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허칠안의 서신 7통 (2)
허칠안은 어장 관리 중인 물고기들에게 서신을 다 쓴 후 묵적을 불어 말리고, 글자를 지우고 고쳐 쓴 편지지를 쳐다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손으로 쓰면 이렇게 된다. 쓰다가 보면 글자를 잘못 쓰거나 써서는 안 되는 말을 쓴다. 그는 어릴 적 글을 지을 때도 이 같은 실수를 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모두 그를 잘 아는 여자들이니 그의 필적이 보기 좋지 않다고 해서 싫어할 리는 없다.
내용 측면에서는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물고기들의 각기 다른 성격에 맞춰 다른 내용을 썼다. 예를 들어 회경은 정치를 좋아하니 사건에 관해 썼다. 임안은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니 여정 중에 겪은 기이한 일에 관해 썼다. 저채미는 식충이라 그녀와는 맛있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부향에게는 서신 자체가 시시덕거리는 것 같아 충분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쓰는 서신은 가장 마지막으로 빼 두었다. 그는 고심을 거듭한 뒤 먹을 묻히고 붓을 들었다.
다섯 번째 서신은 이러했다.
여섯 번째 서신은 이러했다.
일곱 번째 서신은 이러했다.
허칠안은 서신을 다 쓴 후 편지지를 잘 접고, 홍련의 꽃잎도 함께 하나하나 서신 봉투에 담았다.
* * *
운주는 대봉 지리지의 기록에 따르면 가로로 육천 리에 달하며 농업, 자기, 약초 등등 산물이 풍부하다. 무종 황제가 반기를 들기 전 운주는 대봉 각 주(州)에서 5위 안에 들 정도로 풍요로웠다.
까마득히 긴 관도(官道)는 하늘 끝을 향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양쪽에는 흑토 들판이 펼쳐져 있으며 먼 곳에는 연산이 끊임없이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해가 막 뜬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공기에는 어젯밤의 낮은 온도가 남아 있었다. 관도 위의 백여 명의 대오가 천천히 전진했다.
말발굽이 ‘다그닥다그닥’하는 소리에 ‘덜거덕덜거덕’하는 바퀴 소리가 섞여 들렸다.
“원경 초년에 운주의 총 인구는 500만 명에 달했네. 그 후 황책(黃冊)을 10년마다 한 번씩 편성했는데 인구가 점차 감소해서 원경 30년에 운주의 인구는 350여 만이 되었지. 현재 원경 36년이니 4년 뒤가 다시 황책을 만드는 해인데 운주에 인구가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군.”
장 순무는 발을 젖히고, 개탄하며 말했다.
30년 사이에 인구가 150만이 줄었다니 아주 공포스러웠다. 게다가 실제로 감소한 인구는 이보다 더 많을 터였다. 운주는 토지가 비옥하여 천재지변이 없는 한 기근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30년 사이에 정상적으로 번식했다면 인구가 안정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500만에서 350만이면 단순한 뺄셈법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감소한 인구는 적어도 2배 이상이라는 뜻이다…….’
허칠안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무슨 해괴망측한 곳입니까.”
장 순무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이렇게 잃은 인구의 절반은 세금이 너무 힘겨워 밭을 버리고 유랑민이 되거나 성에 들어가 다른 살길을 모색하거나 산에 올라가 산적이 된 경우지. 이들 모두 황책에 기록되지 않네. 또한, 비적의 난이 심각하여 불을 지르거나 죽이고 약탈하니 설상가상이지. 어떤 때는 산적 토구(*土寇: 지방에서 일어나는 도적떼)가 일꾼을 보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산에서 내려와 백성을 약탈한다네. 허, 산적 역시 황책에는 쓰여 있지 않지.”
허칠안은 아무 말 없이 먼 곳을 바라보며 장 순무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속으로 분석을 했다.
‘……원경 초년에는 500만 명이었는데 원경 10년에 인구가 줄었고, 원경 30년에는 150만 명이 없어졌으니 정말이지 그 수는 더 많아야 한다……. 운주가 급변한 이 20여 년은 얼추 원경제가 도를 닦기 시작한 그쯤부터다……. 대봉 황제가 정신을 못 차리고 도를 닦으면서 무신교가 발붙일 틈이 있다고 여기게 했나? 무신교가 20여 년 동안 도모한 이유는 절대 단순히 소란을 피우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대봉과 무신교가 통솔하는여러 나라가 한 차례 전쟁을 벌일 것이 틀림없다.’
그는 생각에 잠긴 나머지 머리가 기울어져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
“자네 정신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군.”
장 순무가 그를 주시하며 양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가?”
순무 대인이 기억하기로, 허칠안은 오는 내내 본분을 지키며 교방사에 빠지지 않았다. 그러니 응당 이렇게 완전히 지칠 것까지는 없었다.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순무 대인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별일 아닙니다. 다만 시간 관리 대사가 됐을 뿐입니다.”
그가 잠을 자지 않은 지 8일째였다. 머리가 쿵쿵거리며 아팠고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밥을 먹을 때는 심지어 경미한 환각 증상까지 나타났다. 허영음이 그의 고기 찐빵을 뺏어 먹는 줄 알았다.
핏줄이 가득 선 눈동자와 검푸른 다크서클은 허칠안에게 자신이 996(*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6일 근무) 행복 사회에 살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가끔은 007 체험도 해야 했는데 이렇게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틀만 있으면, 이 이틀만 넘기면 연신경으로 승직할 수 있을 겁니다. 잠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거의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일이니까……. 어째 심장이 너무 아픈 것 같습니다…….”
허칠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물주머니를 떼어 머리에 끼얹어 신체를 자극하고 정신을 차렸다.
* * *
300명가량의 늘어선 상대(商隊)가 관도를 오갔다. 단조로운 마차가 한 대 한 대 화물을 끌었다. 방수포 밑에는 운주에서 많이 나는 비단, 찻잎, 자기 및 연지 물분이 있었다.
그리고 사연연(蛇涎硯), 황정석(黃晶石) 등 운주의 특산품들도 있었다.
상대의 주인은 흉악한 얼굴을 한 조룡(趙龍)이라는 사나이였다. 그는 여러 해 전부터 운주 강호에서 명성이 자자한 호걸로 관리 사회와 백성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고루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피로 물든 칼날의 나날들에 질려 오래전부터 쌓아온 명성과 인맥으로 상대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늘 가는 길의 산적들을 다 매수하여 아주 안정적으로 운주를 떠나 화물을 각지로 분산함으로써 거액을 벌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자 많은 상인이 거금을 들여 조룡의 상대에 들어가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길 원했다.
그렇게 조룡의 상대는 오늘날까지 발전하여 반은 상대, 반은 운송대의 성격으로 변천했다.
양앵앵(楊鶯鶯)은 바로 이 큰 나무 밑에 숨어 서늘한 바람을 쐬는 한 분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쓰임새가 없는 신분으로 운주를 떠나 은자 20냥을 들여 상대의 비호를 요청했다.
어쨌거나 그녀처럼 약한 여자는 근본적으로 혼자 운주를 떠날 수 없었다. 어느 날 관도에서 토구에게 길을 가로막혀 납치당해 산적 두목의 아내가 되어야 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로 볼 때, 산적 두목의 부인이 되고도 남았다.
실제로도 양앵앵은 본래 운주 교방사의 여인으로 젊었을 때는 기녀였다. 후에 다행히도 낭군을 만나 그녀를 속신해 주었고, 이렇게 낭군의 집에서 먹고 사는 첩이 되었다.
그녀는 올해 서른이 넘었으나 그 미모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몸매가 한층 더 풍만해지면서 성숙한 부인의 매력이 더해졌다. 그녀가 반짝이는 둥근 눈으로 사람을 바라볼 때면 그 눈길이 아주 맑고 애교스러웠다.
말 등에 탄 양앵앵은 주위 호송원들의 열렬한 눈빛 탓에 망토를 꽉 조이고 머리를 더 아래로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손은 언뜻 보기에 가슴을 감싸고 있어 일부 사내들의 더러운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녀가 감싼 건 품속의 한 물건이었다.
그녀는 바로 이 물건 때문에 무리하게 운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 호송원이 침을 질질 흘리며 양앵앵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 등에 올라탄 그녀의 몸에 비단 치마가 달라붙자, 그 실루엣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몸이 건장한 호송원이 말의 배를 껴안고 양앵앵을 쫓아가 입을 벌리며 웃었다.
“부인, 저녁에 나와 함께 노는 건 어떻소? 이번 외출로 번 돈을 전부 당신에게 주겠소. 은자 10냥이오.”
양앵앵은 들은 체 만 체하며 대답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호송원은 몇 마디 더 하더니 미인이 상대해주지 않자 괜히 욕설을 지껄이며 가버렸다.
그와 잘 아는 호송원 몇몇이 떠들썩하게 웃어대기 시작하더니 그를 한바탕 비웃었다. 하지만 모든 이의 눈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이 여인이 아주 고집스러워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여 본 몇몇 호송원들의 눈에 악랄함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혼자 다니는 생기 있는 부인이 조 대장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 뼈조차 남김없이 먹혔을 터였다.
상대 전방에 있는 조룡이 손을 들어 손짓하자, 호송원들은 즉시 무기를 꺼내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칼은 칼집에서 절반만 빼는 것이 화물 호송의 불문율이었다.
모두가 강호에서 살아가며 재물을 얻고자 했다. 그러니 상대의 실력이 현저히 차이나지 않는 이상 죽기 살기로 덤빌 일은 없었다. 더구나 조 대장은 암흑 조직에서도 여태껏 체면을 신경 써왔다. 그러지 않고선 이 일에 몸담지 않았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