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74)
절대회귀-374화(374/424)
v
절대회귀 374화
제374회 팔아서 여비라도 하라고.
모두의 시선이 독왕을 향했다.
무림에서 독왕은 온갖 소문으로 둘러싸인 신비한 존재였다.
독왕에게 당하면 독에 당한 줄도 모르고 죽게 된다더라.
눈이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실명하게 된다더라.
수백 명을 한 방울의 독으로 모두 독살했다더라.
잠도 독물이 가득한 통 속에서 잔다더라.
생김새는 꼽추 노괴라더라, 아니 남자가 아니라 중년 여인이라더라.
그야말로 온갖 오해와 와전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오늘 사도십삼랑과 극도병단의 무인들은 독왕을 직접 보고 있었다. 그들은 놀랐다. 독왕이 이렇게 어려 보이는 미소년일 줄 꿈에도 몰랐던 탓이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도 독왕은 여유롭고 도도했다.
독왕의 시선이 검무극을 향했다. 잠시 바라보는 그 눈빛이 깊었다.
“소교주를 뵙습니다.”
원래라면 인사도 생략한 채 저기 나무 아래 가서 독초나 캐고 있을 사람인데. 오늘은 검무극을 위해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독왕님을 뵙습니다.”
검무극도 정중히 포권하며 허리를 숙였다.
주위를 압도하는 진중한 분위기의 독왕이라니.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독왕은 검무극을 먼저 챙긴 후, 다음으로 사도맹주에게 예를 갖췄다.
“귀한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존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 만나서 반갑소.”
독왕은 백자강과도 차분히 인사를 나눴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독왕이지만, 이 순간의 독왕은 자신만의 세상과 바깥세상의 경계에 서 있다.
백자강은 투왕과 싸울 때보다 더 긴장했다. 투왕에게 죽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독왕에게는 그럴 자신이 없었으니까.
독왕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자신도 죽게 될 것 같은, 독왕은 그런 두려움을 주는 존재다.
하지만 오늘은 독왕에 대한 경계심 대신 고마움을 전했다.
큰 신세를 졌다. 굳이 묻지 않아도 누가 황천을 해독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오늘 신세는 갚을 날이 있을 거요.”
“본교 소교주를 위한 일이었으니,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과연 나를 위한 일이었을까?
검무극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독왕은 자신이 만독불침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따라서 황천을 해독한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혹은 아이들을 위해서였거나.
회귀 전의 독왕과 지금의 독왕은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운명을 살아가고 있다.
검무극은 안다. 우린 모두가 경계선 위에 서 있음을. 교주가 되려 했던 회귀 전의 검존과 무공수련에 열중하는 지금의 검존이 다른 사람이 아니듯, 운명이 바뀌는 것은 거창한 계기가 필요하지 않다.
독왕과 함께 온 이들이 있었다. 그를 모시는 상선과 다섯 명의 독아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상선의 독주머니가 아홉 개였고, 나머지 독아의 주머니는 일곱 개 이상이었다. 그야말로 천독림의 절세 고수들이 함께 온 것이다.
“대체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대답은 상선이 대신했다.
“무림에서 사용이 금지된 대량살상독인 황천(黃泉)이 사도맹 쪽으로 대량 이동했다는 기밀을 입수하고는 고 군사가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고월의 부탁으로 나온 것이다. 고월은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살피고 있었을 테니, 황천을 크나큰 위험 요소로 여겼겠지.
물론, 독왕은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고월은 통천각 소속도 아니고, 검무극의 개인 군사에 불과했으니까. 수하들만 보내서 황천을 조사하게 해도 되었고.
그럼에도 검무극을 위해 이렇게 직접 나선 것이다. 정말 나오기 싫었을 텐데.
‘고맙습니다, 독왕님.’
검무극의 시선이 독왕을 향했다.
독왕은 마혈을 제압당한 아이들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옆에도 여럿이 서 있었는데, 독왕은 굳이 투왕과 가까이 서 있는 아이에게로 걸어갔다.
투왕이 차갑게 노려보지만, 독왕은 겁을 먹기는커녕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디 날 죽일 수 있으면 시도해 봐라, 아니 제발 시도해라, 이런 느낌이었다.
독왕이 아이의 눈을 까뒤집어 보고 혓바닥을 빼내서 살폈다.
“고독을 쓰진 않았고,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암시를 걸었군.”
그런 후, 아이들이 가슴에 차고 있는 주머니를 살폈다.
“별 요상한 걸 만들었네. 상선, 이것 하나 챙겨 가자. 가져가서 연구해 보게. 한데 아이들이 메기에는 가방이 좀 크지 않나?”
그 말에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맡긴 것에 대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
검무극은 안다. 독왕이 이런 대량학살독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이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독공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독을 함부로 사용하는 이들을 극도로 혐오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까지 이용했으니.
지금 독왕은 투왕을 죽이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일이 사도맹의 일이 아니었다면, 투왕은 이미 죽었다.
독왕이 투왕 앞을 보란 듯 지나쳐 가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까 들으니 괜한 사람 누명도 씌우는 것 같던데.”
이런 말을 하면서 그의 앞을 지나가는 것은 무시이자 도발이었다.
어차피 마지막까지 내몰린 투왕이지만, 이 상황에서도 독왕을 공격하지 못했다. 그의 갈등이 느껴졌다. 자신의 일을 망쳐 버린 독왕에게 일격을 날릴까 말까 하는 깊은 갈등이.
하지만 그는 끝내 공격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저 젊디젊은 외모 속에 얼마나 무서운 실력자가 들어있는지. 독패자조차 두려워했던 독왕이었으니까. 아무리 용감한 자신이라도 오장육부가 녹으면서 죽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검무극은 새삼 느꼈다. 무림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왜 독왕인지를. 왜 독왕이 가장 강력한 전쟁억제력을 지녔는지.
투왕의 시선이 이번에는 백자강과 비사인을 향했다.
아쉬웠다. 저 둘을 죽였으면 사도가 자신의 손에 들어왔을 텐데.
싸움에 진 것도, 이 패배로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도 정말 아쉬웠다.
결국 원망의 눈빛이 향한 곳은 검무극이었다.
‘저놈 때문이다.’
독왕도 저 소교주가 아니었다면 오지 않았을 테니까.
애초에 모든 일이 저 마교 소교주 때문에 틀어졌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저놈만은 죽여야겠다는 증오심이 피어올랐다.
“마지막 부탁이 있소. 마교 소교주와 싸우게 해주시오.”
백자강은 단호히 거절했다.
“어림없는 소리.”
투왕이 검무극을 도발하며 자극했다.
“비겁한 소교주로 남을 건가?”
검무극이 그를 보며 웃었다. 옆에 서 있던 비사인도 따라 웃자 검무극이 물었다.
“당신은 왜 웃소?”
“저 사람이 당신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웃었소. 아, 당신이 이런 격장지계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좋았을까? 비사인의 머리가 묻고 마음이 대답했다. 아니.
“참 뻔뻔하군. 저 아이들을 보고서도 비겁이란 말을 입에 담는 건가?”
비사인의 조롱에도 투왕은 검무극만을 자극했다.
“검무극, 나와 붙자!”
모두가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맑고 깊은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안 되는 게, 여기 계신 독왕님께서 내가 당하면 그냥 있지 않으실 분이라서. 차라리 그냥 맹주님 검에 죽는 게 고통이 덜할 거요. 독왕님 독에 당하면 온몸이 녹는 고통을 느끼며 죽게 될 테니까. 그렇죠? 독왕님?”
검무극이 독왕을 돌아봤을 때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저만치 떨어진 극도병단 무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자네 발 좀 치워주게.”
극도병단 무인이 놀라서 발을 치우자, 그 뒤쪽에 풀이 있었다.
“아, 내가 잘 봤네.”
독왕이 조심스럽게 독초를 캤다.
검무극이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간 독왕을 보며 옅게 웃었다. 다들 독왕의 행동에 어떤 다른 의미가 있겠거니 싶겠지만,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지금 그는 독초 캐는 일에 진심으로 열중하고 있음을.
그때 투왕이 기습적으로 장력을 내질렀다.
폭음이 터졌다.
투왕의 장력이 향한 곳은 검무극이었다.
검무극은 한 손을 내밀어 투왕의 장력을 해소한 채 여전히 독왕을 쳐다보고 있었다.
독왕은 여전히 독초를 캐고 있었고, 검무극은 그런 독왕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철저히 투왕을 무시했다.
“이 새끼! 넌 반드시 죽인다!”
투왕의 평정심이 깨어졌다.
그가 차고 있던 비수를 던졌다. 실로 놀라운 비도술을 선보였지만, 비수는 목표한 곳에 닿지 못했다.
비수를 튕겨낸 사람은 백자강이었다. 그는 더는 투왕이 발악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보게. 여기 어디에 자네가 믿었던 불멸 같은 거창한 것이 있나? 그저 욕심과 후회뿐이지.”
독왕까지 등장한 마당에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백자강은 곧장 그를 몰아붙였다.
쇄애애앵!
꽝!
팔에 큰 상처를 입은 투왕은 백자강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속수무책 뒤로 밀려났다. 강하게 두들겨서 진기를 흐트러뜨린 후.
패왕진천 제오식 환멸식(環滅式).
날아가던 백자강의 검기가 투왕을 가운데 두고 사방에서 수십 개로 분열했다. 피할 곳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한 수가 투왕을 향해 쏘아지려던 그 순간.
슈우우웅.
투왕이 서 있던 발아래 검은 구멍이 생기더니, 그대로 구멍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모두 깜짝 놀랐다.
바닥에 남은 것은 그가 입고 있던 잘린 불멸신갑과 너덜너덜해진 보호구들, 피에 젖은 옷가지, 그리고 권갑인 투신뿐이었다. 몸에 걸쳐 있던 것을 그대로 남겨둔 채 알몸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누군가 구해갔다!’
백자강이 기를 끌어올리고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다른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 놀라운 사술을 발휘해서 그를 빼내 간 것이다.
백자강이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기운이 느껴지는지를 묻는 눈빛이었는데, 검무극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해간 비술이 보통이 아닙니다.”
십이지왕 중에 이런 무공을 쓰는 사람은 없었는데? 환왕이 살아 있었다면 모를까.
‘그럼 대체 누구지?’
어쨌든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명 이번 일의 배후는 투왕을 주시하고 있었음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앞서 본교와 무림맹, 풍천교까지 모두 실패했으니까.
‘투왕의 성격을 아는 자다. 끝까지 지켜보다 마지막 순간에 구해갔으니까.’
그게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시기에 저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투왕이 싸우다 빠져나갔으니 못내 당황하고 찝찝해할 법도 했는데, 백자강은 전혀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또 나타나면 그때 또 죽이면 되지, 그런 자신감이 드러나 있었다.
“자네에게 원한이 깊으니, 조심하게.”
“그자는 제 손에 죽을 운명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독왕이 검무극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네?
―놈을 빨아들인 저 구멍 너머가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것이 나았을 거다.
검무극은 알 수 있었다. 이미 독왕이 그에게 하독했음을. 그것도 끔찍하고 무서운 독을.
―독이 퍼지기 전에 사도맹주에게 죽겠거니 했는데.
독왕은 도저히 투왕을 용서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을 내세워 독을 쓴 그에게 상징적인 징벌을 내렸는데, 결과적으로는 실질적인 징벌이 된 것이다.
독왕이 죽을 거라면, 분명 죽을 거다. 검무극은 독왕의 실력을 믿었으니까. 또한 쓰지 말아야 할 독을 쓰지 말아야 할 방식으로 쓴 죗값에 대한 인과응보를 믿었으니까.
―역시! 우리 독왕님은 선견지명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덤벼! 한 놈은 반드시 죽이고 죽는다!”
주인이 사라지자 당황한 사혼이 검을 휘두르며 마지막 발악을 했다.
바로 그때였다.
소리 없이 그의 뒤에서 다가선 누군가 그의 목을 휘감았다.
우두둑.
저항할 사이도 없이 사혼의 목이 부러졌다.
짚단처럼 쓰러지는 그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괴악이었다. 처음 싸움이 벌어졌던 곳에서 운기조식으로 부상을 추스른 후 뒤늦게 도착한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비사인의 걱정에 괴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다행입니다.”
비사인이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사람 관계에 있어 예전처럼 대충 보고 대충 넘겨짚는 일은 없을 거다.
비사인은 이 순간을 간절히 원했다. 위기에서 벗어나면 자신의 모든 관계를 더욱 잘 맺어나갈 거라 다짐했다.
막상 실천해야 할 순간이 되었을 때 귀찮음과 게으름에 져버리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검무극이다. 그의 노력 반이라도 따라갈 것이다.
혼자 남은 혁사군은 혀를 깨물어 자결하는 것이 유일하게 고통을 피할 길이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투왕이 자신을 구하러 오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니, 오지 않을 걸 예감했지만 죽는 것은 너무 무서웠다.
비사인이 그에게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헛된 꿈을 꾼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극도병단 무인들에게 혁사군이 끌려갔다. 아이들도 맹으로 이송했다.
그렇게 투왕과의 긴 싸움이 끝났다.
백자강이 검무극에게 말했다.
“우선 함께 맹으로 돌아가세.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이별주는 한잔해야지.”
자신들을 구한 검무극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으니까. 검무극도 흔쾌히 따라나섰다.
“네, 가시죠. 사도맹에서 제일 맛있는 술로 주십시오.”
백자강이 손을 뻗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권갑 투신이 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백자강이 투신을 검무극에게 주었다.
“그나마 쓸만한 게 이것뿐이군. 이건 자네가 가지게.”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투신은 권갑 중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권갑이었다. 값을 따질 수도 없을 정도로 귀한 기물, 정말 큰 선물이었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검무극이 아니었다면 어떤 결과가 되었을지 끔찍했으니까.
“이걸 왜 주시는 겁니까?”
“먼 길 왔으니 팔아서 여비라도 하라고. 왜? 싫은가?”
“그럴 리가요!”
검무극이 재빨리 투신을 챙겼다.
“황금마차 타고 돌아가겠습니다.”
백자강이 이번에는 독왕에게 말했다.
“마존께서도 함께 맹으로 가시죠.”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인사드려야겠습니다.”
독왕은 백자강과 작별을 고했다.
굳이 백자강은 더는 권하지 않았다. 독왕과 독인들이 사도맹에 들어오는 것은 그 역시 바라는 바가 아니었으니까.
검무극이 독왕에게 전음을 보냈다.
―안가에 가 계세요! 제가 곧 찾아뵙겠습니다. 먼저 가지 말고 저랑 같이 돌아가요!
조춘배 가족이 쉬고 있는 안가에 가 있다가 함께 돌아가면 될 것이다.
―갈 때 독초 좀 같이 캐자.
―전속 채집꾼 데려오지 그러셨어요? 소교주에게도 안 챙겨주는 식사도 따로 챙겨주시는 그 소중한 분 말씀입니다.
―그 사람 요즘 바쁘다.
독왕은 수하들을 거느리고 그곳을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따라가고 싶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이쪽 일 마치고 곧 가겠습니다.
그렇게 독왕과 헤어진 검무극은 백자강과 함께 사도맹으로 향했다.
함께 걸어가던 백자강이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물었다.
“자네 이번 일이 끝나면 내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지?”
대체 무슨 부탁일지 백자강은 궁금했다. 함께 걷던 비사인 역시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도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으니까.
“본 맹의 보고에 보관된 무공비급이나 기물을 원하는가? 아니면 영약을 원하는가?”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맹주님께서 저와 어딜 좀 가주셨으면 합니다.”
“어디를?”
그러자 검무극의 입에서 백자강이 상상도 못 한 말이 흘러나왔다.
“본교 앞 제 단골 주점에서 술 한잔 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