사가 뒤로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 거친 힘이 그들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냥 홱 날아간 것 같지만, 무의 극의가 펼쳐진 한 수였다. 그 짧은 순간에 조춘배를 붙잡고 있던 그들의 손이 강제적으로 펼쳐졌고, 조춘배는 그 자리에 두고 두 사람만 날려 버린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날아간 두 표사는 아무런 부상도 없이 일어났다.
왼손보다 오른손은 더 놀라운 한 수를 보였다.
티잉!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공찬이 들고 있던 비수로 향했다. 비수가 부러져 있었다.
공찬은 화들짝 놀라며 들고 있던 부러진 비수를 바닥에 던졌다.
그래, 장력을 발출해 표사들을 날려버릴 수는 있다. 한데 허공섭물로 비수를 부러뜨린다고?
다른 사람들은 암기를 던져서 부러뜨렸겠지 생각하겠지만, 공찬만은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날아온 것은 없었다. 비수는 그냥 부러졌다.
부러진 비수에 정신이 팔렸던 공찬이 고개를 들었을 때 검무극은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며 공찬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진짜 마교 소교주구나!’
그럼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마교 소교주가 주점 주인을 구하기 위해 직접 왔다고? 이런 몰골로? 혼자서? 대체 왜?
검무극이 한 걸음 더 다가서자 공찬은 기겁하며 소리쳤다.
“으악!”
검무극은 가볍게 그의 마혈을 제압할 뿐이었다. 두들겨 패거나 겁주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일의 전말이 밝혀졌을 때 죽을 자와 살 자만이 남을 것이다. 벌써 그가 어느 쪽에 속할지 느낌이 온다.
“못 들으셨소? 나 천마신교 소교주요.”
검무극의 태도는 차분하면서 공손했다. 공찬을 배려해서가 아니었다. 조춘배의 장모인 윤씨와 그의 아내 양인과 처제 양선을 배려해서였다.
검무극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기를 발출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지닌 압도적인 존재감에 표사들의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표사들이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감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가짜 소교주라도 상관없었다. 이런 실력자에게 감히 덤빌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제야 윤씨와 양인, 양선은 정말 마교 소교주가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검무극이 가까이 있던 표사들에게 말했다.
“편한 의자로 다섯 개만 가져다주시오.”
두말없이 표사들은 의자를 가지러 달려갔다.
검무극은 종학의 아혈과 마혈을 풀어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격한 종학에게 검무극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는 그대 형님에게 하시오.”
종학의 뜨거운 시선이 조춘배를 향했다. 소교주가 오기 전에도 자신을 구하려고 나서준 조춘배였다.
“제가 이 혼인 정말 잘했습니다.”
종학의 말에 조춘배와 가족들이 웃었다.
말을 하고 난 종학이 고통스럽게 기침을 했다.
검무극이 재빨리 종학을 앉힌 후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한줄기 내력을 주입했다.
혹독한 매질에 몸이 많이 상해 있었는데 다행히 불구가 될 부상은 아니었다. 한동안 요양하면 다시 건강해질 것이다.
검무극이 내부를 다독여 준 후, 아내가 서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여보!”
“당신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미안하오.”
“아니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다행이에요.”
가족들이 한곳에서 종학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일부러 그들을 보내지 않았다. 종학이 누명을 벗는 것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자신은 떠나도 이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아가야 했으니까.
그래서 검무극은 이 일의 처리를 신중하게 했다.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차분하게, 침착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지켜보던 표사들 중에는 쟁자수인 종학의 성품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상하다고 여겼다. 종학이 표물에 손을 댄 것도 이상했고, 또 그렇다고 양손을 자르는 벌을 내리는 것도 너무 과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표사들이 의자를 가져왔다.
의자를 나란히 놓은 후 조춘배와 그의 가족들을 앉혔다.
“이쪽에 편히 앉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뇨, 편히 앉으셔도 됩니다.”
윤씨를 제일 편한 의자에 앉히고 나머지 가족들도 모두 앉혔다.
조춘배는 의자에 앉으니 또 다른 긴장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부인 양인이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녀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조춘배는 애써 겁나는 마음을 다스렸다. 지켜야 할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이다.
양인이 입을 벙긋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멋져요, 당신.’
조춘배가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았다. 자신의 목숨이 살아난 것도 좋았지만, 가족을 지킬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아내와 처가 가족들에게 인정받은 것도 너무 좋았다.
‘고맙습니다, 소교주님.’
검무극이 조춘배에게 말했다.
“자, 이제 무슨 일인지 들어봅시다.”
조춘배가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손아래 동서가 이곳 황룡표국의 쟁자수입니다. 이번 표행에서 도둑으로 몰려서 양손이 잘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조춘배는 종학을 만났을 때 들었던 내용까지 말해주었다. 하나를 말해주면 열을 예측하는 검무극이었으니, 대충의 설명에도 핵심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표물에 손을 대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동서분이 뭔가를 보는 바람에 이 난리가 난 것이군요.”
검무극이 종학에게 물었다.
“뭘 보신 겁니까?”
종학이 공찬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연히 저기 공 표두가 은밀히 어떤 남자를 만나는 걸 봤습니다. 그때 공 표두가 저를 보던 눈빛이 너무 날카로워서 겁이 났었지요. 그 일은 그렇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표행에서 돌아오고 저는 도둑놈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명을 쓸만한 이유는 그것밖에 없습니다.”
“저 공 표두가 만난 사람은 아는 사람이었습니까?”
“아뇨, 처음 본 사람이었습니다. 한데 그 사람 이마에 큰 점이 있었습니다.”
그 점이 화근이었으리라. 누군가를 만났다가 아니라 점이 있는 누군가를 만났다가 되었을 테니까.
모두의 시선이 공찬을 향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종학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사고를 위장하고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그럴 수 없었던 이유는 표국 내 누군가에게 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절대 혼자 처리하지 말고 보고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 처리도 문제였다.
자신은 도적 떼가 침입한 것처럼 해서, 가족들까지 다 죽여버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기왕 죽일 것 표국에 도움이 되게 하자고 했다. 손을 자르고 지혈을 해주지 않으면 금방 죽어 버릴 테니, 표국의 기강도 세우고 놈도 죽이고. 일석이조라 여긴 것이다.
검무극이 공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난 일이 왜 저분의 손을 잘라야 할 일이 되었을까? 대체 누구였기에? 솔직히 말하면 목숨은 살려준다.”
양손과 혀는 자르겠지만.
생략된 말이 뭔지 몰랐기에 공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바로 그때였다.
표국 건물에서 문이 열리며 누군가 걸어 나왔다.
“잠깐 멈추시게.”
등장한 중년인은 장대한 풍채에 눈빛이 강렬했다. 그는 바로 황룡표국의 국주인 우소추(禹消墜)였다. 그는 일개 표국의 국주치고는 대단한 기세를 지닌 인물이었다.
“국주인 우소추요.”
지금껏 나서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한 것이다.
“귀한 분이 오셨으니 안으로 모시겠소. 들어오시지요.”
검무극은 정중히 거절했다.
“여기 내 사람들이 있어서 그건 곤란하오. 여기서 이야기 나눕시다. 눈도 오고, 분위기가 좋소.”
검무극의 거절을 우소추는 억압으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마교 소교주라도 정파의 표국을 이렇게 억압해서 되겠소?”
“아, 황룡표국이 정파 쪽이었소? 나는 누명을 씌워서 손을 자르려는 걸 보고는 사파인 줄 알았소.”
우소추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우릴 건드리면 무림맹주께서 그댈 용서하지 않을 거요.”
검무극이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무림맹주를 만나본 적이 있소?”
우소추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큰 행사에 참석해서 먼발치에서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맹주와 독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럴 줄 알았소. 아마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하시겠지. 죄 없는 사람의 손과 혀를 자르려는 것을 안다면 무림맹주 손에 당신들 머리통은 이미 다 박살이 났을 거요. 자, 그러니 헛된 협박은 그만하시고 이리 내려오시오.”
검무극이 뽀드득뽀드득 이제 막 쌓이기 시작한 눈 위를 걸어 조춘배 가족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종학의 어깨에 쌓인 눈을 가볍게 털어주며 말했다.
“당신은 당신 사람을 변호하고, 나는 내 사람을 변호하고. 그래서 이 새하얀 눈 위에서 누가 잘못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려봅시다.”
여전히 우소추는 그 자리에서 검무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의를 갖춰 대하니 당신이 지금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친구를 잃을 뻔한 마교 소교주요. 그러니…….”
내내 정중했던 검무극이 나직하고 차갑게 덧붙였다.
“좋게 말할 때 내려와라, 우소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