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09
1006화. 천지회 단체 채팅방 (2)
잠시 조용해진 그때, 회경이 전서를 보냈다.
[일: 며칠 전, 영흥제가 임안과 허칠안의 혼사를 정해주었네.]천지회 내부가 갑자기 한순간 말을 잃었다.
타닥……!
허칠안은 지서 파편을 그만 얼굴에 떨어뜨려버렸다.
[이: 뭐라고요?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생겼는데 황제는 동생 혼사를 걱정할 마음도 있나 보군요! 역시나 혼군입니다. 내 반드시 그를 찔러 죽일 것이야!]이묘진은 영흥제를 필살 명단에 집어넣었다. 이건 사혼과 관계없었다. 영흥제가 너무 우둔하고 무능한 탓이었다.
[일: 좋은 일이네. 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리 중요한 일은 국사께 알려야 마땅하지. 애석하게도 국사께서 얼마 전 경성에 계시지 않았지만.] [이: 장공주마마 말씀이 맞습니다.]‘너 정말 국사한테 통지하려고 영보관에 사람을 보낸 거야?’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하, 묘진아. 굳이 찌를 필요 없겠다. 국사가 대신 수고해 줄 거야. 근데 그럼 우리 임안이 위험해지겠네.’
그래도 허칠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돌아간 국사는 진짜였다. 본래의 국사는 도도한 기품이 넘치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의부증 소애(少愛)도, 듬직한 소애(小哀)도 아니고, 마녀 소악은 더욱이 아니었다.
선량한 이모는 절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사: 칠안이 부마가 되겠군.]초원진은 진심으로 축복했다.
‘퉤, 인간쓰레기 나가 뒈져라…….’
[칠: 허 형, 당조 부마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음, 저 요즘 도를 닦는 데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경성으로 가 국사께 가르침 청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더군요. 참, 서 선배님, 서 부인께서는 이 일을 아십니까?]이영소는 서서히 괴상야릇하게 굴기 시작했다.
‘이 나쁜 새끼…….’
허칠안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순간, 제 발 저린 마음에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모남치를 쳐다보았다.
만약 화신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또 부도보탑 안으로 뛰어가 탑령 노승을 따라 부처님을 모셔야 할 것이었다.
[이: 그러게, 허 은라 축하하네. 허 은라가 부마가 되는 건 뭇사람이 기대하는 바이지 않은가. 언제 혼사를 치르는가? 내가 천종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서 밥과 술을 얻어먹을 테니.]봉황 새끼도 말을 괴상하게 하기 시작했다. 와룡 못지 않았다.
이영소도 쉬지 않고 힘을 보탰다.
[칠: 차라리 회경 공주마마께도 장가드시지요. 대봉의 효시이자 태평성대의 미담으로 삼는 겁니다.]이영소는 채팅창에선 거의 날아다녔다. 이곳에선 거리낄 게 없었다. 회경이나 허칠안이 쫓아 죽이러 올 수가 없으니까, 하하하!
‘그래. 구주로 돌아가면 내가 네 홍안지기를 다 소집해서 널 제대로 즐겁게 해줄게…….’
허칠안은 손가락으로 빠르게 글을 적었다.
[삼: 남요가 불문을 쫓고 구미천호가 만요국을 다시 세웠습니다.] [사: 훌륭해.]천지회 구성원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예상한 일이었다. 이들은 허칠안이 남요국의 복국을 도울 거란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칠: 허 형, 지금 화제를 돌리는 겁니까?]‘허! 중요한 건 아직 언급도 안 했거든.’
허칠안은 다시 글을 썼다.
[삼: 이번 남강행에서 부처와 연관된 큰일을 발견했네.]‘오호라, 화제를 돌리고 싶다? 졸렬하긴…….’
이영소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는 이 수법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칠: 부처에게 무슨 일이 있을 수 있나요? 현신해서 허 형을 때릴 리는 만무하잖아요. 그냥 허 형과 임안공주마마의 혼사나 계속 얘기하시지요. 저 임안공주마마를 뵌 적이 있습니다. 선녀를 보는 듯 놀랐다지요. 묘진과 회경공주마마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성자는 지난날 사회적 매장에 대한 복수를 위해 허칠안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천지회 구성원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이영소처럼 부처와 관련된 정보엔 하나도 열중하지 않았다.
우선 초품의 일은 그들과 너무 요원했으며, 무엇보다 허칠안이 화제를 돌리려는 목적이 너무 분명해보였다.
아무 일이나 던져두고 사혼의 일을 얼버무리겠다는 의도가 확실했다.
[삼: 지난번 제가 남강에 가는 이유가 신수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라 말씀드린 적 있지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수와 요족이 무슨 관련이 있다고. 왜 불문이 신수를 봉인하려 할까요?]‘옛일을 다시 꺼내는 건 재미없는데…….’
이영소가 코웃음을 치며 반격하려는데, 사매 이묘진의 전서가 도착했다.
[이: 신수의 일을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나? 우리한테 누설할 수 있어?]‘무슨 뜻이지? 사매가 이 신수를 아주 중시하는 것 같군…….’
이영소는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신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허칠안이 이미 지서 구성원들에게 상백 밑의 봉인물이 자신의 몸속에 빙의한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었다.
전에 묻지 않은 건 이것이 허칠안의 비밀과 요족의 비밀에 연관됐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관련 있거나 혹은 자신이 개입했지 않은 이상, 누군가 지나치게 비밀을 지키는 일은 함부로 물어서는 안 됐다.
천지회 구성원들도 이 정도 감수성은 있었다.
[삼: 앞서 한 가지 일을 정정하고자 합니다. 당초 리나가 갑자탕요 때 나타났던 반보무신이 만요국주 구미천호가 아니라 신수라 말한 적 있지요.]지금까지 그는 당초 전서 내용을 완벽하게 떠올리고 있었다.
사실 리나는 갑자탕요 때 반보무신이 나섰다고만 말했는데, 자신과 다른 구성원들이 알아서 구미천호가 반보무신이라 상상했었다.
[일: 상백 밑의 봉인물, 그 신수, 알고 보니 반보무신이 그였다?]줄곧 염탐만 하던 회경이 뛰쳐나왔으니 지금 다른 구성원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십여 초 뒤, 항원이 개탄하며 말했다.
[육: 반보무신이 나와 이렇게 가깝게 있었다니.]사제 항혜의 일로 그는 이 사건에 연루되어 하마터면 신수의 오른팔에 죽임을 당할 뻔했었다.
[이: 리나가 나를 속였군.]충격이 가신 뒤, 이묘진은 반사적으로 개탄했다. 그녀 역시 허칠안처럼 구미천호가 반보무신이라고 상상한 게 분명했다.
[사: 갑자탕요 때 나타난 반보무신이 신수다. 그는 불문에 의해 봉인당했다. 그리고 그는 불문 사람인데 갑자탕요 때 만요국과 같은 진영에 있었다. 씁, 이 배후의 일은 곱씹을수록 골치 아픈데…….]초원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 소식을 소화했다. 그래서 그의 전서가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다.
[칠: 실례합니다만 신수가 누구입니까? 세상에 반보무신이 존재한다고요? 무사의 한계는 1품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예로부터 지금껏 무신이 나타난 적은 없습니다만.]이영소는 반년 동안 접속이 끊겼던지라 지난 일은 잘 알지 못했다. 그가 칠호 파편을 장악했을 때는 금련도사가 삼호와 구호의 파편을 관리 중이었다.
애석하게도 이영소 말에 답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후, 회경이 전서를 보냈다. 물론 이영소 말에 답한 건 아니었다.
[일: 하지만 이것들이 부처와 무슨 관계인가?]장공주는 언제나 핵심을 잘 아는 자였다. 무엇보다 반보무신 소식이 워낙 큰 충격이라 화제를 쉬이 잊을 수도 없었다.
[삼: 요족을 도와 복국하는 첫 전투 때, 신수의 잔구도 나섰습니다. 광현 보살의 맞춤형 수법으로 신수가 광증에 빠졌지요. 저희가 어렵사리 항복한 뒤 그가 말하길 예전 일이 떠올랐고, 진짜 신분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허칠안은 이 말을 끝으로 일부러 뜸을 들였다.
몇 분이 지나도 후속 얘기가 없자 이묘진이 냅다 화를 냈다.
[이: 진짜 신분? 얼른 얘기하게! 자네 뭘 꾸물거리는 건가!]다른 구성원들도 말은 없었지만 전부 허칠안에게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삼: 자기가 누군지 떠올랐는데 본인이……. 부처라더군요.]순간, 지서 단체 채팅방에 적막이 흘렀다.
허칠안은 햇살을 받으며 물주머니를 집어 한 모금 들이켰다. 그렇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데, 마침 모남치가 대어를 낚았다.
화신은 기뻐하며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몸이 크게 앞으로 기울자, 허칠안은 약간 걱정이 되긴 했다. 자칫하다간 바다에 빠질 정도로 몸이 기울어…….
풍덩!
아니나 다를까, 모남치는 결국 바다에 빠졌다.
“백희, 얼른 도와줘!”
모남치가 소리쳤다.
“응!”
작은 배를 빙글빙글 돌며 개헤엄을 치던 백희는 애교 넘치게 대답했다. 그리곤 바로 물속에 들어가 모남치를 돕고, 물고기를 낚았다.
해수면이 격하게 일면서 물웅덩이가 생겼다.
한참 밑에서 백희가 대어와 요동치는 것같았다.
몇 초 뒤, 백희가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백희는 오른발로 얼굴을 감싼 채 칭얼칭얼 울었다.
“내 뺨을 때렸어요…….”
“쓸모없는 것, 네가 이러고도 만요국의 장로라니.”
모남치는 백희가 훌륭한 재목이 아님을 안타까워했다.
고작 한번 잡아당겼을 뿐인데 대어는 즉각 낚싯대를 벗어났다. 모남치는 잔뜩 골이 났으나 기대를 가득 품고 두 번째 낚싯대를 던졌다.
그제야 허칠안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누군가 전서한 것이다.
[이: 내 방금 지서를 바닥에 떨어트렸네…….]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는 온몸에 전류가 흐른 것처럼 사고 능력을 잃고 호흡하는 법도 까먹고 말았다.
이어, 초원진이 두 번째로 전서를 보냈다.
[사: 불가사의하네, 정말이지 불가사의해. 자네에게 이 소식을 들은 게 좀 후회되는군.] [칠: 빈도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이영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칠안이 던진 소식은 확실히 천하를 깜짝 놀라게 할만 했다. 임안과 허칠안의 혼사 같은 건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설령 황제가 허칠안과 혼인한다 해도 완벽히 묻힐 법한 소식이었다.
[육: 그 말이 사실입니까?]항원 대사는 본인의 감상을 읊는 대신 다시 또 되물었다.
허칠안은 탄식했다. 꼭 눈앞에 항원 대사의 멍한 눈빛과 창백한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삼: 틀림없습니다. 또한 이 일은 비밀을 지켜주시는 게 좋습니다. 화를 입지 않으려면 밖으로 전해서는 안 됩니다.]그는 부처의 비밀을 지킬 의무는 없기에 믿을 수 있는 집단에 퍼뜨렸다. 하지만 초품과 관련 있으니 천지회 구성원들 조심시킬 의무는 있었다.
[육: 허 대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 공유해주어 고맙네.]이 소식은 너무 공포스럽고, 차원이 너무 높았다. 어떠한 보수로도 이런 소식을 살 수는 없었다. 이건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위격의 문제였다.
범인이 어찌 신선의 일을 알 자격이 있겠는가.
[일: 허 은라는 이 일 배후의 진상이 어떠할 거라고 생각하는가?]회경의 한 마디에 천지회 구성원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모두가 정신을 집중해 지서 파편의 거울 면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부처가 왜 ‘신수’가 되었고, 그는 또 누구에게 봉인된 것이며, 갑자탕요 배후의 진상은 도대체 어떠하단 말인가!
보통은 이런 소식을 알 자격이 없다고 자조는 해도 배후의 진실에 대한 유혹이 엄청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누군들 호기심이 안 생길까.
허칠안이 이 일에 개입한 이상, 배후 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 테고 천지회 구성원들은 당연히 기꺼이 ‘무임승차’ 할 것이었다.
‘이게 바로 천지회 구성원들의 복지군…….’
이영소는 진심으로 감개무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