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051
1044화. 평화 협상의 대단원 (1)
[일: 영흥 퇴위를 압박하는 건 아주 간단하네. 하지만 그 후 안정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회경의 답변을 보고 허칠안은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
‘이 옛날 사람. 그럴 땐 지흠동풍(*只欠東風: 모든 준비가 끝났으나 마지막 핵심이 부족함을 비유. 삼국지연의에서 유래)이라고 해야지.’
[삼: 마마의 말씀이 맞습니다. 마마께서는 경험이 풍부하시지 않습니까? 어떤 생각이 있으십니까?]영흥제의 퇴위를 압박하는 건 정말로 쉬웠다. 허칠안은 황제조차 죽일 수 있는 사람인데 퇴위 강요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진정 어려운 건 대세를 어떻게 안정시키는 가였다. 핵심은 조당 제공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계속 조정 운영을 유지하고 허칠안을 지지해줘야 했다.
[일: 우선 제공들을 안정시켜야 하네. 위연이 남긴 하부 조직은 내가 이미 사적으로 연락했으니 만에 하나 실수는 없을 것이야.]허칠안은 이 전서를 보자마자 방금 회경이 말한 담판 과정이 다시 떠올랐다. 어쩐지 위당은 이상하게도 시종일관 침묵하며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다. 알고 보니 이미 회경이 뒤에서 연락을 취해 반란을 도모하던 중이었다.
‘류홍, 장항영, 병부상서 그 늙은 여우들을 억누르고 목숨까지 내걸도록 만들다니. 회경은 역시 사람 부리는 재주가 확실히 뛰어나.’
[삼: 위 공의 하부 조직만으로는 조당을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일: 맞아, 그래서 난 자네가 왕 재상을 설득하길 바라네. 왕당과 위당의 힘이면 조당을 안정시키기 충분해. 남은 당파는 자연히 형세를 따라올 테니. 허칠안, 자네 왕 재상을 찾아간 적이 있는가?] [삼: 아, 그건. 제가 요즘 수행에 전념하느라 잊고 있었습니다.]‘쌍수도 수행이니까…….’
허칠안은 곧 한 손으로 지서 파편을 쥐고, 한 손으로는 모남치의 가는 허리를 안고 미끄러지지 않게 바로 잡았다.
매혹적인 화신은 짧게 신음하며 그의 어깨에 다시금 기댔다.
지금도 그녀 몸속에 있는 기기가 경맥에서 운행하고 있기에 계속 졸음을 유발했다. 허칠안이 이 한겨울에 찬물로 목욕하는 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서로의 온도를 내려주기 위해서였다.
* * *
그 시각, 회경부.
공주는 서재에 앉아 미간을 찌푸렸다.
‘수행? 자네 수련 경지는 진작에 한계에 다다랐잖아. 봉마정도 뽑지 않고 어떻게 수행한다는 거지……?’
어쩐지 허칠안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삼: 그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왕정문이라는 그 사람과 현 정세만 놓고 봐도, 왕정문은 분명 허칠안과의 협력을 택할 것이었다.
왕정문은 지식인이었다. 지식인이 어떤 사람들이던가. 소소하게는 흠이 있을지 몰라도 중요한 일에선 절대 해가 될 일이 없는 인재들이었다.
조금이라도 나라를 구할 희망이 보인다면 왕정문은 반드시 모든 것을 걸고 그 길로 뛰어들 터였다.
또 무엇보다 허신년이 왕가의 아가씨와 혼약을 맺은 상황이었다. 자고로 사돈 사이의 공모란 단순한 맹우보다도 훨씬 믿을 만했다.
허칠안의 긍정적인 대답을 얻은 뒤, 회경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 많은 걸 묻지 않았다. 허칠안이 위당의 늙은 여우들을 어떻게 구워삶은 것인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것처럼.
이는 서로가 상대의 능력을 굳게 믿고 있다는 얘기였다.
[일: 그다음은 병력 문제네. 거동한 뒤, 나는 가장 빠른 속도로 궁문을 점령하고 영흥 퇴위를 압박할 것이네. 일이 일단락되길 기다리게. 금군 방면은 자네가 걱정할 필요 없네.]금군5영은 오직 황제에게만 충성하고 황제의 명령만을 들었다. 회경의 술수가 아무리 탁월해도 모든 금군이 모반하도록 통솔하기는 불가능했다. 그중 일부라도 선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주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러나 금군이 반란을 일으키긴 어려워도 경성 12위를 끌어들이는 건 훨씬 수월했다. 회경은 허칠안이란 정해신침(*定海神針: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컬음)만 있으면, 단기간 내 궁성을 점령할 수 있다고 봤다.
[삼: 종실(*宗室: 황제의 친족)의 태도는요?] [일: 종실은 지금 영흥을 끌어내리지 못하는 걸 한스러워하네. 운주 혈통이 정통임을 인정하라는 건 그들을 죽이는 것보다 받아들이기 어렵지.]그 후로도 세부 사항을 다 정한 뒤, 회경이 조금 걱정을 내비쳤다.
[일: 설령 조정을 안정시킨다고 해도 운주 반란군이 정비를 마치면 옹주는 여전히 지킬 수 없네. 칠안, 자네에게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인가?]회경은 스스로도 총명함을 자부하지만, 초범 강자를 쫓는 이 일만은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녀의 고심은 계속해서 길어졌다.
예를 들어 고족이나 남요를 맹우로 끌어들이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견제당하기 십상에 따로 몸을 뺄 수도 없어 대봉에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 허칠안의 전서가 도착했다.
[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공주마마, 저 이미 마지막 봉마정을 뽑아내 2품으로 승직했습니다.]‘?????’
한동안 굳어있던 회경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전서를 보냈다.
[일: 자, 자네 어떻게 해낸 건가?]회경도 지금 스스로의 마음을 정의 내릴 수 없었다. 뜻밖에 기쁨이 찾아왔지만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오래도록 짙은 안개 속만 헤매다 마침내 겹겹이 쌓인 안개를 뚫고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삼: 마마께 조금 털어놓을 순 있으나 반드시 비밀 지켜주셔야 합니다?]회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 얘기하시게.] [삼: 저 대신 봉마정을 제거해준 건 팔호입니다. 팔호는 아소라예요.]‘???????’
이번에 회경은 하마터면 옥석경을 놓칠 뻔했다.
‘팔호가 아소라라고? 그래, 팔호는 줄곧 폐관하고 있었고 아소라는 최근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소라가 돌아온 뒤에 금련 도사가 관문에서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팔호가 관문을 나왔다고 했지. 시간이 딱 맞는구나.’
회경은 놀랍고 기쁘면서도 괴로웠다. 아무래도 소홀한 부분이 많았다. 그녀는 단 한 번도 팔호와 아소라를 연결 지으려 하지 않았다.
‘팔호가 아소라라면, 허칠안의 2품 승직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자연히 우리의 맹우가 된다. 천지회 구성원이니까……. 대봉은 단숨에 전투력으로 이름난 두 무사가 생긴 것과 다름없구나. 금련 도사의 이 암자가 단숨에 전체 국면을 되살렸군. 대단해…….’
회경은 계략가로서 바라봤을 때 금련 도사를 매우 높이 평했다. 평소 금련 도사는 스스로를 과시한 적이 없으나 그는 분명 당대 일류 기사가 맞았다.
진정한 기사는 너무도 정교해 단기간 내에 뛰어난 조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정도를 지키면서도 천 리를 내다보는 바둑돌을 두었다.
이 방면으로 회경이 줄을 세운 사람들 중, 단연 수석은 의심할 여지없는 감정이었다. 그다음 2등은 위연, 3등은 허평봉이었다.
여기에 지금 두 사람이 더 늘어났다. 한 사람은 죽은 지 5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감정에게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초대로, 감정과 마찬가지로 수석 자리에 위치해야 했다. 그리고 금련 도사는 허평봉과 나란한 위치에 놓았다.
뒤이어 허칠안은 아소라가 일기화삼청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분열해낸 화신은 ‘좌표’로, 불문 ‘색즉시공’ 법술을 대항하는 조작으로 삼았다고 했다.
회경은 더 이상 의문점이 없었다.
아니, 한 가지 의혹이 더 있었다.
[일: 칠안, 그런데 왜 나에게만 이 일을 얘기하는가?]분명 허칠안은 이 사실을 천지회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숨겼다.
그 시각, 사천감 침실의 목욕통 안에서는…….
‘공주님만 사회적으로 매장당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말하든 안 하든 그렇게 큰 문제는 없죠…….’
마음의 소리를 뱉고, 허칠안은 바로 전서를 보냈다.
[삼: 어쨌든 이 일은 아소라의 허락이 필요하니 저도 함부로 비밀을 누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직, 공주마마께는 언제나 솔직하게 아는 그대로 모두 다 빠짐없이 밝히니까요.]회경은 붓 대신 손으로 전서를 써내려갔다.
[자칫하면 그 말을 믿을 뻔했군.]이내 그녀는 내용을 손끝으로 지우고 다시 썼다.
[다들 공개적으로 아소라를 멋대로 비웃었기 때문이지.]생각 끝에 결국 회경은 진지하게 전서를 보냈다.
[일: 본 공주, 알았네.] [삼: 공주마마, 마지막 문제가 있는데…….]* * *
사천감.
허칠안은 목욕통에서 일어나 모남치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허칠안의 튼실한 허리를 다리로 꽉 조이고, 양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고개는 자연스럽게 허칠안의 어깨에 두었다.
눈처럼 하얀 피부색과 고동빛 피부가 시각적으로 강렬한 대조를 이뤘다.
이내 허칠안은 모남치를 침상에 살며시 내려두었다.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화신은 정교한 눈썹만 살짝 찌푸렸다.
‘정말 춘약이 따로 없는 사람이야…….’
허칠안은 아쉬운 빛으로 솜이불을 덮어주고, 마루에 떨어진 팔찌를 주워 새하얀 손목에 다시 채워주었다.
이렇게 해야만 화신은 세상 가장 강렬한 매혹적인 미인에서 마음을 편안히 안정시켜주는 용모로 변했다.
뒤이어 허칠안은 태평도를 꺼내 탁자 위에 두었다.
“네 주인 잘 돌봐. 그 누구도 못 들어오게 잘 보고. 알겠지?”
웅웅~
태평도가 흔들리며 이해했다는 뜻을 표했다. 태평도는 이미 성장했기에 4품 고수 정도면 거의 상대도 안 된다고 봐야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나선 허칠안은 손가락으로 문 위를 가볍게 긁어 사람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맹독을 발랐다.
* * *
왕부.
왕정문은 막 사람을 보내 전청서를 배웅한 참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가 조용히 들어와 외실에서 아뢰었다.
“나리, 허 은라가 왔습니다.”
좀 피로했던 왕정문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서 들라하라!”
이내 문이 열리고, 청의를 입은 강건하고 잘생긴 미남이 걸어 들어왔다.
왕정문은 발 바깥의 청의를 보고 홀연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 하지만 허칠안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는 개탄인지 아쉬움인지 모르는 한숨을 뱉었다.
다음으로 왕정문은 가까워지는 청년을 보며 옅게 웃었다.
“방금 난 순간 위연이 돌아온 줄 알았네.”
“재상 대인, 어찌 하여 병을 얻으신 것입니까?”
허칠안은 즉각 침상 가까이로 와 왕정문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보았다.
‘이건…….’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왕정문의 몸은 은퇴할 나이가 된 기계처럼 각 부품이 심각하게 노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왕정문은 전혀 개의치 않고 웃었다.
“천인도 수명을 다하는데 하물며 이 몸은 일개 범인이거늘. 사천감의 술사가 와서 말하길 마음을 놓고 조용히 요양하면 살길이 생길 수도 있다더군. 그 외에는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남몰래 왕정문의 몸으로 기기를 몇 가닥 보내 혈액 순환과 양기 보충을 도왔다.
사천감에는 확실히 영험한 단약이 아주 많았다.
죽은 자를 살리고 백골에 살이 붙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인종 역시 최상품 단약을 상당수 갖고 있었다.
하지만 높은 단계의 단약일수록 내포한 약효가 훨씬 강했다. 이는 수행한 적 없는 보통 사람은 절대로 감당할 수 없었다.
혈단을 놓고 말하자면, 그건 왕성한 생명력을 갖고 있지만 차원이 너무 높아 4품 강자가 삼키면 무조건 죽음이었다.
그러니 고품급 강자를 다시 살리는 건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떠한 토대도 없는 범인을 다시 살리는 건……. 음, 송경이 인체 연성술(煉成術)을 창조해낸 후로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만물을 점화하는 구색 연밥만 있다면, 보통 사람도 껍질을 빌려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