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10
1007화. 백제의 목적
[삼: 이 일은 말하자면 깁니다. 우선 신수의 육신 신분부터 논하자면…….]허칠안은 장장 일각 동안 신수가 수라왕에서 부처 신분으로 바뀐 과정을 상세히 서술했다.
덧붙여 자신이 했던 추측 2가지도 천지회 사람들에게 알렸다. 이렇게 해서 천지회 구성원들의 분석을 좀 듣고 싶었다.
물론 회경과 초원진이 주고, 천종의 와룡과 봉황 새끼는 곁다리였지만.
[사: 자네는 이미 모든 가능성을 나열했네. 부족한 건 검증뿐이지. 만약 자네가 아소라 혹은 도액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어 사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네.] [일: 아니, 그들이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네. 관련된 차원은 아마 2품이 접촉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야. 조사를 강행했다가 목숨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르네.] [사: 초품을 제압할 수 있는 건 초품뿐입니다. 만약 첫째 가능성이라면 예부터 지금까지의 초품을 상세히 헤아리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 도존 말인가? 도존은 모든 초품 중에 가장 신비롭지.]도존의 언급에 이영소와 이묘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먼저 이영소가 전서로 반박했다.
[칠: 도존께서 부처의 자리를 찬탈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가 막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온 천하에 당할 자가 없었습니다.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 바로 하면 그만이었지요. 기운도 그렇고 입교(立敎)도 그렇고 부처보다 토대가 두텁습니다.]순간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성자의 말이 옳았다. 도존은 부처보다 더 일찍이 득도했고, 더욱이 그가 창설한 천지회 3종은 역사가 유구했다.
만약 도존이 부처의 자리를 찬탈했다면, 그가 부처에게 반드시 원했던 것이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수련 경지, 지위, 향화(香火), 기운 모두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사: 그럼 두 번째 가능성이겠군.]두 번째는 신수와 부처가 동일인이나 생김새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쌍방은 남요의 일로 의견 차이가 생겼다.
[일: 본 공주도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네. 그런데 하나 추측을 더하자면, 찬탈이란 각도에서 출발해보지. 부처를 대체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불문의 향화와 기운을 약탈한 것 아닐까? 그는 아마 부처만 못한 자일 것이야.]꽤 합리적인 논리였다. 도존이 부처보다 ‘부유’하니 찬탈할 이유가 없다. 그럼 만약 상석에 앉고 싶은 자라면?
회경이 계속해서 전서했다.
[일: 우리는 그저 초품에 다섯 분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네. 하지만 1품 위, 반보 초품의 존재는? 전혀 모르고 있지.]‘맥락이 있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 사건 조사가 어려워진다고…….’
허칠안은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단체 채팅을 끝낼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때, 리나가 전서를 보내왔다.
[오: 허칠안! 혼사를 치를 때 나와 영음을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축하주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서!]“…….”
허칠안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여기서 이영소와 이묘진의 공격까지 이어질까봐 얼른 지서 파편을 거둬버렸다.
* * *
정산성.
황폐한 산봉우리가 끊임없는 기복을 이루고, 저 멀리 햇빛이 굴절되는 해수면엔 적막한 고요만 흘렀다.
그날 정산성 전역에서 살륜아고가 이 천지의 영력(靈力)을 전부 뽑아버려 더는 토지에 농작물이 자라지 않았다. 바다엔 더 이상 물고기가 살 수 없었고, 산도 소생할 기미가 없었다.
최소 10년은 회복해야 정산성 주변 수십 리에 생기가 돌 것 같았다.
황량한 산꼭대기 위, 그 살륜아고가 서 있었다. 삼베 장포를 걸친 그는 품에 어린 양을 안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하늘의 운해 위로 시선을 던졌다.
몇 초 뒤, 운해가 갑자기 흩어지며 산악처럼 거대한 머리가 나왔다.
소의 코, 악어 입술, 사자 갈기, 뿔이 한 쌍 난 이마가 보이고, 쪽빛 눈엔 아름다우면서도 괴이한 세로 눈동자가 보였다.
이 괴이한 짐승이 나타난 찰나, 적막했던 해수면에 파도가 넘실대기 시작하며 생기발랄한 힘이 미친 듯 모여들어 생기를 발산했다.
놀랍게도 바다는 다시 물고기를 양식할 수 있는 해역으로 변했다.
“나는 고요한 바다가 싫어.”
백제의 어조는 나지막하고 차분했다. 아주 사소한 일을 한 느낌이었다.
살륜아고가 빙그레 웃었다.
“지금 구주 대륙에서 이런 위격의 신마 혈통을 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내려와서 얘기하지.”
곧바로 거대한 짐승의 머리가 사라지고, 하늘에서 하얀빛이 내려와 살륜아고 앞의 허공에 응집되었다.
살륜아고는 눈앞의 괴이한 짐승을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백제!”
백제의 쪽빛 눈이 대주술사를 응시했다.
“주술사 체계의 1품인 자네가 나를 안다고?”
말하는 사이, 백제 이마 양쪽의 비늘이 열렸다 닫혔다 하더니 연붉은색의 아가미가 드러났다.
수륙양서(水陸兩栖)였다.
살륜아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신교가 운주에 침투한 지 여러 해가 지났으니 명성이 자자한 백제에 대해 당연히 익히 들었네만.”
백제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해 내가 구주 대륙으로 돌아와 도존의 반응을 떠봤는데 결과는 매우 의외였네. 상고 시대에 우리를 구주에서 내쫓은 도존이 내가 떠봐도 전혀 반응이 없더군. 나는 점점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운주에 연락 수법을 남겨뒀지.
10여 년 전, 허평봉이란 술사가 내 수법으로 내게 연락을 취했네. 그를 통해 나는 도존 이후의 구주 역사에 대해 알게 됐고, 그가 이미 사라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살륜아고는 인내심을 갖고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백제에게 물었다.
“그대가 구주 대륙으로 돌아온 것과 나를 찾으러 정산성에 온 목적은?”
백제는 대주술사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자신의 흐름대로 말했다.
“내가 고신을 찾아갔는데 고신이 내게 도존이 이미 몰락했을지도 모른다 말하더군. 난 이것이 도존의 수완과 능력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천종에 다녀왔네. 천종 심법을 다 본 뒤에 난 어쩌면 도존이 정말 몰락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지. 그는 먼 옛날 신마처럼 마지막 단계에서 쓰러졌네.”
대주술사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없이 침묵했다.
바다 같은 쪽빛 세로 눈동자는 잠시간 그를 주시했다.
“자네는 역시 많은 비밀을 알고 있군.”
잠시 멈칫하던 끝에, 백제는 마침내 방금 질문에 대답했다.
“구주가 변천할 것이고, 이 세계가 변천할 것이다. 예로부터 따진다면 이는 두 번째 변천이지. 지난 변천으로 신마 시대가 끝났다. 고신 외 천지에 탄생한 어떠한 신마라도 살아갈 수 없다. 변천은 변고이자 기회지.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 그러나 환란 속에서 마지막 승자가 되려면 우리는 반드시 문지기를 찾아야 한다.”
살륜아고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문지기?”
그는 이 단어가 매우 낯설어서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백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문지기! 상고 시대에 내가 아버지를 따라 구주를 거닐면서 신마를 만난 적이 있네. 그 형상은 거북과 뱀의 동체로, 뱀은 심령을 꿰뚫어 볼 수 있고, 거북은 천기를 점칠 수 있었지. 허허, 너희 무신교의 점술이 아마 그에게 전수 받은 것이겠지.”
물론 무신이 신마의 후예라는 건 아니었다. 상고 시대의 인족은 본래 비천한 사람으로, 후천적으로 부지런히 연구하고 노력한 덕에 천지의 위력을 한 걸음씩 장악해, 무사와 도문 양대 체계를 세웠다.
이 과정 중 천성적으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신마가 본보기와 학습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면 옛날 인황(人皇)이 홍수를 다스릴 때, 신균(神龜)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 봤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것의 등 무늬는 심오하고 헤아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후 인황은 운이 트이면서 생각이 영민해졌고, 길흉을 점치는 점술을 만들어냈다.
인족은 이러했다. 조금씩 학습하고 한 걸음씩 연구하면서 오늘날 천하에 각 체계가 공존하기까지 이르렀다.
무신이 주술사 체계를 세웠지만, 주술사가 장악한 법술이 전부 무신이 만든 것은 아니었다. 혹자는 무신이 선인의 경험과 법술을 돌파하고 확장해 주술사 체계를 창설했다고도 했다.
마치 도존처럼 후대가 그를 도문 체계의 창시자라 하는데, 사실 도존 전에 도술 체계는 이미 존재했었다. 다만 지금껏 집대성한 자가 없었고, 초품이 나온 적도 없었을 뿐이었다.
“그 당시는 이미 신마 시대 말기였다. 그 신마가 만약 이번 변천에 결과가 없으면 다음번 ‘변천’ 때는 문지기가 나타날 거라 말했네. 문지기를 찾아 문지기를 죽여야만 환란 속 승자가 될 수 있어.”
백제는 느릿하게 말을 마친 후, 묵묵히 살륜아고를 바라보았다.
살륜아고는 잠시 침음하다가 탄식을 뱉었다.
“나는 지금껏 문지기의 존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대, 계산을 잘못했군. 사실 ‘변천’의 정확한 시기는 1200년 전일세.”
백제의 쪽빛 세로 눈동자가 강한 빛을 받은 고양이처럼 수축했다.
“자네 말뜻은…….”
살륜아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이 모든 초품을 봉인하였고 ‘변천’ 시간을 1200년 뒤로 늦췄네. 그대가 말하는 소위 문지기가 이미 죽은 초품일 리는 없지 않은가.”
백제는 뭔가 크게 깨달은 눈치였다.
“대륙에 돌아온 뒤, 내가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유성이 초품을 봉인하려 하는 까닭이었네. 지금 깨달았어. 그리고 왜 고신이 자신은 유성이 문지기인 줄 알았다고 했는지도 이해했네.”
잠시 멈칫하던 백제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이미 유성과 도존을 배제했네. 그럼 남은 구주 대륙 강자 중 누가 문지기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지는 이미 판단이 섰지. 하지만 근거가 부족해 여기 자네를 찾으러 왔고, 자네에게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한 것이네.”
살륜아고는 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할 말 있으면 하지.”
“나는 문지기가 초대 감정, 그러니까 자네 제자라고 의심하네.”
백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살륜아고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유가 성인처럼 이미 죽은 자이네.”
백제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의심하는 부분이야. 나는 본래 초대 감정을 조사할 생각이었는데 초대 감정이 이미 그의 모든 정보를 지워버렸다는 걸 알았네. 의혹을 풀려면 자네를 찾을 수밖에 없었지. 술사 체계는 주술사의 변형인데, 어떤 면에서는 주술사를 억누르려고 하지. 초대는 자네 제자잖나. 자네는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살륜아고는 먼 곳을 보며 짧게 탄식을 했다.
“천재지. 하지만 그가 술사 체계를 창설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내 예상을 빗나갔네. 나는 여러 해 동안 곤혹스러웠어.”
백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보기에는 초대의 천부적 자질이 종파를 열고 술사 체계를 세우기에는 부족하나 보군. 물론 천부적인 자질이 모든 걸 대변할 순 없지. 한 사람의 성과는 후천적인 경험과 큰 관계가 있으니. 허평봉이 말했네. 그가 무신교의 주술사를 이끌고 대봉 개국 황제와 중원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고.”
살륜아고 역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해 악당이 그 자식과 중원에서 친분을 맺어 사이가 좋았네. 나중에 그 자식이 천하를 쟁탈하려다 패전 당해서 하마터면 견디지 못할 뻔했지만. 그는 후에 악당을 통해 찾아와서는 무신교가 그를 도와 대주를 전복하고 중원을 지배하기만 하면 무신교를 국교로 삼겠고 말했네. 무신교가 중원의 기운을 독차지하게 하려던 거지.
나와 납란 우사는 당시 확실히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그의 일을 성사시켰다. 그가 천하를 탈취하고 대봉 황조를 건립하길 기다렸다가, 무신교를 국교로 삼도록 하고자 했지.
그러나 그는 매섭게 거절했네. 연달아 서신을 3통이나 써서 나를 후안무치하다 욕했지. 자신은 버젓한 중원인인데 어찌 외족과 조상의 체면을 구기는 그러한 거래를 하겠냐면서. 나는 너무 화가 나, 젊은이가 무덕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견책하는 답신을 보냈네. 그는 다시 나더러 알아서 잘 처리하라며 회신했고.”
백제가 물었다.
“그 뒤로는?”
“후에 내가 정예병 20만을 거느리고 변방에 병력을 배치해 대봉 경성으로 밀고 나갈 계획을 꾸몄다. 하지만 악당에게 가로막혀 돌아왔지. 그때의 그는 이미 1품에 발을 들여놓고 술사 체계를 창설했네. 중원 관내에서 나조차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
살륜아고는 지난 일을 돌이켜보았다. 600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진작에 악한 마음은 사라졌고, 이제는 그저 우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세는 정해졌네. 무신교는 말 못 할 손해를 봤고, 이럴 수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