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26
1023화. 함께 오르다
남강, 만요산.
새로 보수한 불탑이 약간 흔들리더니 그 안에서 신수의 몸뚱이가 나왔다.
신수는 탑 꼭대기에 서서 서쪽을 멀리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신수!”
구미천호가 그의 옆에 나타났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은발에, 여우꼬리, 곱디고운 자태를 자랑했다.
“나는 그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는 온전함을 갈망한다.”
신수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구미천호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보아 하니 청주 전쟁이 곧 결말이 나겠군.”
신수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몸을 움직였다.
구미천호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했다.
“나는 이미 일찌감치 감정과 동맹을 맺었네. 그가 말하길 내가 매사 허칠안을 거들며 그의 성장을 돕기만 하면, 내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고, 나를 도와 자네 머리를 탈환하겠다고 했지. 하지만 우리는 그의 제자가 반란을 일으킨 후까지 기다려야 했네.”
신수가 천천히 물었다.
“왜지?”
몸이 재구성된 뒤, 그의 원신은 어느 정도 완전성을 얻어 더는 그렇게 과격하지 않았다. 물론 자극을 받으면 여전히 아무도 몰라볼 정도로 난폭했다.
구미천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정은 타고난 기사네.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는 없고, 그가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원하는지 아는 이도 없네. 하지만 그가 뭘 꾀하든 허칠안은 영원히 그의 바둑판에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이야. 허칠안을 주시하고 있으면 많든 적든 감정의 계략을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네.”
그녀는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했으나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신수도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자식 몸에 내 팔이 있다. 그건 내 악기를 중화할 수 있지.”
구미천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시기를 볼 수밖에 없네. 도액이든, 아소라든 아란타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사로잡을 수 없으니.”
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치러 가지.”
구미천호는 벌컥 화를 냈다.
“안 돼! 탑 안으로 꺼지게. 나온 지 오래되니 이성이 또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했군!”
신수는 잠자코 있다가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불탑으로 되돌아갔다.
* * *
금빛이 흩어진 뒤, 운해 위에는 검게 그을린 사람 형체 한 구만이 남았다.
몇 초 뒤, 검게 그을린 죽은 살점이 갈라지더니 매끈한 감정이 나타났다.
그는 손이 가는 대로 공중을 움켜쥐었고, 그대로 흰 장포를 잡아 걸쳤다. 유관과 조각칼은 이미 청광이 되어 운록서원으로 돌아간 뒤였다.
감정은 보기에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았으나, 기운은 극도로 쇠약해졌다. 육신도 어느 정도 약해져 있었다. 본래는 불그스름했던 피부에 주름이 가득하고 검버섯도 생겼다.
“승려보다 깨끗하군…….”
감정은 한마디 중얼거리더니 눈썹, 아래턱,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머리에 부드러운 백발, 흰 수염, 눈썹이 정련되었다.
1품 술사의 패기를 회복한 뒤, 감정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발밑의 운해를 쳐다보았다. 뒤이어 우측을 쓱 훑었다.
운해가 갈라지면서 불완전한 두 형체가 다시 구름 끝으로 돌아왔다.
가나수 보살과 백제였다.
가나수 보살은 목덜미 쪽이 텅 비어 있었다. 갈라진 틈은 피범벅이 되어 마치 머리가 없는 행시 같았다.
백제는 두정골이 젖혀져 호두 같은 대뇌가 어렴풋이 보였다. 복부에도 창자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들의 몸은 복원될 수 없었다.
유성 조각칼의 힘은 피와 살의 재생을 막았다.
하지만 초품 아래 방어 제일의 존재인 가나수 보살과 상고 시대부터 이미 존재했던 신마 백제는 1품 무사라 봐도 과함이 없었다. 그들을 죽이고 싶다 한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네 부처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몸통 안, 가나수 보살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감정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이때, 허평봉이 전송으로 돌아와 백제와 가나수 보살 사이에 섰다.
곧이어 그의 몸에서 흑련 도사가 기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백의는 전봉 고수 넷과 다시 만났다.
하지만 양측의 기운은 초기 전투 때보다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래도 허평봉의 상태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감정이 탄식을 했다.
“쓸모없어졌군. 전봉 시기라면, 자네들은 지금 도망쳐도 된다.”
동시에 그는 오른손으로 다시 공중을 움켜쥐고 팔각형 청동 접시를 잡았다. 이 접시 뒷면에는 일월산천(日月山川)이 새겨져 있고, 정면에는 천간지지가 새겨져 있었다.
이 접시의 출현에 천지가 들끓기 시작했다. 중생의 힘이 밀려와 감정의 몸속으로 모여들었다. 감정이 꼭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 같았다.
감정의 기운은 순식간에 전봉까지 올랐다.
이내 그의 눈에서 청기가 번쩍이더니 그대로 네 사람을 주시했다.
“함께 오른다!”
가나수 보살 머리 위, 가부좌를 튼 채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합장한 불동명왕법상이 떠올랐다.
하지만 금강법상은 응집할 수 없었다. 가나수가 유성 조각칼에 중상을 입은 여파였다. 몸을 넘어 근본까지 다쳐서, 법상은 하나밖에 응집하지 못했다.
흑련 도사의 양신은 다시 4등분이 되어 도문 ‘지풍수화’ 4대 법상을 드러내 보였다.
허평봉의 발밑에는 원진이 떠올랐다.
이는 3품 이후에만 장악할 수 있는 진반(陳盤)으로 ‘천강(天罡)’과 ‘지살(地煞)’ 양대 진법 서적이 융합하고 관통한 뒤에 응집하고 단련된 원진이었다.
진법사의 분야에서 이는 ‘모진(母陳)’이라 불렸다.
‘모진’을 기반으로 모든 진법을 진화시킬 수 있는데 음양오행, 지풍수화뇌(地風水火雷)및 이 11가지 대진이 확대된 360종의 소진 모두 모진에 의지하여 원하는 대로 시전할 수 있었다.
백제는 외뿔을 잃은 상태였다. 물론 여전히 뇌전과 수령을 소환할 수 있지만, 위력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신마 후예로서 백제의 육신은 한결같이 대적할 자가 없는 박살 수단이었다.
“가라!”
흑련 도사의 진짜 몸이 우뚝 선 채 움직이지 않고 4대 법상을 조종했다.
흑련은 ‘앞뒤좌우’ 네 방향에서 감정을 스쳤다.
그중 마치 기류로 이루어진 듯한 ‘풍(風)’ 법상의 속도가 가장 빨랐다.
휙! 휙!
풍 법상은 어느새 이미 감정 옆에 이르러 바람의 칼날을 휘둘렀다.
화염 법상은 흐르는 불꽃이 되어 감정 얼굴에 달려들었다. 꼭 함께 타올라 사라져도 상관없다는 기세였다.
티 없이 까만 수령이 흐르는 법상은 무너져 세차게 흐르는 하류가 됐다.
와르르…….
파도 소리와 함께 수령 법상은 감정의 우측에 충격을 가했다.
‘지(地)’ 법상은 몸집은 거대하나 우둔하여 속도가 가장 느렸다. 마치 난폭한 소처럼 감정을 향해 돌격했다.
이곳이 만약 땅이었다면 귓가에 쿵쿵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듯했다.
이때, 감정이 먼저 좌측으로 손바닥을 내밀자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호신 방패가 솟아올랐다.
펑! 펑! 펑…….
바람의 칼날이 호신 방패를 베며 둔탁한 소리와 함께 광풍으로 흩어졌다.
뒤이어 그는 우측으로 한 걸음 나아가 세차게 흐르는 검은 하류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곳에서 감정은 칠흑같이 까만 장검을 뽑았다.
장검을 뽑은 뒤, ‘수(水)’ 법상은 유지할 힘이 없어 와해됐다.
동시에 감정은 앞으로 크게 내디뎌 화염 법상을 단검에 베어 없앴다.
칙! 칙!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화염은 수령의 물을 맞고 사라졌다.
감정은 다시 또 불똥을 건져 손바닥에 두더니 가볍게 불었다.
“후~”
수십 장(丈) 길이 불길이 미친 듯 달려오는 ‘지(地)’ 법상을 삼켰다.
결국 불길은 꺼지고 ‘지(地)’ 법상은 나는 재가 되어 천천히 흩어졌다.
마지막으로 감정은 검은 재를 그러모아 힘껏 움켜쥐고 수십 장(丈) 높이의 검은 흙벽을 단련해, ‘풍(風)’ 법상을 무참히 쳤다.
일련의 조작은 2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감정은 물로 불을, 불로 흙을, 흙으로 바람을 제압해 도문의 4대 법상을 와해시켰다. 너무도 절묘하고 대단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1품 술사에게 이는 그저 흔한 수법에 불과했다.
아마도 무사만이 이에 무모하게 맞서지 않을까.
그때, 흑련 도사가 엄청난 부상을 입은 듯 둔탁하게 신음했다.
동시에 감정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숙여 오른팔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팔에는 이미 검은색이 물들어 체내에 타락의 힘이 침투해 있었다.
“헤!”
흑련 도사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흑련 도사는 감정이 맨 처음 백제의 수령 법술 수법을 없애는 걸 목격하고, 감정이 아무렇게나 적의 법술을 연화하는 습관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흑련 도사는 칠흑같이 까만 ‘수(水)’ 법상에 마찬가지로 칠흑같이 까만 타락의 힘을 섞어 넣었다.
역시나 감정은 또다시 수령의 힘으로부터 ‘무기’를 단련해냈고, 그 틈에 타락의 힘이 침식한 것이었다.
지종이 수행하는 건 공덕으로, 악마가 된 후에 공덕의 힘을 ‘타락의 힘’으로 바꾸는 건 흑련 도사가 가진 가장 강한 수법이었다. 그건 ‘지풍수화’ 4대 법상도 훨씬 능가했다.
설령 감정이라도 일단 타락의 힘에 침식되면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웠다.
액체가 고공에서 흩뿌려지며 불행히도 접촉한 토지 전체가 작은 풀조차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로 변했다. 식물이 시들고, 동물은 광기에 빠졌다.
그런데 다음 순간, 감정 발밑에 청광이 반짝이더니 흑련의 앞에 나타났다. 뒤이어 감정은 흑련의 두정골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흑련이 느낀 건 손바닥 힘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것도 감정이 내려친 손바닥이 아니었다.
흑련이 본 건 정덕 그리고 그의 손에 죽은 수많은 지종 동문, 그에게 납치당해 모욕 당한 여인, 그의 손에 죽은 평범한 백성이었다.
이들의 분노가 모여 강이 되고, 그를 삼켜버렸다.
이는 중생의 힘, 백성의 분노였다!
흑련은 즉시 저항할 생각을 잃었다. 이렇게 타락하고 사악한 자신은 우화(*羽化: 사람이 죽다)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이때, 가나수 보살이 양손으로 인(印)을 빚었다. 뒤에 가부좌를 튼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불동명왕법상이 뒤따라서 결인 동작을 취했다.
감정과 흑련 사이의 공간이 마치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벽으로 굳어진 듯했다. 두정골을 향해 내리친 그 손바닥은 엄청난 저지를 당했다.
이와 동시에 허평봉이 발을 들어 밟자, 모진이 전송진으로 변해 확 퍼져가더니 흑련을 진법 범위에 들였다.
흑련은 간신히 허평봉 옆에 나타나 죽을 뻔한 국면을 넘겼다.
가나수 보살은 재빨리 결인하여 감정 주위의 공간을 동결했다. 감정이 전송해 추격할 틈도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칙! 칙!
백제가 시뻘건 아가리를 벌리자 입에서는 서서히 하얗게 타오르는 뇌구가 형성되었다.
감정은 한손으로 허리춤을 눌렀다가 살륜아고의 양몰이 채찍을 뽑았다.
이미 흑련의 침식 시효는 지났고, 이제는 타신편도 쓸 수 있었다.
탁!
채찍이 공기를 후려치며 이 굳어진 공간을 살려냈다.
감정은 가나수 보살을 후려쳤으나 불동명왕인(不動明王印)을 타파하려 하진 않았다. 실패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감정은 차선으로 이 공간의 속박을 깨부쉈다.
다음으로 감정은 백제 앞에 나타났다. 잠시 천기를 차단한 그는 순조롭게 백제의 감지를 속이고 성공적으로 접근했다.
뒤이어 감정이 백제의 윗입술과 아래턱을 힘껏 눌렀다.
쿵!
백제의 입에서 뇌구가 폭발하며 눈, 귀, 코 등 7개 구멍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호두 같은 무늬의 머리는 사방으로 튀었고, 백제의 쪽빛 눈은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백제 눈동자의 빛이 암담해지며 몸은 서서히 생기를 잃었다. 또한 백제의 몸 표면에 전기 불꽃이 튀고 사지가 경련을 일으키며 구름 끝에 떠다니더니 끝내 전력을 잃었다.
그때, 감정의 머리 위에 허평봉의 모습이 나타났다. 허평봉은 양손으로 고리를 만들어 아래쪽에 있는 감정을 그 안으로 ‘독차지’했다.
웅!
원진이 원기둥 배열을 보였다. 이 원진들에는 음양오행과 풍뇌(風雷)가 포괄돼 있었는데 전부 공격과 파괴에 능했다.
더불어 불동명왕인이 다시 감정 주변의 공간을 봉쇄하여, 감정이 피할 길을 막았다.
“회개하라!”
가나수 보살도 계율로 감정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잊지 않았다. 감정이 다시 채찍을 휘둘러 공기를 가르게 둬선 안 됐다.
모두가 1품이었다.
아무리 감정이라도 계율의 효력을 완전히 차단할 순 없었다.
다만 계율이 유지되는 시간이 그냥 넘어가도 될 정도로 너무 짧았다. 그래도 굳이 계율을 한 것은……. 뭐, 아무래도 공격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낫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