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24)
절대회귀-424화(424/424)
제424회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혈왕이 걸어 나왔다.
피가 가득했던 수조에서 막 나온 그는 벌거벗은 상태였는데 몸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피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양석은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이렇게 짙은 혈향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술에 주정(酒精)이 있다면 이건 혈정(血精)에서 나는 냄새일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반면 북혈문주는 냄새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혈왕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젊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기다란 팔다리에 깎아 놓은 듯한 완벽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한 붉은 머리카락까지.
그가 풍겨내는 첫인상은 지금껏 봤던 그 어떤 무인보다 강렬했다.
‘미친 듯이 강한 자다.’
혈왕이 기도를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첫인상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면 양석은 피 냄새에 질려 혈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자가 배후구나.’
그가 문주전 뒤쪽 밀실에 숨어 지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런 비밀을 감추고 계시다니. 자식인 내게는 말했어야지.’
이 순간에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채우는 그였다.
착착착착!
좌‧우측 문에서 튀어나온 십여 명의 무인들이 북혈문주 앞을 막아섰다. 그들 역시 이 지독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 북혈문주가 비밀문으로 들어갈 때는 항상 수하들을 물린 후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늘은 밀실 속 사내가 밖으로 나올 줄 몰랐기에 사전에 수하들을 물리지 못했다.
혈왕은 무심한 눈빛으로 무인들을 내려다보았다.
북혈문주는 그 눈빛에서 여러 느낌을 받았다. 감정이 없는 차가운 눈빛이 아니었다. 피처럼 뜨겁고, 피처럼 끈적하고, 피처럼 섬뜩한 그런 눈빛이었다.
느낌은 또 있었다. 질서나 논리가 통하지 않을 것 같고, 그저 본능에 따라, 아니, 피의 이끌림에 따라 살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북혈문주는 안다.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만약 본능에만 충실한 사람이었다면 그 긴 시간을 밀실에서 보내지 못했을 테니까. 그에게는 그 모든 걸 압도하는 지독한 인내심이 있다. 그게 가장 무서운 점이다.
바로 그 순간.
혈왕이 천천히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촤아아아악!
내뻗은 혈왕의 손가락에서 일제히 붉은 선이 뻗어나갔다.
퍽퍽퍽퍽퍽!
손가락 하나에서 하나의 선, 모두 열 개의 선이 무인들의 이마를 관통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실력이 아니었는데. 그 한 수에 무인들은 일제히 쓰러져 죽었다.
북혈문주도 처음 보는 무공이었다. 지풍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기가 날아간 것도 아니었다.
혈왕이 천천히 태사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동안에도 몸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혈왕은 벌거벗은 채 태사의에 앉았다.
그가 풍겨내는 기도와 존재감은 실로 엄청났다. 거기에 숨이 막혀오는 피 냄새까지.
혈왕이 눈을 지그시 감고 뭔가 구결을 외우더니 손을 옆으로 내밀었다. 상처를 내지 않았는데도 그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주르륵.
바닥에 떨어진 피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꽈앙!
혈왕이 일장을 날려 천장을 날려버렸다.
바닥에서 피어오른 붉은 연기는 뚫린 천장 위로 계속 올라갔다. 마치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이 소란을 듣고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북혈문주가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모두 물러가라!”
이내 바깥의 소란이 잦아들며 침묵이 찾아왔다.
태사의에 앉은 혈왕은 북혈문주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북혈문주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주군을 뵙습니다!”
북혈문주는 문주가 된 후, 아니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부모나 사부가 아닌 남에게 무릎을 꿇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무릎을 꿇지 않으면 그의 손에 죽게 되리란 것을.
엉거주춤 서 있던 양석도 재빨리 함께 무릎을 꿇었다.
그는 정말 놀랐다. 저 벌거벗은 남자가 강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무릎을 꿇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주군이라고?’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정말 낯설게 들렸다.
그러자 비로소 혈왕이 입을 열었다. 나직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하결이 어떻게 죽었나?”
밀실에서 바깥의 대화를 들은 것일까? 아니면 하결과 피로 이어진 것일까? 그는 하결이 죽은 걸 알고 있었다.
“아직 저희도 모릅니다. 방금 소식을 들었습니다.”
북혈문주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혈왕이 태사의에서 일어나더니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북혈문주와 양석의 심장이 요동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북혈문주조차 두려움을 느꼈다.
이 남자는 앞선 하결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기도를 지녔다. 이런 무서운 자가 밀실에 있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혈왕이 다가간 사람은 양석이었다.
가까이서 본 혈왕의 눈동자는 더욱 무섭게 느껴졌고 짙어진 피 냄새에 양석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
“하결이 죽던 자리에 함께 있었지?”
물음이 아니라 추궁이었다.
양석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공포심이 그를 엄습했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잡아뗐다. 솔직히 말했다간 정말 고통스럽게 죽일 것 같아서였다.
“아닙니다.”
하지만 혈왕은 그냥 떠보는 게 아니었다.
“네게서 하결의 피 냄새가 난다.”
“!”
양석은 가슴이 철렁했다. 싸움을 구경했으니 어쩌면 그의 피가 몇 방울 자신에게 튀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피 냄새를 맡는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혈왕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석을 노려보았다.
“누가 하결을 죽였나? 너냐?”
모른다고 해야 했지만, 혈왕의 안광이 너무 무서워서 양석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이렇게 소리쳤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안 죽였습니다.”
“그럼 누구냐?”
양석은 망설이지 않고 사실대로 고했다.
“마교 소교주입니다.”
혈왕은 몸에서 은은한 혈기가 뿜어내며 양석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이 정수리에 닿자, 양석은 애원하듯 소리쳤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정수리에서 이상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저 기운이 머리 안에서 퍽하고 터져버릴까 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제발!”
북혈문주는 아들을 돕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어차피 나선다고 멈추지도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 양석에게 몹시 화난 상태였다. 하결이 죽던 자리에 있었으면서 천연덕스럽게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심지어 그의 죽음에 놀라는 연기까지 했으니.
혈왕이 정수리에 대었던 손을 뗐다.
“하아, 하아.”
그 기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살았다는 생각에 양석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안도했다.
“극한지체를 지닌 자는 어떻게 되었느냐?”
혈왕이 다시 묻자 양석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취마가 데려갔습니다.”
취마란 말에 혈왕의 두 눈이 길게 찢어지며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서낙이 죽었을 때, 그는 수조 속에서 결심했었다. 취마는 반드시 죽인다고. 그 취마가 다시 자신의 앞을 막은 것이다.
수하와 극한지체를 모두 잃은 혈왕은 거침없었다.
“소교주에게 만나자고 해.”
찢어진 눈 사이에 붉은 눈동자는 더없이 무서웠다.
“그사이 취마를 죽이고 극한지체를 되찾겠다.”
* * *
“놈은 형을 노릴 거야.”
검무극의 말에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취마가 고개를 돌렸다.
“서 장로도 죽였고, 극한지체도 빼 갔으니까. 반드시 형에게 복수하려 들 거야.”
“바라는 바다.”
취마는 전혀 겁을 내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될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혈왕의 자멸공은 겁내야 한다. 취마의 주기가 자멸공까지 막아주진 못할 테니까.
“부탁이 하나 있어.”
“무슨 부탁?”
“꼭 들어줘야 해.”
“싫어. 거절이다.”
그러자 검무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데?”
“거절한다면서? 아! 역시 형은 형이야. 이 부탁을 거절하다니.”
결국 궁금해서 못 참는 취마였다.
“일단 들어는 보고.”
취마가 앞에 놓인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술 끊으란 말만 안 하면 돼. 이번에 끊으면서 느꼈다. 술 없으니까 삶의 기쁨이 사라졌어.”
“그것 빼곤 다 되지?”
“출교해서 돌아왔을 때 맨 마지막에 날 찾아오는 것도 안 돼. 그리고 또…….”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라니. 검무극이 웃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흑마검을 검집째 꺼내 들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고…….”
괜히 내키지 않는 마음에 취마가 큰 소리로 말했다.
“뭔지 모르지만 안 돼! 싫어!”
* * *
저 멀리 걸어오는 검무극을 보며 양석은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최대한 오래 붙잡아둬야 한다. 실패하면 넌 죽는다.
차갑게 경고하던 혈왕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날 죽일 거다.’
혈왕은 검무극과 다르다.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죽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도와주지도 않을 거다. 혈왕이 명령을 내릴 때, 옆에서 보였던 눈빛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사이 검무극이 그의 앞까지 왔다.
“오셨습니까?”
양석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제 예전과는 검무극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그였다.
“급히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왜 보자고 한 거요?”
“배후에 관한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어떤 정보요?”
“잠시 좀 걸으시죠?”
양석은 검무극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만난 장소는 북혈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인적 드문 들판이었다.
말없이 걸음을 옮기던 양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렸지요. 아버지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할 줄 정말 몰랐습니다.”
“배후는 어디에 있소?”
“그자가 빙검문에 있다고 했습니다.”
빙검문은 북해빙궁과 북혈문과 함께 북해삼대세력인 곳이었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아버지께 다 뒤집어씌우면 된다.’
혈왕은 정말 무시무시했지만, 여기 이 상대는 마교의 소교주다. 빠져나갈 굴을 파놓아야 한다.
가만히 양석을 쳐다보던 검무극이 불쑥 물었다.
“빙검문에 있다는 건 양 공자 생각이오? 아니면 그자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소?”
양석은 애써 태연하게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양석은 검무극이 떠보는 것인지, 진짜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걸 눈치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긴. 빙검문쯤 되어야 시간을 벌 수 있겠지. 그렇다는 말은 배후가 당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군.”
정말 놀라지 않으려 해도, 검무극과 있다 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한 번 속였으면 됐지, 당신은 또 날 속이는군.”
더는 숨길 수 없음을 느꼈다. 양석은 혈왕이 너무 무서워서 그의 편을 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다시 검무극을 보니 또 다른 종류의 무서움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사람, 검무극 앞에서는 자신이 벌거숭이가 된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양석이 그 자리에서 넙죽 엎드렸다.
‘이 눈치 빠른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난 반드시 살아남는다!’
이쪽에도 무릎 꿇고 저쪽에도 무릎 꿇고. 무릎이 굽혀지지 않을 때까지 꿇고 또 꿇어서라도 살아남을 거다.
“한데 제가 거짓말한 거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같이 걷자고 했을 때.”
“그게 왜?”
“당신이 정보를 알아냈다면 날 보자마자 알아낸 걸로 생색내기 바빴을 거야. 한데 같이 걷자고? 이상하잖아?”
검무극은 양석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자가 강요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 어쩔 수 없는 일이 어디에 있어? 자기가 잘못 선택한 일만 있지. 오늘도 그래. 날 만나자마자 상황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되었잖아?”
양석은 뭐라 변명할 수 없었다.
“그자가 또 뭐라고 했지?”
“그냥 소교주님을 만나라고만 했습니다.”
검무극이 가만히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불쑥 말했다.
“당신이 시간 끄는 사이 취마님을 죽이겠다고 했지?”
검무극은 양석의 눈동자 속에서 감출 수 없는 동요를 보았다.
“결국 취마님을 죽이려고, 이렇게 시간 끌고 있었던 거네.”
놀란 양석이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아니면?”
“저는 다만…….”
뭐라 변명하려 했지만, 말문이 콱 막혔다. 변명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양석이 다시 무릎을 꿇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그놈을 보시면 절 이해하실 겁니다. 그놈은 인간이 아닙니다!”
고개를 푹 숙인 그의 속마음은 울부짖는 애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용서해라. 잘난 너희들은 용서에서 쾌감을 얻는 것들이잖아?’
그건 검무극이 자신을 어떤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지 몰라서 하는 생각이었다. 이미 지은 죄가 커서 죽음은 확정인 그였다.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
“어서 가십시오. 당장 가셔서 취마님을 도와야 하지 않습니까?”
검무극은 전혀 취마를 걱정하지 않았다.
“네가 왜 마존을 걱정하나? 마존을 걱정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사람은 이 무림에 오직 천마뿐이시다.”
마존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말이었고, 그만큼 취마를 믿고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검무극의 여유와 믿음은 취마의 실력에 대한 믿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으니까.
검무극이 들고 있는 흑마검에 감겨 있던 극품천잠사가 보이지 않았다.
검무극의 부탁은 바로 그 극품천잠사를 취마의 몸에 감으라는 것이었다.
죽어도 안 감겠다는 걸 결국 다 감게 했다. 심장은 물론이고 요혈마다 여러 번 감았다. 혈왕과의 싸움은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를 싸움이었으니까.
거기에 믿는 것 하나 더.
늦지 않게 되돌아갈 수 있는 쾌속보가 있었다.
“그만 일어나.”
자리에서 일어난 양석은 어떻게든 검무극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애썼다.
“전 믿습니다. 소교주님이 놈을 없애실 겁니다. 통쾌하게 없애실 겁니다.”
“넌 못 보겠다.”
검무극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양석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얼굴과 온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는 것을.
콰아아아아아앙!
그가 자멸공으로 폭발했다. 전방으로 엄청난 위력의 혈기가 휩쓸었지만, 이미 검무극은 시공이환술 속에 들어가 있었다.
검무극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양석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죽어 있었다.
놈은 북혈문의 소문주를 가차 없이 자멸공의 도구로 이용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마교 소교주인데 말이다.
검무극은 드디어 혈왕이 세상으로 나왔음을 실감했다.
하결도 못 죽였는데 양석이 죽일 거라 기대하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이건 혈왕이 보내는 인사였다.
검무극이 뻥 뚫린 구멍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래, 나도 반갑다. 미친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