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18
1015화. 시대의 병폐에 일침을 가하다 (2)
[삼: 여러분께서는 신마가 어떻게 몰락했는지 아십니까?]허칠안이 우선 운을 떼자, 이영소가 처음으로 표준 답안을 말했다.
[칠: 신마 시대 말기, 인족과 요족이 굴기하고 특출난 강자들이 천하에 나와 인족과 요족 두 종족이 신마 시대를 멸망시켰습니다. 여기엔 인족 선현의 공로가 크고, 요족은 기껏 조금 도왔을 뿐입니다. 저희 도문의 도존은 명색이 인족의 첫 번째 초품으로 신마를 멸망시킨 주요 인물 중 하나입니다.]이묘진이 덧붙였다.
[이: 하지만 사실 도존이 태어난 연대는 아마 신마 시대 이후일 걸세. 물론 천지인 3종에도 도존에 관한 상세한 기록은 없네.]답이 끝난 후, 천지회 사람들은 지서 파편을 뚫어지게 주시하며 허칠안의 대답을 기다렸다.
[삼: 제가 마침 해외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얼마 전, 신마의 후예를 맞닥뜨렸습니다. 그건 상고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었고, 제가 그 격동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제게 말하길 신마 시대가 끝난 진정한 이유는 신마가 까닭 없이 미쳐 자기편끼리 서로 죽인 것 때문이라더군요.]이 소식은 마치 화포처럼 천지회 구성원의 가슴에 명중했다. 거의 이성을 무너뜨릴 만한 세찬 바람과 커다란 파도가 휘몰아쳤다.
다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지서 단체 채팅방은 침묵에 빠졌다.
허칠안이 폭로한 정보 하나로 이들은 역사의 안개를 헤쳤다. 번개가 뇌리에 박힌 듯 불꽃 같은 영감이 불어닥쳤다.
누군가는 문득 크게 깨달았고, 누군가는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했으며, 누군가는 이를 불가사의하게 여기고, 누군가는 흥분했다.
한 마디로 모두가 진정할 수 없었다.
동시에 새로운 의구심이 들었다.
[사: 왜 신마가 자기편끼리 서로 죽이려고 한 거지?]‘뭐, 계속 서로 시비를 건 게 아닐까……?’
허칠안은 탄식하며 전서했다.
[삼: 모르겠습니다. 그 신마 후예도 모른다더군요. 하지만 도존은 알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해 도존이 신마 후예를 구주 대륙에서 모조리 내쫓았다고 합니다.]‘도존이 신마 후예를 전부 구주에서 내쫓았다고?!’
금련 도사는 깜짝 놀랐다. 또 그가 모르는 비밀이었다.
천지회 구성원들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는 ‘부처의 비밀’보다 차원이 더 높은 상고 시대의 비밀로 어떠한 추측도 무의미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추측하지 않는다고 이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천지회 구성원 모두가 이 일을 이미 마음속에 단단히 새겼다.
이로써 화제가 일단락되자, 금련 도사가 전서를 보냈다.
[구: 성자가 드디어 자유의 몸을 되찾았군. 애정 갈등을 겪은 소감이 어떠한가? 괜찮던가?]‘그건 성자가 아니라 성자 허리한테 물어봐야죠…….’
허칠안은 다른 천지회 구성원들도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할 거라 여겼다.
[칠: 부끄럽습니다. 애정 갈등을 겪는 건 태상망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오히려 허 형을 따라 여러 해 동안 강호를 떠돌면 태상망정을 깨우칠 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전서를 마친 성자는 속으로 침을 뱉었다.
‘퉤, 허칠안 이 바람둥이 인간쓰레기.’
금련 도사는 이영소가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다시 다른 화제를 꺼냈다.
[구: 잠시 후에 팔호가 홀로 정진하는 곳에 가서 좀 보려고 하네. 팔호가 폐관한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줄곧 깨어나지 않아 조금 걱정일세.]‘아, 우리 천지회에 팔호가 있었지?’
모든 천지회 구성원들의 호기심이 동했다.
[이: 도사님, 이 팔호는 뭐하는 자입니까?]이묘진이 천지회 구성원들의 마음의 소리를 대신해 물었다.
[구: 허허, 지금 자네들 7명은 서로 만나 정을 나누었으니 신분이 폭로될까 염려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여기에 팔호는 포함되지 않네. 그 스스로 원하지 않는 이상, 빈도 역시 천지회의 규칙을 준수해야 하네.]금련 도사가 이렇게 말하니, 천지회 구성원들도 딱히 답을 고집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저 내키는 대로 물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팔호가 나오는 그때, 모두 함께 그자를 고립시키면 되니까.
[삼: 제가 남강으로 돌아갔다가 청주로 북상해 전쟁에 개입하면 여러분도 청주로 오시지요. 흑련이 감히 현신한다면 그를 없애기 딱 좋지 않습니까?]고족과 요족의 일은 이미 해결되었다. 그는 더는 걱정하지 않고 전장에 투입되어 허평봉과 승부를 겨룰 수 있었다.
천지회 구성원들도 잇따라 응했다. 심지어 이묘진은 당장이라도 다시 전쟁터에 출정하여 싸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 * *
남강, 역고부.
리나는 마당 밖 문지방에 앉아 지서 파편을 엎치락뒤치락했다.
“응? 왜 갑자기 말이 없어?”
남강의 하얀 피부 여인은 곤혹스러운 듯 눈을 깜박였다.
쾅! 쾅! 쾅!
지서 파편을 문지방에 두드려보아도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째서 멀쩡히 있다가 대화를 멈춘 거지? 아직 있는 거야?”
리나는 지서를 안고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메시지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었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리나는 그저 ‘금련 도사님도 잘 모르시네요.’ 말했을 뿐인데, 그 후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녀는 어렴풋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허영음이 역고부 아이들을 데리고 달려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사부님, 저희랑 사냥하러 가요! 저희랑 놀러 가요!”
리나는 곧장 지서를 품에 쑤셔 넣고 기쁘게 외쳤다.
“좋아!”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아주 신나게 놀러 갔다.
* * *
땅! 땅! 땅…….
사천감 7층, 연단실 안.
송경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자금색 망치와 같은 색 집게를 쥐고 철침 앞에 서서 강철을 단련하고 있었다.
그가 입은 백의에는 검은 재가 잔뜩 묻어 있고,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짙은 눈 그늘까지 더한다면 정말 언제라도 급사하기 직전인 사람 같았다.
불순물을 단조한 뒤, 송경은 어두운 금색 못을 꺼내 철배(鐵胚)를 겨누고 망치로 못 머리 부분을 세차게 두드렸다.
귀를 자극하는 소리 사이로 어두운 금색 못이 철배를 꿰뚫었다.
“비교할 수가 없군. 완전히 비교할 수가 없어……. 봉마정은 대체 무슨 재질로 주조한 걸까? 세상에 정말 이런 금속이 있다고?”
송경은 유감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봉마정은 손현기가 가져온 것으로, 연금술 기재 허칠안의 부탁을 받아 전해진 것이었다.
허칠안은 역시 연금술을 위해 모든 걸 바치길 원하는 기재이자 송경의 지기다웠다. 이렇게 중요한 신기를 연구 목적으로 사천감에 봉헌했다. 거기다 봉마정을 바치며 했던 요구도 한 가지뿐이었다.
연금술사들이 봉마정을 복제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연금술사들은 너무도 감동했다. 허칠안은 신기를 바쳤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중책까지 맡겼다.
이때, 한 백의 술사가 빠르게 연단실로 들어와 목소리를 높였다.
“송 사형! 감정 스승님께서 이 상자를 맨 아래층에 보내 종 사저에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감정 스승님이……?’
송경은 약간 의아해하며 나무 상자를 받았다.
“무슨 물건인가?”
그 백의 술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정 스승님께서 종 사저만 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송경은 원래 역심 아니, 주관이 뚜렷한 제자로 그 말을 듣기 무섭게 바로 상자를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정말로 열 수가 없었다.
“알겠네!”
* * *
송경은 너비는 반척에, 길이는 1척인 나무 상자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 1층 대당에 이르렀다. 이후, 다시 대당 뒤쪽 철문을 통해 지하에 진입했다.
고요한 지하에 발소리가 울리고, 등잔은 온화한 주홍빛을 발산했다.
송경은 공기 중에 살짝 케케묵은 냄새를 맡았다. 사천감의 백의 술사는 대부분 군대를 따르거나 타지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구하기에, 따로 문을 열어 환기시킬 시간이 없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송경은 금실 입구에서 멈췄다. 문에 난 통풍창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종리가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종 사매!”
송경은 문을 밀고 그녀 앞으로 걸어가 함께 가부좌를 틀었다.
“감정 스승님께서 자네에게 주라더군.”
종리는 눈을 뜨고 나무 상자를 받았다.
그녀가 손을 대는 찰나, 걸쇠가 저절로 튕겨 나왔다.
상자 뚜껑을 여니 노란 비단이 깔린 상자 안에 팔 절반 길이의 나무망치가 눕혀져 있었다.
나무망치는 옅은 갈색을 띠었고, 손잡이를 만지자 반지르르하게 빛이 났다. 또한 망치 대가리와 손잡이에는 촘촘한 진문이 새겨져 있었다.
종리는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들고 송경을 쳐다보았다.
송경은 마침 고개를 숙이고 있어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소리쳤다.
“난명추(亂命錘)!”
송경은 문득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쩐지 감정 스승님께서 자네가 상자를 열게 하라고 하시더니. 이건 자네 말고 다른 이는 사용할 수 없지 않은가.”
난명추, 이는 감정 스승이 젊은 시절 내키는 대로 만든 것이라 말했었다.
이 망치를 들고 타인의 머리를 치면 명격(命格)을 바꿀 수 있었다. 다만 명격의 좋고 나쁨은 통제할 수 없고, 망치를 든 사람과 맞은 사람은 동시에 명격이 바뀌었다.
본디 사람은 여러 등급으로 나뉘고, 각 분야마다 운명이 있었다. 그러니 일단 명격을 바꾼다면 천벌을 받아 수명이 반으로 깎일 터였다.
다시 말해 이 망치는 사람의 명격에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그 첫 시작은 바로 수명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종리는 예외였다. 현재 종리의 명격은 ‘천벌’에 속하기에 난명추 역시 이렇게 재수 없는 명격을 바꿀 수는 없었다. 따라서 그녀는 오히려 부작용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었다.
송경이 망연한 얼굴로 말했다.
“감정 스승님께서 이 물건은 자네에게 뭐 하러 주는 거지? 물론 자네는 현재 예언사로 온갖 화를 입어 난명추조차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자네가 만약 난명추로 다른 이의 명격을 제멋대로 바꾼다면, 자네의 화가 가중되겠지.”
종리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묵묵히 망치를 거두었다.
“에휴, 채미가 사천감에 없으니 관성루 전체가 깨끗해진 느낌일세. 종 사매, 나는 무기를 단련하러 돌아가 봐야 하니 먼저 가겠네.”
송경은 그대로 자리를 떴다.
* * *
머나먼 해외.
온몸이 옥처럼 흰 비늘로 뒤덮이고 소의 코, 악어의 입술, 사자의 갈기를 한 백제가 네 발로 빠르게 해수면 위를 걷고 있었다.
고개를 들면 끝없는 하늘에, 눈앞은 끝없이 망망한 바다뿐이었다. 그저 파도만 쉴 새 없이 굽이칠 뿐 달리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백제는 이 막막한 바다 위에서 목적지를 정확히 찾았다.
백제가 고개를 숙이고 발굽 아래 해수면을 응시하자, 쪽빛 두 눈에 깊고 어두운 빛이 소용돌이처럼 반짝였다.
이에 맞춰 해수면에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소용돌이는 점차 빠른 속도로 커지더니 직경 수십 미터의 큰 소용돌이가 되어 흰 거품이 일었다.
백제는 그 소용돌이에 머리를 박아 넣었다.
이내 백제가 뼈 같기도 돌 같기도 한, 금 같기도 옥 같기도 한 구불구불한 긴 창을 입에 물고 소용돌이를 뛰쳐나왔다. 그리곤 준마처럼 미친 듯이 내달려 하늘가로 흩어져 사라졌다.
백제가 떠난 후, 소용돌이는 서서히 가라앉고 바다도 잠잠해졌다.
* * *
동릉성.
성벽 위에 세워진 옹성 꼭대기에 누군가의 뒷모습과 펄럭이는 흰옷이 보였다. 마치 적선(謫仙)의 자태와도 같은 사내, 허평봉이었다.
그는 손에 술병을 들고 머나먼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