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38)
절대회귀-338화(338/424)
절대회귀 338화
제338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곳에서.
“셋!”
셋을 세고 난 후 검무극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내리쳤다.
우소추가 다급히 소리쳤다.
“점이 아니오!”
쉬이이익.
내리치던 검이 허공에서 멈췄다.
파앗.
손목이 베이며 피가 흘러내렸다. 다행히 살갗만 베였을 뿐, 뼈까지 잘리진 않았다.
‘이 미친놈이! 정말 자르려고 했어!’
우소추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태어나서 이렇게 놀란 적이 처음이었으니, 참으로 편한 인생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점이 아니라고?”
“이마에 그것, 점이 아니라 문신이오.”
“문신? 어떤 문신이지?”
우소추가 망설였다.
“하나, 둘.”
이번에는 둘을 세었을 때 대답이 나왔다.
“뱀 대가리요.”
“뱀이라고?”
“이마에 뱀 대가리가 새겨져 있소. 검은색이라서 점으로 착각한 모양이오.”
이마에 뱀 대가리를 새기고 다니는 미친놈들이 모인 곳은 무림에 단 한 곳이었다.
“설마 흑사단(黑蛇團)이냐?”
흑사단이 언급되자 표사들은 물론이고 주민들도 모두 사색이 되었다. 특히 종학은 자신이 본 게 흑사단의 상징이었다는 사실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흑사단은 사파에 속한 무리로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자들이었다. 사파의 악인 중에서도 정말 악명 높은 자들이었다.
“흑사단의 표물을 받은 거냐고!”
우소추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을 못 했다.
표사들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그들 중 한 중년인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국주, 저 말이 사실이오?”
우소추가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다지만, 네까짓 게 감히 국주에게 따진단 말이냐?
정말이지 구제 불능인 자였다.
앞서 질문한 사람 말고도 다른 표사들도 차가운 눈빛으로 우소추를 노려보았다. 다른 곳도 아닌 흑사단의 표물을 받았다고?
결국, 참지 못하고 우소추가 버럭 소리쳤다.
“그게 다 표국을 위해서였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지랄이냐?”
검무극이 검으로 그의 손목을 툭 건드렸다.
표사들에게 큰소리치던 우소추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르지 마시오! 제발!”
겁먹은 그 모습에 표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자를 국주로 모셨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표물은 무엇이냐?”
“모르오.”
“그럴 리가?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너 같은 자가 표물이 뭔지도 모르고 흑사단과 손을 잡았을 리가 없지.”
검무극이 손을 번쩍 들었다.
“하나, 둘…….”
“모르오, 정말 모른다니까.”
“셋.”
쉬이익.
서걱!
검이 그의 손목을 지나갔다.
툭.
바닥에 떨어지는 손을 보는 순간, 우소추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래도 설마 했었는데.
푸아아아악!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우소추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
지켜보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조춘배와 종학은 똑바로 눈을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검무극이 오지 않았다면 바닥에 떨어진 저 손은 종학의 손이었을 것이다.
뿜어져 나오던 피가 멎었다. 검무극이 지풍을 날려 그의 혈도를 눌러준 것이다.
우소추가 검무극에게 원망의 욕설을 내뱉으려던 그때.
스르륵.
그의 오른손이 저절로 허공에 들려졌다.
우소추는 혼비백산했다.
“안 돼! 그만! 이 미친놈아, 그만!”
검무극이 다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우소추가 소리쳤다.
“아이들이오!”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온 것이다.
“아이들이 표물이라고?”
“그렇소. 귀식대법(龜息大法)으로 잠재운 아이들을 상자에 담아서 그들이 원하는 곳에 옮겨주었소.”
귀식대법을 쓰면 마치 죽은 사람처럼 잠이 들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물건처럼 옮길 수 있었다. 아이를 넣은 상자 위에는 다른 부드러운 물건을 채워서 위장했을 것이다. 이러면 눈에 띄지 않게 많은 아이를 빠르게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제발 나를 의원에게 데려가 주시오.”
그가 떨어진 손을 주워 들고 간절히 말했다. 그걸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마의나 되어야 할 텐데.
검무극의 반응은 차가웠다.
“왜 그 일을 너희에게 맡겼지? 사파 쪽 표국을 이용해도 될 텐데? 아니면 흑사단이 자체적으로 옮겨도 되고. 빨리 대답해야 빨리 갈 수 있을 거야.”
“나도 똑같이 물었소. 그랬더니 무림맹에서 이 일을 알아차리고 자신들을 감시 중이라고 했소.”
검무극은 기억이 났다. 흑사단이 무골이 뛰어난 아이들을 납치해서 막대한 돈을 받고 팔아서 부를 축적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지금보다는 훨씬 나중에 있었던 사건으로 기억하는데.
“무림맹의 멸마대주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고 했소. 그래서 몸을 사리는 중이라고 했소.”
멸마대주는 무림맹주의 손자인 진하군이다. 자신과의 만남으로 진하군의 행보에 변화가 있었다. 그의 운명이 바뀌면서 그 결과 무림의 운명까지 바뀌는 것이리라.
“제발! 제발 데려가 주시오.”
“아직 질문이 남았다.”
“의원에 가서 대답해 드리겠소.”
“안 돼! 여기서 대답해라.”
우소추의 두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증오와 원망이 가득했다.
“돈을 얼마나 더 받았나?”
“원래 받는 돈의 열 배를 더 받았소.”
대답하고 난 우소추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니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주민들도, 표사들도 모두 가족이 있는 이들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그랬기에 그 눈빛이 고울 리 없었다.
“너희는 다를 줄…….”
우소추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쉬이이익.
서걱!
이번에는 셋을 세지도 않고 검무극이 그의 오른손도 잘랐다.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그가 비명을 내질렀다. 양손이 잘린 그는 실성 상태였다.
“이게 네가 저 사람에게 하려던 짓이었다. 너는 죄라도 지었지.”
비명을 내지르며 어떻게든 팔을 지혈하려고 턱으로 혈도를 짚으려는 그였다.
그가 미친놈처럼 날뛰던 그때!
쿠르르! 꽝!
천벌을 알리는 천둥소리가 들렸다.
퍼억!
검무극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박혔다. 얼굴이 함몰된 우소추는 숨이 끊어진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검무극은 그의 마지막 한마디도 허용하지 않았다.
조춘배와 가족들은 놀라고 당황했으며 또 안도했다.
검무극은 주민들부터 먼저 돌려보냈다.
“이만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흑사단과 관계된 일이니, 오늘 일은 당분간 함구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흑사단과 관련된 이상 소문내라고 떠밀어도 절대 이야기를 퍼뜨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모두 떠나자 검무극은 표사들에게 물었다.
“표국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려면 이제 어느 분과 하면 되겠소?”
그러자 표사들의 시선이 한 사람을 향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그 사람은 앞서 우소추에게 정말 그랬냐고 질문을 던졌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표두 황원(黃源)이오.”
“당분간은 그대가 임시 표국주를 맡으시오.”
“그러겠소.”
원래라면 이제부터는 황룡표국의 일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겠지만, 종학이 쟁자수로 있는 곳이니 그들의 이후 행보에도 관심을 두려 마음먹었다.
“황룡표국 표사 복장을 십여 벌만 빌려주시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대들도 들어서 알겠지만 사흘 후 청수림에서 표물을 받기로 했다고 했소. 본교 지부 무인들을 데려가서 그 아이들이라도 우선 구하려고 하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할 수 없겠지요. 대신 운이 좋아서 이 소식보다 우리가 먼저 청수림에 간다면 적어도 이번 표물에 실린 아이들은 구할 수 있을 거요.”
황원이 검무극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왜 구하러 가려는 겁니까? 당신은…….”
마교의 소교주인데. 사파 놈들보다 더 잔인한 사람들이 당신들 아니오?
그런 마음으로 물었는데, 놀라운 대답이 나왔다.
“아이들이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이들만큼은 구해야 하지 않겠소?”
만약 검무극이 오늘 보여준 모습이 없었다면 절대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표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다.
“잠시만 우리끼리 의논 좀 해도 되겠소?”
“그러시오.”
황원이 표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뜻밖의 결론을 내렸다.
“청수림에는 우리가 함께 가겠소. 낯이 익은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놈이 의심할 거요. 애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고.”
표사들 몇이 앞으로 나왔다. 전부는 아니고 몇몇 사람이 자원한 모양이다.
“위험할 수도 있소.”
“알고 있소.”
“한데 왜 가겠다는 거요?”
“우린 정파의 무인들이오. 비록 남의 물건이나 나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우린 정파인들이오. 납치된 아이들을 구할 절호의 기회인데, 모른 척할 수는 없소.”
그리고 말은 안 했지만 이 마교의 소교주가 함께라면 이번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들었다.
“표국주가 땅에 떨어뜨린 본 표국의 명성을 되찾게 해주시오.”
“나중에 흑사단이 보복을 할 수도 있소.”
그 부분 역시 생각해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청수림에서 아이를 구하는 즉시, 무림맹에 이번 일을 알려서 도움을 청하겠소.”
“좋소. 그럽시다.”
검무극이 그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이들이 함께 가면 분명 일 처리는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황원에게 표사들이 입는 옷을 한 벌 얻어서 갈아입은 후, 사흘 후 청수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검무극은 표국에서 마차를 한 대 빌렸다.
“자, 타시죠. 우린 갈 곳이 있습니다.”
윤씨와 양인, 양선, 조춘배와 종학까지 모두 마차에 태웠다.
“마차는 제가 몰겠습니다.”
쟁자수인 종학이 나섰지만 검무극은 사양했다.
“몸의 상처를 돌보시오. 지금 잘 다스리지 않으면 평생 고생하시오.”
그를 억지로 마차에 태웠다.
조춘배와 가족들이 마차에 마주 앉았다. 이렇게 한 공간에 마주 앉으니 비로소 가족이 무사히 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 기적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의 목소리가 마부석에서 들려왔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 * *
마차는 한나절을 쉬지 않고 달렸다.
숲길로 들어선 마차는 길이 없는 곳을 만들면서 내달리다가 어딘가에 멈춰 섰다.
“내려서 잠시 걸으셔야 합니다.”
검무극은 그들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가자 안개가 자욱한 곳이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제가 밟는 곳을 밟고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여인들은 이유를 몰랐지만 보고 들은 것이 많은 조춘배와 종학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진법을 통과하려 한다는 것을.
검무극은 나이든 윤씨를 배려해서 정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안내에 따라 진법을 통과하자 겨울 폭포의 절경이 펼쳐진 그곳에 장원이 있었다.
한 중년인이 정중히 예를 갖추며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조춘배는 그가 마교의 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 내린 장원의 정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렇게 멋진 장원은 처음이에요.”
“나도, 언니.”
양인과 양선이 감탄했다.
조춘배가 검무극에게 물었다.
“여긴 어딥니까?”
“이곳은 본교의 안가입니다. 일반 안가가 아니라 마존 이상만이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안가입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곳이죠.”
천마신교의 안가라는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설마 검무극이 자신들을 안가로 데려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특별 안가라니?
“흑사단이 개입되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이번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곳에서 편히 쉬고 계십시오.”
검무극은 조춘배 가족의 안위를 절대적으로 챙겼다. 만에 하나에서 그 하나까지 없앴다.
“이렇게 귀한 곳에 어찌 저희가 있겠습니까?”
“천마신교 소교주의 친구니까요.”
“대체 저를 얼마나 감격하게 하려고 이러시는 겁니까?”
“풍류주점에서 공짜 안주 기대하겠습니다.”
조춘배는 송구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평생 공짜 안주만 만들어도 다 못 만들 은혜였다.
검무극이 이들을 데려온 이유는 안전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여행가신 적이 언제죠?”
생각지 못한 질문에 조춘배는 당황했다. 언제였더라?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조춘배가 아내에게 면목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주인장이 쉬려고 주점을 닫은 적은요?”
“없습니다.”
집안에 일이 생겨 쉰 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자신 때문에 쉰 적은 없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문을 열었다. 아파도 열었고, 힘들어도 열었다. 어떤 날은 정말 쉬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런 날도 열었다.
“소교주님? 설마?”
“네. 이곳에 여행 오셨다고 생각하시고, 또 오랜만에 휴가라 생각하시고 푹 쉬십시오.”
조춘배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이 너무 감격하니 오히려 멍해졌다.
“제겐 요 입만 놀리면 되는 쉬운 일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일 아니니 부담가지지 마세요. 그럼 일 끝나는 대로 모시러 오겠습니다.”
떠나기 전 검무극은 중년 마인에게 몇 가지 사안을 전음으로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령했다.
“이분들을 나를 모시는 것처럼 모시게.”
중년 마인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번쩍하는 순간 검무극은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졌다.
조춘배와 가족들은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곳을 관리하는 중년 마인이 친절한 미소로 그들을 안내했다.
“자, 들어가시지요.”
“어이구, 네.”
조춘배와 가족들이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깔린 융단이며 복도에 놓인 가구며 벽에 걸린 그림 하나하나까지. 하나같이 귀하고 고급스러운 것들이었다.
“평생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어디 양인뿐이겠는가? 모두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지나다 보니 열려 있는 주방에서는 숙수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고급 요리점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었다.
중년 마인은 윤씨 방과 조춘배 부부의 방, 그리고 종학 부부의 방. 방을 세 개나 따로 마련해주었다. 방은 더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우리 이래도 돼요?”
양인의 물음에 조춘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모르겠소.”
양선이 종학을 새하얗고 푹신한 이불이 깔린 침상에 눕혔다.
“이제 아무 걱정 말고 쉬어요.”
검무극이 갈 때 부탁했는지 안가의 의원이 와서 진맥한 후 약을 주고 갔다.
그 모습에 감격한 양선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형부 말이 맞아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에요.”
조춘배와 양인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윤씨는 첫째 사위에게 제일 큰 방을 주게 했다.
두 사람은 침상에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정말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조춘배는 꿈을 꾼 건가 싶었다.
양인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그러게 말이오.”
저 멀리 창밖에서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었다. 이렇게 나란히 앉아 노을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여보.”
오늘따라 그 말이 더욱 마음 깊이 들어왔다. 그래,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이 쉬운 한 마디를 못 해줘서 이 값진 고생이 생지옥이 되는 법이니까.
“당신도 고생했소.”
조춘배는 안다. 아내가 아이들 키우며 온갖 힘든 일 다 해가며 얼마나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그때 밖에서 시비가 와서 말했다.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이 현실감 없는 현실에 두 사람은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 조춘배가 먼저 일어나며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인, 식사하러 가십시다.”
양인이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평생 처음 맞는 휴가였다.
“그럼 우리 남이 해준 밥 먹으러 한 번 가볼까요? 저, 많이 먹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