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27
1024화. 보잘것없고 못난 제자
어쨌든 영향이 이중으로 미치는 가운데, 감정은 이 모든 걸 피하지도 않고 손에 있는 타신편을 뽑아들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손을 들어 손바닥을 후려쳤다.
갑자기 허평봉은 눈앞이 흐릿해지며 기아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보았다. 그들은 새빨간 두 눈으로 그를 저주하고 분노에 차 그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그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뽑지 못함을 한스러워했다.
손바닥은 마치 허평봉을 실제로 후려친 듯했다. 덕분에 허평봉의 의식은 산산이 조각났으며 선혈은 백의를 붉게 물들였다.
중생의 힘, 백성의 분노!
허평봉은 기운의 배반을 당했다. 백성은 중원의 기운을 대표했다. 지금 대봉의 처지 대부분이 허평봉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원진은 틀어쥐고 있던 주인을 잃고,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이 틈에 감정은 과감히 타신편을 휘둘렀다.
탁!
타신편은 허평봉의 몸을 후려치며 마치 모래주머니처럼 날려버렸다.
탁!
감정은 두 번째 채찍을 후려쳤다. 그러나 이번엔 흑련의 ‘풍(風)’ 법상을 쳤다. 결정적인 순간, 속도가 특출 난 풍 법상이 허평봉의 목숨을 구했다.
‘풍(風)’ 법상이 흩어지자 흑련은 벼락을 맞은 듯 둔탁하게 신음했다.
연이어 가나수 보살이 미친 듯 달려와 감정이 채찍을 휘두를 기회를 차단하고, 우선 계율로 그를 방해했다.
“회개하거라!”
순조롭게 접근한 뒤, 가나수의 등허리 근육이 터지며 가사가 팽팽해졌다.
쿵!
가나수가 내리친 주먹에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금강법상을 잃었다 해도 가나수는 여전히 1품의 신체와 영혼, 1품의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체술(体術)은 같은 경지의 무사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감정과 가나수는 한바탕 맞선 후에 각자 다 물러났다.
중생의 힘이 뒷받침된 손바닥 힘은 가나수를 제압할 수 없었다. 하지만 1품 보살의 후속 연수를 끊고, 화경 체술을 시전할 수 없도록 했다.
지금 이 순간, 운해 위 초범경 다섯 모두가 전봉 고수였다.
그러나 백제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자신의 수법에 공격 당했다. 흑련의 법상은 연달아 파괴되어 마찬가지로 상처를 입었다. 허평봉도 기운의 배반을 받은 데다 타신편에도 한 대 맞아 상태가 최악이었다.
감정은 우선 술사의 몸으로 유성이 강림한 대가를 견뎠고, 그 후에는 대일여래법상에 중상을 입었다. 지금은 중생의 힘을 받아들여 더할 나위 없이 용맹해 보였지만, 그도 몸이 얼마나 더 버텨줄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곳에 가장 상태가 좋은 건 가나수 보살뿐이었다. 비록 머리를 잃고 유성의 조각칼에 중상을 입었지만, 동료들의 뒷받침 덕에 상태가 가장 좋았다.
초품 아래 제일 방어라는 명성은 괜히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콜록콜록…….”
흰 장포가 피로 물든 허평봉은 손으로 입을 감싼 채 심하게 기침했다. 손가락 사이로 걸쭉한 피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는 머리는 산발을 하고 도저히 필적할 수 없는 감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눈에는 공포도, 두려움도 없는 평온함만이 흘렀다.
“감정 스승님, 그해 제가 조당에서 물러나 잠룡성 혈통을 보살피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는 적이 많을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이십여 년간 가는 곳마다 진을 치느라 이해타산에 밝습니다.
차례대로 계획해 진북왕, 위연, 정덕을 죽였지만 저는 가장 강한 적이 바로 스승님임을 잘 압니다. 만약 스승님을 죽일 수 없다면 모든 계획은 환영일 뿐이고, 모든 노력도 다 헛수고가 되고 말겠지요.”
이내 허평봉은 솟구치는 핏물을 삼키고 서서히 웃음을 지었다.
“그러므로 제가 이 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했을 때, 스승님께선 제가 가장 먼저 죽일 방법을 고심해야 할 대상이 됐습니다. 스승님의 계획을 없애는 것에 관해서라면 처음부터 다 정해졌습니다. 사실 누구를 도와도 다 같지요.
제가 왜 500년 전 그 혈통을 선택했을까요? 스승님께선 그 문제를 생각해보신 적 있습니까? 군대, 식량 모두 그저 금상첨화일 뿐, 제가 잠룡성 혈통을 선택한 핵심은 아닙니다.
스승님, 미래를 꿰뚫어 보실 수 있으니 오늘 미리 유성 조각칼과 아성 유관도 준비하시고, 살륜아고의 타신편을 가져오셨겠지요. 스승님께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준비하셨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이 전투가 이 못난 제자의 전력 반격임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스승님께서 본 미래에 이 전투에서 죽는 건 분명히 저희고 이기는 건 스승님이시겠지요. 동시에 스승님께서는 이 기회에 부처에게 중상을 입히고, 장차 어떤 수를 위해 포석을 까실 겁니다. 스승님께서는 그렇게 충분히 준비하셔서 모든 걸 계산에 넣으셨습니다.”
가나수 보살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온갖 궁리를 너무 똑똑하게 했지.”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바로 감정 스승님의 이 주도면밀함입니다. 스승님께서 헤아려보셔도 무방합니다. 천명사의 권력을 알고 있는 제가, 보잘것없고 못난 제자가 왜 이곳에 서서 스승님과 적이 될 자신이 있을까요?”
말을 마친 허평봉은 이상야릇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는 일찍이 스승님께서 불문과 동맹을 맺고 진을 치고, 성을 공격하고, 진지를 철수시켜 대세를 휩쓸어 성공적으로 스승을 시해한 줄 알았습니다.”
허평봉이 말을 할 때마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상처가 깊었으나 표정만은 거칠 것 없이 방자했다.
무려 이십여 년이었다. 그 세월 동안 내내 마음속에 벼르고 있던 말도, 있는 힘을 다해 참았던 계획도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 세월을 토해내는 것인데 그 어찌 시원하지 않을까.
“하지만 무종 반란의 과정을 자세히 분석하고 복기하니 예사롭지 않은 점들을 손쉽게 추측해낼 수 있었지요. 예컨대…….”
허평봉의 눈빛이 별안간 날카로워졌다.
“무종이 처음 반란을 일으켰을 때, 초대는 왜 속수무책으로 당한 겁니까? 설령 스승을 시해하는 것이 술사 체계의 숙명이라 해도 제자를 죽이는 것 역시 숙명 아닙니까? 초대는 무종이 멋대로 반란을 일으키도록 놔둘 이유가 없었고, 스승님께서 천명사로 승직해 자신을 대신하도록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버젓한 1품 술사가 제자의 행동을 통찰할 수 없었다니 얼마나 가소롭습니까.
그 이유는 백제가 이미 분명히 밝혔지요. 스승님께서 문지기고, 어떤 수단을 써서 미래를 꿰뚫는 초대의 눈을 가린 겁니다. 제자의 말이 맞습니까?”
감정은 손에 양몰이 채찍을 들고 천천히 토납했다. 그는 내내 무관심한 표정으로 허평봉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이내 허평봉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지기는 중점이 아닙니다. 중점은 스승님께서 미래를 꿰뚫어 보는 초대의 수단을 방해하셨고, 바로 이런 수단으로 스승님께서 순조롭게 초대를 속이고 자신의 말로를 볼 수 없게 한 겁니다. 그렇기에 스승님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것이지요.”
흑련이 냉소를 지으며 만담에 맞장구쳤다.
“어? 그럼 문지기가 아닌 자네가 어찌 천명사인 감정을 상대한 거지?”
허평봉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문지기가 아닐세. 2품경이 천명사를 상대할 수는 없지. 천명사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천명사뿐이네.”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평봉 발밑 원진이 갑자기 퍼지더니 직경 십여 리의 웅대한 진을 형성했다. 자리에 있는 모든 초범이 모조리 그 속에 들어갔다.
진법이 퍼져나갈 때에 허평봉은 허리춤의 비단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자 흐르는 빛이 날아와 사람들 머리 위에서 춤을 추었다. 청동의 물건이었다.
물건들 모두 같은 기운과 바탕색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느 대형 법기의 부품 같았다.
그중 태극어(太极鱼)가 새겨진 원반이 가장 먼저 안정되어 공중에 굳어졌다. 뒤이어 그것을 핵심으로 다른 부품이 잇따라 끌어 당겨졌다.
딸깍!
부품은 저절로 배열되고 조합하였다.
그 시각, 가나수 보살은 약속이나 한 듯 결인하여 불동명왕법상을 공간에 봉쇄하고 감정의 전송술을 끊어 부품이 재조합하는 시간을 벌었다.
시종일관 냉담했던 감정은 마침내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허평봉이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500년 전의 그 혈통을 찾은 게 아니라 그들이 저를 찾은 겁니다. 그들은 조정이 500년이나 찾지 못할 정도로 꼭꼭 숨어있었는데, 제가 어찌 단시간 내에 그들을 찾아 동맹을 맺겠습니까?
저를 찾은 건 초대 감정의 이제자, 혈통의 계승자였습니다. 스승님, 제가 그해 스승님께 어떻게 1품으로 승직하는지 여쭤봤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스승님께서는 제게 진실을 알려주셨지요. 사실 그때 저는 이미 잠룡성 그 혈통의 술사를 통해 진상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스승님과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아서 조정에 들어가 벼슬을 하며 최고의 자리에서 기운을 응집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대봉을 위해 영토를 개척하고 북방 요족과 오랑캐, 무신교 일부 영토를 삼키기만 하면 중원은 천명사 2명을 성취할 기운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시도는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했지요. 원경의 억압과 각 당파의 공격으로 허당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왜 저를 돕지 않으셨습니까? 당초 스승님께서 저를 도우셨다면, 대봉은 지금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겁니다. 감정 스승님이 저를 500년 전 그 혈통에게 밀어 넣으신 겁니다.”
지난 일의 언급에 허평봉의 한숨 소리가 더 깊어졌다. 아직도 원망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 말들은 그저 여러 해 동안 마음에 묻어두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저는 500년 전 그 혈통과 동맹을 맺길 택했습니다. 그들이 제게 준 승부수는 바로 저것입니다…….”
허평봉이 머리 위의 법기를 가리켰다.
때마침 그 청동 부품들의 재조합도 끝났다.
그것은 거대한 원반으로 핵심은 태극어였다. 가장자리 도안에는 오행팔괘(五行八卦), 화조어충(花鳥魚蟲), 산천일월(山川日月) 및 고인이 천지에 제사지내는 정경이 있었다. 마치 인족의 역사 전부를 그 안에 새긴 듯했다.
웅!
법기가 재조합을 끝내고 빠른 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법기는 직경 십여 리의 거대한 대물이 되었다.
법기는 허평봉 발밑의 원진과 꼭 들어맞았다.
곧이어 청동 법기가 서서히 정방향으로 회전하고, 허평봉 발밑의 원진 역방향으로 회전했다.
이제 모두가 알 수 없는 힘이 순식간에 이곳을 뒤덮었음을 깨달았다. 연이어 전부 다 외부 세계의 감지를 잃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구주 천지와 단절된 것만 같았다.
감정의 기운 역시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그는 외부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단절되며, 중생의 힘의 지지를 잃었다.
감정의 모습에, 허평봉은 입꼬리를 치켜올린 채 혀를 찼다.
“역시나 천명사만이 천명사를 상대할 수 있군요.”
이 법기는 초대 감정이 남긴 물건으로 2가지 능력이 있었다. 2가지 모두 천명사의 권력을 억제했다.
천명사는 제 본거지에서 중생의 힘을 동원할 수 있고, 같은 경지에선 무적이 될 수 있었다. 그를 상대하려면 반드시 1품 수사와 손을 잡아야 했다.
이 법기 제일의 능력은 바로 중생의 힘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천명사가 그 안에 놓이면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단절되었다. 물론 시효의 한계는 있었다.
두 번째 능력은 피동적 능력에 속하는데 그건 점칠 수도, 엿볼 수도 없었다. 감정이 미래를 엿봐도 그 존재를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는 천명사 자체 권력이었다. 만일 천하에 천명사 둘이 있다면, 그들은 미래에서 서로를 엿볼 수 없었다. 둘 다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