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15)
절대회귀-415화(415/424)
제415회 술자리를 허락하네.
검무극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주 봅니다, 요즘.”
검무극의 말에 서낙은 멍하게 서 있다가 나직이 말했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네.”
앞서 기세 좋게 밀어붙일 때와 달리 그는 차분했다.
“누군가 그릇된 정보로 서 장로님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사람이 있나 봅니다.”
‘그게 너잖아!’
서낙은 발끈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느꼈다.
‘나답지 않다.’
소교주에게 말려들면서 요즘 감정조절이 안 되고 있다.
이곳에 들이닥쳤을 때만 해도 그렇다. 더 차분히, 그리고 정중하게 이불 속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또한 침상 속에서 그를 보았더라도 그렇게 놀라선 안 되었다.
“결례를 범해서 미안하네.”
서낙은 예를 갖추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다.
“단순히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니, 오늘 일은 정식으로 궁주전에 항의하겠소.”
“그러시게.”
서낙은 데려온 무인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들이 떠나자 이안이 검무극에게 소리쳤다.
“대체 언제 왔어요?”
“조금 전에. 네가 서 장로 문 열어줄 때.”
“창문으로요?”
검무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이 취마를 쳐다보았다.
‘어휴, 누구 형 아니랄까 봐, 오신 걸 아셨으면서 모른 척하셨네요!’
이안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아! 놀랐잖아요! 아까는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취마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 심장 터뜨리려고 창문에 붙어 있었을 거네. 시기적절하게 들어와서 놀라게 하려고.”
취마의 농담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그럼요, 남을 놀라게 할 수만 있으면 눈바람을 맞으면서도 매달려 있을 분이시죠. 좋아요,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했으니 나가신 성과도 있으셨겠죠?”
검무극을 공격하려고 몰아붙인 말이었는데.
“배후를 찾았다.”
이안은 ‘어이구’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앞서 이불을 걷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정말요?”
“운이 좋았어.”
“정말 사람 놀라게 하는 건 천하제일이시죠!”
검무극은 은밀히 북혈문에 잠입해서 한설이 양석과 만나는 것을 보았다.
다들 그 만남에 집중할 때, 북혈문 내부를 조사할 작정이었다. 한데 양석을 따라왔던 호위 무인이 자리를 비우는 것을 보았다.
평범한 일은 아니기에 그의 뒤를 쫓았고, 그가 시비에게 피를 이용한 혈공(血功)을 거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녀를 돌봐주는 것처럼 굴다가 순식간에 혈공을 걸었기에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었다.
“그자가 누구죠?”
“북혈문 후계자의 호위 책임자다.”
취마와 이안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놈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럼 일부러 놈에게 정체를 드러내신 건가요?”
아까 서낙은 이곳에 검무극이 없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과연 검무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의 무공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겸, 북혈문과 서 장로가 서로 이어져 있는지도 확인하려 했지.”
“둘 다 확인하셨고요?”
검무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하나 더. 우리가 이곳에 붙잡혀 있는 것도 풀리게 될 거다. 서낙이 신교의 소교주에게 큰 결례를 했으니, 빙궁주에게 우릴 풀어줄 명분이 생긴 셈이지.”
이안은 멍한 얼굴로 검무극에게 물었다.
“이럴 때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아세요?”
“어떤 생각이 드는데?”
“아! 도련님과 한편이란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도련님의 적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아느냐?
네가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내 옆에 있어 줘서 얼마나 다행인가?
“어찌나 놀랐는지 덕분에 제 심장이 더 튼튼해졌어요.”
이제 검무극은 취마를 쳐다보았다. 그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술? 아니면 죽은 원주? 아니면 두고 온 여빈?
하지만 다 틀렸다. 지금 취마는 검무극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저리 똑똑할 수 있을까? 어찌 저리 당황하지도 않고 일을 처리할까?
검무극이 없었다면 다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인데,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말 동생이지만 형처럼 느껴진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또 하고 있었다.
“형.”
형 아니다. 차라리 동생이라고 해라.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검무극을 돌아보았다.
형 같은 동생의 입에서 자신이 너무나도 고대하던 말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술판을 벌일 때가 되었어.”
* * *
빙궁으로 돌아온 한설은 궁주전으로 향했다.
“차 마시러 왔어요.”
돌아와서 마시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정말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찾아올 줄 몰랐기에 빙궁주는 당황했다.
“이리 오너라.”
한설이 궁주전에 마련된 다탁에 앉았고, 차는 빙궁주가 직접 탔다.
“제가 탈게요.”
“됐다, 그냥 앉아 있어라.”
빙궁주가 직접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한설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뭐라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떤 차인지를 물어볼까? 아니면 북혈문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하나? 하다못해 날씨 이야기라도 할까?
공적인 말만 주고받으면서 지낸 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말하는 것도 무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대단한 초식이 머릿속에 있어도 몸에 익지 않으면 소용없듯,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말이 입에 붙지 않으니 나오지 않는다.
말은 머리나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입으로 하는 것임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사이 빙궁주가 차를 우려 왔다.
“차 맛이 어떠냐?”
“좋습니다.”
말은 이어지지 않았고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어색하기는 빙궁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빙궁주 역시 평생 안 하던 고민 중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냥 조용히 차만 마셨다. 진짜 친한 관계는 침묵할 때 얼마나 어색하지 않은가로 알 수 있다더니, 두 사람은 아직 멀었다. 앞에 놓인 차라도 없었으면 어쨌을까 싶은 숨 막히는 침묵.
하지만 그렇다고 빙궁주는 아무 말이나 해서 이 침묵을 깨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어떤 의미에서는 이 어색함이 좋았다.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한참의 침묵을 깬 사람은 한설이었다.
“궁주님은 비정한 사람과 다정한 사람 중에 누가 오래 살아남을 것 같나요?”
난데없는 질문이었지만 일단 질문에 답부터 했다.
“비정한 사람.”
그러자 한설이 옅게 웃었다.
“저와 답이 같으시네요.”
“무인이라면 다 같은 생각 아니겠느냐?”
“소교주와 함께 온 이안이 그러더군요. 자기는 다정한 사람이 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고요.”
이안, 왠지 처음 만났을 때 시선이 갔던 아이였는데.
“그냥 궁금했어요. 궁주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그 질문 때문이었을까? 빙궁주는 처음으로 마음에 있던 말을 꺼냈다.
“널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휘몰아치는 북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로.”
한설이 들고 있던 찻잔 속 차가 한 차례 진동하며 파장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가요? 어머니가 보시기에 그런 아이로 자랐나요?
딸과 대화를 나눠보니 비로소 빙궁주는 알 수 있었다.
이런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조금 전에 그 말을 한 것은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 때문이나 검무극 때문이 아니었음을.
자신의 본능은 알고 있었던 거다. 이대로라면 딸을 잃게 되리란 것을. 이미 거의 다 잃었음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었을 뿐. 이대로라면 자신은 그저 빙궁을 물려주는 궁주일 뿐, 엄마가 아니게 될 것임을.
아마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하며.
그러던 차에 검무극이 나타난 거다. 아직 뒤에 서 있을 거란 말이 가슴에 날아와 박히면서, 결국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조금은 민망하지만, 딸에게 꼭 해주고 싶었다.
“넌 그런 아이로 잘 자라 주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냥 한마디 말에 불과했는데. 한설은 마음속에 꽝꽝 얼어붙어 있던 얼음벽 일부가 부서지며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장벽은 거대했지만, 처음으로 깨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으리라.
한설은 들고 있던 차를 다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았다.
“다음에는 제가 타드릴게요.”
* * *
남의 집에서 술판을 벌이려면 주인의 허락이 필요한 법이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내 말에 빙궁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딸아이가 다녀갔네.”
그 자리가 어땠는지는 빙궁주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자네 덕분이네.”
“저야 말씀만 드렸고, 뒤돌아보신 건 궁주님이시죠.”
빙궁주는 검무극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젠 이해한다. 검무극에 관한 보고서 속, 그 믿을 수 없었던 마음의 움직임들을.
“한데 어쩌죠? 궁주님의 이 좋은 기분을 망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인가?”
검무극이 진지하게 말했다.
“서 장로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충격적인 발언에 빙궁주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어쩌면 일이 이렇게 되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북혈문에서 혈공을 사용하는 고수를 봤습니다.”
혈공이란 말에 빙궁주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자신이 아는 한 북해에 혈기를 사용하는 고수는 없다. 다시 말해 북혈문에서 뭔가 음모가 진행 중이란 의미.
“그가 서 장로와 연결되어 있었지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럼 정황만으로 빙궁의 장로를 죽이겠다는 건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서 장로가 했던 몇 가지 실수와 거짓말까지 보태서 판단해야 하니까요.”
특히 죽은 원주에게 향설빙주를 담아달라고 한 일을 빙궁주에게까지 끝까지 속인 게 결정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빙궁주는 서낙의 다른 면을 보기도 했고.
“이들에게서 더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기에는 다들 너무 노회한 자들이죠. 설령 시간을 들여 찾아내더라도 그땐 이미 늦었을 겁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녀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지금 궁주님께서 신경 써야 할 상대는 서 장로가 아닙니다. 그를 안 지 오래돼서 그가 가장 신경 쓰이겠지만, 그는 몸통에 붙은 팔에 불과합니다. 신경 써야 할 것은 머리와 몸통이죠.”
그녀를 움직인 결정적인 말은 이것이었다.
“이 결정을 내리는 건 제가 아닙니다.”
“무슨 뜻인가?”
“궁주님의 나쁜 예감이 우릴 부르신 거죠. 전 궁주님의 그 감이 옳았다고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이윽고 빙궁주가 결정을 내렸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서 장로는 내가 직접 처리하겠네.”
“물론, 그러셔야죠. 다만 서 장로 문제만큼은 취마님에게 먼저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정황으로 볼 때, 백주설원의 원주를 죽인 사람이 서 장로일 가능성이 컸으니까.
고민이 한 차례 더 있었고, 이번에도 결정은 빨랐다.
“술자리를 허락하겠네. 단, 나도 초대하게.”
* * *
서낙은 대청에서 장식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모든 장식품을 꺼내서 새로 장식하곤 했다.
다시 정확하게 줄을 세웠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줄을 맞춰 세울 때, 그 완벽함이 주는 쾌감이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열중하고 있을 때, 뒤에서 대청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원래라면 문이 열리기 전에 누군가 찾아왔다는 수하의 보고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문이 저렇게 혼자 열린다는 것은 불청객이 찾아왔다는 의미.
밖을 지키던 수하들은 모두 제압되었으리라.
서낙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다 되어 가니까.”
서낙은 마지막 하나까지 완벽하게 줄을 맞춰 세운 후에야 뒤로 돌아섰다.
대청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취마였다.
취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를 죽이러 왔다.’
서낙이 손님을 맞이하는 탁자에 앉았다.
“기다려 주셔서 고맙소. 자, 앉읍시다.”
취마는 그의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서낙은 탁자에 놓여 있던 잔을 하나는 자신 앞에, 다른 하나는 건너편 자리에 놓았다.
“일하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목이 마르오. 한 잔 주시겠소?”
취마는 허리춤에 매달린 혈루를 들어서 마개를 열었다.
향긋한 빙주의 냄새가 퍼져 나왔다. 원주가 죽기 전에 만든 빙주다.
취마가 주향을 깊게 맡더니 자신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부었다.
하지만 서낙에게는 술을 따라주지 않았다.
취마는 혼자 술을 마셨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었다. 술기운이 온몸으로 퍼지자 눈을 지그시 감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빙주를 마시자 원주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났다.
바로 눈앞에서 두 눈까지 감았지만, 서낙은 그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의 몸 주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주기가 살아 있는 것처럼 일렁였기 때문이다.
천천히 눈을 뜨며 취마가 물었다.
“그 사람은 왜 죽였소?”
취마는 두 잔째 술도 자신의 잔에만 따랐다.
서낙이 앞에 놓인 빈 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술이나 한 잔 주고 묻지. 인정머리 없소.”
이 상황에서도 서낙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자신하겠지?”
취마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말없이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게 다 타성에 젖어서요. 나도 그랬지. 이 북해에서는 나를 긴장시킬 상대가 없었으니까.”
허허실실, 웃고 살았던 서낙이 본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본신의 기도를 드러냈다. 뻗쳐나온 기도는 온 세상을 얼릴 듯 차갑고 강렬했다. 그는 원래 알려진 실력보다도 고수였다.
“타성에 젖는 게 참 무섭지. 당신도 마존이기에 뭐든 이루면서 살았겠지? 원래라면 이길 수 없는 적도 이겼을 테고. 이기고 또 이기고. 알고 보면 상대는 당신이 아니라 마교라는 두려움에 잡아먹힌 건데.”
취마는 서낙의 기세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한 잔의 술을 또 마셨다.
어느새 그들 주위에는 취마의 주기가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술은 내가 마시는데 헛소리는 당신이 지껄이는군.”
취마의 여유에 서낙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그는 송곳니를 드러낸 맹수처럼 웃었다.
“그 여자는 나약했지. 몰래 만들어줬으면 끝이지, 그 일을 계속 마음에 걸려 했소. 하루는 나를 찾아와서 그러더군. 아무래도 궁주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려야겠다고. 이제 궁금증이 풀렸소?”
그러자 취마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
“나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소. 우리 같은 인간이 좋은 사람들을 죽이는 이유야 뻔하지 않소? 하찮고 이기적인 이유겠지.”
“그런데 왜 물었소?”
서낙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바로 그때였다.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궁금하다고 했어요.”
짙은 안개 속을 가르며 걸어와 자리에 앉은 사람은 빙궁주였다.
그녀가 서낙을 응시하며 담담히 물었다.
“그 일도 빙궁을 위한 것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