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02
999화. 수라왕과 신수는 다른 사람이다
신수의 말이 마치 천겁처럼 초범 강자 네 명의 가슴을 쪼갰다.
허칠안과 구미천호의 안색이 급변하고, 두 눈이 커졌다. 초범 강자의 기개와 패기 같은 건 깡그리 다 사라져버렸다.
정력(定力)이 뛰어나 휘둘리지 않는 도액 나한도 이 순간에는 평정심을 잃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흡사 미치광이를 보듯 신수를 쳐다보았다.
“부처라…….”
아소라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세히 보면 그의 눈동자에도 초점이 없었다. 그 역시 앞의 3명처럼 ‘천겁’에 맞아 멍해진 게 분명했다.
신수가 부처라면, 부처는 또 누구인가? 수라왕은 또 누구고? 부처와 수라왕은 대체 무슨 관계인가?
은발 미인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말도 안 된다. 이건 불가능하다고……. 신수가 부처일 수 없다. 부처일 리가 없어. 분명히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허칠안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마마, 꼭 남자친구가 여러 해 동안 떨어져 있던 오빠란 걸 알게 된 사람 같네요. 참 짠합니다.’
사실 그보다 더 직설적인 표현이 머릿속을 떠돌고 있었다.
‘충격! 그해 우리 엄마를 죽인 사람이 우리 아빠라니! 아빠가 악당이었어! 완전히 대서특필감이잖아?’
허칠안의 얼굴이 점점 굳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대윤회법상은 전생과 현생을 비춘다. 신수 대사는 지난 일이 기억난 것이다. 하지만 어렴풋하기도 하고 집념이 너무 깊지. 신수 대사는 자신을 완벽하게 메우고 싶은 절박한 마음에 역으로 미치광이가 되어 통제 불능이 된 것이다.”
도액 대사는 양손을 합장하고 끊임없이 불호를 외웠다. 말이 어찌나 빠른지, 그렇게 해서라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라앉히고 싶은 듯했다.
허칠안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보니 광현 보살은 신수 대사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 생각건대 그의 진짜 신분도 이미 다 알고 있겠지.”
순간, 불호를 외던 도액 나한이 조용해졌다.
아소라의 안색도 살짝 굳었다.
허칠안은 한숨을 한번 뱉은 뒤 고개를 돌렸다.
“신수 대사, 뭘 더 기억하십니까?”
책상다리로 앉은 신수는 한 손만 합장한 채, 망연하지만 차분하게 답했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허칠안은 생각이 번뜩였다.
‘왜 부처가 신수의 머리를 직접 봉인했는지 알 것 같네…….’
아마 완전한 기억은 머릿속에 있을 터였다.
그때, 깊은 심호흡으로 감정을 가라앉힌 구미천호가 아소라에게 물었다.
“수라족이 언제 탄생했지?”
아소라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즉각 답했다.
“신마 시대에 이미 존재했다. 우리 수라족 내부에서 수라족이 서역 인족의 시조라는 전설이 퍼졌었다. 약소한 족인들이 요족 무리에서 쫓겨난 뒤 서역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서역 인족으로 변모한 거라고.
하지만 서역 인족의 전설에 따르면 수라족은 신마 혈통을 지닌 인족이다. 상고 시대의 서역 인족은 생존하기 위해 강대한 신마에 의지해 종족 중 아름다운 이들을 보내 신마와 교배시켰고, 이로써 수라족이 탄생하였다.”
은발 미인은 다소 실망한 건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서역 인족 전설이 더 믿을 만한데. 물론 생식 격리가 없는 이 세계에선 진화론이 자리를 잡을 순 없다만……. 마마는 부처가 수라왕이고, 수라족이 부처에서 유래했다고 여기는 건가? 하지만 수라족은 상고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해도, 이게 부처와 수라왕이 동일인이라는 가정에 저촉되진 않는데…….’
허칠안도 따로 말을 하진 않았다.
구미천호가 다시 도액 대사를 쳐다보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도액 대사, 부처를 만난 적이 있는가?”
도액 나한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지금 이 상황, 마마와 아소라가 강한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해. 전의를 잃어 싸우질 못하겠는데……?’
허칠안이 드디어 입을 뗐다.
“도액 대사, 오늘밤 발생한 일, 광현 보살의 모든 행위를 다 봤겠지. 신수 대사께서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 것이다. 만약 그가 정말 부처라면, 이 일은 고작 ‘기밀’이란 말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에게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건가? 왜 신수가 부처라는 거지? 500년 전의 탕요 전역 때 부처가 무슨 역할을 맡은 것인가? 광현 보살이 이 일을 안다면, 다른 보살들도 알고 있는가? 이것이 법제 보살의 실종과 관련이 있나? 또 왜 대사와 아소라에게 숨긴 거지? 이 모든 게 이상하지 않은가?”
망설이던 도액이 천천히 이야기했다.
“이건 불문의 일로, 예삿일이 아니다. 본좌가 직접 돌아가 상황을 확실히 물을 것이다.”
허칠안이 바로 말했다.
“광현 보살이 알려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지!”
도액은 잠시 침묵하더니 탄식을 했다.
“……나를 설득했구나.”
멈칫하던 도액이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본좌가 과위를 얻은 지 1300년이 됐고, 부처는 일갑자에 한 번 설교하니 본좌는 부처를 한 번밖에 본 적이 없다. 그때 이후, 부처는 더는 현신하지 않았지. 보살들이 말하길 세상의 업화가 무거워 부처는 무상과위(無上果位)로 세상의 업화를 가라앉힌다고 했다. 그러므로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참나, 너희가 나를 서역으로 잡아가 불자로 삼으려던 게 부처를 도와 업화를 잠재우려는 거였네…….’
허칠안은 말을 믿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구미천호가 갑자기 어린이 아니, 허칠안에게로 고개를 틀었다.
“자네가 말했지, 부처는 유가 성인에 의해 봉인됐다고.”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상 맞아떨어집니다.”
그들은 도액 나한을 통해 유성이 부처를 봉인한 이 일을 검증했다.
벌써 1200년이나 된 운록서원의 역사, 이는 바로 유성 대제자가 창설한 것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유성의 수명은 82세에 불과하니, 유성이 부처를 봉인한 시간은 1200년 전후라는 걸 설명했다.
도액은 1300년 전 과위를 얻었고, 일갑자 내에 부처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후에 부처는 ‘바깥 세계와 단절’했다.
“유성이 부처를 봉인했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경악한 도액 나한이 허칠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잠시 생각한 후 조위가 알려준 정보를 말해주었다.
지금 양측이 정보를 교환하는 건 쌍방 모두 이로운 일이었다.
도액 나한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500년 전에 나서서 신수를 굴복시킨 건 누구지?”
구미천호는 한참 침음하다가 7~8살의 사내아이를 돌아보았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수와 부처에 관한 일이라면 그녀는 허칠안이 많은 내막을 알고 암암리에 조사를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구미천호는 사건 해결 방면으로 허칠안을 아주 신임하는 편이었다.
아소라와 도액 나한 역시 당연히 허칠안의 명성을 알고 있었기에, 구미천호의 말을 듣고 아무 의심 없이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한참이나 후에 입을 열었다.
“그전에 이 대윤회법상의 침식을 어떻게 제거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가?”
지금의 그는 어른 옷을 걸친 초등학생 같았다. 키가 태평도만 했다.
도액 나한은 그를 자세히 살펴보다 말했다.
“자네 위격으로는, 이틀 후면 아마 저절로 제거될 수 있을 걸세.”
‘이틀 후에는 태아가 돼 있는 거 아냐……?’
허칠안은 약간 걱정됐지만 당황하진 않았다. 나이가 어려지고 수련 경지가 심각하게 약화돼도 여전히 초범 차원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혈이 고갈된다는 건 전혀 느끼지 못했다. 초범 무사에게는 아직 혈기가 왕성하다면 문제가 크진 않았다.
곧이어 낭랑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몇 가지 문제를 제대로 생각해야 신수와 부처의 비밀을 풀 수 있다. 유가 성인이 부처를 봉인한 건 천이백여 년 전이다. 500년 전, 부처가 나서서 신수를 굴복시키고 만요국의 왕을 죽였다.
그렇다면 부처가 어떻게 봉인을 통해 손을 쓴 건가? 이게 첫째 문제다. 신수가 자칭 부처라지만 그는 또 수라의 몸이다. 그럼 수라왕과 부처는 무슨 관계인가? 이게 다음 문제다. 마지막 문제는 신수가 언제 나타난 건지다.”
다들 침묵에 빠져 있다가 도액 나한이 먼저 천천히 말했다.
“500년 전, 부처는 확실히 나섰다. 내가 대일여래법상(大日如來法相)을 보았다. 대일여래법상은 부처만의 법상으로 9대 법상 중 으뜸이다.”
이때, 아소라가 갑자기 말했다.
“그날 저는 부처가 나설 때까지 고수하지 못하고 만요국주에게 죽임 당했습니다. 대사께서 직접 부처가 현신하는 걸 목격하지 않은 이상, 대일여래법상이 부처에서 비롯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말하는 동시에 그는 조용히 앉아 있는 신수를 쳐다보았다.
자칭 ‘부처’란 그는 당시 분명히 현장에 있었는데 대일여래법상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구미천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해 분명히 초범이 참전했다. 안 그럼 누가 신수를 봉인할 수 있는가?”
허칠안은 마지막 결론을 내렸다.
“좋습니다. 오늘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날 확실히 초범이 나섰고, 그중에 부처가 포함됐다는 겁니다. 다음 문제, 수라왕과 부처는 무슨 관계일까요?”
구미천호와 허칠안은 아소라를 쳐다보았다.
볼수록 매력 있고 용맹스러운 수라왕 막내아들은 잠시 생각한 후에 답했다.
“난 여태 그를 만난 적이 없다. 수라왕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처에 의해 아란타에 억눌렸다. 종족에 전해지는 말로는 부처가 수라족에게 경전을 전수하려 했는데 수라왕이 거부하고 부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그는 한 번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중에 부처가 직접 수라족에 강림하여 족인을 불문으로 귀의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족인은 항복하기를 원치 않아 고향을 도망쳐 불문과 장장 수백 년간 전투를 벌였다.
나는 바로 그때 성장하기 시작했지. 난 아버지를 대신해 수라족 최강 전사가 됐다. 가나수 보살을 맞닥뜨려 패배한 뒤로, 그때부터 불법을 깨달았지. 불문에 들어가 세상의 모든 현상이 공허함을 알았다. 아미타불.”
끝으로 그는 경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합장했다.
‘수라왕과 신수는 다른 사람이다…….’
허칠안은 아래턱을 쓰다듬더니 도액 나한을 쳐다보았다.
“신수는 언제 나타난 건가?”
도액 나한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대략 칠백여 년 전이다. 그는 본래 무승으로, 천부적 자질이 뛰어나 금강법상을 수련해냈지. 이후 선사 체계를 수행하기 시작하며 남강 요족을 불문에 귀의시키겠다는 소원을 빌었다. 그때부터 아란타를 떠나 사라졌다. 그 뒤가 탕요 전투고. 지금 보니 원래 신분은 거짓이었군. 그가 수라왕이다.”
부처의 신분은 당분간 언급하지 않았다. 수라왕이라는 신분이 거짓일 리가 없었다. 몸에 흐르는 수라신혈(修羅神血)은 확실했다.
허칠안이 분석에 나섰다.
“부처가 수라왕을 억누르기 전, 유가 성인이 부처를 봉인한 후 대략 300년 뒤 한 무승이 나타났고, 그가 바로 수라왕이다. 그의 소원은 남강 요족을 불문에 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요족은 불문에 귀의하지 않았고, 도리어 자신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불문과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리고 수라왕도 불문을 버렸다. 이러한 이유로 부처가 나서서 봉인했고.
500년이 지난 지금, 수라왕은 자신이 부처라고 말한다. 이중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곳곳이 모순이다. 하지만 만약 그중 이미 확정된 사실을 뒤집는다면 상황에 반전이 생길 것이다.”
아소라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지?”
허칠안이 아소라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수라왕을 만난 적이 없고, 우리 모두 수라왕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신수가 반드시 수라왕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도액의 흰 눈썹이 심하게 떨렸다.
아소라는 경악한 표정이었고, 구미천호는 어떤 생각에 잠긴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