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37
1030화. 네 가지 핵심 (2)
청운산.
죽림 각루에 조용히 앉아 있던 조위는 별안간 눈을 뜨고 탁자 아래의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곧 그림자가 뚫고 나와 팽창하더니 사람 형태로 변했다.
허칠안이었다.
“자네 드디어 돌아왔구먼!”
조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칠안 역시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후 말했다.
“방금 사천감에 다녀왔는데 감정을 만나지 못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감정께서는 도대체 죽은 겁니까, 살아 있는 겁니까?”
조위가 말했다.
“대봉이 멸망하지 않는 이상, 감정은 죽지 않네. 아마 봉인됐을 걸세.”
유가는 술사 체계에 대해 비교적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고, 남들이 모르는 비밀도 알고 있었다.
허칠안도 여태껏 감정의 죽음을 믿지 않았지만, 이 대답을 들으니 비로소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했다.
“감정께선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달리 남겨둔 후수가 있습니까?”
조위는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내 생각은 아니네. 만약 일부러 그런 거라면 무슨 일인지 정말 납득할 수 없구먼. 감정이 사지로 몰려 대봉을 패망의 심연으로 밀어 넣을 가치가 있냐는 말일세. 감정이 이 일을 미리 알았다면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야.”
조위는 초대의 후수를 전혀 몰랐기에 오직 자신의 견해로 분석했다.
‘감정이 이번에는 정말로 실패했구나…….’
허칠안은 탄식했다.
그는 초대 감정이 바로 시가가 대대로 수호하던 무덤의 주인임을 알았을 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감정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자였다. 하지만 만약 초대에게 제압할 방법이 있다면? 천하에 그 어떤 체계라도 뱀의 심장처럼 약점은 있었다.
감정 역시 신은 아니었다.
곧이어 허칠안이 시가의 일을 조위에게 알렸다.
조위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나는 감정이 설령 속수무책으로 당해 실책으로 사로잡혔다고 해도, 이런 가능성까지 응당 고려했을 것이라 생각하네. 보통 사람도 사전에 방비하는데 하물며 감정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감정을 잃었으니 대봉은 이미 아슬아슬해졌지. 허칠안 자네는 어떻게 처신할 셈인가?”
허칠안은 국운을 몸에 짊어져 조정과 한 몸으로 엮인 운명이었다. 나라가 멸망하고 감정이 죽으면 허칠안도 죽었다.
허칠안이 말했다.
“그래서 원장님을 찾아온 겁니다.”
조정을 통틀어 그와 공무를 논할 수 있는 건, 이 유가 체계의 수장이자 3품 전봉인 대유뿐이었다.
조위는 잠시 침음하더니 진중하게 말했다.
“우선 자네는 적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네.”
“허평봉, 흑련, 가나수, 백제입니다.”
허칠안은 사천감에 가서 그날 전음을 끝낸 뒤 손현기가 죽음의 위기를 무릅쓰고 상황을 살폈고, 백제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걸 알았다.
조위가 즉시 물었다.
“백제가 왜 감정을 상대하지?”
허칠안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저는 감정이 문지기라고 의심합니다…….”
그는 즉각 문지기의 비밀과 백제가 대황족의 신분임을 말해주었다.
잠시간 잠자코 있던 조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미간을 문지르며 탄식했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형세구먼. 허칠안아, 허칠안. 자네 정말 몸에 기운이 더해진 자가 맞는가?”
아무리 봐도 허칠안은 불운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사람인 게 틀림없었다.
한숨을 쉰 조위는 다시 화제로 돌아왔다.
“자네에게 해줄 말이 있네. 감정이 출전하기 전, 내게 유성 조각칼과 아성 유관을 빌려 달라 했네. 아마 위연처럼 유성 영혼을 불러들였을 걸세.”
허칠안의 눈동자가 살짝 수축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유성 영혼이 나섰는데……, 감정께서 어찌 패할 수 있는 겁니까?”
조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세한 건 알 길이 없지. 그러니 자네도 반드시 경계해야 하네. 그 당시 분명히 초품이 나섰을 게야.”
‘초품이 나섰다라…….’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이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갑자기 좀 절망적이었다. 만약 운주 배후에 정말로 초품이 있다면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위연과 감정을 따라 유성에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해도, 기껏해야 3번 끈질기게 발악한 것일 뿐이었다. 아무 의미가 없었다.
허칠안이 돌연 굳은 얼굴로 침묵에 빠진 걸 보고 조위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지금 천하에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은 황제도 아니고, 황족도 아니고, 변방을 수비하는 양공도 아니었다.
어깨에 엄청난 무게를 짊어진 자는 천하에 이름을 떨친 바로 이 청년이었다. 허칠안은 대봉의 유일한 기둥이었다.
탁탁-
조위가 탁자를 두드린 소리에, 허칠안도 조금 정신을 차렸다.
“이 몸이 의견을 말할 테니 자네는 좀 참고만 하게. 첫째, 반드시 초범 전투력의 결함을 메워야 하네. 백제, 가나수 모두 1품경이니 전투력이 1품에 필적할지도 모르네. 허평봉은 2품 전봉 술사로, 청주 기운을 연화한 뒤 실력이 향상될 것이야. 그다음이 흑련이네.
다음, 기사가 되게. 이 재난에서 살아남고 대봉을 살리고 싶으면 기사가 되도록 노력해야해. 장군감은 얻기 쉬워도 통솔력을 갖춘 인재는 보기 드물지. 자네도 허평봉, 감정에 의해 바둑돌로 치부되는 게 달갑지 않잖나.
셋째, 대봉의 식량 문제를 보완하게. 안정적인 기반이 있어야 허평봉과 맞서러 가는 자네를 지탱해줄 테니. 조정이 무너지면 자네가 아무리 노력하고 수련 경지가 오른들 쓸모가 없네. 대봉이 자네의 근간임을 늘 기억하게.
마지막 넷째, 위연을 다시 살리게. 허평봉이 왜 위연이 죽은 후에야 반란을 일으켰겠는가? 위연이 조정에 있는 동안 불문이든, 운주든, 무신교든 경솔하게 굴 엄두는 내지 못했지. 무신교가 무신을 도와 봉인을 해제하려고 부득이하게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는? 본전도 못 찾지 않았는가.
위연의 무시무시한 점은 개인의 무력에 있지 않네. 그는 천 년에 보기 드문 통솔자지. 지략을 논하자면, 허평봉도 그에게 미치지 못하네. 하물며 군을 통솔하는 것과 전투는 허평봉이 감히 댈 수도 없지. 만약 위연이 다시 살아난다면, 나는 대봉이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구차하지는 않을 걸세.”
“……어디 쉬운 일입니까.”
허칠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4가지 중,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이 없었다. 모든 것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우선 초범경의 전투력을 말하자면, 지금 1품에 발을 들여놓을 희망이 있는 유일한 자가 낙옥형이었다. 하지만 그녀 한 사람만으론 부족했다. 백제와 가나수 두 1품만으로 대봉의 모든 초범 전투력을 휩쓸 수 있었다.
또한 수행은 단번에 성공할 수 없기에 단기간 내 따라잡긴 불가능했다. 게다가 백제는 분명 더 큰 계략이 있어 단점을 감추고 있을 것이었다.
그다음, 기사가 되는 것. 이건 그래도 가장 그럴싸했다.
허평봉의 부성애가 태산같다 한들 허칠안 역시도 하늘이 울고 갈 효자였다. 이제 허칠안도 더 이상 허평봉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확실히 머리 쓰는 일에 있어 허칠안이 누구를 두려워한 적은 없었다. 물론 지난 일 년여 간은 감정과 허평봉의 바둑돌로 놀아나는 신세였지만.
하지만 그때의 허칠안은 아직 너무 약하지 않았는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작 단계에서는 누구라도 대빵을 이길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식량 문제. 이건 답이 없었다. 애초에 대봉에 돈과 식량이 있었다면 지금 이 지경까지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감정도 방법이 없던 일인데 허칠안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답 없는 일은 가난이었다. 신선이라도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위 공을 부활시키는 일.
‘위 공을 부활시키는 초혼번 주재료가 이미 다 모였어. 하지만 아직 마지막 하나가 부족해. 나중에 송경을 찾아가 그 좋은 물건은 어떻게 찾는 건지 물어봐야겠다…….’
“원장님, 실례했습니다.”
허칠안은 바로 일어나 예를 갖춘 뒤, 죽각(竹閣)을 떠났다.
* * *
허칠안은 막 밖으로 나오자마자 익숙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지서 단체 채팅방 알림이었다.
이묘진의 전서였다.
[이: 최근 각지에 누군가 소식을 퍼뜨리고 있네. 청주가 함락되고 감정이 살해당했다더군. 운주 반란군 힘이 빠졌나? 이런 저질스러운 수법을 쓰다니. 하지만 이런 수법이 효과는 뛰어나지. 백성은 언제든 휩쓸리기 쉬우니.]그녀는 대 혼란이 있고 며칠이 지나서야 이 소식을 들었다. 이묘진에겐 발달된 정보망이 없었고, 내막을 아는 허칠안과 회경은 당연히 전서를 보낼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가 전서를 보낸 건 반은 비아냥에, 반은 진상을 묻는 것이었다.
[칠: 나도 들었네. 정말 가소롭더군. 대봉 경내에서는 설령 천존이라고 해도 감정의 상대가 못 되는데. 감정이 어찌 죽을 수 있단 말인가?]이영소도 의견을 표했다.
[사: 난 아직 소문을 듣지 못했네. 하지만 감정의 위격이라면 초품이 나서지 않는 이상 대봉 경내에서는 무적일 텐데.]초원진은 벼슬에서 물러난 지 10년이지만, 여전히 조정과 천하 대사에 관심을 가졌다. 지서 단체 채팅방에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제나 빠지지 않았다.
반면, 금련 도사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평했다.
[구: 음, 말하기 어렵군. 대봉 시국이 매우 불안정하여 이미 힘이 다 빠진 상태라 감정이 얻을 수 있는 국운 뒷받침에도 한계가 있네. 한 나라 기운의 가세가 사라졌으니 1품 술사의 전력도 그저 그런 셈이지. 참, 이미 팔호가 관문을 나왔다는 걸 확인했네. 무탈하고 심지어 좋기까지 하네. 조만간 경성에 갈 것이라 했는데 다들 경성에서 함께 모이겠는가?] [칠: 시간 날 때 다시 얘기하시지요.]이영소의 대답이 도착했다.
다른 사람은 말이 없었다. 모두 허칠안이나 회경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뒤, 마침내 회경의 답이 왔다.
[일: 청주가 함락됐고, 감정이 몰락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네.] [……]이 간단한 한 마디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천지회 구성원들은 마치 머리에서 우렁찬 천둥이 터진 듯 순간 사고 능력을 잃었다.
무려 10분 동안 아무도 말하는 이가 없었다.
오랜 침묵 후, 이묘진의 전서가 도착했다.
[이: 어째서…….]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보다 더 충격적일까.
구성원들에게는 그야말로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비보였다.
[칠: 감정이 죽었다니. 그, 그럼 대봉은 어떡합니까? 아니지요, 아니지요. 감정이 어떻게 죽었답니까? 불가능합니다……!]이영소의 질문은 천지회 모든 구성원의 공통된 질문이었다.
[일: 상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송경의 말에 따르면 그날 나선 초범 고수 중에 허평봉, 가나수, 백제, 흑련이 있었다더군.] [이: 백제? 운주의 그 백제요?]일찍이 운주에서 오래 지낸 이묘진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구성원들은 몇 초간 생각한 후에야 상응하는 추측을 했다.
[일: 맞네. 손현기가 그리 말했네. 손현기는 그 신마 후예의 실력이 1품이라 추측하더군. 1품이 아니라면 절대 감정을 죽일 수 없지.]당시 참전한 초범 고수 중, 흑련은 2품이었다. 그러니 백제도 2품이라면 감정을 절대 죽일 수 없었다.
천지회 사람들은 질겁했다. 가슴 속까지 서늘한 느낌이었다. 다들 운주의 전설을 알기에 백제를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설 속의 존재가 허평봉과 동맹을 맺고 감정을 상대하러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구: 이상하군. 그 신마의 후예가 아무 까닭도 없이 왜 중원의 일에 개입했을까. 분명 수상한 점이 있네.]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궁금한 부분이었다.
[이: 허칠안? 자네는 틀림없이 알겠지.]이묘진은 해결되지 않은 일 앞에선 허칠안을 소환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천지회 구성원들도 다 똑같이 생각했다. 이들은 허칠안 덕분에 신마 몰락의 진실을 알았고, 도존이 신마 후예를 구주에서 내쫓았다는 비밀을 알았고, 부처와 관련된 비밀을 알았다.
허칠안이라면 구체적인 진상까진 몰라도 대략의 내막은 알 것 같았다.
[삼: 백제는 감정을 노리고 간 겁니다. 이 일은 상고 시대의 어느 비밀과 관련돼 있습니다. 아직 여러분들께 말하지 않았지요. 문지기에 관한 일은.]‘문지기?’
천지회 구성원들은 이 낯선 호칭에 물음표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