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47)
절대회귀-347화(347/424)
절대회귀 347화
제347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저 두 사람은 그냥 둡니까?”
사도맹 본단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랑이 물었다. 비사인은 검무극을 표기광에게 호위로 보내고 더는 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소교주가 알아서 하겠지요.”
무관심이 아니라 믿음에서 나온 말이었다. 검무극이 알아내지 못하면 누구도 알아내지 못할 거란 믿음.
지금까지 묵묵히 지켜보던 일랑이었는데, 참았던 말을 전했다.
“마교 소교주가 대단한 인물이란 것은 저도 알지만, 그렇다고 너무 믿지는 마십시오.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도 결국 마인에 불과합니다.”
일랑은 마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었다. 게다가 비사인과 검무극의 관계는 비정상적이라고 해도 될 상황.
“그러겠습니다.”
일랑이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았기에 비사인은 순순히 그의 걱정을 받아들였다. 오랫동안 가져온 편견이 한순간에 바뀔 리도 없었고.
“일랑.”
“네, 소맹주님.”
“일랑은 무인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언제입니까?”
갑작스러운 물음에 일랑은 당황했다.
“여쭤보신 질문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일랑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월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튀어 오른 물방울이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던 한순간을 떠올렸다.
“처음 사도십삼랑이 되었을 때인 것 같습니다.”
그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생각이 난다. 이후에도 여러 일이 있었다. 큰 공을 세우기도 했고,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만큼 기뻐하진 않았던 것 같다.
“십삼랑 막내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일랑이 되었습니다.”
“사도십삼랑이 된 지 얼마나 됐습니까?”
“이십구 년이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삼십 주년 기념 축하연을 열어야겠군요.”
일랑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한데 왜 그걸 물어보신 겁니까?”
“나는 그때가 지금인 것 같아서요. 앞으로 삼십 년쯤 지나도 내 인생에서 제일 기억나는 순간이 언제일까 돌아보면 지금일 것 같습니다.”
마교의 소교주, 정파의 후계자와 함께 마차를 타고 중원을 달렸던 지금이, 마교의 소교주와 함께 음모를 파헤치던 바로 지금 말이다. 이렇게 흥분되고 이렇게 떨리는 일들이 앞으로 또 있을까?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초에 생겨 먹기를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고, 푹 빠지는 성격이 아니니까요.”
일랑은 사람 마음이란 것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진 않았다. 마교 소교주 때문에 발생할 부정적인 일보다, 스스로 빛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가지지 못해 발생할 문제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느 때보다 빛나는 모습으로 비사인이 성큼성큼 앞장서 걸었다.
“가시죠, 우리도 할 일이 많습니다.”
* * *
표기광은 자신을 따라오는 젊은 청년을 힐끗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청년이 싱긋 웃었다. 물론 그는 검무극이었다.
‘불쌍한 녀석, 자기가 어떤 신세인지도 모르고.’
젊고 잘생긴 얼굴이 죽기에 너무나 아까웠다.
“이름이 뭔가?”
“검연입니다. 연기 연 자를 씁니다. 만남이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질 거라 해서 검연입니다.”
굳이 묻지 않은 걸 설명하는 모습에서 청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순진하군.’
자객에게 죽을 뻔해서였을까? 표기광은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말이 오늘따라 깊이 와닿았다.
“자넨, 왜 나를 지켜야 하는지 알고 있나?”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아까 그 자객이 또 나를 죽이러 올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나?”
자신의 실력을 믿는다는 듯 검무극은 자신의 검을 가볍게 툭 쳤다.
피 묻은 붕대가 칭칭 감겨 있는 검이었다. 물론 표기광은 이 검이 어떤 검인지, 감겨 있는 붕대가 어떤 붕대인지 알지 못했기에 치기 어린 자신감이라 여겼다.
“소맹주 모신지 얼마나 됐나?”
“며칠 됐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 사도십삼랑 옷을 입은 지 그렇게 되었으니까.
표기광이 인상을 찌푸렸다.
‘죽더라도 홀로 장엄하게 죽으려 했는데, 신출내기 혹을 달고 죽게 생겼구나.’
표기광의 집은 본단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외곽에 있었다. 집 뒤쪽으로 산이 있었고,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경치 좋은 곳에 있지만, 그의 집에서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언제 빨았는지 모를 이부자리조차 여름에 사용하던 것이었다. 평소 그의 삶이 어땠는지 알 수 있었다.
“가끔 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라 아무것도 없네.”
그는 침상에 돌아누웠다.
“날 지킬 필요 없네.”
표기광은 이 청년 혼자서 자신을 지킬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앞서 여러 명의 무인이 뒤쫓아도 잡지 못한 살수였다.
‘소맹주가 날 진정으로 걱정했다면 더 많은 무인들을 남겼겠지.’
한차례 격돌을 하면서 자객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리라. 수하들을 여럿 남겨도 다 죽을 거란 생각에 이 젊은 녀석만 남긴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 곧 죽을 자신만큼이나 젊은 녀석이 한심하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주무십시오.”
짤막한 인사를 하고는 검무극이 밖으로 나갔다.
표기광은 뒤척이며 잠이 들지 못했다.
아까는 정신없어서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감정이 밀려들었다. 아무리 죽음에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정말 죽음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맹을 위해 자네가 필요하네.
일을 맡길 때의 그의 표정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저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을 찾으십시오.
―그래서 자넬 고른 거네. 아무도 이 작전을 알아차리지 못할 거야.
솔직히 기분 나빴다. 망가졌기 때문에 골랐다는 사실이. 하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충성심 때문에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해서였다. 자신을 무시했던 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너희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밀작전이니 말을 하진 못하겠지만, 마음속으로라도 소리치고 싶었다.
‘실컷 나를 무시해라! 나는 너희들보다 백 배는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그 사람은 이런 자신의 마음을 예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그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비밀이 밝혀졌다고, 이렇게 쉽게 죽여 버리려 들다니.
만약 그가 직접 와서 ‘미안하네, 어쩔 수 없네.’라는 말 한마디 해주면서 죽이려 했다면 이렇게 서글픈 마음이 들지는 않았으리라.
웃으며 기꺼이 죽어줬을 텐데. 한데 그냥 자객을 보내 말 한마디 남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죽여 버리려 들다니? 죽이려는 사실 자체가 화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것에 화가 났다.
‘너 때문이 아니다. 맹을 위한 충성심 때문이었지.’
결국 이렇게 스스로 위안해야 할 정도로 섭섭했다.
* * *
표기광은 자객들에게 쫓기는 꿈을 꿨다.
꿈속의 자신은 의연하지도 대범하지도 못했다. 살기 위해 산을 내달렸고, 땅을 파고 숨었으며, 냄새 나는 오물 속에도 몸을 숨겼다.
그러다 새벽에 잠에서 깼다.
언제 덮어줬는지 두꺼운 솜이불이 덮여 있었다. 호위하는 청년이 찾아서 덮어준 모양이다.
표기광은 침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검무극은 마당에 홀로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도 자지 않고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척을 느낀 검무극이 그를 향해 돌아섰다.
“깨셨습니까?”
“춥지 않나?”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하기에 한겨울 새벽바람은 아주 차가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사람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누구?”
“한 번쯤은 제 생각을 해줄 것 같은 사람들요.”
표기광이 들으면 까무러치게 놀랄 사람부터 지금 평생 단 한 번 있을 휴가를 즐기고 있을 사람까지.
표기광은 창가에 몸을 기댄 채 물었다.
“가족이 어떻게 되나?”
“아버지와 형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려서 일찍이 돌아가셨습니다.”
“부친이 자네들 키운다고 힘드셨겠군. 지금은 어떤가? 사도맹에 들어온 것 좋아하시지?”
집 나와서 내가 사도맹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특유의 비웃음을 짓고 계실 텐데.
“안 좋아하실 겁니다.”
“왜?”
“사도맹 싫어하십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기에 표기광이 옅게 웃었다. 부모님은 사도맹에 들어가는 것을 정말 탐탁지 않게 여겼다. 제발 무림맹에 들어가길 바랐다. 아들이 얼마나 못돼먹었는지 몰랐으니까.
“새벽바람이 찬데 안으로 들어오게. 거기 있어서 지킬 수 있으면, 여기 있어도 지킬 수 있겠지. 들어오게.”
검무극은 못 이기는 척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 몸만 녹이고 나가겠습니다.”
“몸 녹이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지.”
그가 술을 찾아왔다. 먹을 것 하나 없는 집에 술은 있었다.
“술 좋아하나?”
“좋아합니다.”
일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할 법도 했는데. 요즘 젊은 무인이라 그런가?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표기광은 검무극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고 자신의 잔도 채웠다.
어쩌면 아침 해를 보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창문으로 암기가 날아들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니까.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 아니면 며칠 내로 죽겠지. 이대로라면 이 청년과 함께 죽게 되리라.
표기광이 먼저 술을 비웠고, 검무극도 뒤따라 잔을 비웠다.
“잔소리 같아서 말 안 하고 싶지만, 이렇게 남이 주는 술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네. 독이라도 들었으면 어쩌려고?”
“앞으론 조심하겠습니다.”
순순히 조심하겠다고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이 당연한 반응이 그리운 그였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누구 하나 자신을 제대로 대해주지 않았으니까. 물론 자신이 자초한 일이긴 했지만.
“내가 다치고 나자 모든 게 변했지. 내 삶도 주변도 모두 다 바뀌었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것들이 나를 노려보기 시작하더군. 쓰레기 같은 것들이.”
“다 쓰레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쓰레기가 눈과 코를 가리는 바람에, 봐야 할 것을 못 보셨겠지요.”
표기광이 네가 뭘 안다고? 하는 눈빛으로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저는 칭찬보다는 누군가 제게 욕하고 지랄한 기억이 오래 남아서요.”
표기광은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 분명 그때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줬던 사람들도 있었다. 무시하는 놈들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사이 다 사라져 버렸지만.
“솔직히 말하게. 소맹주가 자네에게 무슨 명령을 내렸나? 내게서 한 사람의 이름을 알아내라고 했지?”
“네.”
검무극은 순순히 대답했다. 아니라고 시치미를 뗄 거라 여겼는데,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이 젊은 녀석은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었다.
“내게서 절대 들을 수 없을 거야. 그러니 포기하게.”
“단주님께서 숨기시는 이유는 맹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충성하는 거죠.”
충성심이란 말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아마 이 생각이 자꾸 들어서일 것이다.
‘너나, 나나 버려졌다고.’
사람은 버려지고 충성심만 남아서 귀신처럼 부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표기광은 그 귀신을 안주 삼아 다시 술잔을 비웠다.
“내가 자네라면 달아났을 거야.”
표기광은 홀로 죽고 싶었다. 저승길에 오르는 배에도 혼자 담담하게 오르고 싶었다. 거기 먼저 올라타 있는 이 젊은 녀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달아났겠지.”
그러자 검무극이 불쑥 그에게 물었다.
“흑룡단의 단주님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그땐 어떠셨습니까?”
“그때는 어땠냐니?”
“예전에 흑룡단이 무림맹과 신야평(莘野平)에서 수적 열세임에도 맞붙어서 크게 이기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유명한 이야기잖습니까?”
표기광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래, 나도 그곳에 있었다네. 한창 자네처럼 신입이었을 때였지.”
“궁금합니다. 그날의 싸움이.”
아까 연회장에서 한창 자랑하던 이야기도 바로 이 신야평 싸움이었다. 그러다 옛 수하에게 모욕을 당한 것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눈을 반짝이며 그때 이야기를 물어보는 녀석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자넨 실전에서 싸워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정말 적과 마주하면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네.”
“그날도 두려우셨습니까?”
“두려웠지. 함께 있는 동기들과 선배들이 없다면 뒤돌아서 달아나 버렸을 거야. 그날은 특히 더 그랬지. 저 평원 끝에서 무림맹 놈들이 개미 떼처럼 몰려드는데…….”
그는 그날의 싸움을 들려주었다. 말을 하면서도 아까 연회장에서 자신을 몰아붙이던 수하가 자꾸 떠올랐다. 앞에 앉은 이 녀석도 속으론 지겨워하지 않을까? 속으론 늙은이의 잘난 척으로 생각지 않을까?
그건 기우였고 노파심이었다. 검무극은 그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들어주었다.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유심히 들으면서 질문도 했고, 또 맞장구도 쳐주었다.
미화된 활극을 들으며 검무극은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이 순간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긴 이야기가 끝났다. 검무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싸움에 함께 했다.
“고맙네. 들어줘서.”
“아뇨, 말씀해주셔서 제가 감사했습니다. 너무 멋있으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표기광은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몸을 다치고 단주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여러 번 반복했던 이야기였다. 한데 한 번도 이런 북받치는 감정은 느끼지 못했다.
이내 그는 알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그리고 신나게 들어준 적이 없었다는 것을. 다들 지겨워했고, 예의상 들어줬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주 오랫동안 바랐던 것은 누군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음을 오늘 깨달은 것이다.
다치고 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으니까.
* * *
표기광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침상에 잠들어 있었다.
‘내가 언제 잠들었지?’
이번에도 이불을 덮고 있는 걸 보니, 바깥의 애송이가 자신을 챙겨준 모양이다.
창문으로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까진 살아남았구나.
침상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니 검무극은 마당에 서 있었다. 밤새 저렇게 서 있었나 보다.
“배고프지 않나?”
“배고픕니다.”
솔직한 대답에 표기광은 부스스한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
“밥 먹으러 가세.”
두 사람이 집을 나서서 저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표기광이 불쑥 말했다.
“우린 어망에 붙잡힌 물고기 신세라네. 언제 어부가 들어 올릴지 모르는 처지지. 자네라도 빠져나가게. 아직 기회는 있어.”
그 어망 보통 어망으론 안 될 겁니다. 마정사 천라지망이 세 겹으로 펼쳐지면 모를까.
“아시잖습니까? 제 어부에게 어망을 들어 올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려면 이름을 알려주셔야 한다는 걸요.”
표기광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검무극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다른 이야기나 좀 더 들려주십시오. 선배님 이야기 더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