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77)
절대회귀-377화(377/424)
절대회귀 377화
제377회 평화롭던 귀에 아부가.
“뭘 그리 보고 계시오?”
조춘배의 장모 윤씨가 안가 마당 구석에서 뭔가를 쳐다보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청년은 화단에 기어다니는 작은 벌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못 보던 청년이었다.
청년은 여전히 말없이 벌레만 보고 있었기에 윤씨는 미안함을 전했다.
“이 늙은이가 방해됐죠? 죄송해요, 무인님.”
윤씨는 이곳 안가에서 일하는 모두에게 깍듯하게 대했다. 무인들은 물론이고 시종이나 시비들에게도 예를 갖춰서 대했다. 무서워서라기보단 고마워서였다.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아온 그녀였는데, 근래 너무 편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끼니마다 온갖 귀한 요리를 차려주었고, 갈아입을 새 옷을 대령했다. 태어나 비단옷을 이번에 처음으로 입어 보았다. 늦잠도 자보고, 평생 안 자본 낮잠도 자봤다. 그러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맙겠는가?
윤씨가 돌아서려는데 청년이 말했다.
“용독벌레라는 겁니다. 이쪽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벌레지요.”
“아, 그렇군요.”
윤씨는 청년 옆으로 가서 함께 쪼그리고 앉았다.
외모는 어려 보였는데 분위기나 목소리는 성숙해 보였다.
벌레가 기어서 풀 사이로 사라졌을 때 윤씨가 청년의 허리춤을 보며 말했다.
“동전 주머니가 참 귀엽소.”
청년은 주머니를 여러 개 차고 있었는데, 십이지간의 동물들이 그려져 있었다. 저잣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이렇게 주머니를 여럿 차는데. 물론 이곳에서 만난 사람이니 상인은 아니겠지.
그때 청년이 뜻밖의 말을 했다.
“사위 분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윤씨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요?”
“저도 그곳 근처에 삽니다.”
“아, 그러셨구나. 앞으로도 많이 찾아주세요. 우리 조 서방이 정말 착하고 성실해요.”
사위네 주점 손님이라는 말에 윤씨는 너무 반갑고 좋았다.
“혹시 배고프시오? 주방에 음식이 있는데 좀 챙겨다 드릴까?”
너무 젊은 나이라서 이곳에서 허드렛일한다고 여긴 것이다. 무인이라고 해도 하급 무인일 테고.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한창 먹을 때인데. 잠시만 기다려요.”
윤씨가 건물로 달려갔다.
그녀를 보며 청년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한창때는 지났는데.”
잠시 후, 윤씨가 쟁반에 음식을 챙겨 나왔다.
하지만 청년은 그곳에 없었다.
“그새 어딜 가셨대? 조금만 기다리시지.”
그녀가 못내 아쉬워했다.
그때 그곳으로 조춘배가 걸어 나왔다.
“우리 조 서방, 배 안 고프나? 밥 차려줄까?”
자신만 보면 먹을 걸 챙겨주려는 장모님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밥은 제가 챙겨드려야죠.”
“아니네, 평생 남들 챙기느라 바빴는데 이럴 때라도 푹 쉬어야지.”
어디 장모님은 아니십니까? 더 고생을 많이 하셨으면서.
조춘배는 안가에 머물면서 여러 단계의 심리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좋았다. 혼인해서 멀리 사는 자식들도 함께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점점 날이 지날수록 마음이 불안해졌다. 이렇게 호강해도 될까? 주점을 이렇게 오래 비워도 될까?
그러다 이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푹 쉬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모님과 아내, 처제 내외가 편히 지내는 걸로 됐다. 어차피 돌아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한데 그 음식은 뭡니까?”
“여기 마음이 가는 청년이 있어서 주려고 했는데. 그새 가버렸네.”
“누군데요?”
“귀엽고 잘생긴 청년이 있었네.”
조춘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청년은 없었는데?
“아, 자네 가게에도 갔었다던데?”
“네? 제 주점에요? 그럴 리가 없는데.”
그때 그곳으로 청년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약초가 한가득 들려있었다.
“어르신 무릎이 많이 안 좋아 보이셔서.”
“늙으니 안 아픈 곳이 없네요. 한데 무릎 아픈 건 어떻게 아셨소?”
그녀가 고질적으로 아픈 곳이 무릎이었다.
“이걸 달여서 드시면 걷기가 좀 편하실 겁니다.”
“뭘 이런 걸 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윤씨는 감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우리 무인님께서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었소. 자, 그거 내려놓고 이거 좀 드시오.”
윤씨가 손주를 대하듯 청년을 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조춘배는 사색이 된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금 장모가 많이 먹으라며 독왕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요즘에도 이런 고마운 청년이 있다면서 말이다.
“으아아! 안 됩니다!”
조춘배가 소리쳤다.
독왕과 윤씨가 조춘배를 쳐다보았다.
“자네 왜 그러나?”
윤씨의 물음에 조춘배가 독왕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이구! 독왕님!”
주점 벽에 이름도 남겨준 독왕이었는데 어찌 그를 모르겠는가?
뒤늦게 윤씨는 청년이 고귀한 신분임을 알고 당황했다.
“어이구! 귀하신 분을 몰라뵙고. 죽여주십시오!”
독왕은 바닥에 엎드리려는 윤씨를 제지하며 그녀에게 약초를 주었다.
“이런 귀한 건 받지 못합니다.”
“사위 분께 신세를 져서 드리는 거니, 너무 개의치 마시오.”
그 말을 하고는 독왕은 곧장 건물로 들어갔다.
어제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안가를 관리하는 마인에게 조춘배 일가가 와 있음을 들었다. 일부러 편히 지내라고 자신이 왔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그들에게 제일 좋은 방을 내줬을 텐데, 자신이 온 걸 알면 조춘배가 방을 내놓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방도 방이지만 부담도 많이 느낄 테고.
그래서 왔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수하들과 객청에서 이틀을 조용히 보낸 것이다.
그리고 독왕은 검무극이 조춘배를 아끼는 것을 알았기에, 장모 앞에서 위신을 세워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독왕님!”
그 무서운 독왕이 약초를 주고 가자, 조춘배는 너무 감격했다.
“조 서방, 내가 실수라도 한 게 아닌지 모르겠네.”
“아닙니다. 그랬다면 이런 귀한 걸 주셨겠습니까?”
“정말 고마운 분이시네.”
그녀는 독왕이 들어간 건물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자네 덕에 이 무슨 호강인지.”
“약초는 제가 달여드리겠습니다.”
약초를 받아든 조춘배는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독왕이 직접 준 약초라니? 손이 덜덜 떨렸다. 잎 하나라도 떨어뜨릴까 조심했다.
한 사람이 보고 싶었다. 이 모든 행복과 기쁨은 그가 준 선물이었으니까.
“소교주님, 무사히 돌아오세요. 돌아오시면 제가!”
바로 그때였다.
“뭐 해주실 건데요?”
조춘배가 놀라 돌아보니 그곳으로 검무극이 들어서고 있었다. 사도맹을 나선 검무극이 쾌속보로 바람처럼 달려온 것이다.
“소교주님!”
그의 외침에 건물로 들어갔던 독왕이 창을 열고 모습을 보였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독왕님 보고 싶어서 바람처럼 달려왔죠.”
“저기 주인장 보고 싶어서겠지.”
검무극이 조춘배를 보며 웃었다.
“물론 우리 주인장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검무극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자 조춘배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안도감이 밀려왔다. 꿈을 꾸는 듯한 환상 속을 떠다니다가, 비로소 현실에 발을 딛는 안도감이 든 것이다.
“제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방법이 있을 겁니다.”
“네?”
“나중에 주점에 귀한 손님이 올 테니, 그때 실력 발휘 좀 해주십시오.”
의미심장한 검무극의 눈빛에 조춘배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껌벅였다. 마존이 올 때도 저런 말을 안 했는데. 대체 누가 오기에 저런 말을 하는 걸까?
그 사이 윤씨를 비롯해 조춘배의 가족이 모두 나와서 검무극을 반겼다.
“덕분에 우리 가족, 죽어도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소교주님.”
검무극은 윤씨의 손을 잡아주며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어르신.”
다음 날 안가를 떠나는 것으로 결정되자 그날 저녁은 조춘배가 차렸다. 신세 진 이들에게 직접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다.
검무극과 독왕, 독아들은 물론이고 안가의 무인들과 시종, 시비들에게까지 술과 요리를 대접했다.
조춘배가 실력 발휘를 하는 사이 그의 아내는 그동안 자신들을 돌봐준 이들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표했다.
독왕은 식사하면서 멍하게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상선이 대신 검무극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검무극을 만나서 독왕은 변하고 있었고, 그 변화는 상선이 오랫동안 바랐던 바였다. 천독림이 아닌 이곳에 있는 것도, 마불과 함께 약초를 캐고 함께 식사하는 것도 예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이번에 함께 와주셔서 큰 위험을 넘겼습니다.”
“돌아가시면 천독림에 한번 놀러 오십시오.”
“다음에요. 아버지께 인사만 드리고 곧장 출교해서 무림맹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무림맹을 뒤집어 놓으시겠군요.”
상선의 농담에 검무극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무림맹주님을 만나 한 가지 양해만 구하면 되는 간단한 일입니다.”
그러자 독왕이 불쑥 말했다. 안 듣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과연 간단할까?”
독왕의 말에 검무극은 앞에 놓인 술잔을 비웠다. 그건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과연 진패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 일은 자신도, 무림맹주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기분 좋은 저녁 자리가 끝났을 때, 검무극이 조춘배에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시죠.”
조춘배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휴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 * *
천마신교로 돌아온 검무극은 천마전부터 들렀다.
“아버지, 저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계시던 자리에서 나를 맞아주셨다.
“사도맹을 휘젓고 왔다면서?”
“오해십니다. 전 나서지도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거든요. 통천각에서 보고를 다 받으셨겠지만.”
검무극은 사도맹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되도록 아버지에게는 이렇게 직접 말씀드렸다. 다 알고 계시는 내용이라도 상관없다. 이렇게 거짓 없이 말씀드리는 것만으로도, 이건 보고가 아니라 대화였으니까.
“아직 배후가 남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버지만 방심하지 않으시면 된다. 세상 사람 다 방심해도 나와 아버지만 방심하지 않으면 된다. 그럼 우린 막아낼 수 있다.
“놈들이 또 다른 수작을 부릴 수도 있으니 아버지와 제가 잘 살펴야 할 겁니다.”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도 강조했다.
“방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먼저 찾아서 없애겠다는 의미, 아버지 방식이다. 이미 총군사에게 명령을 내려 진행 중이겠지.
“그럴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놈들의 치밀함으로 볼 때,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거다.
“참, 그리고 풍류주점에 사도맹주를 초대했습니다.”
일부러 대수롭지 않게 슬쩍 말했다. 아버지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차마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아버지께서 사도맹주를 싫어하신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만, 막상 만나보면 뜻밖에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또…….”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눈빛이 딱 이랬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는 있지?
원래라면 오는 길에 무림맹부터 들러서 그쪽 일까지 처리하고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허락도 받아야 하고, 이렇게 눈치도 봐야 하고, 안 된다고 하시면 설득도 하고 협상도 하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과 이렇게 돼버렸습니다는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니까.
네 속을 다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비웃음이었다. 그걸 보자 비로소 드는 안도감.
아, 집에 돌아왔구나.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사도맹주를 불렀는지 이미 꿰뚫어 보고 계실 것이다.
과연 아버지는 이유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무림맹에서 그냥 있지 않을 텐데?”
“그래서 제가 무림맹주께 직접 가서 말씀드리려고요.”
“그런다고 진패천 그 사람이 받아들일까?”
독왕이 그랬듯, 아버지도 이번 일을 쉽게 보지 않았다.
물론 나는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무림맹 쪽에도 제 편이 있어서요. 거긴 둘이나 있거든요.”
* * *
“사부님!”
권마는 자신이 무너뜨리려는 그 절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왔느냐?”
비사인을 데려다 너스레를 떨고 싶다. 보라고, 당신 얼굴은 우리 사부에 비하면 귀여운 얼굴이라고.
“사도맹 일 마치고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뵙고 곧장 사부님께 오는 길입니다.”
그렇게 생색을 낸 후 그와 나란히 서서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이 절벽, 성장 중입니까?”
무슨 뜻이냐는 권마의 눈빛에 절벽을 다시 쳐다보며 대답했다.
“어찌 된 것이 더 크고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권마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네가 성장한 것은 아니고?”
그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성장할수록 상대가 가소롭게 느껴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건 하류들이나 그러는 거고. 일류들은 성장할수록 상대를 정확히 보겠지.”
진짜 고수들이 겸손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테고.
천마호신공의 대성을 이루면서 무학의 경지가 올라간 걸까? 정말 절벽이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그럼 사부님께는 이 절벽이 더 어마어마하게 보이겠군요.”
“평화롭던 내 귀에 아부가 들리는 걸 보니, 누가 돌아오긴 돌아왔구나.”
“어디 아부만 돌아왔겠습니까? 여기 선물도 있습니다.”
권마는 내가 준 권갑을 알아보았다.
“투신이구나!”
“알아보시는군요.”
“권법을 익힌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물건이지. 이게 어디서 났느냐?”
“사도맹주에게 선물로 받았습니다.”
권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너라면 그럴 수 있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준 걸 왜 내게 주느냐?”
“투신이 제 손에 끼어있는 걸 원하겠습니까? 사부님 손을 원하겠습니까?”
항상 맨주먹으로 살아온 그였기에 필요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순순히 받았다.
“그래, 절벽을 무너뜨리려면 필요하겠지.”
그래, 어디 나만 성장 중이겠는가? 자존심 내세우지 않고 흔쾌히 받는 모습으로 알 수 있었다. 권마도 성장하고 있음을.
그리고 투신이 권갑 중에서 왜 최고라는지도 알 수 있었다. 탄력성이 좋아 권마의 그 큰 손에도 잘 맞았다.
“보물마다 제 주인이 있다는 말,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권마는 내 앞에 그 큰 주먹을 꽉 쥐어보이는 것으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했다.
그래, 이렇게 다 강해져야 한다. 저쪽에서 어둠 속에서 음모를 꾸미면, 우린 햇빛 아래에서 이렇게 강해지는 거다.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 * *
권마와 작별한 후, 일월검을 호위들에게 맡기고 곧장 본교를 나섰다. 어차피 바로 출교 해야 하니, 다른 마존들은 무림맹에 다녀온 후에 인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또 저희는 두고 가실 거죠?”
호위책임자 적연은 이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이번에도 그래야겠는데?”
우린 정말 쓸모없는 놈들입니다, 라는 자학적인 눈빛으로 나를 회유하려 했지만 내겐 통하지 않았다.
결국 적연이 소리쳤다.
“대신 이것만 알아주십시오. 소교주님 잘못되시면 우리도 다 죽습니다.”
그래, 내가 잘못되면 어차피 다 죽을 거다.
“따라가고 싶으면 더 강해져! 더! 더!”
마가촌을 지나며 풍류주점을 보았다. 오랜만에 문을 연 그곳에 저잣거리 사람들이 모여 조춘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을까?
‘주인장, 아직 하지 마시오. 정말 해야 할 자랑이 남아 있으니까.’
쾌속보를 발휘해서 무림맹을 향해 내달렸다.
세상 속을 빛처럼 흘러가면서도 나는 볼 수 있었다. 길가의 꽃들이 꽃봉오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을.
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