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술자리
형부 손 상서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애송아, 여기서 망언을 할 것이냐.”
허칠안은 조금도 분노하지 않고 말했다.
“두 분 상서께서는 소생이 시재(詩才)가 뛰어나다는 걸 알고 계시는지요? 제가 어찌 감히 망언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다만 손 상서와 이 상서께 시 한 수를 선물하고 싶을 뿐입니다. 시의 제목은 입니다.”
‘시를 선물한다고?!’
주위의 대신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흥분하였다. 그들은 일이 커지든 말든 손 상서의 체면이 깎이든 말든 고려하지 않은 채,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러 몰려들었다.
“가세, 가서 들어보자고.”
위연은 눈을 반짝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손 상서는 얼굴빛이 변하며 허칠안의 명성과 그의 시사를 떠올렸다. 마음속에 강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허칠안이 우렁찬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무릇 사람은 자식이 총명하길 바라나, 나는 총명함으로 일생을 망쳤네.
아이가 어리석고 미련하기만을 원하니, 재난과 어려움 없이 높은 관직에 오르네.”
‘아이가 어리석고 미련하기만을 원하니, 재난과 어려움 없이 높은 관직에 오르네…… 씁, 독설이 따로 없군.’
이 시의 의미는 그러했다. 필자가 자신이 너무 총명하여 일생을 그르쳤음을 비분강개하는 시였다. 만약 자신이 어리석었다면, 재난과 어려움 없이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는 조당 전체의 문무백관, 왕공 대신들이 머리가 나쁜 얼간이라고 풍자하는 셈이었다.
주위의 관원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 표정이 얼마나 기괴한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손 상서가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보러 왔다가 졸지에 칼이 등에 꽂힌 것이다.
얼마나 괴로운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 그는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돌로 내 발등을 찧었다고 조롱하는 것이다……. 그는 치욕의 기둥에 내 이름을 못 박고 싶은 것이다…….’
손 상서의 머릿속에는 시의 제목이 맴돌았으며,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치밀었다.
지식인의 가장 숭고한 욕구는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는 것이었다. 이는 지식을 가르치고 인성을 기르는 것보다도 그들을 더 매료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기를 갈망하는 만큼, 그들은 영원히 세상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를 어찌 참겠는가?
참을 수 없다.
“여봐라, 저 흉악한 놈을 붙잡아라, 붙잡아!!”
손 상서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이 후들거렸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다.
그의 독단적인 주장으로 야경꾼 수석 수사관 허칠안을 죽이려다 상백 사건이 이렇게 흘러갔다. 그는 가뜩이나 후회되어 책상을 뒤엎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무엇보다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듯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허칠안의 이 시는 돌이 아닌 산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설령 손 상서 같은 관리 사회의 베테랑이더라도 멘탈이 붕괴될 만한 일이었다.
형부의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와 황성 밖에서 허칠안을 체포하려 했다.
“손 대인께선 노여움을 푸십시오.”
위연이 담담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분노한 형부 관원들을 저지했다.
위연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어와 허칠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위연, 이 자는 모두의 앞에서 본관을 모욕하고 상서를 욕보였으니 규정에 따라 유배시킬 것이네.”
형부상서가 화를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오늘은 설령 자네라도 그를 지킬 생각은 단념하시게.”
“상서를 모욕한 일은 실로 큰 죄입니다.”
위연이 매서운 눈빛으로 허칠안을 노려봤다. 모든 사람이 그가 함부로 입을 놀리는 동라를 꾸짖을 거라 여기던 찰나, 그가 진지하게 손 상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네…….”
손 상서가 몸을 흔들며 부들거리는 손으로 위연을 가리켰다.
위연은 웃으며 발길을 돌려 떠났다. 허칠안은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아빠 뒤를 따랐고, 그렇게 형부 관원들의 포위에서 벗어났다.
그는 몇 걸음 가다가 또 멈추고는, 뒤를 돌아 소리쳤다.
“손 상서 축하드리옵니다. 천하에 이름을 날리고, 유림(*儒林: 유학을 신봉하는 무리)에 명성을 떨치셨습니다!”
손 상서는 꼼짝 않고 멍하니 있다가 몇 초 후 숨을 고르지 못한 채 빳빳하게 까무러쳤다.
“상서 대인, 상서 대인…….”
형부 관원들이 허둥댔다.
* * *
허칠안은 관아로 돌아온 뒤 위연을 따라 호기루로 들어갔다. 그런 뒤 그는 위연과 두 금라에게 정성을 다해 차를 따랐다.
“위 공, 저 몇 가지 일이 이해가지 않습니다.”
허칠안이 가르침을 청했다.
위연은 책략가이자 지혜로운 사람이라 문제가 있을 때 우선 가르침을 청하는 게 혼자 멋대로 추측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마치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질문하면 편리하고 빠른 것처럼.
“왜 폐하께서는 형부에서 이 사건을 처리하게 하신 겁니까?”
위연이 찻잔을 쥐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천하에 빛나는 재주가 한 섬이라면, 위 공께서 여덟 말을 독차지하셨고 저와 운록서원이 한 말씩 나눠 가지지 않았습니까.”
허칠안이 알랑거렸다.
“풉…….”
강율중이 입안에 있던 차를 내뿜었다.
양연은 입을 삐죽거렸다.
위연의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빠르게 퍼졌다. 보아하니 허칠안의 아부에 기분이 확 좋아진 듯했다.
지식인이 바로 이러하다. 당신이 상대에게 ‘대박 쩐다, 너 쩔어’라고 칭찬하면 상대는 당신을 상대하기 귀찮아한다.
하지만 이게 지식인이 남의 아부를 싫어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허칠안의 아부는 아주 정확했다. 그는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환심을 사 위연의 기분을 편안하게 했다.
위연은 아주 거만한 지식인이었다.
“예부상서는 왕당의 구성원이네. 만약 야경꾼 관아에서 심문하면, 왕당 구성원들이 무더기로 연루될 것이네.”
위연이 말했다.
‘그러면 조정의 당파가 균형을 잃는다……. 한 당파가 권력을 독점하든 두 당파가 권력을 독점하든 모두 원경제가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은 아니다. 전부 그가 조당 정세를 장악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더욱이 그가 일 년 내내 도를 닦는 상황일 경우…… 설령 왕당이 요족과 결탁하여 상백을 폭발시키고, 선조들의 법상을 폭파하였다고 해도 자신의 권력에 비하면 선조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지……’
허칠안은 위연의 말을 분석하여 핵심 내용을 뽑아냈다.
그는 이 때문에 원경제의 인상이 또 나빠졌다.
원경제는 고단수의 황제일지는 몰라도 좋은 황제는 아니었다. 거짓 역사학자 허칠안은 황제를 세 단계로 나눴다. 명군(明君), 용군(庸君), 혼군(昏君).
명군은 백성들을 풍족하게 할 수 있는 좋은 황제다.
용군은 업적이 없지만 큰 허물도 없는 황제로, 역사상 대부분의 황제가 여기에 속한다. 사실 백성들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는 용군은 이미 명군이다.
혼군은 소인을 가까이 하며 어진 신하를 멀리하는 황제이다. 통상적으로 조당과 나라를 어지럽힌다.
폭군을 여기에 넣지 않은 이유는 앞의 세 황제가 모두 그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허칠안의 눈에 원경제는 혼군이었다. 그는 명색이 황제임에도 자신의 권력과 지위만 안중에 두기 때문이다. 오늘날 조당의 당파 투쟁이 어지러운 국면에 놓인 건 사실 전부 원경제가 자초한 일이다.
그는 도를 닦느라 국사를 논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조당의 정세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실권을 잃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저는 왜 예부상서가 주적웅을 죽여 멸구하지 않았는지 납득가지 않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원래는 야경꾼이 예부상서를 심문할 거라 생각하여 그때 가서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도 원경제가 이렇게 쇼를 부릴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위연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사소한 문제는 더 따지지 마시게. 상백 사건은 이미 일단락됐어. 폐하께서 자네 일을 언급하지 않으신 건 이미 끝이 났다는 의미일세.”
허칠안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바로 이어 말했다.
“저와 협력하여 사건을 처리한 동료들과 교방사에 가서 술을 마시려 하는데, 은자가 없습니다. 위 공께 예산을 배정해주시길 청합니다.”
이는 회사에서 실적을 낸 후에 다 함께 식당에 가서 회식을 하는 셈이었다. 그러니 그 비용은 당연히 회사에서 내야 했다.
위연은 그를 쳐다봤다.
“꺼지시게.”
위연은 허칠안을 내쫓은 후에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양연, 그에게 은자 이백 냥을 내어 주게. 관아에서 상을 내리는 걸로 하지.”
그는 말을 마치고 강율중과 양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 둘도 같이 가도 되네.”
강율중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 공, 저는 교방사 같은 곳은 가지 않습니다.”
양연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연도 강요하지 않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말했다.
“그가 있는 자리에는 많은 기녀가 함께할 것 같네만.”
* * *
땅거미가 내렸다. 교방사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았으며, 관현악기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영매소각에서 부향이 켜는 현악기에 맞춰 명연은 춤을 선보였으며, 소아는 영관을 맡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양연과 강율중 곁에는 자태가 아주 고운 기녀가 술시중을 들었다. 허칠안은 잔을 든 채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어려워하지 마시고 먹고 마십시다.”
동라와 은라들은 처음에는 다소 적응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금라 둘이 함께 있으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강율중은 술자리 베테랑이라 어떻게 분위기를 띄우는지 알았다. 그는 쉴 새 없이 잔을 들어 건배사를 읊었으며,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았다. 근무를 설 때와 전혀 딴판이었다.
점점 은라와 동라들도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두 사람은 전혀 즐기러 온 것 같지 않은 기색으로, 유독 정색했다. 그들은 바로 양연과 이옥춘이었다.
“자네 둘, 똑같이 꼴불견인 모양이 직속 상사와 부하답네그려.”
강율중이 웃으며 빈정댔다.
“강 금라의 말은 틀렸습니다.”
허칠안은 술을 적잖이 마신 탓에 좀 들떠서는 겁대가리 없이 두 직속상관을 조롱했다.
“양 금라는 여색을 좋아하지 않고, 대장은 너무 점잖은 체를 하는 겁니다. 두 분이 차이가 있어요.”
이번 술자리는 확실히 분위기가 가벼웠다. 모두가 하하하 크게 웃었고, 쾌활한 공기로 가득했다.
해시 이각(*저녁 9시 반)까지 마신 뒤 술자리가 드디어 끝났다. 강율중은 풍만한 기녀를 껴안은 채 떠났고, 양연은 관아로 돌아갔다.
이옥춘도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허칠안과 송정풍 그리고 주광효가 그를 필사적으로 붙잡아 두었다. 그들은 그에게 아리따운 낭자를 밀어 넣고 방문을 걸어 잠갔다.
* * *
허칠안은 ‘호스트’로서 모든 이들을 적절하게 배치한 후에야 부향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째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셨나요?”
부향은 막 목욕을 마친 다음 책상다리를 한 채, 머리맡에 앉아 새카맣고 윤기 나는 머리를 닦았다.
“뜰 안의 낭자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한 것 말고 뭐가 더 있겠느냐.”
허칠안은 외포(外袍)와 패도를 벗고 방을 나섰다.
“잠시 후 돌아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