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09)
절대회귀-409화(409/424)
제409회 그가 화를 낸 딱 한 번의 순간.
난 바람 계곡을 그냥 떠나지 않았다.
여길 얼마나 힘들게 들어왔는데 그냥 가나?
우선은 계곡 내부를 샅샅이 살폈다. 이렇게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곳은 처음이었다.
만약 이곳을 안가로 삼으면 최고가 될 것이다. 은밀한 건 둘째치고, 설령 적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아도 절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으니까.
물론, 지킬 사람을 이곳에 데리고 들어오려면 지금보다 훨씬 내공이 많아야 하겠지만.
언젠가 이곳을 편하게 들어올 수 있을 경지에 이른다면, 이곳에 별장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곧장 시공이환술을 펼쳤다.
구화마공을 한차례 펼친 후에 이곳을 나가려는 것이다. 이곳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내 잠재력을 모두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이 있었고, 그 성취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임에도 시공이환술을 펼친 이유는 이곳 내부를 보호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시천비술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내게 내공은 곧 시간이고, 시간은 곧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목숨이었으니까.
시공이환술 속에서 구화마공을 펼쳤다. 처음부터 익힌 곳까지 한차례 정성껏 초식을 펼쳤다.
제일식 인멸식.
사아아아아악!
적이 보기에는 너무나 섬뜩하고 무시무시하겠지만, 내게는 너무나 친근한 네 악귀의 환영이 동서남북 동시에 나타나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리고 오늘의 인멸식은 이전과 또 달랐다.
이전의 성취에서 동서남북 네 악귀가 빠르고 강해졌다면 오늘은 다른 측면에서의 변화가 있었다.
곧장 사라지지 않고 그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무서운 녀석이 잘생긴 녀석을 쳐다보았고, 신비감을 주는 녀석은 영리해 보이는 녀석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지금까진 그저 본능이 느껴졌다면,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이성과 감정이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정말 일찰나의 순간이지만, 그들 넷이 쑥덕대는 느낌!
그 느낌은 확실했다.
그들 중 영리해 보이는 녀석이 사라지기 전에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녀석의 눈빛에 헤어짐의 아쉬움이 느껴졌으니까.
동서남북 네 악귀가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에 그들에게 말했다.
“반갑다.”
동서남북 네 악귀가 조용히 사라져서 결국 혼잣말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그들에게 한 인사였다. 또다시 천마혼에게 한 걸음 다가선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제이식 대멸식을 펼쳤다. 대멸식만 봐도 내 구화마공의 경지가 올라갔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스스스스스스.
원래는 동서남북 중 무섭게 생긴 악귀가 여덟 개로 분열했는데 이제 또 둘이 더 늘어서 열 개로 분열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열 개의 악귀가 전방에 있는 모든 걸 휩쓸며 밀고 나갔다. 언제 펼쳐도 화끈한 대멸식이다.
제삼식 대마벽.
강기의 벽이라고 다르겠는가? 대마벽은 또 작아졌다. 대마벽은 그 크기를 줄이면서 나에게 성취를 축하해 준다.
그리고 제사식.
암흑일섬(暗黑一閃).
훅!
암흑이 내려앉았다. 이전의 암흑보다 더 깊고 무거운 암흑.
쉬이잉.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이 가로질렀다.
이전의 일섬보다 더 빠르고 강력했다. 어둠은 더 깊어졌고, 빛은 더 밝았다.
아직 제오식은 시도하지 않았다. 지금은 나아갈 때가 아니라 얻은 성취를 가다듬을 때임을 본능적으로 느꼈으니까.
나는 이 성취가 노인의 선물이라 여겼다. 회귀하고서도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내게 준 선물. 바람을 뚫고 여기까지 온 것도, 그가 나를 이끈 덕분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소.”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 그래서 설령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내 최선이었으니 아쉬울 게 없다.
오직 그럴 때만이 복수를 꿈꾸지만, 오히려 그러한 태도가 복수에 잡아먹히지 않고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곳을 떠날 땐 힘들게 수련하지 않았다.
바람의 근원에서 극한의 내공으로 버티다가.
“나 이제 간다아아아아아아아아!”
버티는 힘을 풀고 미친 바람에 몸을 싣고 입구 쪽을 향해 날아갔다. 신나게 날아갔다.
바람이 그리워지면 다시 찾아오리라.
* * *
한설은 고민에 빠졌다.
서 장로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그녀는 심각해졌다.
어머니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자, 빙궁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었으니까.
눈치 빠른 이안은 그녀의 고민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 있는지 짐작했다.
‘빙궁주가 개입해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믿지 못하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안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존재가 떠올랐다. 있어도 힘들고, 없어도 힘든 그 이름이.
이안은 감정을 다스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빙궁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우선 서 장로님을 만나 뵈어야겠어요. 거긴 저 혼자 다녀올게요.”
“평소에 그분을 자주 찾아뵈었나요?”
한설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틀림없이 의심할 거예요.”
“차라리 이러이러해서 조사하러 나왔다고 한다면요?”
그래서 뭔가를 알아내면 다행인데. 이안이 걱정하는 바는 이것이었다.
“혹시 상대가 거짓말하면 눈치챌 수 있나요? 저는 자신 없거든요. 더구나 상대가 장로시라고.”
한설이라고 어디 특별히 잘 알아차리겠는가?
“만약 서 장로가 이번 일에 개입되어 있으면 틀림없이 거짓말을 할 텐데, 그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 우리가 의심하고 있다는 것만 들키는 셈이잖아요? 본격적으로 싸워보기도 전에 우리 패만 뒤집히는 거죠.”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죠?”
이안이 조심스럽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소교주님께 알리죠.”
한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자신들의 힘으로 서 장로까지 알아냈는데 벌써 포기한다고?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이번 일의 전모를 모두 다 밝혀내고 싶었다.
그녀의 마음을 짐작했기에 이안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이번 일에 서 장로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은 것만으로도 소궁주께서는 큰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해요.”
원래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제안이었다.
“그대 소교주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 믿나요?”
“네, 저는 믿어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죠?”
“지금까지 많이 보여주셨거든요.”
한설은 잠시 고민했다.
“좋아요, 일단 돌아가죠.”
서 장로와 관계된 일이기에 신중히 처리해야 했다. 거기에 마교 소교주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렇게 기세 좋게 거처로 돌아와 취마에게 검무극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자.
“소교주는 외출하셨네.”
이럴 때 좀 계시지. 우리 소교주님만 믿으시라, 하고 거처로 돌아왔는데. 하필 지금 또 없으시네.
이안은 그런 속마음을 감추며 미소를 지었다.
“어디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가셨겠죠.”
그러자 취마가 장난기를 발휘하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전했다.
“추위에 대비하러 간다던가?”
“네?”
“그 말만 하고 나갔네.”
“옷이라도 사러 가셨나?”
말해 놓고도 자신의 대답이 궁색한 이안이었다.
이안은 한숨을 내쉬며 한설을 돌아보았다.
“지금 바로 서 장로님 만나러 갈까요?”
이안의 농담에 한설이 웃었다.
“어? 지금 웃으셨어요.”
한설이 정색하며 말했다.
“비웃음도 웃음에 들어가나 보죠?”
그때,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비웃음도 웃음이지. 심지어 난 세상에서 제일 멋진 비웃음을 알고 있소.”
돌아보니 검무극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안이 반갑게 소리쳤다.
“소교주님! 어딜 다녀오셨어요?”
“바람 쐬고 왔다.”
정말 평생 쐴 바람 다 쐬고 왔다.
* * *
반 시진 후, 서 장로의 거처에 방문객들이 있었다.
“소궁주가 마교 소교주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음에도 서낙(徐洛)은 놀라지 않았다.
“어서 모셔라.”
잠시 후, 검무극과 한설이 대청으로 들어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검무극입니다.”
“중원을 진동한 소문의 주인공을 드디어 뵙게 되는구려.”
두 사람이 예를 갖춰 인사를 나눴다.
서낙은 인자해 보이는 미소와 말, 그리고 행동에 기품이 있었다. 그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좋은 말로 용서할 것 같은 따뜻한 기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그는 빙궁은 물론이고 북해의 무인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이번에 백주설원 원주의 죽음을 조사한다고요?”
“네, 궁주님께 허락을 맡았지요. 소교주이기 이전에 무림의 후배이니 편히 대해주십시오.”
검무극도 서낙처럼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만남의 시작은 좋았다.
“아쉬운 사람이었네.”
“원주님과 함께 술을 마셔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툭 던진 검무극의 질문에 오히려 한설이 긴장했다. 백주설원의 조명은 두 사람이 여러 차례 술을 마셨다고 했는데. 과연 진실을 말할 것인가?
“몇 번 마신 적이 있지. 그래봤자 술 이야기만 주로 해서, 원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네.”
서낙은 있던 사실을 속이지 않았다.
“원주님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그분께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낙은 잠시 대답을 아꼈다.
“혹시, 나를 조사하러 온 건가?”
“그러면 안 됩니까?”
도발적인 되물음에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내 검무극이 미소를 지으며 긴장을 풀었다.
“농담입니다. 농담. 제가 원주님 주변 사람들부터 조사해야겠다고 하니, 여기 소궁주가 그랬습니다. 그 주변 사람 중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궁주님이시고, 다음이 서 장로님이시라고요. 그래서 먼저 찾아뵌 겁니다. 먼저 흉수에서 제외하려고요.”
서낙이 사람 좋게 웃으며 한설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아니에요.”
한설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나저나 정말 대청을 잘 꾸며두셨군요.”
검무극이 한쪽 벽으로 걸어가더니 그 앞에 놓인 장식장을 구경했다. 그곳에는 갖가지 장식품이 올려져 있었다.
그러는 사이 서낙은 한설을 쳐다보았다. 언제나 변함없는 인자한 미소로.
어려서부터 그를 숙부처럼 여기며 커왔다. 어머니가 빙궁주 자리에 오를 때에도 서 장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고. 막상 이곳에 와서 그의 얼굴을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닌데.’
원주가 서 장로와 술자리를 여러 차례 가졌다는 증언을 들은 거지, 그가 술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원래라면 자신은 서낙 옆에 서서 검무극을 보고 있어야 했다.
마인들이 여기서 뭐 하느냐고. 한데 지금은 마인들과 함께 그를 의심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막연히 생각할 때는 서 장로가 의심스러웠는데, 막상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얼굴을 보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직접 볼 때와 아닐 때, 사람 마음이 이렇게 다르다.
“북혈문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검무극은 여전히 장식장에 놓인 물건들을 구경하며 물었다. 무례한 태도에 한설이 한마디 하려는 것을 서낙이 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그는 전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무슨 소식 말인가?”
“그쪽 둘째가 사람들을 유인해서 위험한 실험을 했습니다.”
“듣지 못했네.”
“그러시군요.”
잠시 사이를 두고 검무극이 힐끗 돌아보며 물었다.
“어떤 실험인지 안 물어보시는군요?”
“뻔하지. 그 둘째야 워낙 별난 사람이니까.”
“그렇더군요.”
검무극은 대화를 잇지 않고 장식장의 장식품들을 만졌다. 한설은 검무극에게서 이안이 말한 특별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초월적이라고? 무례한 것만큼은 초월적이군.
“더 할 이야기가 남았나?”
“아닙니다, 오늘은 그냥 인사드리러 온 겁니다.”
“역시 마교는 마교구먼. 인사만 하는데도 이렇게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걸 보니.”
“죄가 없으신데 긴장하셨을 리가 있겠습니까?”
한설이 서둘러 작별을 고했다.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물어볼 것이 있으면 또 오게. 언제든지 협조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인사하고 돌아섰다. 한설과 함께 문으로 걷던 검무극이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돌아서며 불쑥 물었다.
“참, 향설빙주는 어디에 쓰셨습니까? 추운 곳이라도 가셨습니까?”
놀란 사람은 한설이었다. 갑자기 검무극이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갑작스러운 물음에도 서낙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향설빙주라니? 그걸 왜 내게 묻나?”
“원주님께 받으시지 않으셨습니까?”
“난 받은 적 없네.”
너무 자연스럽게 반응해서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시군요.”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서려다 검무극이 한 번 더 돌아서며 물었다.
“또 묻지 않으시네요? 향설빙주를 줬다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보통 궁금해하지 않나요? 누군가 자신에 대해 없는 말을 하면.”
“그게 뭐가 중요한가? 내가 받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지.”
서낙은 묻지 않았지만 검무극이 알려주었다.
“원주께서 취마님께 보낸 서찰에 향설빙주를 서 장로님께 드렸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원주가 왜 그런 말을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향설빙주를 받은 적이 없네.”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인사를 한 후, 두 사람이 대청 밖으로 나왔다.
완전히 그곳을 벗어나자 한설이 물었다.
“왜 그런 거죠?”
“그가 거짓말을 하는지 이것저것 찔러본 거요.”
“거짓말은 당신이 했죠.”
원주가 취마에게 서 장로를 언급한 적은 없었으니까.
“거짓말까지 해서, 서 장로님의 거짓말을 알아냈나요?”
검무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 수 없었소.”
“서 장로께서는 거짓말을 안 했으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검무극이 순순히 인정한 것은 다음 말을 위해서였다.
“다만, 한 가지는 이상했소.”
“뭐죠?”
“오늘 우리가 만난 후, 서 장로가 화를 낸 순간이 딱 한 번 있었소. 언제인지 아시오?”
“당신이 무례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알 수가 없군요. 그래서? 언제죠?”
그러자 검무극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장식장 위의 물건들을 움직여 흐트러뜨렸을 때였소.”
한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또 서낙이 화를 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대화 내내 은밀히 기를 발출해서 서낙의 감정을 세심히 살핀 검무극만이 알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 장식장 보셨소?”
“아뇨.”
“먼지 한 올 없고, 올려진 물건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줄을 맞춰서 세워져 있었소.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였지.”
“시비들이 깨끗이 치우나 보죠.”
“그게 더 문제요.”
“무슨 뜻이죠?”
“주인이 얼마나 무서우면 그렇게까지 깨끗이 치우겠소?”
문제는 그게 시비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서 장로가 장식장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내가 장식품들을 흐트러뜨렸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겠지.”
검무극은 그 일로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소.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인자한 모습과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신경질적인 모습을.”
한설은 내심 감탄했다. 자신은 그 오랜 세월 봤어도 알지 못한 사실을 검무극은 그 짧은 시간에 파악해 낸 것이다.
왜 이안이 소교주에게 알리자고 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무례한 행동도 모두 계산된 것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도 결국 성격일 뿐이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상반된 성격이 의외긴 해도, 이번 일의 배후임을 입증할 증거는 아니었으니까.
“맞소. 그래서 조금 더 알아봅시다.”
“어떻게요?”
그 역시 한설은 생각지 못한 방법이었다.
“이번에는 물건 말고 주위 사람들을 흔들어 보는 거요.”
한설은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서낙의 주위 사람 중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사람은, 살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과연 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흔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