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눈앞에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다 (1)
허칠안은 황혼의 석양 아래 조운 관아의 용마루에 앉아 황금빛 노을에 흠뻑 취한 채 머릿속으로 이 사건을 다시 복기했다.
‘강운사가 죽음으로써 사건 전체의 단서가 끊겼다. 허, 이는 배후에 누군가가 조운 관아를 통째로 조종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하는 단서다. 이로써 이 일이 단순한 횡령 사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공부상서는 이미 실각했는데 우주의 조운 관아는 여전히 반복적으로 조작하여 운주로 철광을 몰래 운송하고 있다…….
이는 배후에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자는 권력이 세지 않아 강운사 한 사람만 통제할 수 있는 정도다. 아니, 꼭 권력이 세지 않은 건 아닐 수 있다. 은폐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만약 나의 개똥같은 행운에 덜미를 잡히지 않았다면, 철광을 몰래 운송하는 일은 계속됐을지 몰라. 철광을 은밀히 운송하는 거라면 관염(*官鹽: 나라의 허가를 얻어 파는 소금)과 초석광을 몰래 운송하는 놈들도 있지 않을까? 조정에서 각 주(州)의 조운 관아를 제대로 한번 조사해야 한다.’
“이번 운주행은 생각보다 더 위험할 것 같군.”
허칠안은 걱정을 가득 안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밑에서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칠안, 가세. 교방사에 가서 즐기세.”
송정풍이 뜰에 서서 그를 향해 손짓했다.
“안 가. 이 몸은 공사(公事)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허칠안이 불쾌해하며 말했다.
“가세. 듣자 하니 우주 교방사의 여인들이 시중을 아주 잘 든다고 하네.”
송정풍이 차근차근 타일렀다.
“종일 교방사, 교방사 타령이니 조심하시게. 평생 승직하지 못하겠어.”
허칠안이 안타까워하며 대답했다.
* * *
허칠안은 우주 교방사에서 은은한 관현악기 소리에 술잔을 들고 크게 웃었다.
“자, 마시게, 마시게. 물에서 6일 동안 떠 있지 않았는가.”
야경꾼들은 함께 잔을 들었다. 한 명씩 아리따운 미인을 낀 채, 술잔을 기울이며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눴다.
아니나 다를까 허칠안도 따라 왔다. 송정풍은 이 점이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예상한 대로였다.
허칠안은 경성에 있을 때 지금껏 자발적으로 교방사에 간 적이 없었다. 이는 전부 송정풍이 제안하고 그와 주광효가 같이 따라간 것이었다.
가끔 허칠안은 수련을 할 때면 심하게 욕을 퍼부었다.
‘송정풍! 자네는 양심을 좀 키우시게. 이 몸의 수련을 방해하지 말고.’
그는 욕을 퍼붓고 나면 자리를 박차고 바로 따라갔다.
우주의 교방사는 경성과 달랐다. 부지 면적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강을 끼고 있었으며 뜰 6개에 높은 누각이 두 채 있었다. 경치가 월등히 좋았다.
출렁이는 수면 위, 붉은 초롱의 그림자가 일그러졌다. 이내 관현악기 소리가 마당과 잔잔한 물결이 이는 강물에 울려 퍼졌다.
허칠안 일행의 신분으로는 당연히 누각에 가서 어중이떠중이 매춘객들과 함께 술을 마실 리가 없었다. 그들은 조운 관아의 관원들이 안내해준 대로 홍수(紅袖)라 하는 기녀의 다도회에 왔다.
그 홍수라 불리는 기녀는 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야경꾼 무리가 뜰에서 30분 동안 술을 마시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천호만환시출래, 유포비파찬파면(*千呼萬喚始出來 猶抱琵琶半遮面: 천 번 만 번 불러 비로소 나왔으나 가슴에 비파를 안은 채 얼굴을 반쯤 가렸네).
백거이(白居易)가 그해 이 구절을 쓸 때 마음속으로 은근히 여인의 억지스러운 투정을 비꼰 걸까?
허칠안은 홍수라 하는 기녀 낭자의 빳빳함을 보며, 어쩌면 그녀가 자기 자신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다도회 후반부가 돼서야 우아한 걸음으로 여유롭게 걸어와 냉랭한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쥐고 말했다.
“제가 몸이 좋지 않아 잠시 쉬었답니다. 부디 나리들께서는 타박하지 마시어요.”
그녀는 한 잔의 술로 사죄를 할 뿐, 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소임을 다해 영관 노릇을 하며 벌주 놀이를 했다. 자리에 있는 모든 동라는 아령이 아니라 화권과 주사위 던지기를 했다.
‘얼굴의 웃음이 너무 직업적이군……. 허리를 줄곧 꼿꼿이 세우고, 몸이 약간 경직됐다면 분위기에 진정으로 녹아들지 않았다는 뜻……. 술손님과의 신체적인 접촉을 꺼리는 편이다. 방금 나와 조금 접촉하자 혐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결론은 무사를 무시한다.’
허칠안은 사람들의 미세한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이런 디테일이 그 사람의 내면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그에게 남은 직업병이었다.
허칠안은 홍수 낭자의 모습을 보자 부향 낭자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날, 교방사에서 명성이 자자한 그 기녀도 지금처럼 겉으로는 인사치레를 했지만, 속으로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다만 부향은 직업윤리가 더 높아 이를 겉으로 너무 티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홍수는 좀 적나라하게 티를 냈다.
물론 부향은 경성 교방사의 기녀이긴 했다. 경성이 어떤 곳인가? 지위와 명성이 높은 고관대작이 운집해 있으니 어찌 우주와 비할 수 있겠는가.
직업윤리 외에 외모만 따지자면 홍수가 단연 으뜸이었다. 그녀는 강남 여자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기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말할 때 항상 ‘셔요’, ‘어요’와 같은 끝소리를 동반하여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했다. 그리고 누구와 얘기하든 사랑하는 남자와 대화하는 듯 달콤했다.
“제가 나리들께 한 곡 연주해 올리겠습니다.”
홍수가 부드럽게 웃었다.
“홍수 낭자의 칠현금 솜씨는 우주 교방사에서 으뜸이라고 할 수 있네. 우리 우주의 교방사에 왔으니 홍수 낭자의 칠현금 소리를 꼭 들어봐야지.”
조운 관아의 관원이 그녀를 바로 치켜세우며 말했다.
이는 마치 멀리서 온 귀빈에게 고향의 특산품을 소개하는 것처럼 듣기 좋았다.
그녀의 연주가 끝나자 조운 관아의 관원들이 허허허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대인들, 어떠십니까?”
송정풍은 처세에 능한 사람이라, 서둘러 술잔을 들어 말을 이어받았다.
“경성 교방사의 부향 낭자도 만만치 않네.”
‘좀 차이가 나지…….’
허칠안은 자신의 연인을 편애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했다.
“그 ‘소영횡사수청전(疏影横斜水清浅),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动月黄昏)’의 부향 기녀 말인가?”
조운 관아 관원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우주와 경성은 거리가 아득히 멀었다. 하지만 이 시는 세상에 나온 지 오래되었기에, 지식인들은 서신으로 왕래하면서 이를 각 주(州)의 유림에 널리 퍼뜨렸다.
이 두 시 구절은 세상에 널리 퍼져 그 열기가 ‘막수전로무지기(莫愁前路无知己), 천하수인불식군(天下谁人不识君)’보다 더 뜨거웠다.
“그렇네.”
송정풍이 대답했다.
“소문에 의하면 부향 낭자는 경국지색으로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이라지.”
조운 관아의 관원이 기대하며 물었다.
이게 바로 명성의 필터였다. 부향은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명기라는 후광을 머리에 이고 있어서 남녀 간의 정사를 갈망하는 남자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천하의 여신처럼 보였다.
홍수 낭자는 미소가 약간 굳어졌고, 좀 시무룩해 보였다.
그녀의 뜰에서 같은 업계의 거물을 논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그녀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송정풍은 홍수 낭자의 불쾌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헤헤거리며 괴팍하게 웃더니 허칠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그에게 물어봐야 하네.”
허칠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럭저럭. 내가 본 미인 중에 5위 안에 드네.”
이 말을 할 때 그의 머릿속에는 미인들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숙모, 영월, 회경, 임안, 국사, 저채미…….
‘이게 말 같은 말인가?’
모든 이가 참지 못하고 허칠안을 쳐다봤다.
“정말 농담을 잘하는군. 대인, 정말 농담을 잘해.”
조운 관아의 관원들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농담이 아니네.”
과묵한 주광효가 입을 열고 동료를 대신해 설명했다.
“부향은 그의 정부일세.”
……조운 관아 관원들은 표정이 하마터면 일그러질 뻔했다. 그들은 애써 표정을 관리한 덕에 간신히 비웃지 않을 수 있었다.
‘부향이 그의 정부라고? 어엿한 경성 제일의 명기가 너희들 같이 이런 저속한 무사에게 반했다고? 왜 아예 공주가 네 정부라고 말하지 않고? 왜 그 신비로운 국사가 네 정부라고 말하지 않고?’
하지만 술자리에서 허풍은 기본이었다. 때문에 술 접대를 하러 온 조운 관아의 관원들은 속으로는 상대를 하찮게 여겨도 겉으로는 여전히 허허 웃고 있었다.
‘저속한 남자들…….’
홍수 기녀는 눈빛에 가득한 경멸을 더는 숨기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다른 사람이 그 눈빛을 보지 못하게 고개를 푹 숙이고 술을 마셨다.
그는 본래 무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자를 전혀 아낄 줄 모르고, 언행이 매우 우악스러웠다. 지식인처럼 온화하고 우아하며 시로써 맞서고 교방사의 여인을 정중히 대하는 법이 없었다.
“대인께서 부향 낭자와 정분을 나누고 계실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대인의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홍수는 반은 진지하면서도 반은 비웃으며 말했다.
조운 관아의 관원이 책망하는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더니 서둘러 술잔을 들었다.
“마시게, 마셔.”
이 이야깃거리는 여기에서 멈췄고, 송정풍이 웃으며 말했다.
“칠안, 대장이 함께 운주에 가지 않아 다행이네. 우리가 향락만을 추구한다고, 교방사에 오는 데 단연코 동의하지 않았을 걸세.”
허칠안이 말했다.
“이는 향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노니는 거라고. 다음번에 대장이 물으면 자네는 이렇게 대답하게.”
‘칠안, 아마 그의 자(字)겠지…….’
홍수는 허칠안을 몇 차례 쳐다보았다.
다도회는 끝이 났다.
홍수 기녀는 먼저 자리를 뜬 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손님에게 남아 차를 마시라고 권하지 않은 건, 그녀가 이 자리의 야경꾼 중에 마음에 드는 자가 없었다는 의미였다.
“호의를 무시하다니!”
야경꾼 하나가 나지막이 말했다.
조운 관아의 관원은 좀 난감해했다. 그는 속으로 매우 화가 치밀었다. 야경꾼이 아니라 홍수에게 화가 났다.
다만 교방사는 조운 관아의 소관이 아니었다. 홍수는 명색이 우주 교방사의 6대 기녀 중 하나였으므로, 조운 관아의 눈치를 보며 생활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송정풍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저었다.
“괜찮네, 괜찮네. 그럼 우리는 다음 판을 벌여 볼까나?”
허칠안은 송 형의 의견에 찬성했다. 억지로 성사시킨 일은 아름다울 수 없었다.
일행은 뜰에서 나왔고, 송정풍 세 사람은 강가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들은 어둠이 깔린 틈을 타 강가에 서서 팽창한 방광을 해결했다.
* * *
홍수는 숯불이 활활 타는 침실 안에서 숙취 해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문을 젖히고 들어오는 여종에게 어깨를 주무르게 했다.
“아가씨, 그들이 갔어요.”
여종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경성 제일의 기녀 부향이 그의 정부라고 말하다니, 저조차도 허풍떤다는 걸 알아차리겠더라고요.”
홍수는 입을 삐죽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무사들이 원래 그렇잖니. 저속해서 참을 수가 없구나.”
그녀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한 여종이 문을 두드리더니 밖에서 말했다.
“아가씨, 위 공자께서 동창들을 데리고 대절하셨어요.”
홍수는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더니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공자들께 술을 내드리고 잠시만 기다리시라 해라.”
그녀는 말을 마치고 황급히 여종을 재촉했다.
“어서 내 환복을 시중들거라. 가장 예쁜 금색 비단 치마도 가져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