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44
1037화. 승직 (1)
봉마정을 제거한 뒤, 거궐혈의 혈육이 꿈틀거리며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이에 따라 허칠안의 기운도 함축되면서 더는 위압을 방출하지 않았다.
시행은 온몸에 맥이 풀려서 땀을 뻘뻘 흘렸다. 겨우 입술만 살짝 벌린 채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3품 대원만 강자가 방출하는 위압으로 하마터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죽을 뻔했다.
‘와, 상태가 전에 없이 좋은데? 아소라와 한판 붙고 싶은데…….’
허칠안은 기력 소모가 심각한 팔호를 훑더니 품에서 도자기병을 꺼냈다.
“기혈을 보충하는 단약이네. 고맙네.”
아소라가 바로 날아오는 도자기병을 받았다.
뽁!
그는 나무 마개를 벗겨 안에 든 단환을 통째로 삼킨 후에 말했다.
“자네가 수련 경지를 회복해 3품 대원만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 치기야. 가나수와 맞설 순 없네. 가나수는 ‘불동명왕법상’과 ‘금강법상’을 장악하고 있네. 자네들의 감정조차도 그를 해칠 수 없었지. 그리고 또 허평봉, 흑련, 백제도 있잖나. 음, 내가 듣기로 희원이라는 후배도 3품으로 승직했다더군.”
‘지금 내 비장의 패를 떠보는 거지? 내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보려나본데…….’
잠시 생각하던 허칠안은 일부 비장의 패를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단기간 내 2품으로 승직할 수 있고, 인종 도사 낙옥형도 단기간 내에 도겁하여 1품 육지신선경에 발을 들일 수 있네. 그리고 무림맹 옛 맹주 구양주 역시 2품이지.”
아소라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급 강자였다. 그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현재 대봉 진영에 턱없이 부족한 초범 강자가 합류하는 것이었다. 허칠안은 아소라가 최고의 맹우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아소라는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와 내가 손잡고 2품 무사까지 더해진다면, 백제나 가나수 중에 하나를 상대하긴 충분하네. 낙옥형은 1품 강자 한 명을 상쇄할 수 있지. 하지만 운주에는 2품 흑련과 2품 전봉 허평봉, 그리고 3품 무사 희현도 있네.”
허칠안도 머릿속으로 찬찬히 한번 헤아려보았다.
“지금 금련 도사 역시 3품이네. 사천감에는 손현기가 있고, 운록서원의 원장은 3품 전봉경이니 내가 한번 끌어들여 보겠네.”
아소라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야, 아직 부족하네. 자네가 2품경 맹우를 한 명 더 끌어들인다거나 전력을 깎아 먹는 수단을 얻지 않는 이상에는.”
운주: 흑련 2품, 허평봉 2품, 희현 3품.
대봉: 조위 3품, 손현기 3품, 금련 도사 3품.
확실히 한 등급 떨어지긴 했다.
‘이럴 때는 기사 수준을 잘 봐야지…….’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니 당신은 걱정할 필요 없네.”
어쨌든 이 국면에 활기가 생겼다. 여전히 전체적으로 약한 편이나, 조작할 여지는 생겼다. 더는 전처럼 맞설 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아소라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게 제안이 있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소라가 천천히 입을 뗐다.
“도액 나한을 끌어들여 볼 수 있네. 부처의 일로 그와 광현 보살이 응어리가 맺혔거든. 그리고 도액은 대승불법의 열렬한 지지자인데 자네가 대승불법의 창시자 아닌가. 이 점을 이용해볼 수 있겠어.”
허칠안은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때가 아니네. 도액 나한은 부처, 불문에 아직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어. 지금 그가 반기를 들도록 선동하는 건 확률이 크지 않아.”
아소라는 약간 침음하더니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확실히 그렇군.”
허칠안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 수중에 감정이 남긴 비장의 패가 있네. 평화 협정이 끝나면 저절로 명백해지겠지.”
허칠안이 사천감으로 돌아가 첫 번째로 한 일은 송경에게 감정이 무슨 물건을 남겼는지 묻는 것이었다. 송경은 이리저리 꼼꼼히 생각해본 끝에 답했다. 감정은 종리에게 난명추란 법기를 남겼었다.
허칠안은 그것이 감정이 자신에게 남긴 물건이라 여겼기에 지체 없이 종리를 찾아가 법기를 보여 달라고 했다.
난명추는 사람의 명격을 바꿀 수 있었다. 종리는 그 난명추가 감정이 그녀에게 남겨준 법기인데, 오로지 허칠안이 쓰는 용도라 말했었다.
허칠안은 즉각 얘기했다.
“그럼 주시지요! 저를 불쌍히 여기는 거 잊지 마시고요!”
종리 역시 바로 그 자리에서 허칠안의 머리에 망치를 내려쳤다.
허칠안의 명격은 한순간 기녀가 되었다.
허 색마는 숨도 쉬지 않고 옷을 벗고는 종리의 손을 잡았다.
“나리, 노비가 나리의 시중을 들겠사옵니다.”
종리는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망치를 잡고 허칠안의 머리를 내리쳤다.
허칠안 명격은 단숨에 밀가루 전병을 파는 사람이 되었다.
다음 순간, 허칠안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스스로를 대랑(大郞)이라 칭하며 짐을 짊어진 자세를 취했다.
“부인, 부인은 집에서 기다리시오. 나는 밀가루 전병을 팔러 가겠소.”
종리는 또 망치를 내려쳐 허칠안을 지식인으로 다듬었다. 허칠안은 무려 반 시진 동안 조용히 삼자경을 외우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실험 전체를 통해 얻은 유일한 수확은 난명추가 허칠안에게 반 시진 동안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일반인이 이 망치에 두들겨 맞는다면, 다시 또 두드리지 않는 이상 명격이 영원히 고착될 것이었다.
그 당시 옆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송경은 이렇게 평가했다.
“스승님께서 종리에게 난명추를 준 건 후수가 아니거나, 우리가 일시적으로 감정 스승님께서 난명추를 남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일세.”
송경은 헛소리를 했지만 상황은 대체로 그러했다.
‘다음은 2품으로 승직하는 건데…….’
허칠안이 황급히 말했다.
“팔호, 우선 자네를 탑에서 내보낼 테니 일이 있으면 지서로 연락하게.”
아소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아무 감정 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자네, 갑자기 좀 서두르는구먼.”
허칠안은 그저 단정한 미소만 지었다.
‘급히 꽃꽂이하러…….’
“참, 천지회 구성원들한테 자네 신분에 관해 알릴 수 있는가?”
허칠안의 물음에, 아소라는 돌연 의미심장한 얼굴을 했다.
“흠, 만났을 때 공포하지. 지서 파편을 사이에 두면 그들이 난처해할 때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허칠안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러다 천지회 구성원들이 전에 방방곡곡에서 아소라 집안의 일을 이러쿵저러쿵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아, 확실히 설레는 제안인데……?’
허칠안도 아소라에게 설득 당했다. 과연 천지회 구성원들이 팔호가 아소라란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 *
칠흑같이 어둡고 추운 밤, 허칠안과 아소라는 즉시 부도보탑을 나섰다.
이후 아소라는 바로 바람을 몰아갔다.
허칠안은 밤의 장막으로 사라지는 아소라를 보며 지금까지의 전 과정을 돌이켜보았다. 그리고 뭔가 주목할 점을 찾아냈다.
‘아소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합장하고 불호를 왼 적이 없어.’
‘아, 이 풍파 속에도 천지회 최대 대어가 둘이나 터졌네.’
나머지 한 물고기는 당연히 회경이었다.
당초 강호를 거닐며 용기를 수집할 때, 일찍이 손현기가 말한 적 있었다. 자질구레한 용기 숙주는 극히 드물고, 중요한 용기 숙주 9개도 자취를 감추었다고. 그때 허칠안은 제3의 세력이 용기를 수집하고 있다고 짐작했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 정체가 드러났다. 위연의 첩자망을 계승한 장공주는 확실히 각지에 예사롭지 않은 사건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잠깐, 설령 지서 파편이 있어도 감정이 개조하지 않았으면 회경도 지서로 용기를 뽑을 수 없는데? 아……, 감정 이 약삭 빠른 사람……. 이거 좀 재미있어지는데? 감정이 용기를 수집하는 회경을 돕는다라.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진작 회경한테 판돈을 건 건가?’
허칠안은 씩, 웃다가 그림자에 녹아들었다.
밤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다시 경성으로 되돌아갔다.
* * *
깊은 밤, 회경부.
장공주는 책상 옆 불빛에 기대 비밀 보고를 펼쳤다. 검주 총병 양연이 암암리에 이미 정예병 300명을 이끌고 경성에 돌아왔다는 내용이었다.
회경은 문득 탄식을 했다.
“위 공께서 남긴 금라 중,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용감하게 저를 지지하는 건 양연뿐이군요.”
그녀는 곧 종이를 촛불에 태우고, 재는 붓을 씻는 자기 항아리에 넣었다. 그리곤 방 안에 있던 시위장을 쳐다보았다.
“남은 금라는 그가 나서야만 나와 함께 이 살벌한 장사를 하려 하겠지.”
시위장은 의심스러운 얼굴을 했다.
“공주마마께서는 허 은라가 마마와 함께 이 장사를 할 것이라 어찌 장담하십니까? 허 은라는 임안공주마마와 혼약한 사이입니다.”
회경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허 은라잖나.”
장공주는 본디 오래전부터 양성 계획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녀는 위연에게 장락현 쾌수를 추천해 야경꾼에 들어가도록 이끌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인재를 배양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향후 허칠안이 문심삼관(問心三觀)에서 보여준 모습을 알고 나선 허칠안을 양성하고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 뒤로 회경은 사건이 생길 때마다 허칠안을 도와주었었다.
이처럼 허칠안은 장공주 회경의 그늘 아래 초범으로 승직했다. 회경은 그 보잘것없던 쾌수가 지금의 거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다.
그녀는 당연히 허칠안이 자신을 지지할 거라는 걸 알았다. 다만 이 말은 외부인에겐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었다.
* * *
[팔: 여러분, 제가 폐관 수련에서 나왔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한밤중, 천지회 구성원들은 팔호의 전서를 받았다.
구성원들은 다소 놀랐지만, 금련 도사가 며칠 전 사전 작업을 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칠: 엇, 우리 천지회에 팔호도 있었지요? 하하, 농담입니다. 귀하께서는 사내입니까, 낭자입니까?]성자는 최근 지서 단체 채팅방 분위기가 확실히 좀 무겁고 경직된 점을 고려하여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 팔호, 주의하십시오. 칠호는 색마라 낭자라면 아주 위험합니다. 음, 삼호도 색마라 기루를 밥 먹듯 드나들지요. 이 둘 앞에선 경계심을 높여야 합니다. 만약 귀하가 사내라면 없던 말로 치시고요.]천종의 와룡에 봉황의 새끼까지 서로 한 마디씩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팔: 애당초 제가 지서 파편을 지니게 됐을 때, 아홉 조각의 파편 중 이호와 칠호만 주인이 있었고, 다른 파편의 주인은 공석이었지요.]‘음, 팔호가 자신의 이력을 과시하는 건가…….’
초원진이 전서로 말했다.
[사: 귀하께선 여러 날 폐관하셨는데 수련 경지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천지회 구성원에서 삼호와 금련 도사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모두 4품경입니다. 귀하는 언제 관문을 나오셨습니까? 최근 지서 전서를 봤습니까?]만약 관문에서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났다면, 아마 삼호의 신분을 파악했을 터였다. 최근 얘기한 내용이 전부 대봉과 허칠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성심성의껏 엿봤다면, 삼호가 바로 허칠안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팔: 수련 경지는 미천하여 거론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관문에서 나온 지는 좀 됐습니다.]이때, 금련 도사가 전서로 말했다.
[구: 팔호는 폐관 수련한 지 너무 오래되어 외부 일은 잘 알지 못하네. 자네들이 얘기해줘도 무방하네. 고차원적인 내막들 말일세.] [이: 엇, 이거 얘기해도 됩니까? 이건 허칠안이 동의해야 하는데요.]이묘진은 자연스레 얼마 전 허칠안이 말한 상고 시대 비밀이 떠올랐다. 그건 차원이 매우 높은 얘기였다.
천지회 구성원들은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팔호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일이라면, 모두가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