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71)
절대회귀-371화(371/424)
절대회귀 371화
제371회 멋있게 싸우시오.
백자강은 진심으로 감격했다.
번천이 혼자 싸워야 할 자리에 이제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수하들 앞에서 번천의 명예와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은 채 합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가 있어 저 청살귀를 상대로 이런 결과를 얻어낼 수 있겠는가?
마교 소교주에게 현혹당했다는 말에 내심 코웃음을 쳤던 자신이었다. 이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사람에게 어찌 현혹되지 않을 수 있었겠냐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자를 위해 손을 들 기회를 줘서 고마웠다. 자신이 손을 들었을 때 비사인이 얼마나 감격했는지, 그 거친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제자를 한때나마 의심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할 정도로.
그래서 검무극을 믿지 않을 것이다. 자신조차 현혹하는 사람임을 알았기에 더 믿지 않을 거다. 아흔아홉 번 진실 끝에 단 한 번의 거짓말로 사도맹이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고마움은 전해야겠지.
백자강이 검무극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마교 소교주에게 하는 인사가 아니었다. 나이를 떠나, 신분을 떠나, 백자강이라는 무인이 검무극이라는 무인에게 하는 인사였다. 우리의 명예를, 제자에 대한 믿음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검무극 역시 장난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정중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청살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검무극이 작정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자신을 긁은 것은 알았지만, 처음부터 맹주의 부탁을 받고 일을 진행했을 줄이야.
마음 같아선 검무극에게 ‘더러운 혓바닥을 놀려서’로 시작하는 욕설을 한바탕 내뱉고 싶었지만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게 뻔했다.
괜한 불똥이 앞에 선 세 사람에게 튀었다.
“셋이 모이면 결과가 달라질 줄 알았느냐? 그냥 고상하게 죽을 것, 서로 뒤엉켜서 볼썽사납게 죽을 뿐이다.”
청살귀는 어차피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 싸움은 어느 한쪽이 모두 죽어야 끝나는 싸움. 순서의 문제고 과정의 차이일 뿐이다.
“누굴 먼저 죽여줄까?”
그러는 사이 세 사람은 은밀히 전음을 주고받고 있었다. 비사인이 중심이 되어 두 사람에게 지시했다.
―가운데서 제가 주도할 테니 두 분은 양쪽에서 지원해 주십시오. 우리는 서로 두 걸음 이상 떨어지면 안 됩니다. 초반 싸움에서 틀림없이 우릴 가지고 놀려 할 테니,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비사인은 반드시 청살귀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두 사람에게 표를 내진 않았지만, 솔직히 두렵고 떨렸다. 상대는 자신들보다 강한 고수. 게다가 사도맹주와 사도맹 무인들이 지켜보는 자리다.
여러 차례 실전을 겪었지만, 오늘처럼 떨린 적은 처음이었다. 결정적으로 그를 긴장하게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내가 잘못하면 일랑과 번 단주가 죽는다.’
이런 걱정이 그를 경직되게 하던 그때, 검무극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두 사람은 신경 쓰지 마시오.
정말 비사인은 ‘내 속에 들어와 있는 거요!’라고 소리칠 뻔했다.
―지키는 싸움을 하면 질 거요. 그들이 죽든 말든, 일대일로 싸운다는 생각으로 싸우시오. 그래야 이길 수 있소.
―!
본능적으로 검무극의 말이 옳다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을 믿어야 한다. 어설프게 그들을 지켜주려 하다간, 셋 모두 죽게 될 것이다.
―멋있게 싸우시오.
마지막에 덧붙여진 검무극의 조언은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필사적으로 싸우란 것도 아니고, 신중하게 싸우라는 조언도 아니었다.
멋있게.
단순히 겉멋을 부리란 뜻이 아님을 잘 안다. 오히려 이 어울리지 않는 말이 어떻게 싸워야 할지에 대한 이정표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멋있게.’
비사인이 검을 뽑아 들자 번천과 일랑도 함께 검을 뽑았다.
그들을 응원하는 사도십삼랑과 극도병단의 무인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그에 질세라 투랑들 역시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함성과 함께 선공을 취한 사람은 비사인이었다.
그는 아직 제일식밖에 익히지 못한 사도맹주의 무공이 아닌 대성을 이룬 자신의 무공인 추혼사검을 발휘했다.
추혼사검 제일검 절혼이 발휘되자 비사인의 검에서 새하얀 검기가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청살귀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날아든 검기를 장력을 발출해서 맞받아쳤다.
쾅!
폭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자신의 내공을 자랑하듯 청살귀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번천과 일랑이 좌우에서 검기를 날렸다.
이번에도 청살귀는 제자리에서 좌우로 쌍장을 내지르며 그들의 공격을 해소했다.
연속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어났다.
그렇게 상대를 조롱하며 힘자랑이나 할 줄 알았는데, 흙먼지와 함께 청살귀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쇄애애액!
어느새 청살귀는 비사인의 뒤에서 일장을 내리치고 있었다.
비사인이 몸을 비틀어 간신히 피했지만, 이어진 일장을 피할 수는 없었다. 빨랐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비사인이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며 충격에 대비하던 바로 그때!
어느새 쇄도한 일랑이 그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일랑의 검술은 천양칠수(天陽七手).
일곱 초식 중 가장 빠른 수법인 제사수 쾌양식(快陽式)이 발휘되었다.
비사인이 위험에 처하면 대신 몸을 희생할 각오까지 한 그였기에, 일랑의 공격은 필사적이었다.
청살귀는 비사인을 포기하고 일랑의 공격을 피했다. 어차피 유리한 싸움인데 굳이 부상을 당하면서 무리한 공격을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몸을 피한 그에게 이번에는 번천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쏟아지듯 날아드는 번천의 검은 빨랐다. 그의 무공은 경혼검법(驚魂劍法)으로 쾌와 극음을 바탕으로 한 검술이었다.
쉭쉭쉭쉭쉭!
검 끝에 항상 청살귀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검은 그의 몸을 꿰뚫지 못했다.
청살귀는 저 늙은 몸으로 어떻게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그 움직임은 지금까지 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추혼사검 제이검 진혼이 펼쳐지며 다섯 줄기의 검기가 살아있는 것처럼 휘어져 날아가 청살귀를 덮쳤다.
청살귀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피했고, 검기가 방향을 틀어 그를 뒤쫓았다. 마치 여의주를 뒤쫓는 용들 같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승천에서 여의주를 얻을 수는 없었다.
허공에서 방향을 틀어 검기를 피한 청살귀가 빛살처럼 빠르게 쏘아져 내려왔다.
이번에 그가 노린 사람은 일랑이었다.
청살귀는 아래로 날아가며 연속해서 장력을 발출했다.
꽝! 꽈아앙!
일랑이 서 있던 공간이 터져 나갔고 땅거죽이 뒤집혔다.
몸을 날려 간신히 공격을 피한 일랑 앞으로 피어오른 흙먼지가 갈라지며 청살귀가 쇄도해왔다.
새하얀 빛을 띠고 날아드는 손바닥!
극음의 기운이 가득한 백골투심장(白骨透心掌)이었다.
적중당하면 큰 부상을 입을 공격.
‘늦었다.’
다치면 오히려 싸움에 짐이 될 터, 일랑은 동귀어진의 마음으로 검을 내질렀다. 목숨을 내주는 대신 팔 하나라도 가져가려는 거였다.
‘죄송합니다, 소맹주님!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때, 백골투심장이 방향을 틀었다.
그가 사라지는 순간.
콰콰콰콰콱!
청살귀가 있던 곳을 검기가 휩쓸고 지나갔다.
추혼사검 제삼검 철혼이었다.
청살귀는 일랑을 죽일 수 있었지만 그랬다간 그도 크게 상할 상황이기에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이번에는 비사인이 일랑을 구한 것이다.
일랑은 고맙다는 말을 전할 여유도 없었다.
청살귀는 이번에는 번천을 공격하고 있었다.
콰아앙!
내공에서 밀린 번천이 뒤로 주르륵 밀려 나갔다. 그에 일랑이 날아가 그를 받아 내력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비로소 밀려나던 두 사람이 멈춰 섰다.
비사인은 추가 공격을 하지 못하게 청살귀를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공격에 합세했다. 그들은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 청살귀를 상대로 내공을 아끼며 싸운다는 것은 오만이었다. 다 쏟아붓고 내공이 고갈되기 전에 결판을 내야 했다.
확실히 청살귀는 자신들보다 강했다. 그가 내뻗는 손짓은 무조건 죽음으로 이어지는 필살의 연속이었다.
그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비사인은 오히려 희망을 품었다.
‘할만하다!’
우려했던 것보다 손발이 잘 맞았다.
맞추지 않으니까 더 잘 맞았다.
애초에 합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면 훨씬 어려운 싸움을 해야 했으리라. 혹여 같은 편의 절초를 방해하게 될까 봐, 함부로 끼어들기가 어려웠을 테고. 결국 합공이 아니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싸우는 형태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사인은 일대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설령 자신의 검기가 일랑과 번천을 다치게 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싸우고 있었다.
조금 전 일랑을 구한 공격도 검무극의 충고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일랑을 구하기 위한 공격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구하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청살귀를 죽이기 위한 공격이었다. 결과는 같았지만, 비사인은 분명 다른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가능한 것은 일랑과 번천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싸워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무극의 말이 옳았다. 두 사람을 믿고 오직 이 싸움에만 집중하는 것, 그것이 최선이다.
어느새 청살귀의 얼굴에선 여유가 사라졌다.
생각보다 싸움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한 것이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목숨을 내놓고 싸우고 있다는 점.
번천은 극도병단 단주의 명예를 위해, 일랑은 비사인을 지키기 위해. 비사인은 맹주와 사도맹을 위해.
싸움이 잘 풀리지 않자, 청살귀는 엉뚱한 곳에 분풀이했다.
비사인을 향해 날릴 것 같았던 장력이 싸움을 지켜보던 극도병단의 무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작정한 공격이기에 그들이 피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강맹한 공격이었다. 그들의 죽음이 비사인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것이고, 무엇보다 그래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앞쪽에 서 있던 이들이 장력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피해!”
어차피 못 피한다면 최대한 장력을 발출해 뒤쪽 동료들이라도 구하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꽈아앙!
폭음이 터져 나오고 흙먼지가 일었다.
앞에 서 있던 극도병단 무인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장력에 휩쓸렸어야 할 자신들이 무사했으니까.
공격을 해소한 사람은 백자강이었다.
허공을 향해 손을 내뻗은 그의 시선은 여전히 투왕을 향하고 있었다.
백자강이 천천히 손을 거둬들였다.
극도병단 무인 모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맹주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
투왕이 그 기회를 틈타 공격을 가할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 검무극이 기운을 일으켜 경고했다.
네가 가면 나도 간다.
투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검무극을 없애지 못하면 사도맹주 자리에 오른다 해도, 큰 화근이 되리라 확신했다. 검무극이 제대로 준비해서 돌아온다면, 과연 그걸 막을 수 있을까?
방금 청살귀의 공격이 신호탄이 되었다. 극도병단의 무인들이 투랑들에게 달려들었다.
“죽여!”
양쪽 무인들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미 싸움을 지켜보며 투기가 극에 달했던 그들이었다. 사도십삼랑 역시 싸움에 합류했다.
백자강과 투왕은 그들의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은 싸워야 했으니까.
사도십삼랑까지 개입했기에 수적으로나 실력 면에서도 사도맹이 유리한 상황.
그럼에도 투왕은 그냥 지켜만 보았다. 물론 그가 개입하는 순간 사도맹주와 검무극이 뛰어들 것이고, 난전이 펼쳐질 것이다. 뛰어들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
그러는 사이 비사인의 싸움은 극에 다다르고 있었다.
쇄애애애액!
비사인을 향해 파고드는 청살귀의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백골투심장과 함께 그의 독문무공인 혈음철조수(血陰鐵爪手)를 쓰려는 것이다. 앞서 두 번이나 그 공격에 죽을 뻔했다.
스치면 그야말로 살과 뼈가 박살이 나는 강력한 혈음철조수가 비사인의 가슴을 뜯어 버리려 날아들었다.
이 순간 비사인은 한 가지 위험한 선택을 했다.
청살귀의 손가락이 미처 피하지 못한 비사인의 가슴을 긁었다.
콰뜨뜨드드득!
그의 가슴이 찢겨 나가던 바로 그 순간!
‘됐다!’
싸움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렇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청살귀가 번천을 향해 돌아서던 그 순간!
가슴이 뜯기고 찢어져 죽었어야 할 비사인의 검이 번쩍였다.
쉬이이이잉!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추혼사검 제사검 광혼이 발휘되었다.
푸아악!
미처 광혼을 피하지 못하고 일격을 허용한 청살귀가 어깨에서 피를 내뿜으며 비틀거리던 그때.
좌측에서는 경혼검법의 마지막 절초인 창세경혼(創世驚魂)이 날아들었고, 우측에서는 천양칠수의 마지막 절초인 대양식(大陽式)이 날아들었다.
푸욱!
창세경혼을 피했지만, 대양식은 피하지 못했다.
다시 비틀거리던 그 순간.
푸우우욱!
비사인의 검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검에 꽂힌 채 울컥 피를 토해 낸 청살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비사인을 쳐다보았다.
“……분명 넌 혈음철조수에 당했는데?”
그때 청살귀의 눈에 비사인의 가슴이 보였다. 두 개의 호신갑이 뜯겨 나가 있었다. 겹쳐 입은 호신갑은 뜯어냈지만, 비사인의 몸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목숨을 건 모험이 통한 것이다.
비사인이 그를 빤히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가까이서 봐도 내가 더 잘생겼다.”
“……젠장!”
푹! 푸욱!
뒤이어 일랑과 번천의 검이 날아와 그의 목과 심장에 박혔다.
청살귀는 그대로 절명해서 꼬꾸라졌다.
세 사람이 동시에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으로 합을 맞췄음에도 합공으로 청살귀를 죽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생사를 함께 한 동지들인데.
비사인이 고개를 돌려 먼저 사도맹주를 쳐다보았다.
백자강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부가 자신을 향해 저렇게 활짝 웃어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부와의 관계도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비사인의 시선이 이번에는 검무극을 향했다.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 있던 건 싸움 전 검무극이 보내준 전음 덕분이었다. 지키는 싸움이 아니라, 쏟아붓는 싸움을 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 합공이 아니라 일대일이라 생각하고 싸웠기에 이겼다.
‘목숨 빚이 계속 쌓이고 있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환히 웃으며 나를 보고 있구나.’
그리고 날아든 한마디 검무극의 전음.
―당신 싸움 멋있었소.
마치 그 전음에 반응이라도 하듯 사도십삼랑과 극도병단의 무인들 모두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싸움도 이미 끝나 있었다. 사도십삼랑까지 함께한 싸움이기에 결과에 이변은 없었다. 투랑들은 모두 죽었고 그에 반해 사도맹 쪽 피해는 크지 않았다.
이제 그곳에는 오직 투왕과 부군사 혁사군만이 남았다. 혁사군은 얼어붙은 채 말없이 서 있었고, 투왕은 담담했다.
모두의 시선이 투왕에게 집중되었다.
검무극이 차분히 그에게 말했다.
“애초에 당신은 이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군.”
같은 편의 죽음에 그는 너무 담담했으니까.
그리고 뭔가 다른 수가 남아 있으리라 확신했다. 자신의 실력을 믿었다고 하기에는, 그 상대가 사도맹주였으니까.
“당신, 대체 무슨 패를 숨겨둔 거지?”
투왕이 대답하지 않자 드디어 백자강이 나섰다.
그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곳에 있는 모두를 압도하는 존재감이었다.
백자강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의 작은 눈에서는 검날보다 더 서슬 퍼런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대답은 내 검을 통해 듣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