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57)
절대회귀-357화(357/424)
절대회귀 357화
제357회 저것들 죽이고 오늘 은퇴한다.
마교 소교주란 말을 듣는 순간, 투왕은 훌쩍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이쪽저쪽 주변을 살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한 후에야 원래 자리로 내려섰다. 그가 얼마나 마교를 신경 쓰고 조심하는지 이 반응만으로 알 수 있었다.
“마교 소교주가 왜?”
투왕에게는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의 등장이었다.
반면 혁사군은 검무극과 비사인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앞서 외부 활동을 하면서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투왕은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지난 모든 의문이 풀리기도 했다.
살수들이 몰살당하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고, 광섬이 실패하고. 그 모든 의문에 마교 소교주를 대입하니까 답이 쉽게 나왔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특히 이번 마교 소교주가 얼마나 뛰어난 인물인지, 투왕도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본단 인근 안가에 숨어 있습니다.”
그는 총군사 역할을 맡고 있으니 안가의 위치는 물론이고, 누가 와서 머무르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마교 소교주도 함께 있나?”
“아뇨, 현재 괴악과 함께 있습니다.”
소맹주는 안가에 숨어서 죽은 사람 행세를 하고 있고, 소교주는 자신의 뒤를 캐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투왕이 유일하게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이 혁사군이었다. 똑똑하고 냉철한 그의 능력을 투왕은 높이 사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뜻을 읽고 거기에 맞춰서 계획을 세웠다.
“소맹주가 죽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니, 죽여줘야겠지요.”
또한 그는 실행력 또한 남달랐다. 확신이 드는 일은 먼저 처리하고 후보고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이미 사람을 보냈습니다.”
“괴악까지 있어 쉽지 않을 텐데? 누굴 보냈나?”
혁사군은 이 상황을 해결할 이들의 이름을 밝혔다.
“염천쌍검(閻天雙劍)을 보냈습니다.”
마교 소교주만큼이나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아직 살아있었나?”
그들은 사파 무림에서 쟁쟁한 악명을 떨치던 이들이었다.
그들 역시 사도칠대고수에 속해 있던 고수였는데,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무림공적으로 몰려 무림맹의 천라지망에 갇혀 합공당해 죽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죽기 직전에 본맹에서 빼돌렸더군요. 이후 맹에서 비밀리에 쓰고 있었습니다. 저도 총군사 일을 맡으면서 최근에야 알게 되었지요.”
염천쌍검이라면 괴악과 비사인을 죽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들었다.
“안가에 있는 것을 알아내고, 염천쌍검을 쓰고. 나중에 자네가 개입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나?”
혁사군은 그런 걱정을 한낱 노파심으로 만들었다.
“바쁜 제가 그런 일을 꾸밀 시간이나 있겠습니까?”
의미심장한 그의 미소에서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을 뒤집어씌울 다른 사람이 준비되어 있음을. 눈엣가시 같은 정적(政敵)을 함께 없앨 것임을.
혁사군의 일 처리는 소맹주쪽만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검무극에 대한 대비도 이미 마친 상태였다.
“문제는 소교주입니다. 절대 그를 죽이면 안 됩니다. 그랬다간 우리 일이 다 꼬여버릴 테니까요. 그를 신교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투왕도 같은 생각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둔 방법이 있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무력으로 돌려보내는 겁니다. 죽이지 않고 패배시키려면 주군께서 직접 나서야겠지요.”
“끝까지 버티면?”
소교주 쯤이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마교를 등에 업고 떠나지 않으려 할 때다.
“설마 그가 소맹주를 진심으로 돕고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뭔가 모종의 목적이 있어서겠죠. 자기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면 발을 뺄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사도맹주를 이용해서 돌려보내는 겁니다. 지금 사도맹주는 소맹주가 검무극과 이렇게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알게 되면 반드시 소교주를 돌려보낼 겁니다. 소맹주에게는 불호령이 떨어지겠지요.”
일부러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써먹기 위해서.
“자네라면 어느 방법을 택하겠나?”
“두 번째 방법이 안전하고 확실합니다.”
“그런데도 첫 번째 방법을 먼저 이야기한 이유는?”
“주군께서 바라는 방법임을 알고 있으니까요.”
투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네와의 미래가 기대되는군.”
그에게 준 것은 총군사 자리였고, 이제 자신이 받아야 할 것은 사도맹주 자리였다.
투왕이 혁사군을 포섭한 것은 오래전부터였다. 투왕의 물심양면 지원이 아니었으면 그는 결코 부군사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혁사군 인생에서 운명을 가를 결정적인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똑똑한 그였지만 어디 군사 중에 똑똑한 사람이 그만 있었겠는가?
투왕은 강력한 경쟁자가 될 사람을 미리 없애주었다. 병으로 죽고 사고로도 죽고.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이뤄진 일이었기에 절대 발각되지 않았다.
“두 번째 방법으로 진행하게.”
“네. 사도맹주를 움직여서 소교주부터 돌려보내겠습니다.”
혁사군이 다시 죽립을 썼다.
“그럼 다시 뵐 때까지 보중하십시오.”
혁사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 그곳을 떠나갔다.
혼자 남은 투왕이 다시 달을 올려다보았다.
“소맹주, 그대 뜻대로 오늘 죽겠군. 아니, 이미 죽었으려나?”
달이 지면 해가 떠오를 것이다.
* * *
비사인과 괴악은 안가에 머물러 있었다.
밤이 늦었지만 두 사람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들은 마당에 마련된 작은 정자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비사인의 마음은 온통 이번 일 생각뿐이었다.
과연 검무극이 배후를 알아낼까? 과연 사도맹주는 자신의 이번 일 처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황석경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온갖 생각들이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다.
은은한 달빛에 마음이 동했는지 괴악이 팔자 좋은 소리를 했다.
“은퇴하면 이런 곳에 은거하고 싶네.”
괴악은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외부에서 찾기는 어렵고, 내부는 호젓하고 운치가 있었다.
“더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사셔야죠.”
그러자 괴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생 원한을 많이 산 인생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폐쇄적인 곳에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네.”
확실히 이곳은 안전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소맹주.”
“네, 선배님.”
“약속 잊지 말게.”
“제가 맹주가 되는 그날 삼격귀영보를 내어드리겠습니다.”
괴악이 목숨을 걸고 비사인을 돕는 이유였다. 비사인이 흔쾌히 대답하자 괴악은 결국 한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이보게, 소맹주. 상대의 친절함에 속지 말게. 사람은 누구나 흑심이 있는 법이네.”
검무극을 믿지 말라는 말이었다. 목숨 빚은 목숨 빚이고, 의심할 때는 의심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비사인이 어찌 모르겠는가? 검무극은 자신부터가 걱정하는 존재인데.
“명심하겠습니다.”
공손히 대답한 후 이번에는 비사인이 물었다.
“선배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 보게.”
“이미 사도칠대고수에 오르셨는데, 더 강해지고 싶으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천하제일, 혹은 사도제일을 꿈꾸는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빈 찻잔을 내려다보는 괴악의 눈빛에 분노가 담겼다.
“죽이고 싶은 자들이 있어서네.”
“그들이 누굽니까?”
괴악이 대답을 망설이던 바로 그때였다.
마당에서 외원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가를 관리하는 무인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비사인과 괴악이 벌떡 일어났다.
후끈한 피 냄새를 풍기던 무인이 그대로 쓰러졌다. 그의 등은 시뻘겋게 피에 물들어 있었다.
시체를 넘어 그곳으로 두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그들을 알아본 괴악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염천쌍검!”
괴악의 말에 비사인은 깜짝 놀랐다.
염천쌍검은 과거 무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자들이었다.
염라검(閻羅劍)과 천수검(千手劍).
두 사람을 합쳐 염천쌍검이라 불렀다.
그들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풍기는 기도가 완전히 달랐다.
염라검이 거칠고 강맹한 느낌이라면 천수검은 냉철하고 한 치의 빈틈도 없어 보였다.
비사인이 놀란 것은 상대가 염천쌍검이라서가 아니었다.
‘대체 여길 어떻게 안 거지?’
이 비밀스러운 곳이 뚫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사도맹의 기밀체계가 뚫렸다는 의미.
염천쌍검도 괴악을 알아보았다.
“십 년만인가?”
염라검의 물음에 괴악이 대답했다.
“십이 년만이지.”
괴악은 마지막 만남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옛 인연이 있으니 후배님은 그만 가시게.”
나이는 그들이 더 어렸지만 괴악에게 후배라 칭하고 있었다. 괴악이 사도칠대고수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이미 먼저 사도칠대고수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염천쌍검이란 이름으로 칠대고수 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들은 각자 칠대고수 자리를 차지해도 될 실력이었다. 둘이 합쳐 하나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칠대고수들 중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고. 만약 이들의 검이 무뎌지지 않았다면 이 싸움은 승산이 없었다.
비사인은 괴악이 갈등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염천쌍검의 실력을 괴악의 갈등으로 알 수 있었다.
‘괴악도 이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구나.’
곧이어 내려진 무정한 결정.
“소맹주, 이해해주시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나는 떠날 테니 너는 여기서 죽어라.
‘비겁하게 이러시기요?’
차갑게 쏘아붙일 수도 있었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사인은 그러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분명 그랬을 것 같은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거지?
“제 손으로 비급을 드리지 못하게 돼서 미안합니다. 부디 죽이고 싶은 그자들 무사히 죽이시길 바랍니다.”
자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죽을 상황에서도 멋을 부린다고? 이건 검무극이나 할 말이었는데. 아, 정말 그 사람에게 물들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검무극은 이런 여유를 부리고도 멋지게 살아남겠지만, 자신은 죽고 말 텐데.
비사인은 섭섭하거나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 감정은 깊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서나 느끼는 거였으니까.
예전이라면 이 순간 후회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냥 맹주님께 다 보고 해야 했는데. 그런 후회도 들지 않았다.
‘확실히 내가 변했구나!’
그래서 아쉬웠다. 죽을 위기가 자꾸 오고, 그럴 때마다 아쉬움이 든다. 더 살아서 자신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고 싶은데. 그에게 그 변화를 보여주고 싶은데.
그래서 또 바라게 된다.
거짓말처럼 검무극이 저 담장 위에 걸터앉아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이번에 살아나면 정말 춤 춥시다.
하지만 오늘이야말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그야말로 안전한 안가에 있었으니까. 그가 달려올 이유가 없는 곳이었으니까.
괴악은 잠시 비사인을 쳐다보더니 이내 등을 돌려 걸어 나갔다.
염천쌍검은 말없이 그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괴악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가던 그 순간.
쉬이이익!
후아아앙!
괴악과 염천쌍검이 동시에 돌아서며 서로를 향해 일검과 쌍장을 날렸다.
비사인을 버려두고 떠나는 척했지만 괴악은 알고 있었다. 염천쌍검이 자신을 기습해서 손쉽게 죽이기 위해 보내준다고 한 것임을. 그들이 그런 자들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꽝!
폭음과 함께 서로 주르륵 밀렸다.
염천쌍검은 세 걸음 물러났고, 두 사람의 내공을 상대한 괴악은 일곱 걸음이나 물러났다.
“비겁한 짓거리는 여전하구나.”
괴악의 조롱에 염라검도 비웃었다.
“쥐새끼처럼 여전히 눈치가 빠르구나.”
괴악은 훌쩍 몸을 날려서 비사인 옆으로 내려섰다.
비사인은 그가 달아나지 않고 자신을 향해 온 것에 놀라고 감동했다.
“왜 이리로 오십니까?”
조금 전 일장을 교환할 때 뒤로 밀리는 기세를 타고 그대로 담을 넘어서 달아날 수도 있었다.
그럼 염천쌍검이 각자 흩어져서 한 사람은 괴악을 쫓고, 남은 자는 자신을 죽이려 들었겠지.
아니면 괴악을 보내주고 그냥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었고. 어차피 오늘 죽여야 할 목표는 자신일 테니까.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지금보다는 살아날 가능성이 컸다. 괴악이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아까 강해져서 누굴 죽이고 싶냐고 물었지?”
그제야 비사인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죽이고 싶은 자들이 바로 염천쌍검이었다는 것을.
“그럼 더욱더 가셨어야 하지 않습니까?”
아직 이길 수 없다고 여겼기에 삼격귀영보를 원한 것일 테니까.
괴악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맞는 말이었다. 조금 전 격돌에서도 알 수 있었듯, 아직 이들을 이길 수 없었다.
비사인과 저들과의 실력 차는 더욱 클 테고.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그런데도 왜 남았느냐고? 사도맹 소맹주가 죽게 두는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이게 다 광섬 때문이다.’
광섬에게 배신당해서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서 내내 욕을 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대로 달아나 버리면 결국 자신도 같은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비사인이 냉정한 말이나 욕을 했다면 어쩌면 일장을 교환한 후 그길로 달아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말로 자신을 보내주는 모습에 결국 떠나지 못했다. 친절함에 속지 말라고 조언이나 하지 말지.
“비급은 자네에게 받고 싶어서.”
비사인은 알 수 없었다. 죽을 때가 돼서 사람이 변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에 그도 달라진 건지.
사람 일은 참으로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가 훔쳐서라도 그 비급 진작 드릴 걸 그랬습니다.”
괴악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죽음을 각오한 엄청난 기세가 흘러나왔다.
“이제 필요 없네. 저것들 죽이고 오늘부로 은퇴할 거니까.”
비사인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에서 예리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금분세수(金盆洗手) 하시는 날, 강호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금대야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날 춤도 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