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43
1036화. 3품 대원만
‘금련 도사는 이 사람은 또 어떻게 끌어들인 거지? 진짜 쩐다, 쩔어. 내가 감정을 끌어들인 거랑 뭐가 달라? 금련 도사……, 대단한 사람 맞네. 그냥 고양이 좋아하는 무늬만 도사인 줄 알았는데…….’
허칠안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음속은 여전히 의혹투성이였다.
“당신,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아소라는 옥석경을 만지작거리며 멀리 서쪽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별다른 표정은 없었으나 뭔가 산전수전 다 겪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불문이 자네 부친을 죽이고, 자네 족인을 죽인 뒤 자네를 가장 경건한 불자라 세뇌한다면? 자네라면 어떻게 할 건가?”
“…….”
허칠안은 잠시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그래도 불문에 들어가면 색즉시공이거늘 그들은 어떻게 속인 건가?”
아소라가 웃으며 말했다.
“그해 만요국주가 고의로 나를 죽인 거라면? 만요국주는 아소라족의 지난 일을 알고 있네. 당시 우리 수라족은 이미 가장 경건한 불자였지만, ‘색즉시공’의 영향을 벗어나기만 하면 수라족은 자아를 되찾을 수 있었지. 죽음이 유일한 방식이었네.”
침음하던 허칠안이 말했다.
“하지만 당시 광현 보살이 ‘대윤회법상’을 이용해 전사한 불문 고수를 다시 태어나 수행하게 했었다. 그는 당연히 2품 전봉 강자인 당신이 죽는 걸 보고도 구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이렇게 보면 당신은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지서 파편의 소지자가 된 것이군.”
아소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금련 도사는 한 사람의 복연 깊이를 알아차릴 수 있네. 금련 도사는 내가 대복연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지서 파편을 건네왔지. 하지만 나는 금련 도사가 아마 내가 불문과 관련 있다는 걸 짐작했으리라 생각하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짐작한 게 아니라 조사한 거지. 금련 도사는 지서 파편을 당신에게 준 뒤에 아마 당신 조상 18대를 다 조사했을 것이네.”
허칠안의 머릿속에 지난날이 스쳤다. 금련 도사는 허칠안에게 지서 파편을 건넨 뒤, 경성에 잠복해 그를 내내 조사하고 관찰했었다.
그렇게 금련 도사는 경성에 있는 동안 동라 허칠안의 내막을 거의 절반 정도 알아냈다. 남은 절반은 감정에게 가로막혔지만.
허칠안은 문득 금련 도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네는 감정의 중요한 바둑돌이네.’
만약 감정이 막지 않았다면, 허칠안은 아마 금련 도사에게 속옷 색깔조차 간파 당했을지 몰랐다.
물론 지서 같은 법보는 타인에게 쉽게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황갈색 고양이 도사가 소지자를 관찰하고 조사하는 것도 당연한 얘기였다.
아소라가 계속해서 말했다.
“나중에 나는 줄곧 폐관하고 수행하다가 자아를 비추고 옛일을 깨달았고 그리하여 다시 불문으로 돌아왔네.”
허칠안은 순간 이상한 점을 파악했다.
“그런데 보살들은 어떻게 속인 거지? 남강에서 내가 신수의 나머지 사지를 빼앗아가도록 도와줬는데 보살들이 보고도 못 본 척할 리는 없잖나.”
아소라는 불문에 다시 돌아왔으니 틀림없이 세뇌당했을 것이었다. 설령 아니라 해도 아소라는 남강에서 분명 거짓 연기를 했으니, 보살들도 분명히 실마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었다.
아소라가 웃음을 지었다.
“내가 방금 말했지 않은가. 금련 도사는 내가 불문과 관계있다는 걸 알고 있네. 그렇다면 자네는 금련 도사가 지서 파편을 불문에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한 불자에게 맡길 거라 여기는가?”
허칠안은 어렴풋이 무언가를 파악했다.
“당신 말뜻은…….”
아소라는 뜸 들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 금련 도사가 내게 도문의 일기화삼청 법술을 전수해줬네.”
‘역시…….’
허칠안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제자리로 돌아간 아소라는 확실히 가장 경건한 불자네. 불문에 들어가면 색즉시공이니. 하지만 다른 아소라는 아니네. 그는 가장 진실한 자아로, 불문을 증오하는 자아네.
한 사람이 세 사람으로 몸이 분리될 때, 나는 진정한 아소라로 완전히 독립적인 개체네. 설사 보살이라 해도 실마리를 알아차릴 수 없어. 다시 셋이 한 사람으로 나와 다른 아소라가 합체할 때, 그 아소라는 내가 자아를 비춰보도록 해서 색즉시공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해주네. 물론 이 일기화삼청 법술은 지나치게 심오해. 지금 나는 화신(化身)으로 분화해낼 수밖에 없지만, ‘좌표’로서는 충분하지. 이해했는가?”
아소라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러면 모든 의문점이 설명되지. 며칠 전 금련 도사가 팔호가 관문에서 나왔다고 말했었지. 팔호의 정체를 아는 금련 도사는 내 몸의 마지막 봉마정이 나올 곳을 알면서도 나한테 끝까지 알려주질 않아서 날 이렇게 초조하게 만들었단 소리군.
관문에서 나온 이래로 내가 금련 도사의 인생을 여러 차례 의심하게 만든 것에 대한 복수인가? 참 겉으로 보면 너무 자상한 선배인데, 자세히 알고 보면 그냥 속 좁은 황갈색 고양이 양반이야…….’
큰 깨달음을 얻은 허칠안은 즉시 상대를 떠보았다.
“그럼 당신이 이번에 경성에 온 건…….”
아소라는 눈썹 없는 눈썹뼈를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히 자네 대신 마지막 봉마정을 제거해주기 위함이지. 감정이 이미 봉인됐으니 내가 돕지 않으면 자네와 대봉은 반드시 망하네. 그럼 내가 불문에 복수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리 되면 나는 더 이상 아란타에 잠복할 수도 없고.”
‘3년, 또 3년 살다 보니 너는 불문의 2품 전봉이 됐구나…….’
허칠안은 묵묵히 빈정댔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다.
그때, 아소라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참, 그날 감정이 봉인될 때 아란타에서 대일여래법상이 현신했네. 부처가 나선 것이야.”
허칠안이 깜짝 놀랐다.
“부처임을 확신하는가?”
동시에 비로소 그는 마음속 의혹이 풀렸다. 운주 배후의 초품이 바로 아란타의 그자였다.
‘감정……. 쉽지 않았겠네. 억울하지 않게 졌어.’
아소라는 계속 화제를 이어갔다.
“그럼 500년 전, 탕요대전에서 나섰던 대일여래법상의 근원이 설명되는군. 그날 남강 전투가 끝나고 아란타로 돌아온 뒤, 내가 도액 나한과 암암리에 조사했었는데 단서를 좀 알아냈네.”
그는 진마간에서 들었던 호흡 소리와 선림에서 전해왔던 구조 요청 소리를 허칠안에게 말해주었다.
‘제기랄…….’
허칠안은 오랜만에 두피가 저리는 느낌이 들었다.
두 곳 중, 한 곳은 분명히 신수의 머리가 있었다. 아마 진마간에 있을 터였다. 그리고 유성 조각상은 이미 훼손됐으니 봉인도 없어졌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보리수 안의 구조 요청 소리는 어떻게 된 일일까.
아소라는 한참 참을성 있게 허칠안의 침묵을 기다리다가 물었다.
“자네, 무슨 생각 있는가?”
그도 허칠안이 이 방면으로 두터운 경험과 천부적인 자질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허칠안은 한번 생각한 뒤에 말했다.
“우선, 당초 우리가 했던 두 번째 추측에 따르면 부처와 신수는 같은 사람이나 얼굴은 같지 않다는 것. 유성 조각상이 이미 훼손되고 봉인이 제거됐으니 이는 500년 전에 발생한 일에 부합하네.”
아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말했었지. 만약 유성 조각상이 이미 훼손됐다면 진실은 바로 두 번째 추측이라고. 하지만 구조 요청 소리는 어떻게 설명할 텐가?”
허칠안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불문의 법제 보살이 삼백여 년 동안 실종되지 않았던가?”
순간, 아소라의 동공이 수축되었다.
허칠안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물론 이건 근거 없는 내 추측이네. 증거가 부족해. 아직 두 번째 추측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도 없어. 만약 첫 번째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 일은 더 복잡해지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부처의 신비로움을 들출 시기는 아니야.”
아소라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때가 오지 않았지. 내가 동쪽으로 오면서 아직 금련 도사를 만나지 못했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봉마정을 제거한 뒤, 나는 경성을 떠나겠네.”
허칠안은 즉시 부도보탑을 소환해 아소라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 * *
2층 공간에는 금강 조각상이 눈을 부라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공간에 삼엄한 위압이 만연해 있었다.
시행은 누군가 들어오는 걸 눈치채고 눈을 떴다. 이후로 잠시 키가 9척에 가까운 아소라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훑어보았다. 아소라는 딱 봐도 불문 사람으로, 용모는 추하지만 용맹하고 비범한 느낌이 있었다.
아소라가 허칠안을 자세히 살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마지막 봉마정은 임맥거궐혈(任脈巨闕穴)에 있네. 이건 내가 풀 수 있는 4개 봉마정 중에 하나지. 자네는 아주 행운아야.”
“시작하지!”
허칠안이 봉마정 푸는 위치를 이곳으로 택한 이유는 탑령 노승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아소라가 가면을 쓰고 있는 앞잡이라면, 탑령 노승과 손을 잡고 이 수라왕의 어린 아들과 싸울 수 있었다.
이내 아소라는 오른손 검지를 내밀어 거궐혈을 가볍게 찍었다. 그러자 그가 손으로 찍은 곳에 금빛 번개가 번쩍이더니 봉마정과 연결됐다.
허칠안은 눈을 감았다. 귓가에서는 웅장한 범창이 울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거궐혈이 쿡쿡 쑤셨다.
아소라는 목소리를 낮추고 포효했다.
“허!”
손가락뼈가 순식간에 굵어졌고, 건장한 신체에 근육이 잡히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봉마정이 조금씩 뽑혀 나왔다. 이 과정에 아소라는 이를 악물었고, 동시에 이마에 핏줄이 불거지며 볼 근육도 살짝 떨렸다.
곧이어 금빛 번개가 2층 전체를 찬란한 빛으로 물들였다.
띵!
마침내 봉마정이 완전히 뽑혀 바닥에 떨어졌다.
아소라의 기운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가슴 기복이 심해지면서 격하게 숨을 헐떡였다. 그만큼 소모가 엄청났다.
적막 속, 허칠안은 서서히 두 눈을 떴다.
쌍수로 얻은 기기, 고생스럽게 토납한 기기가 임독이맥(任督二脈)을 관통하더니 철저하게 되살아났다. 억압을 탈피해 날개를 단 순간이었다.
마치 먼 옛날 깊이 잠든 거대한 짐승이 소생하듯 횡포하고 무시무시한 힘이 이 공간 전체를 가득 채웠다.
우르르……, 쾅! 쾅!
부도보탑이 격하게 진동했다. 부도보탑이 가진 차원을 초월하는 거대한 짐승을 가두는 듯, 엄청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3층의 탑령 노승이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이렇게 깊고 두터운 토대는…….”
마치 세상의 종말을 방불케 하는 천지의 진동 아래, 시행은 바닥에 엎드린 채 벌벌 떨었다. 심장도 미친 듯 요란하게 뛰었다.
진동은 점점 더 격해졌고 언제든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3품 대원만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