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91)
절대회귀-391화(391/424)
제391회 싸워도 우리끼리 싸웁시다.
검무양은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오리 요리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같은 핏줄이라서 그럴까? 자주 보지 않더라도 동생의 마음이 깊이 들여다보일 때가 있다. 바로 지금 같은 때다.
오리는 장난치듯 자신의 앞으로 헤엄쳐 왔지만, 검무양은 알 수 있었다. 동생이 고맙다고 인사하고 있음을.
온갖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는 검무극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렇게 말없이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누가 누굴 보고 무뚝뚝하다고 하는 건지.
한편 진하령은 검무극을 위해 나선 검무양에게 자신을 대입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오라버니를 대신해 저렇게 나설 수 있었을까? 아마도 못했으리라.
설령 나섰다 해도 저렇게 강력하게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었을까? 진정으로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거다. 애초에 검무양은 끝까지 간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으니까.
감동한 사람은 진하령만이 아니었다. 비사인 역시 나직이 말했다.
“형제가 있다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소.”
비사인은 지금껏 자신이 혼자인 것에 아쉬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부러웠다. 저렇게 대신 나서 줄 형제가 있다는 것에.
그때 눈을 감고 있던 검무극이 말했다.
“아쉬우면 날 형으로 삼으시오.”
“동생이겠지!”
검무극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웃고 있었다.
“잠도 안 자면서 눈은 왜 감고 있소?”
“형이 내게 처음으로 준 휴식인데, 쉬어야지요.”
그러자 검무양이 말했다.
“그 입을 좀 쉬라고 했다. 눈은 뜨고, 입은 닫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입이 쉴 수가 없네.”
비사인이 또 부러운 점은 저들 형제가 피를 흘리지 않고 후계 싸움을 마쳤다는 점이다.
자신은 후계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후계 싸움이 다 그렇지. 무인들 삶이 다 그렇지. 다들 그래왔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렇지 않은 두 사람이 지금 눈앞에 있다. 저렇게 너스레를 떨며 정말 사는 게 다 그런 거냐고 묻고 있다.
진하군은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묘한 감정에 격동해서일까? 평소보다 술이 잘 넘어갔다.
그 역시 검무양 때문이었다. 검무극이야 워낙 대단한 사람인 것을 알았으니, 그가 어떤 일을 해내도 이상하지 않다.
한데 조금 전 검무양의 모습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감탄과 질투심, 그리고 수치심이 뒤섞였다. 자신과 닮았다는 말을 들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뭐가 나와 닮아? 내가 더 낫지 않나?
그런 마음이 내심 있었는데, 조금 전 보여준 검무양의 모습은 자신의 자만을 부끄럽게 했다.
그때 진하령이 진하군의 술잔에 술을 부어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오라버니의 심란한 마음을 이해했다.
“나중이 기대돼.”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기도 했고, 정말 기대되기도 했다.
이 사람들이 교주가 되고 맹주가 되었을 그때는 어떤 무림이 펼쳐질까? 오늘 한자리에서 셋을 모두 보니 더욱 큰 기대감이 들었다. 막연히 생각했을 때와는 또 달랐다.
한편 일 층의 분위기는 완전히 풀어졌다.
삼삼오오, 가까운 이들끼리 모여 술을 마셨다. 허름한 주점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술도 요리도 모두 훌륭했다.
“맛이 괜찮군.”
이런 칭찬을 벌써 두 번이나 들은 조춘배는 주방에 들어와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정파 무인들에게도 듣고, 사파 무인들에게도 들었다. 이걸 단골들에게 자랑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뻤다.
“여기 술 한 병 더!”
“네, 갑니다!”
무림 평화는 내가 지킨다! 조춘배가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그때, 혈천도마는 일화검존의 잔을 채워주고 있었다.
“죄송해요.”
앞서 태을신검을 자극한 사람은 그녀였다. 그냥 먼저 시선을 돌려버렸으면 되었는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젊어서 그래.”
“젊긴요. 제 나이가 몇인데.”
“자네 나이면 젊지. 내가 자네 나이면…….”
혈천도마가 뭐라 말을 하려다 말았다.
“제 나이면 뭘 하려고요?”
“딱 정해둔 것은 없지만.”
사실 있었다.
혈천도마는 그게 뭔지 말해주지 않고 조용히 술을 마셨다.
“제 나이라고 여기고 사시면 되잖아요?”
“그 나이가 아닌데 어찌 그렇게 사나?”
일화검존이 탁자를 가법게 세 번 내리치며 선언했다.
“이제부터 혈천도마는 일화검존과 같은 나이다.”
옆에서 술을 마시던 취마가 끼어들었다.
“어지간히 선배께 쌓인 게 많은가 봅니다. 친구 맺고 다 풀려는 거죠.”
혈천도마가 옅게 웃었다.
“그런가 보네.”
혈천도마가 어쩐 일로 취마에게 술을 부어주었다. 주정뱅이 꼴 보기 싫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자네가 이 사람과 사이에서 여러모로 힘 써준 것 알고 있네.”
자신과 일화검존의 사이를 회복하는데 취마가 큰 역할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 자세한 내막까진 아니더라도 취마가 많이 애썼다 정도는 일화검존에게 들은 것이다.
“뭐, 친구들 일인데요.”
은근슬쩍 수작을 부렸지만, 일화검존이 두고 보지 않았다.
“친구들? 꿈도 꾸지 마!”
“선배님도 어려졌다면서?”
“나하고만 동갑이야.”
그렇게 오랜만에 즐거운 분위기인 세 사람 옆에 독왕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창가에 기대서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불어온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지나가는 여인들이라도 있었다면 모두 발걸음을 멈췄겠지만, 바깥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마불이 다가왔다.
“아까부터 뭘 그리 보고 있소?”
“그냥 좀 갑갑해서 보고 있었소. 봄기운도 좋고.”
천독림 내의 자신의 거처에서는 독을 연구하고 제조하니까 답답한 줄 모르지만, 이렇게 다른 곳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매번 독초 찾아, 독충 찾아 천독림을 돌아다녀서 그렇기도 했다.
“요즘은 찾고 있는 독초 없으신가?”
“왜 없겠소? 봄에 피는 독초 중에서 필요한 것들이 잔뜩 있소.”
“조만간 한 번 찾아뵙겠소.”
독왕의 표정이 밝아졌다. 마불은 정말이지 독초 찾는 데에는 귀신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마불이 이 층을 올려다보았다.
“함께 가면 좋을 텐데 저리 바빠서야.”
독왕의 시선도 이 층을 향했다. 그 경직되었던 이 층의 분위기가 후계자들이 올라간 후 풀어졌다. 그 중심에 검무극이 있기 때문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독왕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려다가 사파의 고수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포권하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괴악이었다. 투왕과의 싸움을 함께한 그는 독왕이 사도맹 무인들을 구해준 것을 알고 있었다. 주위 사파 고수들이 그를 쳐다보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독왕도 그에게 포권하며 예를 갖춘 후 창밖을 쳐다보았다.
주점 구석에 홀로 앉아 있는 극악소마에게 섭혼마존이 다가갔다.
“앉아도 되나요?”
극악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술도 요리도 손을 대지 않은 상태였다.
“외부 음식은 안 드시는 것을 알지만, 잔만 채워드리겠습니다.”
앞서 지붕에 혼자 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혼자 있는 극악소마가 신경이 쓰였다. 이성적인 끌림이라기보다는 어떤 동질감에서 오는 끌림이었다.
백색 가면 속 두 눈이 섭혼마존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불쑥 말했다.
“난 그대가 부럽소.”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러자 극악소마가 이 층을 올려다보았다. 그 행동 하나로 극악소마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당대 천마를 모시는 사람이지만 너는 젊어서 검무극까지 모시는 마존이지 않느냐는 의미였다.
“소마님께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좋아하시는군요.”
검무극을 모시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의미임을 알고 눈구멍 속의 두 눈이 웃었다.
권마는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오늘의 안전을 책임진 그는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밖의 단주들은 수시로 경계 상황을 알렸고, 권마는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검우진이 그를 가장 신뢰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었다. 일을 맡기면 확실하게 해냈으니까.
교주와 두 맹주는 여전히 각자 술을 마셨다.
앞서 진패천이 술을 주겠다는 것을 검우진이 거절한 후,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긴. 서로 싫어하는 그들이 어색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후계자들이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는 것이 더 나았다.
진패천은 앞서 검무극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평생 놀아보지 못한 분들이라서.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도 모르실 거요.
맞는 말이다. 정말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서 놀아본 기억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최고를 향해 달리기만 했던 인생이었으니까.
‘인제 와서…….’
노는 방법을 알 수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놀고 싶지도 않았다.
‘일하는 게 노는 거지.’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으니까.
무림맹주의 자리에까지 오른 삶이었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삶인가? 다만 작은 삶의 여유조차 없었다는 사실만큼은 아쉬웠다.
의식해서 노력했으면 어쩌면 그 여유, 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까? 인생에서 만약을 가정하는 것만큼 허무한 게 없듯,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검우진의 시선이 진패천을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검우진의 건방지고 도도한 눈빛이 아주 잠깐 부드러워졌다.
“술 한 잔 주시겠소?”
앞서는 술을 주겠다는 것을 거절했는데, 이제는 술을 한 잔 달라고 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쉽게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왜 마음이 바뀌었소?’
이렇게 묻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해 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거절할 때는 언제고! 내가 그대가 달라면 주고, 말라면 마는 사람인가?’
이렇게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술을 달라고 말을 꺼내는 이 순간, 자존심을 굽힌 사람은 검우진이었으니까.
검무극이 한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이번 회담에서 자신들이 놀고 쉬기를 바란다는. 그래서 마음을 바꾼 걸까?
진패천이 술병을 들고 다가가자 검우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패천이 선 채로 술을 따라주었다.
“고맙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백자강은 술을 주겠다는 말도,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혼자 동떨어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깊이 개입하지도 않았다.
정과 마 사이의 사.
그는 항상 적절한 거리에 있었다.
검우진이 이번에는 백자강을 쳐다보았다.
백자강은 검우진의 눈빛에서 그가 자신들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백자강도 자신의 술잔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세 사람이 가까운 거리에 섰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는 거리.
이들의 실력이라면 기습으로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을 거리다. 그랬기에 이 거리는 신뢰의 거리기도 했다.
검우진이 그들을 부른 것은 함께 놀자는 이유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제 일 이야기 좀 합시다.”
진패천과 백자강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검우진이 기를 발출해 주위를 둘러쌌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외부로 흘러 나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번 일의 배후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요.”
물론이었다. 진패천의 손자와 손녀가 죽을 뻔했고, 심지어 백자강은 직접 투왕과 싸우기까지 했다.
이윽고 검우진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싸워도 우리끼리 싸웁시다.”
자신들의 싸움에 남을 끼워 넣지 말자는, 다시 말해 힘을 합쳐서 놈들을 없애자는 의미였다.
“본교는 놈들과 관련된 정보 모두를 그대들과 공유하고 놈들을 처단하는 것을 본교 최우선 목표로 삼을 작정이오.”
진패천과 백자강은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검우진이 이렇게 먼저 패를 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자고로 협상에서는 자기 생각을 먼저 밝히는 쪽이 불리한 법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마교주인데. 게다가 누구보다 자존심 강한 그였기에 이쪽에서 먼저 힘을 합치자는 말을 기다릴 법도 했고.
검우진은 이렇게 예상을 모두 깨뜨렸다.
이 사람도 변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계략이 있는 걸까?
진패천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이 마교주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그것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되었다. 자신을 지금껏 살아남게 해준 바로 그것, 본능 말이다.
본능은 마교주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그의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저 멀리 검무극의 모습이 보였다. 본능이 그를 보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본능의 속삭임을 들었다. 잘 모르겠으면 저 아이를 믿어. 너와 저 사도맹주를 마교 앞 주점까지 끌고 온 저 아이 말이다.
이윽고 진패천이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솔직히 손주 녀석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소. 맞소. 나는 저 아이가 꿈꾸는 정도가 무엇인지 모르오.”
진하군을 향한 진패천의 두 눈이 깊어졌다.
“저 아이가 걸어가는 정도를 보고 싶소.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길일 거요. 그래, 그 길을 보려면 뒤에서 모략질이나 하는 그 야비한 자들은 다 때려잡아야겠지.”
진패천의 시선이 다시 검우진을 향했다.
“좋소이다. 본맹도 놈들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배후를 처단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겠소.”
무림맹이 천마신교와 손을 잡겠다고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검우진과 진패천의 시선이 백자강을 향했다.
그는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서 거짓말을 알아내는 감각이 통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 검우진과의 대화에서 귓가에 소름이 돋은 적은 없었다.
“정마가 가는데 사가 고집부릴 수 있겠소? 놈들에게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 알려줍시다.”
그의 작은 눈이 웃었다. 정파나 마교에게 한 수 양보한다는 듯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전혀 꿀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이제 다른 말은 더 필요 없었다.
세 사람의 잔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무림 역사상 다시 없을 정사마 연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천마신교와 무림맹, 사도맹은 배후와 관련해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적들을 추적해 나갈 것이고, 도움이 필요하면 지원까지 있을 것이다.
검무극은 어느새 눈을 뜨고 세 사람이 건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말소리가 차단되는 순간, 세 사람이 매우 중요한 대화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랬기에 저 건배로 삼자연합이 성사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믿는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아버지가 내 마도를 어떻게 생각하시든, 적어도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시는 분이셨으니까.
그래서 이 회합을 열고도 마음이 편했던 거다. 뒷일은 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겠지 했던 것이고. 역시 아버지는 아버지다.
“하여튼 놀지 못하시는 분들이시라니까.”
검무극의 말에 모두 미소를 지었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요. 저 놀 줄 모르는 분들 대신 우리라도 제대로 축하합시다. 술도 진탕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그리고…….”
검무극이 의미심장하게 씩 웃으며 비사인을 쳐다보았다.
“왜 날 보시오?”
흠칫 놀란 비사인은 보았다. 태풍을 몰고 오는 거대한 먹구름을, 하늘까지 솟아오른 해일을, 불덩이를 분출하는 용암을,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인생 최대의 위기가 자신을 덮쳐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