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01)
절대회귀-401화(401/424)
제401회 미안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밖에서 들려온 말에 인질 삼인방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정답이라고?
생각이란 걸 할 줄 안다면 자신들을 구출하러 온 구조대가 저렇게 친절하게 문을 두드렸을 리가 없지 않나? 문을 부수고 기습적으로 들어왔겠지.
결정적으로 여인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젠장! 저쪽 사람이구나!’
양중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한데 대체 누구기에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
끼이익.
문이 열리자 이안은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도련님!”
그냥 앞뒤 가리지 않고 검무극에게 와락 안겼다.
“보고 싶었어요!”
예전에도 검무극에게 여러 번 안겼지만, 오늘만큼 반갑고 좋았던 적은 없었다.
그래, 정답이 오셨다!
아니, 오답이면 어떠하랴? 검무극인데. 이런 어려운 상황에 딱 등장해 주는 검무극이 왔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삼인방은 새로운 이들의 등장에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 또 한편으론 남자가 부러웠다.
‘대체 누구기에 이 아름다운 여인이 저리 좋아하는 거지?’
얼굴을 보니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이안은 뒤늦게 검무극 뒤에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취마를 발견했다.
“앗! 취마님!”
화들짝 놀라 검무극에게서 떨어진 이안의 얼굴이 빨개졌다.
조금 전까지 팔을 자를까, 목을 자를까 하던 여인이 저렇게 수줍은 모습을 보이다니!
한데 지금 세 사람에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취마?’
붙잡혀 있던 세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자신들이 아는 취마는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제발 잘못 들었기를 바라는 그들의 시선이 다시 취마를 향했다.
잘생긴 중년 남자는 특별한 기도를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왠지 시선을 빨아들이는 존재감이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인 느낌과 허무한 눈빛을 바라보던 그들의 시선이 허리에 찬 술병을 향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취마의 독문병기가 술병이라는 것을.
‘잘못 들은 게 아니다!’
그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마존이 왔다고? 여기에? 대체 왜?’
무림에서 마존이 주는 공포심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취마가 그들을 슥 쳐다보자 세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취마가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한테나 구박받지, 나 밖에 나오면 이런 사람이다.
검무극이 그에게 웃어주었다. 겉으론 태연하게 굴어도 마음이 좋지 않음을 알기에 취마에게 많이 웃어주려 한다.
검무극이 이안에게 물었다.
“대체 누굴 구하려고 한 거냐?”
“역시!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는군요.”
이안이 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말해주었다. 귀령자의 동생인 서진이 있는 곳으로 가는 중에 우연히 한 아낙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 일을.
“……물 한 잔 얻어먹으며 사연을 듣는 바람에 여기까지 왔어요. 정말 비싼 물 마신 셈이죠.”
검무극은 안다. 이 일이 이안이란 사람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호위라서, 자신을 구하려고 몸을 날린 게 아니다. 이런 사람이기에 기꺼이 몸을 날린 것이다.
“원래 이런 일 처리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나요? 항상 도련님 보면 뚝딱뚝딱 처리하셔서 쉬운 줄 알았어요.”
이안이 납치해 온 세 사람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잡아 올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멋지게 인질 교환하고, 구출한 사람들 데리고 떠나면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어찌 알았겠어요? 자기 자식까지 버릴 줄. 그래서 이자들 확 죽이고 그냥 가버릴까 고민 중이었다고요.”
마음에도 없는 저 말은 붙잡혀 온 세 사람 들으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어떻게 다루든 공포 분위기는 조성되어야 했으니까.
이제 검무극이 상황을 이어받았다.
“이후 일은 내게 맡겨도 되겠느냐?”
“제발 맡아주세요!”
검무극인데 무슨 걱정을 하겠는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설령 일을 다 망친들 무슨 상관이랴. 그녀에게 검무극은 그런 존재였다.
검무극이 세 사람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속살거렸다.
“너희 정말 내가 안 왔으면 큰일 날뻔했어. 저 예쁜 여자, 싹둑싹둑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뒤에서 이안이 말했다.
“다 들리거든요.”
이때 세 사람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젊은 사내는 대체 누굴까? 취마의 수하인가?’
왠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여인이 도련님이라고 칭한 것으로 볼 때, 신분이 높은 것 같은데….
한데, 아무리 봐도 전혀 무공을 익힌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생김새나 풍기는 느낌은 딱 명문의 자제인데. 명문의 자제가 마존과 어울리며 이런 일을 저지른다고?
어쨌든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양중은 어떻게든 이 변수를 이용해서 살아남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놈을 이용해서 살아남는 거다.’
양중이 정중히 물었다.
“소협께선 누구시오?”
넌 또 누구냐며 악다구니 치고 싶은 욕망을 애써 가라앉히며, 그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굴었다.
“너희를 구할 생명의 은인이시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어쨌든 살려 준다고 하니 이때다 싶었다.
“나를 살려주시면 원하시는 건 뭐든 들어드리겠소.”
“뭐든?”
“그렇소. 돈을 원하면 돈을 드리고, 무공을 원하면 본문의 무공을 전수해주겠소. 명성을 원하시면 명성도 얻게 해드리겠소.”
일단, 될지 안 될지 모를 약속을 마구 남발했다. 지금 목숨이 걸린 일인데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는가?
뒤에 있던 이안이 옅게 웃었다. 누구에게 돈을 주고, 누구에게 무공을 가르치겠다는 건지. 게다가 명성은 너희 문파 사람 모두를 다 합쳐도 못 미칠 텐데.
“셋 다 주면 안 돼?”
“셋 다 드리겠소!”
하지만 이내 검무극은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되었다.
“한데 부친이 인질 교환을 거절했다면서? 그런 사람이 돈도 내주고 무공도 전수해줄까?”
“그건……!”
정말이지 이점은 양중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화나는 부분이었다.
그때, 검무극이 넌지시 제안했다.
“차라리 이건 어때? 우리가 구해야 할 사람들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말해줘. 그럼 우리가 구할게. 그다음에 너희 풀어주면 되잖아. 어차피 우리 목적은 그 사람들 구하는 거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안은 알 수 있었다.
‘아! 저게 정답이었구나.’
저자를 구슬려서 그들이 갇혀 있는 곳을 알아내고 직접 구해내는 것.
‘왜 이 간단한 생각을 못 했지?’
당연히 이 생각을 먼저 했어야지 싶은 계획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안 했다.
이쪽과 저쪽을 맞바꾼다. 여기에 생각이 꽂히니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상대는 자식도 포기해 버리는 매정한 인물인데, 자신은 정당하게 맞교환하려는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이러니 상황이 뜻대로 흘러갈 리가 없었지.
만약 검무극이 오지 않았다면, 먼 훗날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라면서 이불을 걷어차고 있었으리라.
‘역시, 소교주님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때 이안은 취마와 시선이 마주쳤다. 마치 취마는 ‘나도 그 마음 안다’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구경이나 하고 있지만, 만약 철부지 소교주였다면? 그 철부지가 치는 사고를 따라다니면서 수습해야 한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거잖아?”
검무극의 회유는 이안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붙잡혀 온 여인의 남편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꼭 구해내고 싶을 테니까.
문제는 양중을 풀어주더라도 북혈문에서 그들을 절대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그들을 풀어줄 것 같았으면 애초에 인질 교환에 응했을 테니까.
이안 말로는 특이한 체질의 사람들을 모았다고 하니, 뭔가 시험을 하는 것 같은데.
분명 외부에 밝혀지면 안 될 일을 꾸미는 중이겠지.
고민하던 양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 그 사람들 옮겼을 거요.”
어느덧 반쯤 넘어온 그였다.
“어디로 옮겼을지 알잖아?”
물론, 양중은 대충 짐작 가는 장소들이 있었다.
“설령 말해준다 해도 경계가 삼엄해서 못 구해낼 거요.”
검무극이 취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 누군지 못 들었어?”
양중은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취마도 무서웠고, 자신이 결국 실토하게 될 것 같아서 두려웠다.
“게다가 우리가 가서 붙잡히면 당신에게 더 좋은 일이잖아? 왜? 배신자 취급을 당할까 봐 두려워? 나중에 그렇게 말하면 되지. 우릴 잡으려고 장소를 알려줬다고.”
검무극은 빠져나갈 길까지 마련해 주었다.
“정말 말해주면 우릴 풀어줄 거요?”
“풀어준다.”
“그걸 어떻게 믿소?”
“내가 풀어줄 거라 약속하고 있으니까.”
저 맑은 눈빛이며 이 선하게 잘생긴 얼굴을 보면 꼭 약속을 지킬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찌 인상만으로 상대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고 보니 아직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는데.
그렇게 고민이 길어지자 검무극이 냉정히 돌아섰다.
“그럼 그냥 죽어라. 뭐해? 셋 다 죽여!”
검무극의 명령에 이안이 검을 뽑아 들곤 세 사람에게 다가섰다. 망설임 없는 진득한 살기가 훅 뻗쳐오자 양중이 다급히 소리쳤다.
“말하겠소!”
양중은 결국 장소를 실토했다. 한 곳이 아니라 있을 법한 여러 곳을 말했다.
“만약 말한 장소가 맞다면, 다시 눈을 떴을 때 북혈문의 네 방에서 깰 거다.”
휙! 휙! 휙!
세 줄기 지풍이 동시에 날아가 그들의 수혈을 제압했다. 그들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물론, 장소가 맞다고 해서 그냥 풀어줄 생각은 없다. 빙궁과 거래해서 그쪽에서 얻어낼 것부터 얻어내야 했고.
그걸로 끝이 아니다. 북혈문이 무슨 짓을 꾸몄는지에 대한 응징도 남아 있다.
이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요?”
“그때는 했어도 안 통했을 거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절대 발설하지 않았을 테니까. 끝까지 잡아뗐을 테고. 그렇다고 네가 사람을 고문할 성격도 아니고.”
“아!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실토한 거군요!”
“그렇지.”
“전 이 부분도 생각 못 했다고요! 왜 답은 절 피해 다니는 걸까요!”
이안은 새삼 감탄한 마음으로 검무극을 쳐다보았다.
검무극은 잘난 척을 잊지 않았다.
“네 존경심이 그득한 눈빛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
그렇게 너스레를 떤 후에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잠시 그쳤던 눈이 펑펑 오고 있었다.
“눈 구경은 정말 원 없이 하는군요.”
이안이 환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무극은 새삼 이안이 겨울과 잘 어울린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안이 눈 내리는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신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이안을 지켜보며 검무극이 취마에게 말했다.
“그 사람들 구출은 형이 알아서 해줘. 나는 소궁주를 만나볼게.”
취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눈 속으로 걸어갔다.
뛰어다니던 이안이 잠시 서서 취마를 지켜보았다. 그의 뒷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펑펑 내리는 눈 때문일까? 이안은 홀로 눈 속을 걸어가는 취마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알아서 해줘’, 이 한마디로 해결되는 문제인가요?”
“마존이 왜 마존이겠느냐?”
“덕분에 저는 이제 해방이에요!”
이안이 눈밭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검무극이 눈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 * *
검무극이 만나자는 기별에 한설은 찬과 함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검무극과 함께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한설은 예감할 수 있었다. 죽립과 면사를 착용한 저 여인이 이번에 북혈문주의 자제를 납치한 수하임을.
‘수하가 여자였구나.’
두 사람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둘의 관계가 편하다는 게 느껴졌다. 마치 친구 같기도 했고 오누이 같기도 했다.
‘역시 권위가 없어.’
취마 앞에서도 그렇고, 지금 이 상황도 그렇고.
그러자 자연스럽게 소교주에 관한 소문과 업적이 과장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교라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을 테니까.
한설이 그들 앞까지 다가가자 이안이 정중히 포권하며 인사했다.
“소궁주님을 뵙습니다.”
한설은 고개만 살짝 움직여 인사를 받았다. 수하는 어디까지나 수하일 뿐이라는 표정으로.
그녀의 태도에서 검무극은 무뚝뚝함이나 권위 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지금 느껴지는 건 공허함이었다.
“왜 만나자고 하셨죠?”
한설의 물음에 검무극도 곧장 본론부터 밝혔다.
“북혈문주의 자제를 돌려주겠소.”
뜻밖에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으며 한설이 차분히 물었다.
“물론, 조건이 있겠지요?”
“당연히.”
“말씀하세요.”
“우선 그들을 납치한 내 수하에게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하오.”
한설의 시선이 슬쩍 이안을 향했다가 다시 검무극에게로 돌아왔다.
“과연 북혈문에서 받아들일지 모르겠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북혈문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불어온 태풍을 탓하고 욕할 수는 있어도 화난다고 정면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좋아요. 받아들이죠. 양 공자는 어디 있죠?”
“조건이 하나 더 있소.”
“뭐죠?”
“우릴 빙궁에 머물게 해주시오. 잠시 머물며 백주설원 원주님의 죽음을 조사하고 싶소.”
한설은 단호히 거절했다.
“본궁은 외인을 머물게 하지 않아요.”
“내 조건은 그 두 가지뿐이오.”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군요. 궁주님과 의논하고 말씀드리지요.”
한설이 돌아서려던 그때, 검무극이 말했다.
“이 정도 일은 직접 결정하셔도 될 것 같은데. 그대가 결정을 내리고 궁주님을 설득하는 건 어떻소? 소궁주시니 이 정도 권한은 있지 않겠소?”
도발이라면 도발이지만, 한설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다.
“제겐 그런 권한은 없어요.”
“이번 기회에 가져 보시오.”
한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너무 속 보이는 속셈 아닌가요?”
“소궁주에게 기회라 생각합니다만.”
“어떤 기회죠?”
“마교 소교주와 정식으로 협상할 기회 말이오. 궁주께서도 그 과정과 결과에 주목하실 거요. 오히려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소. 그대가 이번 일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문득 한설은 그 보고를 하는 자신을 떠올렸다.
이번 일은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했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십시오, 궁주님.
과연 이렇게 말했을 때, 어머니는 어떻게 나올까?
이게 문제다. 예상이 전혀 안 된다는 점.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아직도 잘 모른다.
“다시 연락드리죠.”
그녀가 돌아서려던 그때였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지금껏 잠자코 있던 이안이 나섰다. 그녀가 천천히 죽립과 면사를 벗었다.
한설은 잠시 이안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게 아니었다.
한설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구나.
언제 이런 생각을 해봤지? 오래전에 어머니에게 했었나?
동시에 드는 의구심. 왜 마교 소교주의 일개 수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왜 이런 깊은 울림을 받는 거지?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차갑고 따스한, 상반된 두 여인의 시선이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