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서리의 시적 재능
이모백이 큰 소리로 반박에 나섰다.
“스승으로서 제자의 의론문이나 시를 다듬어주는 게, 뭐가 그리 잘못됐단 말이냐? 분명 네 놈이 나의 재능을 질투해서 이러는 거로군!”
이때 진태가 소리쳤다
“입 닥쳐라! 네 그 핑계가, 내 귀에는 모조리 거슬린다!”
이모백이 진태를 노려보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저놈이 화내는 건 이유가 있다 치고, 너는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저리 썩 물러가지 못해?”
이때 장진이 가슴에서 책 한 권을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
“호연정기(浩然正气)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네.”
그러고는 종이 한 장을 찢어 태우기 시작했다.
종잇장이 거의 탔을 무렵, 허공에 갑자기 녹운(绿云)이 나타나더니 ‘윙윙!’ 소리를 내며 이모백을 덮쳤다.
그건 흉악하기로는 황충(*蝗蟲: 메뚜깃과 곤충)을 방불케 하는, 짙은 녹색의 갑충 떼였다.
“노부가 몇 년 전에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아무런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네!”
이때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던 이모백이 책 한 권을 꺼내더니, 두 장을 찢어 태우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장은 타버리면서 적색의 도마뱀으로 변했다.
적색 도마뱀의 양 볼이 볼록해지더니, 순간 수십 장 거리에 달하는 맹렬한 불길을 뿜어, 녹운 같이 피어오르던 갑충들을 일순간에 흩날리는 재로 만들어버렸다.
이와 동시에 다른 한 종이는 묘령의 여인으로 변했다. 그 여인은 옷을 걸친 채, 물고기 마냥 장진을 향해 헤엄쳐 갔다.
그러자 장진은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묘령의 여인이 입꼬리를 치켜세우고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장진을 향해 접근해갈 때, 진태가 손에 있던 종잇장을 태웠다. 이는 엄청 밝은 금빛을 발하는 금단(金丹)으로 변했다.
이모백이 금빛을 쬐어 비틀거렸다. 장진도 강렬한 금빛에 정신이 번쩍 들어, 호연정기를 일으켜 자신을 미혹하던 묘령 여인의 허상을 흩어버렸다.
장공주는 침묵 속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전 장진이 보여준 것은 고사(贾师)의 수단일 테고, 이모백이 보여준 묘령의 여인은 박수(巫师)체계의 능력일 것이다…….’
육품 유생은 다른 체계의 능력을 배워 책에 기재할 수 있었다.
물론 저 기술이 몇 품인지까지는, 장공주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진태의 금단은, 잘못 보지만 않았다면 도문(道门)의 금단일 것이다.
* * *
운록서원의 허공에서는 대유 세 명의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지면은 이를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는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그들은 우려의 마음도 있었지만, 대유들이 싸우는 광경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지라 이를 놓칠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승부가 가려지지 않자, 장진이 머리를 굴리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모백의 바지가 흘러내리리!”
갑자기 가랑이 밑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 이모백이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바지가 이미 발목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죽일 놈!”
이어 화난 이모백이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사람의 바지가 흘러내리리!”
지면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질겁하면서 허리 굽혀 바지를 올렸다.
이에 장공주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유백색의 옥패가 빛을 발하면서 반응했다.
이때 위엄 있는 목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귀에 또렷하게 전해졌다.
“이곳에서 동문들끼리 싸우는 것을 금하리!”
“이곳에서 부공(浮空)을 금하리. 얼른 내려오거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유 세 명의 체내에서 방출되던 호연정기가 자동으로 사라지며 중력이 다시 작용하여 대유 세 명은 지면으로 내려왔다.
마의에 백발을 풀어헤친 조위가, 어두운 기색으로 대유 세 명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그들을 날카로운 눈길로 쏘아보다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더냐?”
장진과 이모백은 소리 없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말을 맞추기로 결심했다. 장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학문을 가르침에 있어, 이견이 생겨 서로를 설득하지 못한 나머지…….”
이모백이 이어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꿔보았습니다.”
“원장, 저 두 사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진태가 갑자기 두 사람을 기습 공격했다.
장진과 이모백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려 진태를 노려보았다.
진태가 담벼락 방향을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이란 시를 들어보셨지요?”
조위는 진태의 눈길을 따라, 담벼락을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거기에 적힌 작은 글씨를 읽어본 조위는 순간 자초지종을 깨달았다.
조위는 진태와 이모백이, 요즘 들어 양공을 무척 부러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담벼락에 붙어있는 시는 훌륭했다. 얼마나 명성을 떨칠지는 차치하더라도 후세에 길이 남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명예를 위한 논쟁이라면 이해는 된다만…… 그럼 방금 전 나한테 뭘 숨겼다는 거지?’
조위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물어보려고 지금 막 입을 열려는데, 곁눈으로 지면에 끌리는 긴치마가 보였다. 냉염하면서도 화려한 장공주가 고귀한 자태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조위가 바로 입을 닫았다.
장공주가 미소를 머금고 말을 건넸다.
“대체 얼마나 훌륭한 시면, 대유 두 분께서 이렇게까지 진노하신단 말입니까?”
장진과 이모백이 급히 읍하면서 예를 갖췄다.
“권학시 한 수입니다.”
담벼락으로 시선을 돌린 장공주가, 저도 모르게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시네요.”
잠깐 멈칫하던 장공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시는 누가 지은 겁니까?”
장진이 철판 깔고 답했다.
“노부의 학생입니다. 음, 을 지은 이이기도 하지요.”
“그 장락현아의 쾌수 말입니까?”
장공주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
“허칠안이라 하는 자입니다.”
이모백이 덧붙였다.
“제 제자이기도 하지요.”
‘허칠안이라는 이름, 낯설지 않다. 어디서 들었던 것 같기는 한데, 당시 유의하여 기억하지 않은 터라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군. 이렇게 재능 있는 친구가 현아에서 쾌수로 있는 건 지나친 낭비다. 시를 지을 줄만 알더라도, 본 공주의 막료(幕僚)로 둘 수 있는 것을…….’
장공주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서원의 학생들은 멀리서 그녀를 보고는 미모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설련(雪莲)을 방불케 했다. 그녀가 내뿜는 고귀함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속세를 벗어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장공주가 맑고 깨끗한 눈동자로 사람들을 훑으면서 물었다.
“산에 놀러 나갔습니다.”
진태가 답했다.
이때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권학시를 지은이가 누군지 드디어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 * *
찬바람이 산간을 스치자, 마른 나뭇가지들이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청석판을 깐 보도를 걷던 허칠안이 고개를 돌려 허신년을 쳐다보았다.
허신년의 옷깃과 흑발이 바람에 흩날렸다. 거기에 질투를 부르는 준수한 외모까지 더해지니, 하늘에서 강림한 신인(仙人)이 따로 없었다.
허신년이 먼발치에 있는 폭포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저곳은 과거 서원의 선생 한 분이 도를 닦던 곳입니다. 폭포 옆에 비석 하나가 있는데, 그곳에 그분의 일생을 기록해두었지요.”
겨울이라 그런지 폭포의 물줄기가 실뿌리처럼 약하게 떨어졌다. 폭포수가 흘러드는 못은 밑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맑디맑았다.
못 옆에는 비석 하나와 가부좌를 틀고 좌선하는 동상 하나가 있었다. 비석에 새겨진 글은 전종(钱钟)이라 불리는 서생의 생애를 기록하고 있었다. 전종은 600년 전 대봉 황조의 개국 초에 활약했던 사람이었다.
개국 초기, 대봉의 군왕은 우매했고, 관리들은 부패했으며, 호족(豪族)들이 백성들을 괴롭혔다. 그러니 자연히 중원 각지에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 반란군이 저마다 할거(*割據: 땅을 나누어 차지하고 지킴)하는 국면에 봉착했다.
당시 대주(大周) 조정과 각지 반란군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장장 십여 년이나 전쟁을 치렀다. 그러니 하층 백성들의 생활이야 더할 나위 없이 어려웠을 터였다.
당시 이품 대유경(大儒境)이었던 전종은 3년 동안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눈으로 백성들의 고통을 확인했다.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백성들의 원한을 가슴에 품고, 대주 경성에 돌아와, 자신의 몸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주의 국운(*國運: 나라의 운명)을 부수어버렸다.
그 후, 대봉이 세워져 전쟁을 평정하자 평화의 국면이 열릴 수 있었다.
“대유경이 그렇게 대단한 거야?”
허칠안이 의아하여 물었다.
“그럼 대유 세 분한테서는 왜 ‘그 대단함’을 찾을 수 없는 거냐?”
“스승님과 대유 두 분이 이품 대유경이라 누가 말해줬습니까? 그분들은 사품 군자경(君子竟)입니다.”
이에 허칠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고도 대유라 자칭하고 다녀?”
허신년이 못가에 웅크리고 앉아 손을 씻으면서 설명했다.
“대유라는 호칭은 두 가지 의미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학문이 깊고 명망이 높은 학자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도의 이품경을 말하는 것이지요. 우리 서원의 대유 분들을 전자에 속하는 것이고요.”
백성들의 원한을 품고 한 나라의 국운을 부수었다? 설령 기운이 쇠약해진 나라였더라도 인간의 힘으로 국운을 부수기는 어려웠을 터였다.
‘유도의 이품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그럼 일품은?’
허칠안은 깊은 사색에 빠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손한 자세를 했다. 유도의 이품경에 공경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 운록선원에는 이품경 대유가 있어?”
허신년이 머리를 절레절레하더니 유감을 표했다.
“최근 이백여 년간 삼품경이 최고경이었습니다. 대유 삼품이면 입명경이지요. 저도 양공 선생을 송별할 때 스승님으로부터 들은 겁니다. 우리 서원 원장님께서, 삼품 입명경이라더군요.”
이에 허칠안이 한마디 던졌다.
“괜찮군.”
대유 세 사람은 허풍이 심하고 점잖아 보이지가 않았다. 게다가 신중함과 엄숙함도 부족해 무게감이 없었다. 허칠안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허신년에게 말했다.
그러자 허신년이 설명했다.
“그분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마 입명경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자양거사 양공께서도 이런 과정이 있었거든요. 다만 최근 들어 성정이 확 바뀌더니 다른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스승님의 말에 의하면 양공께서 입명경에 들어서기 직전이라고 하더군요.”
허씨 형제 둘은 목적 없이 그곳을 거닐고 있었다. 1,2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서원이라, 평소 학생들의 학업에 방해될까 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지만 않았어도, 청운산은 필히 관광객들이 벌떼처럼 모여드는 관광지로 유명했을 터였다.
“……형님.”
허신년이 걷다 말고 갑자기 낮은 소리로 허칠안을 불러세웠다.
허칠안은 가던 길을 멈추고 허신년을 쳐다보았다.
허신년은 허칠안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머리를 돌려 경치를 보는 척 하면서 입을 열었다.
“엊저녁,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형님이 아니었더라면 아버지는 이미 참수형에 처했을 거고, 집안 여인들은 교방사로 보내졌겠지요. 또 영월이는 어제 주씨 그자에게 겁탈당했을 수도 있었고요. 또, 이대로 가다간 허씨 가문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겠죠.”
말이 끝나자, 허신년은 성큼성큼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들리지도 않게 한마디 덧붙였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