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46
1039화. 승직 (3)
얼마나 지났을까. 모남치는 홀연 몸이 돌려졌다. 뒤이어 등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조금 맑아진 그녀는 가볍게 신음했다.
“뭐하는 거지…….”
다소 기분 좋으면서도 나른한 어조였다.
“술 마셔요, 우리.”
허칠안이 문득 술병을 들고 그녀의 몸 위로 살짝 뿌렸다.
그가 지금껏 이렇게 달아오른 적은 없었다. 허칠안은 쌍수에 대한 의식감만 충만해 급하게 요구하는 건 대봉 제일 미인에 대한 모독이라 여겼다.
그렇게 가을 호수가 모여 이루어진 못을 다 맛본 뒤, 허칠안은 또 다른 모양새로 빠르게 술병의 술을 다 마셨다.
모남치는 부끄러운 마음에 침상 밑을 뚫고 들어가고 싶었다.
강아지가 될 거란 말은 정말 거짓이 아니었다.
한참 뒤, 화신전세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허칠안을 보고 멍해졌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허칠안은 텅 빈 술병을 들고 약간 난처해했다.
모남치는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말을 하는 건 나더러 가르쳐달라는 말이야? 그럼 낙옥형이랑 쌍수할 때는 낙옥형이 직접 손잡고 친히 가르쳐줬었니?!’
허칠안은 확실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랑을 나누는 방향이 아니었다. 모남치의 영온을 대체 어떻게 흡수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잠자리로 영온을 흡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화신이 20년간 왕비로 지냈기 때문이었다. 진북왕은 줄곧 북경에 있어 그녀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이로써 허칠안은 화신의 피와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됐어, 상고 시대 도문의 쌍수술로 시도해보자…….’
허칠안은 몸을 굽혔고, 촛불 사이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합쳐졌다.
허칠안은 눈을 감았다. 그리곤 상고 시대 도문의 쌍수 비법으로 두 사람 사이에 기기가 회전하도록 유도했다.
두 사람은 마치 공동체 같았다. 기기는 하나의 대주천(大周天)으로 보고 두 사람의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다 거닐었다.
허칠안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했다.
삐걱- 삐걱-
침상이 움직이는 소리 사이로 대주천을 다 운행했다.
순간 허칠안은 모남치 몸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힘이 되살아나는 걸 똑똑히 느꼈다. 기기에 이끌려 함께 온 하늘을 운반했다. 그 힘은 상상하기 어려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힘은 곧 기기를 따라 회전하며 허칠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전에 없던 편안함을 느꼈고, 온몸이 단숨에 뚫렸다. 모든 세포가 영양분을 공급받아 무럭무럭 자랐다.
허칠안의 신체와 정신 모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골격은 더욱 강건해졌고 근육은 더 질겨졌으며 세포에도 힘이 충만해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주천의 속도를 운반했다.
모남치는 빨개진 뺨에 아름다운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계속 한 곳에서 치근거렸다.
‘기기가 강해지니 육신도 빠른 속도로 증강하면서 각 방면의 속성이 전부 폭등하고 있어. 이게 승직하려는 조짐이구나. 근데 뭔가 좀 부족한데…….
맞다! ‘의(意)’의 승화! 2품 무사는 합도라고 하지. 육신 증강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 옥쇄 역시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해. 남치는 정말 촉촉……. 야! 정신 차려, 정신. 정신을 가다듬자. 음, 옥쇄의 승화가 뭐지? 초급 옥쇄는 폭발이고 고급은 튕겨 나오는 건데. 합도 이후에는 뭘까? 합도 이후에는 뭐지…….’
촛불은 벽에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든 사내의 상반신……. 참으로 농염한 그림이었다.
* * *
허칠안이 번쩍 눈을 떴다. 그의 시야에 두 뺨을 새빨갛게 물들인 미인이 가득 찼다. 하늘하늘 여리지만 꽃처럼 화사한 미인……. 꼭 허칠안의 아래에 아름다운 봄이 만개한 것만 같았다.
이 순간 그는 알 수가 없어졌다. ‘옥쇄’를 깨닫는 게 중요한 것인지, 그냥 이 미인과 정처 없이 취해도 괜찮은 것인지.
하얀 서리가 굳어진 듯한 가는 손목, 수줍은 표정, 손바닥에 다 잡힐 정도로 얇은 허리, 곱디고운 살결……. 허칠안의 눈빛이 점점 취한 듯 젖었다.
화신은 이 인간 세상의 최고 미인이었다. 그 절세미인이 지금 허칠안의 아래서 촉촉한 눈물을 머금은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미 허칠안의 정신적 만족감은 육체를 훨씬 뛰어넘은 상태였다.
기기가 회전하며 주천을 한 번씩 운반했다. 모남치 몸속의 영온은 끊임없이 기기로 녹아들어 주천을 통해 허칠안 몸속으로 들어왔다.
허칠안의 몸에는 화신의 기운이 점점 더 짙어졌다.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는 빛이 어둠을 깨고 몽매하고 황폐한 토양을 밝게 비출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때, 토양이 갑자기 ‘파헤쳐’지더니 녹색이 토양층을 깨고 뚫고 나왔다.
작은 나무 싹이었다.
허칠안은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마음으로, 그 푸른 싹을 보며 구양주가 공유한 합도 경험을 회상했다.
‘합도의 본질은 무사의 ‘도(道)’를 승화시켜 가장 완벽한 이치를 만들어내는 거야. 근데 어떻게 해야 제일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 도도(刀道)는 수천 가지고, 공격도 수비도 있고, 빠르기도 느리기도 하고, 자유분방해서 관례를 따르지 않기도 한데. 어느 것이 가장 완벽할까?
구양주도 몰랐지. 그래서 그 사람 육신은 ‘육충(肉蟲)’으로 붕괴됐고 모든 육충이 자신의 도가 가장 완벽하다고 고수해서 결국 사도에 빠지게 됐지. 내 도는 옥쇄야. 옥이 돼 부서질지언정 부끄럽게 목숨을 연명하진 않지. 그렇다면 내 도를 완전히 메워 승화시키는 건 옥쇄의 본질을 극치로 밀어 올리는 건가?’
그 순간, 연푸른색 나무 싹이 자라면서 대가 굵고 단단해졌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잔가지가 자라났다.
눈으로도 훤히 보이는 속도로 자라난 싹은 금세 큰 나무가 되었다.
점차 나무 그늘의 비호를 받으며 녹색 기운은 짙어졌고 연푸른색의 싱싱한 풀이 자라났다.
갑자기 허칠안은 정신이 번뜩였다. 마치 자아를 비춘 듯한 느낌이었다.
‘사물의 발전이 극치로 끌어올리는 것만은 아니야. 완벽함의 정의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일 수도 있지. 필요할 때 난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고 목숨을 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난 목숨을 아끼지 않는 미치광이가 아니야. 난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야.’
허칠안은 자신을 자세히 살피고, 자아를 비춘 끝에 애당초 옥쇄를 깨달았던 자신의 초심을 깨달았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물러나려 해도 물러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차라리 옥쇄하겠다는 용기를 폭발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것의 가장 근본적인 능력은 일단 살아가는 것이었다.
당시 허칠안도 희망을 잃고 절망했었다면 옥쇄를 깨닫긴 불가능했다.
생각이 번뜩이는 사이, 돌연 세찬 벼락이 떨어지면서 허칠안 눈앞의 이 큰 나무를 내리쳤다. 나무는 한순간 그을린 숯이 되어 생기를 잃었다.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나 고목은 다시 봄을 맞아 생기를 발산했고, 그을린 숯 같은 몸통에서는 푸르스름한 새싹이 자라났다.
‘내 옥쇄는 너무 포악해……. 왕성한 생기가 부족하고, 생의 욕구도 부족하고. 난 이미 불사의 몸이라 자가 치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허칠안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그 나무를 응시하면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높이 솟은 나무는 한계도 없는 듯 계속해서 성장했다.
천천히 자란 나무는 급기야 높이가 1,000장(丈)이 됐고, 나뭇가지는 10리를 뒤덮는 거대한 대물이 되었다.
수많은 생명이 그 위에 서식하며 양분을 빨아먹고 영온을 빼앗았다. 하지만 나무는 시들지도 않고 오히려 점점 더 튼튼해졌다. 나무에 의존하여 사는 생명이 많을수록 목숨을 아끼지 않고 천지의 힘을 빼앗아 스스로를 키웠다.
결국 마지막에 나무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수(神樹)가 되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젖힌 채 불사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눈에는 청록빛 녹의, 왕성한 생기가 비쳤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10년간 고된 수행 끝에 어느 날 하루아침에 도리를 깨달았던가.
이 순간, 그는 2품 합도경에 발을 들여놓았다.
동시에 그 시각 관성루 밖에선 별빛이 드리우며 팔괘대를 밝게 비추었다.
자연적 이상 현상이었다.
허칠안은 두 눈을 떴다. 눈앞엔 어수선한 침상과 가로누운 미인이 있었다. 호르몬과 한데 교차하는 여인의 그윽한 향기, 마치 강렬한 미약 같았다.
모남치의 눈빛은 흐리멍덩했고, 그 하얀 피부는 빨간빛으로 물들었다.
또 혼수상태에 빠진 듯, 허칠안은 그녀 몸속의 영온이 1차로 회생하는 걸 감지했다. 그리고 그의 기기는 대부분 화신의 몸속에 남았다.
마치 화신의 영온이 대부분 그에게 다 흡수돼버린 것처럼.
* * *
영보관.
몸에 우의를 걸치고 머리에 연화관을 쓴 낙옥형이 먼지를 쓸며 정실에서 소원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관성루를 응시하면서 정교한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한참 뒤 그녀가 돌연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정실로 돌아왔다.
밤빛 속,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작 알았다면 그 당시 마음 약하게 잠자리하러 가서는 안 됐어…….”
* * *
“공주마마, 사천감에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회경의 곁에 있던 궁녀가 그녀를 가볍게 흔들어 깨웠다.
‘사천감의 이상 현상?’
한순간 잠이 싹 달아난 회경은 즉시 일어나 앉았다.
“장포를 가져오너라.”
궁녀는 바로 넓은 소매에 두껍고 긴 장포를 가져왔다.
회경은 손목을 털어 비단 장포를 어깨 위에 걸치곤, 침실을 나섰다.
* * *
새처럼 민첩하게 도약한 회경이 용마루 위에 섰다.
이 각도에서 보면 기댈 곳 없이 외로운 사천감 건물은 1/3만 보였다.
그 순간, 어둠의 장막에 별빛이 드리워지며 관성루를 비췄다.
‘이건…….’
회경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으나 연유를 떠올릴 수 없었다.
그녀는 즉시 용마루에서 뛰어내려 침실로 돌아갔다.
* * *
회경이 궁녀를 물리곤, 베개 밑에서 지서 파편을 꺼냈다.
[일: 허칠안, 사천감의 이상 현상이 자네와 관련 있는 건가?]대봉의 시국이 불안정한 이때, 사천감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회경이 이를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침착하게 굴어야 했다.
허칠안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이묘진의 전서가 먼저 도착했다.
[이: 사천감에 무슨 일이 발생했다고요? 허칠안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다음으로 장원랑 초원진이 말했다.
[사: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요 며칠 허칠안이 비밀스럽더군요. 암암리에 무언가를 꾸미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전서하지도 않고요.]뒤이어 항원 대사가 뛰쳐나왔다.
[육: 허 대인은 대봉 국운과 연결돼 있고, 영흥제는 평화 협정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허 대인에게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라 할 만한데 어떻게 저희와 전서로 한담을 나눌 기분이 들겠습니까?] [팔: 보아하니 2품으로 승직한 것 같습니다만.]이제는 팔호도 단체 채팅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2품 합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요?]이묘진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아닌 밤중에 무슨 농담이야? 2품 합도가 발을 들여놓겠다면 들여놓을 수 있는 건가? 구주 대륙을 통틀어 2품이 몇이나 된다고.’
[칠: 하하하, 팔호. 참 재미있군요. 저는 팔호의 순진함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아마 잘 모르실 텐데 허칠안 몸속의 봉마정은 뽑기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 승직은 불가능하지요.] [사: 사천감의 이상 현상은 감정의 후수로 비롯됐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다른 일일지도요. 하지만 성자의 말이 맞습니다. 허칠안 몸속에 봉마정이 하나 더 있으니 아무리 해도 허칠안의 상황은 될 수 없습니다.팔호, 아마 봉마정이 뭔지 잘 모를 테니 제가 설명해드리지요. 봉마정은 부처가 정제한 법기로 일찍이 수라왕을 봉인한 적이 있지요. 음, 바로 성자가 말한 그 아소라의 부친입니다.] [이: 그나저나 아소라는 허칠안 수하의 패장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