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16
1013화. 흠모하는 사람이라…….
청주 포정사사, 대당 안.
양공은 탁자 뒤에 앉아 이모백의 분석을 듣고 있었다.
“동릉 전선은 전반적으로 무너졌고, 아군은 이미 동릉 지계에서 물러났네. 3만 대군 6할이 손해를 입었어. 지금 곽현(郭縣)에서 휴식하며 정비하고 있네. 현지에서 징병해 인원을 보충하는 중이지.
완군 쪽은 심고부의 비수군 덕에 더는 우리도 수동적이지 않아. 파견한 지원병과 성 수비군이 안팎으로 호응하며 여러 차례 훌륭한 전투를 치렀네. 운주 반란군과 각각 사상자를 냈지. 지금으로선 큰 문제는 없을 것이야. 유일하게 걱정해야 할 상황은 송산현…….”
양공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알고 있네. 송산현 전투는 줄곧 참혹했지. 양측 사상자를 더하면 이미 5만이 넘어. 하지만 고족 군대 대부분이 그곳에서 아주 견고히 지키고 있네.”
이모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병력 문제가 아니라 군량과 마초의 문제네. 신년이 보낸 정보에 따르면 수비군이 이미 나무뿌리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더군.”
양공은 눈살을 찌푸렸다.
“청주에 식량이 부족하나 송산현 수요에 맞추지 못할 정도는 아니네. 게다가 송산현은 물자가 풍요롭고 식량 창고가 충분히 비축돼 있다고. 석 달도 충분한 양이야. 식량과 마초 문제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하는가.”
한 참모가 이모백을 대신해 말했다.
“그, 그 고족인들이 너무 잘 먹습니다. 인당 20인분은 먹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보수적으로 계산한 겁니다. 그리고 비수는 고기가 없으면 힘이 나지 않아 그냥 송산현을 먹어버립니다. 허 대인이 이 곤경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라 했는데, 양 공께서 수긍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양공도 이해했다. 그 계책은 바로 사람을 잡아먹는 것 아니겠는가.
비수는 육식에 품종을 가리지 않았다. 동물을 먹을 수 있다면 당연히 사람도 먹을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그 참모는 다시 떠보듯 말했다.
“만약 반란군 시체라면…….”
“안 된다!”
양공이 단칼에 말을 잘랐다.
이에 또 다른 참모가 탄식하며 말했다.
“양 공, 형세가 긴박합니다. 이 계책이 비록 적절치는 않지만, 송산현은 이미 탄환도 다하고 식량도 떨어졌습니다. 비수는 짐승이라 본디 사람을 먹고요. 수비군더러 사람을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자비심에 병사를 궤멸시키면 한 번의 실수로 전체를 망치는 겁니다. 지금 우세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장병의 목숨과 맞바꾼 것인지 아시잖습니까.“
이모백이 탁자를 치며 나섰다.
“알겠네. 이 일은 미루었다가 다시 의논하지.”
뒤이어 그가 양공을 보고 말했다.
“한 달 후면 춘제네.”
순간, 양공을 포함한 모든 막료의 안색이 느슨해졌다.
그렇다, 춘제. 지금부터 한 달만 더 버티면 청주 임무도 완수였다.
또한 지금 형세로 볼 때 운주 반란군이 한 달 안에 청주를 함락한다는 건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일이었다.
한 참모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운주군이 그리 세찬 기세이기에 강한 줄 알았습니다만, 그저 그렇군요.”
양공과 이모백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후, 양공이 운을 뗐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일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네. 운주 반란군 수준이 고작 이 정도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드네. 하지만 지금 형세로 보자면 한 달 안에 청주를 함락시키는 건 위연이 살아 있지 않은 이상 절대로 불가능하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장은 바둑판과 같았다. 아니, 바둑 두는 것보다 더 변화무쌍했다. 운록서원 대유 이모백과 양공은 자신을 범재(凡才)라 생각지 않았기에, 이런 큰일을 두고 ‘스스로 고민’하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참모들은 잇따라 추측을 벌였다.
“지금 형세로 운주 반란군이 청주를 함락하려는 건 어렵지. 설마……. 음, 사실 그들에게 다른 주력이 있어 군사를 나누고 길을 빌려 다른 곳을 꾀하러 가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청주 쪽은 사실상 우리와 빙빙 돌면서 조정의 주력을 얽매고 있는 게지.”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네. 각각 다른 지역을 점령한다고? 그러다 혼자서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궁지에 몰린 병력이 되어 우리 대봉에게 나뉘어 먹힐 건가? 허 은라가 쓴 병서에 이르길 전쟁을 치를 때 정정당당하게 싸우며 융통성 있게 전술을 펼치라고 하였네.”
“이건 그저 상대가 예상치 못한 방법을 쓴 것이고, 기이할 뿐일세.”
“양 공,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저희가 운주 반란군을 높이 평가한 것도 아니고, 운주 반란군이 모자란 것도 아니지요. 사실 하늘의 뜻이 이러합니다. 여러분께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만약 허 은라가 고족 정예병을 불러와 청주의 압박을 완화시키고 저희가 한숨 돌림으로써 병력을 배치해 전체 국면을 되살리지 않았다면, 이 두 번째 방어선은 아마 이미 전반적으로 붕괴했을 겁니다.
만약 허 은라가 남요와 동맹을 맺어 서역 각국의 연합군과 불문 승병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형세는 조정 양선(兩線) 작전으로 청주를 증원할 힘이 없었을 테고, 전선은 이미 중원 중심부까지 밀렸을 겁니다. 그러니 운주 반란군이 모자란 게 아니라 사실 여러 갈래 길이 있고, 갖은 계략이 있었으나 전부 대국 밖 허 은라의 지혜로 사라지고 통제된 겁니다.”
한 차례 깊은 분석 결과, 양공과 이모백도 마지막 이의 말에 가장 크게 수긍했다. 두 대유 역시 다른 가능성이 더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공무 논의가 끝난 뒤, 이모백은 차를 다 마시고 비수군 식량 문제를 ‘사람을 잡아먹음’으로 해결하자고 제의한 그 참모를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영첨(靈瞻) 형, 잠시 얘기 좀 하게.”
염소수염을 기르는 그 참모는 바로 일어나 이모백과 밖으로 향했다.
* * *
두 사람은 잠시 대당을 나와 포정사사 관아를 걸었다.
그러다 이모백이 갑자기 말했다.
“영첨 형이 수고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네만.”
그 참모가 공수하며 말했다.
“모백 형, 할 말 있으면 바로 하시지요.”
이모백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이야기했다.
“나는 영첨 형이 송산현에 서신을 써 허신년에게 비상 시기니 평소와 다른 일을 행하라 알릴 수 있길 바라네. 하지만 양공의 이름이어서는 안 돼.”
참모는 뭔가 깨닫고선 나지막이 말했다.
“영첨, 이해했습니다.”
* * *
경성, 양신전(養神殿).
조용한 오후, 영흥제는 용상에서 깨어났다.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평온히 잠든 적이 언제였던가. 아주 오랜만의 숙면이었다.
황제는 깨어나자마자 첫째로 장인 태감 조현진을 불러 분부를 내렸다.
“짐이 기억하기론 한 달만 지나면 춘제다. 대리사에 통지하여 성대하게 치르라고 하거라. 짐이 조상과 천지에 제대로 제사를 올리려 한다.”
춘제가 끝나면 대지에 봄이 찾아온다. 하마터면 대봉을 무너뜨릴 뻔한 한재도 마침내 힘이 다 빠졌다.
다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되면 백성도 더는 공포스러운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식량이 부족하다 해도 이제 산천이 식량의 보고(寶庫)가 되어줄 터, 산을 뒤지고 땅을 파내면 먹을 걸 찾을 수 있었다.
며칠 전 어서방에서 공무를 논할 때, 제공들은 청주 형세에 근거해 깊이 분석했다. 그리고 운주 반란군이 춘제 전 청주를 함락할 수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분명히 양측 밑바탕의 차이가 있었다. 운주 반란군은 처음에는 기세등등할지 몰라도 점점 사기가 고갈되어 싸울수록 지치기만 할 것이었다.
들판을 태우려는 이글이글한 불길도 점차 쇠퇴하다가 꺼질 것이다. 요즘 경성의 무거운 분위기도 빙하가 녹듯 눈에 띄게 홀가분해졌다. 내각은 세 차례나 연달아 포고하여 민심을 북돋았다.
조현진이 막 물러나 말을 전하려는데 영흥제가 다시 손사래 치며 말했다.
“됐다. 바로 제공들을 어서방에 소집하여 공무를 논의하겠다. 청주 국면에 관해 계속해서 상의해야겠구나.”
황제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 * *
봉서궁.
회경은 수행 궁녀 둘을 거느리고 궁원(宮苑)에 발을 들였다.
궁원은 참 썰렁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는 후궁의 수많은 여인이 자나 깨나 갈망하는 곳이었다.
회경이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드리워진 휘장을 지나쳤다.
당대 제일의 태후는 탁자 뒤에 앉아, 자신이 만든 다과를 먹으며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어마마마!”
회경은 도도하게 예를 갖췄다.
태후는 딸보다 친절할 것 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며칠 전, 폐하께서 임안과 허 은라에게 사혼했다더구나. 본궁이 문득 과거에 너희 몇몇의 혼사를 소홀히 했던 게 떠올랐다. 선제가 계실 때, 너희 딸들이 과년해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하셨었지.
지금 새 군주가 황위를 계승하며 너희 항렬이 높아졌으니 지금처럼 계속 혼인하지 않고 있는 건 적절치 않구나. 오늘 널 부른 건 혹시 네가 흠모하는 이가 있는지 묻고 싶어서란다.”
회경은 비웃듯 아닌 듯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마마마, 제 혼사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당연히 혼인하지요.”
태후도 강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가려무나.”
회경은 예를 갖춘 뒤 궁녀를 데리고 봉서궁을 나섰다.
사람을 단꿈에 가두는 겹겹이 쌓인 궁벽.
회경은 갑자기 도중에 걸음을 멈추고 쪽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흠모하는 사람이라…….’
그녀는 다시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 * *
덕형원으로 돌아왔으나 회경은 책을 읽을 마음이 사라졌다. 본래 잠시 쉴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가슴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무 내색 없이 궁녀를 무른 뒤, 지서 파편을 꺼냈다.
[이: 제가 성에서 포고를 봤는데 청주 전쟁 형세가 아주 좋고 반란군은 이미 힘이 다 빠진 상태라고 하더이다. 참 화가 나더군요. 자리만 차지하면서 국록을 받아먹는 이 탐관오리들이 백성을 속이고 있습니다!]분명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회경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천종의 성자, 성녀는 아마 수행의 천부적인 자질을 논하는 걸 테지. 만약 지혜를 논한다면……. 그저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사: 백성을 속인다고 할 수는 없네. 자고로 조정은 좋은 건 크게 외치고 나쁜 건 외치지 않는 법이니. 한 달 후면 바로 춘제야. 대지에 봄이 오니 한파가 지나가겠지. 조정은 가장 힘든 시기를 견뎌낸 걸세.게다가 운주 반란군이 청주에서 꼼짝없이 끌려다니고 있네. 오래 끌려다닐수록 그들은 점점 만회할 힘이 없어지겠지. 비록 조정이 내우외환이라지만, 내실은 운주보다 강하네.] [칠: 그럼 저희 헛되이 훈련하는 거 아닙니까?]
‘역시 동문 사형, 사매네…….’
회경은 대화에 끼지 않고 조용히 지켜만 보았다.
[사: 그게 무슨 말인가? 운주 반란군은 20년간 세력을 비축했는데 어디 그리 상대하기 쉽겠는가? 내 말은 춘제 이후에는 그들이 만회할 힘이 없다는 것이네. 춘제 이후에 운주 반란군이 패전할 거라는 게 아니야.우리는 최대한 빨리 전쟁 준비를 해서 춘제 전 청주에 도착해야 할 걸세. 어쩌면 운주 반란군을 제압할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지도 모르네. 말하건대 만약 허칠안이 외교적으로 쥐락펴락하여 고족과 서역 이 양대 복병을 차례로 해결하지 않았다면 청주는 아마 진작에 함락됐을 걸세.]
‘아, 이 말은 절대 양 형이 보면 안 돼…….’
이영소가 전서로 말했다.
[칠: 사천감의 채미 사매와 양 사형이 제 촌락에 있습니다. 양 사형도 유랑민을 모아 중원을 쟁취해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겠답니다.] [이: 허칠안을 제압하기 위함이겠지.] [사: 칠안과 겨루기 위해서겠지.] [육: 허 대인을 겨냥한 거군요.]이묘진, 초원진, 항원 대사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전서를 보냈다.
이영소는 저도 모르게 지서 파편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본래는 그도 양천환에게 비아냥거리고 싶었지만, 생각을 바꿨다.
[칠: 양 사형은 정말 티 없이 순수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양 사형과 채미 사매가 감정한테 추방됐답니다.]이후 그들이 추방된 이유를 얘기한 뒤, 성자는 결론을 내렸다.
[칠: 이 사형, 사매는 정말 기가 막힙니다.]개탄하던 천지회 사람들은 그 말을 보자마자 동시에 생각했다.
‘너희 천종 사형, 사매도 딱히 멀쩡하진 않아.’
[이: 감정 제자 중에 정상적인 사람이 없지.]이 말을 본 천지회 사람들은 또 개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