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32
1029화. 네 가지 핵심 (1)
청주, 포정사사.
본래 양공의 자리였던 곳에 척광백이 앉아 있고, 아래쪽에는 장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좌측 상석에는 희현, 우측 상석에는 갈문선이 있었다.
희현은 성을 공격하고 진지를 철수시키고, 청주 도망병을 추격해 죽임으로써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또한 갈문선은 척광백을 따라 완군을 함락시켜 큰 공을 세웠다.
거기에 그는 본디 허평봉의 제자라 군에서 지위가 아주 높았다. 희현보다 약간 떨어질 뿐이었다.
현무 정예병과 주작 비기(飛騎)는 허평봉에 예속되어 자리에 없었다.
먼저 척광백이 웃으며 운을 뗐다.
“막사에서 공무를 논하는 것이 아니니 딱딱하게 굴 필요 없네. 청주를 함락할 수 있었던 건 여러 형제들 덕분일세. 오늘 밤 3군의 공로에 포상을 내릴 것이야. 맛좋은 술, 맛있는 음식, 미인, 있어야 할 건 다 있네.”
장수들이 웃기 시작하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대장군, 감사합니다!”
척광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늘 이후, 자네들은 수하 병사들을 단속해야 할 걸세. 더는 백성을 약탈해선 안 돼. 앞으로 청주는 바로 우리들의 본거지다. 이해했는가?”
“네!”
모든 장병이 대답했다.
탁호연이 흡족한 얼굴로 물었다.
“대장군, 언제 북상하실 겁니까? 모두가 경성이 중원 최고의 도시고 가장 풍요롭다고 말하지요. 형제들은 진작부터 고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경성까지 치고 들어간 후에 함부로 굴지 마시게. 경성이 아무리 부유해도 금은보다 더 유혹적이고 생기발랄한 여인이 다치고 죽는다면 정말 안타깝지 않은가! 이 몸도 고관대작 여인과 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단 말일세!”
즉시 누군가 웃으며 욕했다.
“못난 놈, 잠자리하려거든 금지옥엽과 잠자리해야지. 공주, 군주, 후궁, 비빈이 귀족 여인보다 더 유혹적이지 않겠는가?”
여기저기 떠들썩하게 웃어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주를 함락시킨 뒤, 운주군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위로는 장수부터 아래로는 보통 병사들까지 전부 단단히 벼르고 북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단숨에 경성까지 치고 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이고, 행군과 전투에는 그만한 절차가 있었다. 이제 반란군이 청주를 함락시켰으니 이 본거지를 안정시키고 백성, 향신을 위로하며 성벽을 보수하고 군량과 마초 수집 등 할 일을 해야 했다.
이 일들엔 시간이 필요했다. 또 외족이 약탈해 물건과 사람을 빼앗아 바삐 오가면 그만인 게 아니었다.
툭툭-
갈문선이 손으로 탁자를 쳤다.
떠들썩한 소리가 다소 줄어들자 그는 기세를 몰아 말했다.
“대장군, 저는 휴식하며 정비하는 기간도 한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파견해 대봉 각주에 잠입시켜 감정의 사망 소식을 퍼뜨려도 됩니다.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 우리 운주군의 기세를 돋울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계책이구먼.”
척광백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엔 희현이 말했다.
“이 전투로 아군 사상자가 적지 않습니다. 병력을 보충하고 유랑민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유랑민의 전투력은 한계가 있으니 중간층 전력 보충이 문제입니다.”
척광백은 마음속에 이미 생각이 있었기에 바로 물었다.
“제안할 것이 있는가?”
희현이 말했다.
“강호 무사를 끌어들이면 됩니다.”
이는 잠룡성의 전통인 셈이었다. 자리에 있는 장수 중, 절반이 넘는 자가 본래는 강호 무사로 운주에 도망쳐 왔다가 후에 잠룡성으로 귀속되었었다.
척광백은 고개를 끄덕였고,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물었다.
“여러분은 감정이 없어진 지금, 대봉 조정 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탁호연이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하! 너무 놀란 나머지 황제가 바지에 오줌을 싸겠지요.”
장수들이 잇따라 맞장구쳤다.
“감정이라는 수호신을 잃었으니 대봉은 이빨 빠진 병든 호랑이입니다. 빛 좋은 개살구지요.”
“허칠안 혼자 버틸 수밖에요.”
“하하, 그가 뭘 버틴단 말입니까. 3품 무사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국사 앞에서는 확실히 볼품없지요.”
희현도 비웃으며 한마디 보탰다.
“그는 확실히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겁니다. 국사께서 그의 몸속에 심어둔 봉마정이 필사적으로 그를 3품경에 억누르고 있을 테니까요.”
갈문선 역시 웃는 낯으로 말했다.
“국사의 예측력은 신과 같구먼.”
갑자기 화제가 치우치니 척광백이 바로 손을 들었다.
떠들썩한 소리가 멈추고, 다시금 척광백의 말이 이어졌다.
“맞는 말일세. 황제도, 백관도 이 순간 분명히 불안함을 느끼며 두려움에 떨겠지. 그러나 만약 우리가 자발적으로 평화 협정을 제안한다면?”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갈문선은 문득 생각이 번뜩였다.
“대장군, 장군님 말씀은…….”
척광백이 미소를 지었다.
“심리전으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상책이지!”
간단한 한 마디로 영리한 자들은 즉시 그의 생각을 이해했다. 평화 협정 제안은 더 큰 이익을 얻으면서도 피 한 방울 없이 승리하기 위함이었다.
대군이 휴식과 정비를 마치고, 청주 근거지를 안정시키고, 군량과 마초, 군수품이 확보되고, 국사가 청주 기운을 연화하면 북상하여 동맹 서약을 파기하고 토벌하는 작전이었다.
이는 큰 목표는 변하지 않으면서도 아군의 우세를 키울 수 있었다.
희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대봉을 궁지로 몰면 반드시 광기 어린 반격이 있을 겁니다. 그럼 우리 쪽도 사상자가 막심하겠지요. 자고로 총명한 사냥꾼은 그물 한쪽을 벌려 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감정이 없으니 대봉 조정은 인심이 흉흉할 겁니다. 그때 저희가 평화 협정을 제안하는 거지요. 그물을 젖혀 틈을 보임으로써 그들이 희망을 보고 사력을 다할 용기를 잃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기회를 틈타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돈과 식량을 요구하는 거지요.”
이제는 잠자코 있던 장수들도 척광백에게 경탄하는 눈빛을 던졌다.
이는 계략으로 계략을 박살 내는 것이었다. 군대를 통솔하여 싸우는 것과 일대일로 싸우는 건 별개의 일이었다. 일대일이라면 폭력만 마음껏 발휘해도 되지만, 군을 통솔해 싸운다는 건 엄청난 기술을 요했다.
모두가 감정을 없애고 청주를 함락시켰다는 기쁨에 젖어있을 때, 대장군은 이미 정세, 인심까지 고려해 묘책을 생각해냈다.
갈문선도 척광백의 생각을 읽고, 더 많은 걸 떠올린 뒤 피식 웃었다.
“희현 소주, 전량(錢糧)은 반드시 얻어내는 겁니다. 하지만 위를 좀 더 키워도 무방하지요. 지금 대봉은 도마 위의 물고기보다도 딱히 나을 게 없소이다. 우리와 평화 회담을 하려거든 희생 없이 어찌 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몇 개 주(洲)는 할양해야 하지 않겠어요?”
순간 장수들의 눈이 반짝였으나 이내 누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대봉을 막다른 길로 모는 거 아니오? 적당한 정도에서 그만두시지요. 돈과 식량이면 충분하오. 우린 대봉의 전량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역으로 다시 치는 것이오. 과욕은 도리어 모든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 것이오.”
이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처사였다.
즉시 누군가 반박했다.
“감정이 없는데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하는 거지, 대봉 조정이 감히 안 된다는 말을 내뱉겠소? 우리가 그 황제에게 죄기소를 쓰라고 해도 감히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오.”
이는 급진파의 생각이었다.
침음하던 희현이 입을 뗐다.
“정도를 잘 잡아야지, 탐욕만 부리면 역효과가 나지요. 대봉에 감정은 없지만, 다들 잊었습니까? 허칠안은요?
조위는 오랫동안 재야에 있으며 벼슬을 하지 않았으니 대봉 조정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겁니다. 낙옥형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허칠안은 몸에 국운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대봉이 멸망한다면, 그는 반드시 순국할 겁니다.
이제 허칠안이 분명 조정 대국을 좌지우지할 겁니다. 그자는 꺾일지언정 절대 굽히지 않는 성격입니다. 너무 핍박해봤자 그는 틀림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저희와 함께 죽을 겁니다.
물론 운주군이 중원의 주인이 되는 건 십중팔구이지요. 그는 일개 3품이니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만 평화 교섭하겠다는 대장군의 이 수는 분명히 허사가 될 겁니다.”
갈문선이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희현의 신분을 떠올린 것이다.
툭툭!
척광백이 탁자를 두드려 분위기를 환기한 뒤, 미소를 지었다.
“희현, 자네 안목이 아직은 좀 얕구먼. 쌍방의 실력 대비만 보고 허칠안의 성정만 보다니.”
“대장군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척광백은 희현의 스승이었다.
척광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흥 이 젊은 황제는 나라를 지키기에 여유가 있으나 패기는 부족하네. 그런 황제에게 감정은 마지막 보루지. 감정이 죽은 마당에 자네들은 그가 온 힘을 짜내 필사적으로 싸울 것 같은가, 평화 협상을 받아들일 것 같은가?”
갈문선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받아들이겠지요.”
척광백은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해서 말했다.
“그다음은 조당 제공들. 왕정문은 병상에 누워있고, 위연은 정산성에서 죽었네. 남은 건 탐관오리든 멀쩡한 관리든 좀 부족하지. 그러므로 이 평화 협상의 유일한 걸림돌은 허칠안이네.
하지만 황제와 허칠안은 엄연히 입장이 다르네. 황제한테는 화의를 청하는 것이 국면을 안정시킬 방법이네. 전쟁을 치르지 않으면 그는 평온하니까. 적어도 한동안의 평화를 불러와 대봉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허칠안에게는 이것이 곧 더 이상 역전의 희망이 없다는 걸 의미하네. 그러므로 그 두 사람은 분명히 한마음 한뜻이 아닐 게야.”
탁호연이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러니 대장군의 이 계획은 일석이조군요. 만약 성공했을 시, 식량을 달라 하면 식량이 생기고, 돈을 달라 하면 돈이 생기며 몇 안 되는 병사를 움직이지 않고도 조정이 토지를 할양하도록 압박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허칠안과 황제 사이에 알력이 생기게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분쟁이라도 생긴다면 더 좋고요.”
탁호연 같은 이 백정도 알아들었는데 다른 사람이 이를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 희현 역시 척광백에게 설득 당했다.
척광백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허칠안은 잠룡성의 마음의 병이자 국사의 마음의 병이네. 전에 그에게는 위연이 있고, 비호해 주는 감정이 있어 멋대로 굴었지. 지금 우리는 명성 높은 이 허 은라에게 하늘이 높고 바다는 넓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줄 차례네.”
탁호연 등의 부하 장수가 크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대장군 말씀이 맞습니다! 감정과 위연이 없는데 허칠안이 뭐라고 감히 잠룡성과 국사에게 도전하겠습니까. 지금도 무서워 떨고 있을지 모릅니다.”
“허칠안은 그저 명성이 좀 높을 뿐입니다. 수련 경지를 논하자면 저희 희현 소주께서도 3품이지요.”
“그 정도에 불과하니 굳이 국사께서 나설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희현 소주께서 그냥 그자를 맨손으로 때려죽이실 수 있으니까요.”
“그를 혈단으로 정제해 희현 소주의 수련 경지를 증진하는 데 쓰시지요!”
장수들은 상스러운 욕을 퍼붓거나 폭소를 터뜨렸다.
희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허칠안이 이제 어떻게 처신하는지 봐야겠습니다. 일개 3품 무사인 그가 무엇으로 역전할지요.”
그는 어서 경성으로 날아가 낭패한 허칠안의 모습을 좀 보고 싶었다.
이어서 갈문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판을 뒤집을 수 없습니다. 설령 바로 2품으로 승직한다 해도 스승님과 가나수 보살의 상대가 아니지요. 하물며 봉인된 몸이지 않습니까.”
희현은 조용히 냉소를 지었다.
척광백이 다시 말했다.
“축하연이 끝난 뒤에 얼른 이 계획에 착수한다. 반드시 소식을 널리 퍼뜨려야 하네. 과장될수록 좋아. 국사께서 다시 여러 주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번 거동에 달려 있네. 평화 협상의 구체적인 사항은 문선, 자네가 이따가 국사를 찾아뵙고 그의 의견을 물어보게.”
현재 운주의 병력으론 근거지를 너무 많이 원하는 것이 외려 부담이었다. 또한 지금 국사의 상태로 그 많은 근거지를 소화할 수 있는지도 봐야 했다.
갈문선이 웃으며 말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