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28
1025화. 대 환란의 시작 (1)
허평봉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전 문지기의 능력 중 천명사 권력의 일부가 있다는 의심이 듭니다. 그해 스승님께서 비슷한 수법을 써서 미래를 엿보는 초대를 속이신 거 아닙니까?
스승님께선 미래를 엿볼 수 있으니, 만약 이 전투에서 당신이 죽는다는 걸 알았다면, 당연히 맞춤형 배치로 저희 계획을 허사로 만드셨겠지요. 그러므로 스승님을 죽이려면 반드시 미래를 엿보는 스승님을 속여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승님께서 당초 초대를 상대하신 방법이자 제 비장의 무기이지요.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제가 어찌 감히 반란을 일으키겠습니까?”
흑련 도사는 표독한 비웃음을 흘렸다.
“그에게 충분한 승부수가 없다면 내 어찌 그와 동맹을 맺었겠나.”
그는 당당히 자신의 악의를 떠벌렸다. 인격의 추악한 면을 부끄러워한다거나 억누를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허평봉은 다시 기침하고선 입가의 피를 닦았다.
“그해 스승님께서 무종을 도와 반란을 일으키고 불문과 동맹을 맺었습니다. 초대는 대세가 이미 기울었음을 잘 알았고, 감정 스승님께서 장차 1품 술사로 승직할 것도 잘 알고 있었지요.
천명사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천명사뿐인데 다음 제자가 스승님을 대체하려거든 난도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이미 스승님을 어떻게 죽일지 계획했습니다. 500년 전 그 혈통을 위해 배치를 다시 했지요.
그는 2가지 물건을 남겼습니다. 하나가 바로 천명사의 권력으로 정제한 이 법기입니다. 초대가 이를 고조 황제의 가짜 무덤에 숨겨놓고, 후대인이 그 무덤을 감시하도록 하며 때를 기다린 것입니다.”
초대 감정과 나라는 같은 나이이니 당연히 무덤이 있을 리 없었다. 시가가 지키던 그 무덤은 사실 고조 황제의 가짜 무덤이었다.
자고로 제왕은 무덤이 하나뿐일 리가 없었다. 진짜 무덤 밖에 사람의 이목을 가리는 가짜 무덤이 더 있었는데 이는 극히 기본적인 조작이었다.
이 황가의 무덤을 감독하고 만드는 책임이 바로 사천감이었다.
“초대는 생각이 섬세하여 이 법기의 존재를 이제자 혈통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500년 전 황족 혈통에게도 알리지 않았지요. 그저 언젠가 감정을 대체하려는 2품 술사가 나타나, 시가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만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가장 헤아리기 어려운 법, 시가 후손은 결국 청빈함과 적막함을 견디지 못하고, 선조의 유훈을 돌보지 않고 묘지기 신분을 포기한 후 속세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저는 때마침 천기궁 건립에 착수해 첩자를 중원 각지에 퍼뜨리고 시씨 성인 사람을 찾았지요. 근 10년 만에 마침내 상주 시가를 찾았습니다.”
허평봉은 잠시 말을 멈추고 감정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 그가 놀라고, 분노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감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외려 허평봉의 눈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허평봉이 가볍게 탄식한 후, 계속해서 말했다.
“스승님처럼 천기를 엿보는 인물은 생각건대, 이미 생사를 꿰뚫어 보셨겠지요. 제자가 자만하여 제 처지를 잊은 겁니다.
두 번째 물건은 국운입니다. 전쟁을 이용해 대봉 국운을 움직인 뒤, 비법을 통해 훔치고, 황실 혈통을 갖춘 용기에 기운을 저장해 서서히 연화함으로써 잠룡성 혈통의 기운을 증강했습니다.
이 계획에는 우선 구주 대륙을 휩쓸 전쟁이 있어야 합니다. 규모는 반드시 방대해야 하고, 한 나라의 존망이 걸릴 정도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봉 기운을 움직이기 어렵지요. 그래서 21년 전, 산해관전역이 발생한 겁니다. 그다음으로 황실 혈통을 지닌 허칠안의 용기가 탄생했습니다.”
500년 전 그 혈통 역시 황족으로 오늘날 대봉 기운을 점유할 수 있었다.
재야의 세력은 대봉이 뼛속까지 썩고, 황조의 운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이 대봉을 뒤집고 새로운 황조를 세울 수 있었다.
“물론, 이 계획은 실패작입니다. 지금까지도 저는 허칠안이 지닌 국운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전 처음부터 2가지 준비를 했지요. 바로 용기를 공격해 흩트려서 대봉의 멸망을 가속화하는 겁니다. 다른 방면에서도 얻는 것이 있으니 효과는 같지요. 스승님, 이것이 바로 천명사입니다. 죽은 지 이미 50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기사이지요.”
허평봉이 빙그레 웃었다.
500년을 기다린 살해극이 마침내 이 순간 이빨을 드러냈다.
“이놈! 죽은 지 50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나를 방해하다니!”
감정이 손목을 털었다.
탁!
타신편은 거리도 무시한 채 허평봉을 향했다.
그 순간, 허평봉 앞에 방어구진(防禦矩陳)이 겹겹이 빛나기 시작했고, 동시에 가나수 보살을 소환했다.
펑! 펑! 펑…….
진법은 연이어 산산이 조각났다.
타신편은 가나수 보살의 가슴을 후려치며 옅은 채찍 자국을 남겼다.
타신편은 허평봉과 흑련에게 엄청난 위협이었다. 하지만 가나수를 상대하는 데에는 딱히 강력해 보이지 않았다.
타신편의 위격이 충분치 않은 게 아니었다. 본디 구주의 법보, 절세신병을 통틀어 가나수에게 치명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진국검도 소용이 없었다.
초품이 모조리 봉인된 이 구주에서 그를 제압할 수 있는 건 진정한 1품 무사밖에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감정은 마치 이럴 것을 일찌감치 예상한 듯했다. 그는 채찍을 후려치는 동시에 하늘을 향해 천기반을 내던졌다.
후~ 후~
천기반이 회전하며 태극어를 찍으려 했다.
감정 역시 천명사였다. 그가 당연히 법기에 속수무책일 리는 없었다.
천기반이 청동 법기에 녹아들 수만 있다면, 감정은 이 법기를 짧은 시간 내 와해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그리하여 감정은 이 ‘세계’를 떠났다.
바로 그때, 태극어와 천기반 사이에 걸쭉한 검은 액체가 나타났다. 액체는 곧 막처럼 펼쳐져 천기반이 그 안에 부딪혔다.
“아……!”
흑련이 몹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렸다. 그는 즉시 사람의 모습을 회복해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쉭~ 쉭~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몸에선 푸른 연기가 솟아났고, 천기반 표면은 짙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영성을 잃고 힘없이 추락했다.
허평봉이 바로 말했다.
“가나수, 시간에 한계가 있으니 나는 신경 쓰지 말게.”
오래된 이 살인계획에선 각자의 분업이 있었다.
흑련 도사의 임무는 타신편, 천기반에 국한되지 않고 감정의 법보를 타락시키는 것이었다. 법기는 술사의 가장 강한 수단 중 하나이지만, 흑련이 가진 타락의 힘은 모든 영성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나수 보살의 임무는 감정의 공격을 정면으로 감당하며 이 1품 술사를 꼼짝 못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유성 영혼을 이겨내고 가장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들어섰다. 만약 이 전투에서 감정을 제거하지 못하면 그 모든 계획도 중단이었다.
가나수 보살은 미친 듯 달려 나와 구름 끝에서 잔영을 끌어냈다. 도중엔 불동명왕법상이 결인해 주위 공간을 봉쇄했다.
감정의 전송술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감정은 바로 손을 뻗어 천기반을 받았다.
이내 그의 손바닥에서 청광이 솟구치더니 그 타락하고 불결한 힘을 연화했다. 동시에 감정은 타신편을 쥔 오른손을 내밀어 앞에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장벽을 받쳤다.
퍽!
머리 없는 행시 가나수가 주먹으로 장벽을 내리쳤다.
감정의 몸이 흔들렸다.
지금은 양쪽 모두 전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다. 가나수도 현재 한창일 때였다면, 당연히 이 주먹으로 감정을 날려 보낼 수 있었을 것이었다.
퍽! 퍽! 퍽…….
온 하늘에 권영(拳影)이 폭발했다.
육각형 장벽을 두드리니 셀 수 없을 정도의 빛이 떨어졌다.
장벽은 결국 산산이 부서졌다.
감정은 미끄러져 물러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살륜아고의 양몰이 채찍을 후려쳤다. 목표는 가나수가 아닌, 허평봉이었다.
허평봉은 즉시 이 ‘세계’의 가장자리까지 물러났다. 하지만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황에서 그는 청동 법기가 뒤덮은 영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타신편은 거리를 무시할 수 있었다.
탁!
허평봉의 육신이 타신편에 맞아 찢기고 터졌다. 원신은 아예 몸 밖으로 나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감정이 국면을 타개하는 데에는 2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 허평봉을 죽이고 원진이 지속성을 잃게 하여 청동 법기의 시효를 단축시킨다.
둘, 천기반의 타락의 힘을 연화해 천기반으로 청동 법기를 제압한다.
이러면 마찬가지로 초대가 남긴 법기의 와해를 가속화할 수 있었다.
푹!
그 틈에, 가나수 보살의 주먹이 감정의 가슴을 뚫었다. 주먹은 감정의 등을 완전히 관통해 나왔다.
이때, 다른 감정이 머리 위에 흩날렸다. 그 감정은 손에 양몰이 채찍을 쥔 채 허평봉을 향해 휘둘렀다.
감정이 육신을 버리니, 원신이 나와 대제자를 철저하게 없애버리려 했다.
가나수는 역시나 주먹을 휘둘러 허평봉을 지원했다. 불동명왕법상은 양손을 결인하고 양측 사이를 막아, 허평봉 대신 이 채찍을 견뎠다.
다음 순간, 감정의 원신이 가라앉더니 다시 몸속으로 돌아가 씩 웃었다.
이제 천기반에 오염된 불결한 힘이 깨끗하게 연화되었다.
방금 감정은 당연히 양몰이 채찍으로 가나수의 공간 속박을 깰 수 있었다. 그러나 가나수가 가까이 다가온 상황에선 주위의 공간을 후려쳐 살려도 바로 다음에는 가나수에게 중상을 입을 것이었다.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없는 판국에선, 중상을 입은 감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반드시 패할 것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그 채찍은 허평봉을 후려쳤다. 가나수에게 중상을 입는 대가와 맞바꾼 것이었다. 뒤이어 원신이 나와 다시 한번 채찍을 쥐었다.
감정은 가나수가 허평봉을 구할 것을 예정했다. 불문은 원신 상대에 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각 체계에선 도문과 주술사만이 원신 상대에 능했다.
짧은 시간에 원신을 멸할 수 없다면, 가나수는 반드시 허평봉을 지키고 청동 법기가 빠르게 와해되지 않도록 막을 터였다.
이 모든 건 감정이 의도적으로 오도한 것이었다.
감정이 국면을 타개하는 방법은 바로 허평봉을 죽이는 것이니까.
감정의 진정한 파국 수단은 천기반이었다. 그는 천기반이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게끔 가나수를 오도했다.
육신이라면, 어쨌든 악한 제자 송경이 육신을 새로 만드는 법을 장악했으니 나중에 허칠안에게 연밥 한 알만 빌리면 ‘재생’할 수 있었다.
제때에만 탈출하면 죽은 자의 살과 뼈를 살리는 술사의 수단으로 이 몸뚱이 하나 구하는 것쯤이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지금 곁에 적이 없자, 감정은 다시 상공을 향해 천기반을 내던졌다.
휙~ 휙~
천기반이 회전하였다.
탁! 탁! 탁…….
청동 법기는 회전을 멈췄다. 꽉 조여진 부품들도 분리되기 시작해 곧 뿔뿔이 흩어질 조짐을 보였다.
이 순간, 사람들은 이곳에 속박된 힘이 날카로워지고, 구주 세계가 그들과 점점 가까워진다는 걸 느꼈다.
이때 구불구불한 긴 창이 공간을 뚫고 나와 거리도 무시한 채 감정을 뒤에서 찔렀다.
금 같기도, 옥 같기도, 뼈 같기도, 돌 같기도 한 이 창은 재질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감정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찌른 긴 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약간 수축되었다.
“헤!”
뒤에서 나지막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비틀린 형체가 현화하고, 흐릿했던 것이 또렷해졌다.
백제가 아니었다. 몸 전체가 칠흑같이 까만 괴물이었다. 몸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였는데 육신이 아닌 원신이라 그러했다.
형태는 동물 양의 몸에 각질로 뒤덮여 있고, 얼굴은 인간과 흡사했다. 다만 눈이 볼에 2줄로 나 있고, 머리엔 구불구불하고 날카로운 뿔 6개가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