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52)
절대회귀-352화(352/424)
절대회귀 352화
제352회 죽다 살아나도 너스레는 떨어야.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비사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당신이 그자라면 나는 반드시 죽었겠지.’
황석경이 아무리 강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도, 당신만큼은 아닐 거야.
적으로 서 있는 검무극은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웠으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이면 호신갑을 두 겹, 세 겹 껴입는다고 살 수 있겠소?”
“어차피 죽을 목숨이면 날 못 만났을 거요. 그러니 최대한 껴입으시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비사인은 느꼈다. 검무극이 진심으로 자신이 죽을까 봐 걱정하고 있음을.
“내가 죽으면 더 좋지 않소? 사도맹이 혼란에 빠질 텐데.”
마음에도 없는 말에 검무극은 현실을 자각시켰다.
“당신에게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이 죽어도 사도맹은 혼란에 빠지지 않을 거요. 그건 내가 죽어도, 우리의 무림맹 친구가 죽어도 마찬가질 거고.”
맞는 말이다. 교주나 맹주가 죽는다면 모를까, 후계자의 죽음이 사도맹을 혼란에 빠뜨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복수와 징벌의 의지로 똘똘 뭉쳐 평소보다 더 강한 사도맹이 될 거요. 어떻소? 사도맹을 위해 희생 한 번 해보겠소?”
“사양하겠소.”
비사인은 잠시 자신이 죽은 후를 떠올려보았다. 사도십삼랑이 비통해하고, 그중에서도 일랑이 가장 슬퍼할 것이다. 맹주님은 어떨까? 얼마나 슬퍼하실까? 그 반응이 잘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아직 맹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로 떠올린 사람이 검무극이었다.
‘이 사람은 내가 죽으면 슬퍼해 줄까?’
그러다 뭔 이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나, 싶던 그때 검무극이 불쑥 말했다.
“당신 죽으면 내가 복수해주겠소. 중원 끝까지 쫓아가서, 이 일에 개입한 자들은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다 죽일 거요.”
정말이지 사람 속마음을 어찌나 잘 알아차리는지.
“말이라도 고맙소.”
비사인의 흉측한 얼굴에 살짝 미소가 스쳤다. 왠지 검무극이라면 진짜 복수를 위해 끝까지 파헤쳐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신 딱 그렇게 웃을 때가 멋있어. 나중에 좋아하는 여자 생기면 한 번씩 그렇게 웃어주라고.”
“또 쓸데없는 소리!”
자신이 죽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이런 농담이 오가고 있다. 정말이지 저 검무극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사도맹 소맹주가 된 이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방심하고 있었다.
감히 날 죽이려는 자가 있겠어?
이제 이렇게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감히 무인으로 살아가면서 그런 방심을 해?
더구나 검무극이 이렇게 직접 말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상황.
“알겠소. 놈의 암습에 대비하겠소.”
“호신갑 꼭 입으시오.”
“두 겹으로 껴입겠소.”
비사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였음을 알았기에 검무극은 안도했다. 물론 자신의 예상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매사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사도십삼랑 정식 복장 중에 복면 차림의 복장이 있소?”
“있소.”
큰 조직에 속한 호위 무인들은 대부분 복면 차림의 복장이 있다. 자신들의 신분을 감춘 채 은밀히 대상을 지켜야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거 입게 하고, 내게 한 벌 주시오. 그리고 사도십삼랑 중에 한 사람 빼주시오. 내가 그 자리에 대신하겠소.”
“정말 이렇게까지 할 거요?”
“할 거요. 왜? 싫소?”
“나야 괜찮소만, 미안해서 그렇소.”
“나중에 이자까지 톡톡히 받아낼 거요.”
비사인이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었다.
“마교 소교주 신분인데, 내 수하 노릇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당신에게 좋지 않을 거요.”
앞서 진하군과 사도십사랑, 십오랑 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본격적으로 자신을 지켜주려 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마교 소교주가 사도맹 소맹주 밑으로 가는 것이 아니오. 검무극이 비사인에게 가는 거요.”
“!”
비사인은 직감했다. 검무극의 이 말은 아주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해줄 만큼 난 당신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
“사람 사이에 저울을 두면 거래처 상인이지 어디 친구겠소? 사람 관계란 것이 원래 두 사람 중에 한쪽이 더 좋아하는 법이오. 그게 나요, 나.”
이렇게 말해주는 검무극이 정말 고맙고 좋았다.
태어나서 사도맹 후계자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친구가 생기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검무극이 웃으며 덧붙였다.
“사실 날 위한 거요.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사도맹주로 있으면 속 터져 죽을지도 모를 거요. 그냥 당신 같은 사람이 맹주로 있으면 내 행복도가 높아질 거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오. 다 저 좋아서 하겠거니 하시오.”
이래서 더 좋은 거다. 검무극은 온갖 생색은 다 내는 것 같지만 정작 생색내는 것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내가 졌다.’
비사인은 인정했다. 그가 자신 밑에 들어왔어도, 자신이 졌다. 인정하니까 마음이 편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바람 부는 절벽에 서서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 * *
다음 날, 달라진 것은 두 가지였다.
그를 호위하는 사도십삼랑의 복장이 달라진 것과, 복면을 쓴 그들 중 한 사람이 검무극이란 사실이다.
“복면이 조금 불편하지 않소? 안쪽 천을 조금 더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은데.”
그 말에 칠랑이 자신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가 일랑의 질책하는 눈빛에 시선을 돌렸다.
일랑은 검무극이 사도맹 내원까지 들어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사인의 호위 때문이 아니었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일이다.
검무극과 비사인은 틈이 날 때마다 전음을 주고받았다.
―맹 내에서는 당신이 필요 없지 않겠소?
―나는 오히려 이곳이 제일 위험한 것 같소.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에서 살행이 이뤄지는 법 아니겠소?
비사인이 창밖을 돌아보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편안함을 주던 사도맹의 전경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일랑이 비사인에게 말했다.
“가시죠, 단주들과 회합이 있습니다.”
거처를 나서면서 검무극에게 전음을 보냈다.
―정말 회의하는 곳까지 따라갈 거요?
―가야지요.
―당신 알고 보면 본맹의 기밀을 빼내려고 이러는 것 아니오?
―그걸 이제 알았소?
정말 검무극은 온종일 따라다닐 작정이었다. 상대가 투왕이 아니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투왕은 싸움을 정말 좋아했고, 그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지는 것을 싫어했다.
사도맹 내에서 진행해온 음모 역시 그에게는 하나의 싸움일 것이다.
그는 이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으려 할 테고, 지금 상황에서 지지 않으려면 비사인을 없애야 한다. 가장 직접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아직 불이 사도맹주에게 번지기 전에 비사인을 없애는 것이 승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일 테니까.
일랑이 비사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소맹주께서 소교주를 믿는 마음은 알지만, 이렇게 본맹을 속속들이 보여주셔선 안 됩니다. 나중에 맹주님께서 아시게 되면 문제가 될 겁니다.
―일랑께서 무슨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소. 다만 이번만은 내 판단을 믿어주시오.
일랑이 비사인을 쳐다보았다. 적어도 검무극에게 휘둘리는 눈빛이 아님을 느꼈기에 일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좀 더 신경 쓸 작정이다. 마인을 완전히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비사인이 회합에 참석했다.
회합장 밖에 사도십삼랑을 배치할 때 일랑은 검무극을 최대한 멀리 세웠다. 안에 대화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검무극은 순순히 일랑의 말에 따랐다.
회합을 마치고 나온 비사인은 복도 끝에 서 있는 검무극의 모습을 보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이 이해해 주시오. 일랑이 원체 고지식한 사람이라서.
―이해하오.
비사인은 평소대로 움직였다.
하루에 한 끼는 항상 가는 객잔에서 식사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식사하면서 일랑에게 전음을 보냈다.
―황석경 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미 그쪽에도 감시의 눈을 보낸 상태였다.
―평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검무극을 믿는 마음이 없다면, 황석경에게 누명을 씌운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비사인이 힐끗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객잔 입구 쪽에 서 있던 검무극은 분명 바깥을 보고 있었는데.
―또 그런 의심의 눈빛을 보내신다. 날 믿으시라니까.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사람을 수하로 뒀으니 어찌 의심을 안 하겠소?
검무극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복면 위 두 눈이 웃고 있었다.
―안 힘드시오?
―힘들어 죽겠소. 아까 선 채로 대충 끼니를 때웠더니. 앞으로 내 호위들에게 더 잘해줘야겠소.
―이리 와서 같이 식사합시다.
―싫소. 계속 고생하고 앞으로 두고두고 생색낼 거요. 만날 때마다 이때 이야기를 할 거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그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아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황석경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고.
그렇게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오늘도 비사인은 항상 가는 객잔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소교주가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일랑의 전음에 비사인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늘도 검무극은 입구 쪽에 서서 바깥 풍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검무극 어깨 너머 행인들이 오가고, 호객하는 상인들이 있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저이도 사람인데 완벽할 순 없겠지.’
그렇게 식사를 마친 비사인과 사도십삼랑이 객잔을 나섰다.
맹으로 돌아가는데 꽃바구니를 든 소녀가 다가왔다. 평소에는 못 보던 소녀였다.
“꽃 사세요, 꽃 싸게 드려요.”
사도십삼랑이 그녀를 경계했다.
사도십삼랑 중 한 무인이 가서 소녀를 살폈다. 겉으로 봐선 무공을 익힌 흔적은 없었다. 들고 있던 바구니 역시 꽃만 들었을 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평범한 꽃 파는 소녀였다.
비사인이 그 앞을 지나갈 때 소녀가 꽃을 한 송이 내밀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비사인이 소녀를 향해 돌아섰다.
“한 송이에 얼마냐?”
“귀하신 분께는 그냥 드릴게요.”
“내가 누군지 아느냐?”
“소맹주님이시잖아요? 아버지가 소맹주님을 뵈면 예의 바르게 굴라고 했어요.”
“아버지는 어디 계시냐?”
“아프세요. 집에 누워 계신답니다.”
“파는 꽃을 다 다오.”
“정말요?”
소녀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오늘 만난 기념으로 특별히 사주마.”
그렇게 돈을 꺼내서 건네주려던 바로 그때였다.
“이 꽃도 함께 드릴게요.”
소녀가 머리에 꽂고 있던 꽃을 꺼내서 꽃바구니에 넣으려던 그 순간.
탁.
일랑이 재빨리 소녀의 마혈을 제압하며 들고 있던 꽃을 빼앗았다.
“음양절독초(陰陽絶毒草)입니다. 이 아이 머리에 꽂혀 있던 음독초와 바구니에 있던 양독초가 합쳐지면 순간 맹독을 품은 향을 발산합니다.”
모두 소녀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소녀는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채 스르륵 쓰러지고 있었다.
이미 절명한 그녀를 살핀 일랑이 굳은 표정으로 보고했다.
“머리에서 꽃을 빼는 순간 극독에 중독되게끔 해둔 모양입니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그야말로 목숨을 내던진 지독한 살행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신경이 소녀에게 향하던 그때였다.
“뒤를 조심하시오!”
소리친 사람은 검무극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소녀에게 향해 있을 때, 그 찰나의 틈을 타서 비사인의 뒤에 서 있던 행인이 공격을 가한 것이다.
꽈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그의 손에 들린 원통처럼 생긴 암기에서 강철바늘 같은 암기가 한꺼번에 수십 발 발출되었다.
쉭쉭쉭쉭쉭쉭쉭!
점멸보로 공간을 가로지른 검무극이 검을 휘둘러 암기를 튕겨냈다.
공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건너편 길에서 행상을 구경하던 남자가 돌아서며 암기를 발출했다. 이번에도 폭음과 함께 암기가 발출되었다.
사도십삼랑이 몸을 던지며 검을 휘둘렀다.
반대쪽 지붕에서도 또 다른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며 암기를 발출하려던 그때!
서걱!
암기통을 든 그의 팔이 잘리며 떨어졌다.
어느새 날아오른 검무극의 검이 그의 팔을 잘라낸 것이다.
검무극은 앞서 날아든 암기를 모두 튕겨내고 그 상대까지 죽인 후 지붕 위로 곧장 쇄도했던 것이다. 너무나 빠른 움직임이었기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막는다고 착각했다.
팔이 잘린 암습자가 다른 손으로 또 다른 암기를 꺼내려 했지만, 두 팔로도 못 해낸 일을 팔 하나로 이룰 수는 없었다.
푸욱!
흑마검이 그의 목을 꿰뚫었다.
검무극이 바닥에 내려섰을 때 살수들은 모두 제압당한 상태였다. 사도십삼랑이 비사인을 빙 둘러싸고 있었고, 그 가운데서 일랑이 외치고 있었다.
“소맹주님!”
그의 가슴에 암기가 박혀 있었다. 모든 암기가 비사인에게 집중되었고, 가까운 거리에서 너무나 빠르게 날아드는 바람에 모두 튕겨내지 못한 것이다.
“난 괜찮습니다.”
비사인의 옷섶을 풀자 안에 호신갑을 입고 있었다. 정말 한 겹이 아니라 두 겹을 입고 있었다. 암기는 두 겹의 호신갑을 뚫지 못한 채 박혀 있었다.
암기를 막았던 사도십삼랑 중 세 명이 다쳤다. 하지만 그들 모두 치명상은 피한 상태였다. 그들도 모두 호신갑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검무극과 비사인의 시선이 마주쳤다.
―잘했소.
―당신 잔소리 때문에 사도맹 보고에서 호신갑을 빌려 십삼랑에게도 입혔소.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나는? 나 빼고 다 준 거요? 나도 줬어야지!
―당신이야 알아서 잘 막겠거니 했소. 호신갑이 모자라기도 했고.
―당신은 두 겹이나 껴입었으면서?
―두 겹 입으라면서요!
그렇게 두 사람은 너스레를 떨었다. 죽다 살아나도 너스레는 떨어야 하는 검무극이었다.
이내 검무극이 장난기를 거두고 차분히 말했다.
“꽃 파는 소녀가 시선을 끄는 유인책이었소. 그녀에게 시선이 분산되었을 때 공격하려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소?”
상대가 투왕이니까. 그의 명령을 받은 자들이라면 그렇게 어설프지 않았을 테니까.
“느낌이 좋지 않았소.”
비사인은 검무극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정말 상대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다.
‘이 미친놈이! 정말 나를 죽이려 든다고? 그것도 본맹 바로 앞에서?’
조금 전 검무극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당했을 수도 있었다. 설령 자신은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사도십삼랑의 피해가 컸으리라.
사도십삼랑들도 그런 사실을 알았기에 검무극에게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검무극을 못마땅하게 여긴 일랑도 함께였다.
비사인은 앞서 했던 생각을 수정했다. 저 사람도 사람이니 완벽하지 않다고? 천만에.
‘이 사람은 완벽하다. 사람 아니다.’
일랑이 놈들이 사용한 암기들을 회수했다.
“이들이 사용한 암기는 혈천폭우(血天暴雨)로 전 무림에서 금용암기로 지정한 것입니다.”
정상적인 경로로는 구할 수도 없을뿐더러,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 구할 수 있는 혈천폭우가 세 개나 동원되었다.
자신을 죽이는데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금용암기를 사용해서 죽이려 든다? 상대는 무인으로서 일말의 자존심이나 명예도 없는 자다. 오직 살상의 목적만을 이루려는 자.
비사인은 화난 얼굴로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검무극은 말없이 비사인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게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고마움에 대한 정산은 이번 일이 다 끝나고 한꺼번에 할 생각이니까.
“금용암기나 사용하고 무인의 기본이 안 되어 있군.”
비사인은 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쪽 인사를 받았으니 이쪽에서도 인사하러 가야지.
“우리 사맹관에서는 기본을 잘 가르치는지 확인하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