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40
1033화. 경성에 입성한 사절단 (2)
이날, 구름과 안개를 타고 하늘을 날던 배가 운해를 가르고 경성 관내에 서서히 착륙했다.
이 어풍주는 본래 동방완용의 법기인데 검주 전투에서 희현의 손에 떨어졌다. 하루에 무려 1천 리를 항해하는 아주 보기 드문 대형 운송 수단이었다.
뱃머리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가운데 사내는 화려한 복장의 청년으로, 이목구비가 준수하고 온화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는 손에 은색 살로 된 부채를 쥐고 있었다.
생김새는 희현과 꽤 비슷했지만 기질은 확연히 달랐다. 희현은 강건한 편이나 예기는 남몰래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젊은이는 서생의 의기(意氣)와 함께 학식으로 가득 찬 오기가 있었다.
그리고 좌우엔 검은 옷의 소년 허원괴와 도도한 소녀 허원상이 있었다.
이 셋이 사절단의 핵심 인물이고, 노련하고 신중한 지식인 16명으로 구성된 협상 대오, 수련 경지가 속되지 않은 정예 시위 100명이 더 있었다.
“경성이군……. 명성을 들은 지 오래고, 우러러본 지도 오래구나. 원괴, 원상 너희는 기쁘지 않으냐?”
희원이 손에 쥔 부채를 몇 번 흔들며 웃었다.
허원괴와 허원상은 낯가림이 있었다. 본래 기질 자체가 소년은 냉담하고, 소녀는 도도했다. 어릴 때부터 생활한 환경으로부터 형성된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남매가 조용한 것이 낯을 가리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은 확실히 기뻐할 수 없었다.
아버지 허평봉은 남매에게 경성으로 가 협상하라는 분부를 내렸다. 겨냥한 대상이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라도 다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시 희원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듣자 하니 옹주성 밖에서 허칠안이 너희 둘을 죽이지 않고 사정을 봐주었다지. 경성에 들어가면 너희 둘이 나를 잘 보호해야 한다.
그 자식은 동생들을 차마 죽이지 못할 테지만, 이 사촌 동생을 죽이는 건 아마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사촌 동생들의 담담한 표정을 보니, 희원도 결국 재미가 없어졌다.
희원은 짧게 숨을 뱉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에 경성에 온 건 첫째, 잠룡성을 위해 더 큰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공을 세우는 것이지.
일곱째 형님은 이미 초범 강자이나 나는 아주 작은 공도 세우지 못했다. 만약 이 공무를 훌륭히 처리할 수 있다면, 아버지께서는 우리 형제를 더욱 중시할 것이다. 일곱째 형님의 위치는 더욱 견고해지겠지.
세 번째는 바로 현재 대봉의 저력을 타진해보는 것이다. 너희들의 형님이 바로 내가 타진할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 쯧쯧, 너희 생각에는 그가 평화 협정을 생각했을 것 같으냐?”
허원상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요, 그자는 꺾일지언정 절대 굽힐 리 없습니다.”
희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성격이 강직하다고 진부하다는 얘기는 아니지. 그가 평화 협정에 동의한다면, 숨 돌릴 시간을 얻자는 것이고 대봉에게 후수가 있다는 뜻이다.”
* * *
말하는 사이, 어풍주가 경성 밖에 천천히 정박했다.
운주 사절단 영접을 담당하는 관아는 홍려사와 행인사(行人司)였다.
그중 선두에 있는 건 홍려사경으로 관직이 종3품이니 실로 운주에 엄청난 체면을 세워준 것이었다.
홍려사경은 염소수염을 기른 야윈 얼굴의 중년 사내였다. 그 눈가에 깊은 주름살은 1년 내내 웃어서 생긴 것이었다.
그는 처세에 능하고 일 처리가 원만한 자였다.
어풍주가 정박한 것을 보고, 홍려사경은 바로 부하를 이끌고 어풍주로 향했다. 그리고 가만히 서서 운주 사절단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어풍주 위는 조용했다.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발판도 보이지 않았다.
일각(*一刻: 15분) 뒤, 뱃전 옆에 시위 한 명이 고개를 내밀고 외쳤다.
“감히 여쭙겠습니다만 대인께서는 누구신지요?”
홍려사경은 사회적인 웃음을 장착하고 읍하며 말했다.
“본 관, 홍려사경이오.”
“아.”
그 시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잠시 후, 시위가 다시 머리를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 공자님께서 대인의 신분이 충분치 않으니 돌아가시라 하셨습니다.”
‘어디 이 새파란 놈이……! 본 관은 버젓한 종3품이거늘…….’
홍려사경은 속으로 욕을 내뱉곤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본 관, 홍려사경 류달(劉達)! 운주 사절단을 영접하러 왔소!”
그 후로도 수차례 소리쳤으나 어풍주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홍려사경은 다시 찬바람 속에 일각(*一刻: 15분)을 기다렸다. 하지만 관도를 왕래하던 백성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점점 늘어나니, 홍려사경도 결국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배 위의 나리께선 시간이 넘쳐나는지 몰라도 홍려사경은 아니었다.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운주 사절단을 맞지 못한 건 홍려사경의 직무유기였다. 황제와 제공들의 책망이 이어질지 몰랐다.
“대인, 마차에 오르시지요.”
부하가 마차의 문발을 젖혀 올렸다.
“무슨 마차인가! 말을 준비시켜라!”
홍려사경은 화풀이하듯 벌컥 소리를 높였다. 경성에서 내성, 황성까지 마차를 타고 어느 세월에 도착하겠는가?
다그닥! 다그닥!
홍려사경은 말을 타고 예부를 향해 미친 듯 질주했다.
홍려사는 예부에 예속되어 있었다. 운주의 저 새파란 놈이 홍려사경의 관직도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 이상, 더 높은 벼슬아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 * *
예부, 당 내.
예부상서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뭐라? 그 애송이가! 이는 처음부터 조정의 권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야!”
일단 화는 났지만, 예부상서는 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됐네. 본 관이 함께 가지.”
그는 본래 예부시랑을 내세울 생각이었으나 시랑은 홍려사경보다 고작 반품 높기에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홍려사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예부상서와 밖으로 향했다.
“상서 대인, 고생 많으십니다.”
예부상서는 말을 타긴 힘든 나이라, 이제는 마차가 쏜살같이 달려갔다.
* * *
반 시진(*半時辰: 1시간) 후, 마차가 성 문을 통과했다.
예부상서는 문발을 젖히자마자 관도 옆의 엄청난 나무배를 보았다.
마차가 곧 배 옆에 정박하자, 예부상서가 소리 높여 말했다.
“본 관 예부상서, 운주 사절단을 맞이하러 왔소!”
이내 뱃전 옆에서 시위 한 명이 나타나, 오만불손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 공자께서 각하의 신분이 충분치 않다고 하십니다.”
예부상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돌아가 공자께 물어보시게. 대체 어찌해야 경성에 들어오겠는지.”
시위는 미동도 없이 코웃음을 치며 아래턱을 치켜들었다.
“구공자께선 친왕이 맞이하고, 재상이 자리하며, 예법과 음악이 충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럴 수 없다면 미리 말씀하십시오. 당장 돌아가 운주의 15만 대군에게 대봉이 평화 협정하길 원치 않는다고 알리면 됩니다.”
“이는 예법에 맞지 않으니 구공자가 직접 나와 얘기하도록 하지.”
예부상서의 말에도 시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만 도로 움츠렸다.
예부상서 이마의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깊은 심호흡으로 평정을 찾은 후, 곁에 있는 홍려사경을 쳐다보았다.
“사람을 보내 폐하께 지시를 여쭙게.”
* * *
어풍주 위, 간이 방 안.
희원은 탁자에 앉아, 늘씬하고 하얀 두 손으로 귤을 까고 있었다. 은색 살 부채는 손 옆에 두었다.
“아홉째 형님, 처음부터 대봉 조정의 위세를 꺾으려는 건가요?”
허원괴는 창가 옆에 서 있었기에 방금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똑똑하구나! 하지만 여전히 좀 부족하구나.”
희원은 한 마디 칭찬하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원괴는 눈살을 찌푸렸다.
희원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허원상을 쳐다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원상, 너는 무슨 생각이니?”
허원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임계점을 떠보는 것뿐이지요.”
희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봐봐, 보거라……. 역시 원상이 총명하구나. 원괴, 우리가 경성 밖에 착륙했을 때부터 평화 협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꼭 협상 탁자에 앉아야만 협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이해했느냐?”
못마땅한 듯한 허원괴의 반응에, 희원은 귤을 먹으면서 다시 덧붙였다.
“황제의 임계점이 어디까지인지 알아야 내일 금란전에 들어가 바로 그의 약점을 잡아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허원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영흥제가 오라버니의 이 수작에 당할 거란 보장은 없지요.”
탁!
희원이 부채를 펼친 채 가슴에 반듯하게 대고 조용히 웃었다.
“이 역시 일종의 타진이지 않느냐. 황제의 수준을 시험해보자고.”
그는 영흥제보다 어렸지만, 황제를 위에서 내려다보듯 말했다.
* * *
거의 반 시진(半時辰) 정도 지났을 무렵, 밖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염친왕과 전 재상께서 운주 사절단을 영접하러 왔소!”
솩-
희원은 부채를 펼쳐 가슴에 평평히 대고 고개를 내저으며 웃었다.
“이런 황제가 있는데 대봉이 어찌 불멸을 걱정하겠는가.”
* * *
호화스러운 ‘영빈 대오’가 성으로 들어왔다.
그 길에 주위 백성들의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게 운주 깃발이잖나. 그렇다면 청주가 정말로 함락됐단 말이군. 며칠 전에 말한 조정이 평화 협상을 한다는 일이 정말인가?”
글자를 아는 백성들은 사절단의 운주 깃발을 식별해냈다. 황색 바탕에 흰 구름이 수놓인 깃발엔, ‘운(云)’자가 붉은 선으로 아주 크게 쓰여있었다.
경성의 유언비어는 가장 잘 관리되고 있었다. 평소에 백성들은 사적으로만 얘기할 뿐, 찻집, 청루 등 공공장소에서는 청주 함락, 감정의 전사, 조정이 평화 협상을 하기로 결정한 일을 감히 얘기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순간, 경성에 들어오는 운주 사절단을 보자 그간 억눌렀던 것이 다 터져 나와 길가에서 큰 소리로 왈가왈부하기 시작했다.
“일개 운주 반역당이 경성까지 달려와 거들먹거리다니!”
“허 은라조차도 청주를 지키지 못했단 말인가!”
* * *
마차 안, 희원은 바깥의 소리를 듣고 창문 발을 젖혔다.
“민간 곳곳에 허칠안이 운주에서 홀로 반란군 8천을 막고, 옥양관에서 혼자 단칼에 무신교 20만 대군을 죽여 줄행랑치게 만든 일이 널리 퍼지고 있구나. 희망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지, 쯧쯧.
당초 우리 형제는 중원에서의 허칠안 사적을 연이어 들으며 분개했었지. 허칠안은 그저 본래 우리 혈통의 기운을 착복했다고 여기면서. 정말로 세상사는 돌고 도는구나. 이제 평화 협상 소식이 퍼지면 백성들이 조정을 어찌 비판하고, 그리 추대하는 허 은라는 어찌 비판할 것 같으냐?”
허원상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어쩐지 오라버니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일을 벌인다 했어요.”
탁!
희원은 쥘부채를 펼쳐 살살 부채질하면서 말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