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431
431화. 두 도둑의 음모
허칠안은 호기루 아래에서 머리를 젖히고 높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치켜 올라간 처마 끝이 마치 보탑(寶塔)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다.
2층부터 각 층마다 조망할 수 있는 회랑이 있었다. 이때는 마침 봄빛이 좋아 7층에서 멀리 내다보면 경치가 그림과도 같았다.
그는 즉시 올라가지 않고 한참을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 그런 뒤 그는 담비 모피 모자를 누르고 아무런 표정 없이 수위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통전하러 가게.”
* * *
시위가 내려와서 답을 주자 허칠안은 아주 빠른 발걸음으로 건물을 올랐다. 그가 올라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하급 관리들이 잇따라 허리를 굽히고 인사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응’하고 소리 낼 뿐이었다.
허칠안은 다실로 들어와 갈대 줄기로 엮은 부드러운 자리를 밟으며 찻상 옆으로 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앞에는 위연이 진작부터 따뜻한 차와 평온한 표정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위 공, 소직 아뢸 일이 있습니다.”
“말하게.”
“소직이 천인 간 전쟁에 개입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바로 금련 도사의 부탁 및 청단 보수를 위연에게 알렸다.
위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약간은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짐작했네.”
허칠안은 즉시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취했다.
“소직이 이렇게 무모하니 틀림없이 조정의 충의지사들이 앙심을 품겠지요.”
그는 산해관전역 역사를 묻기 위해 위연을 찾아왔지만, 그렇게 하면 상급자를 호구로 여기는 티가 난다. 똑똑한 부하가 취할 행동은 아니다.
순서를 바꾼다. 허칠안은 이번에 호기루에 용건을 아뢰러 왔고 이 자문은 겸사겸사였을 뿐이다.
“그 정도는 아닐세.”
위연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천인 간의 전쟁을 늦췄지만, 저지하지는 못했지. 낙옥형의 죽음을 보고 싶은 자들은 기껏해야 자네에게 화가 날 뿐이야.”
‘그럼 위 공도 화를 내실 생각인가요……?’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다.
“청단 약효의 도움을 받아 소직의 금강신공은 이미 소성입니다.”
위연은 이 전개가 전혀 뜻밖이지 않았기에 간단하게 ‘응’하고 대답했다.
허칠안은 잠시 기다렸다가 그가 입을 열지 않자 바로 말했다.
“소직 5품 화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어떻게 수련하나요?”
위연은 책을 내려놓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홀짝였다. 그러곤 앉은 자세를 바로잡고 허칠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자네는 무엇이 화경인지 이해해야 하네. 음, 왼쪽으로 주먹을 한 대 치게.”
허칠안은 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분부한 대로 주먹을 쥐고 왼쪽으로 날렸다.
위연은 책을 쥐고 그의 어깨와 팔뚝을 툭툭 쳤고,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확실히 떨리는구먼.”
“이건…… 이건 없어서는 안 되는데요…….”
허칠안이 대답했다.
‘당신은 옛날 사람이잖아요. 힘의 작용은 상호적이라는 둥 이런 고차원적인 지식을 당신에게 얘기하지는 않을래요.’
주먹을 날릴 때 목표에 명중했든 아니든 팔뚝에 힘이 들어간다. 이건 자연스레 생기는 어깨와 살갗의 떨림이다.
만약 물체에 명중하면 팔뚝은 반작용력을 견뎌야 할 것이다.
“화경은 흔들림이 없네. 이 경지의 무사는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네. 조금도 낭비하지 않지.”
위연은 다시 책을 들고 차분하게 말했다.
“각 체계가 왜 무사와 가까이하는 걸 두려워하는 줄 아는가? 그들이 두려워하는 상대는 5품 이상의 무사네. 화경의 무사를 두려워한다는 말이지. 이해했나?”
‘화경의 무사는 어떠한 체계든 한 방에 해치울 수 있나? 하, 하지만 이래서야 역학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데……. 잠깐, 생각났다. 애당초 양연과 강율중이 나 같은 어장남을 쟁취하기 위해 일찍이 관아의 격투장에서 한 차례 싸운 적이 있었지.’
허칠안은 그 전투를 떠올렸다. 두 금라의 전투는 전혀 쉴 틈이 없었고, 반작용력도 없었다. 역학 이치를 심각하게 위반하였다. 그때 그는 진기하다고 칭찬하면서 속으로는 어느 무사 체계의 몇 품이 가져온 신기함인지 짐작했더랬다.
지금 5품 화경임을 깨달았다.
“자네는 이미 이 경지에 도달했으니 무사 체계의 지식을 좀 더 얘기해 주겠네.”
위연은 책을 보면서 말했다.
“5품 전에는 천부적인 자질이 고작 3할 작용하고, 노력 3할, 자원이 4할을 차지하네. 5품 이후에는 천부적인 자질이 6할, 노력이 2할, 자원이 2할을 차지하고.”
“왜 그런가요?”
허칠안은 의문을 품었다.
“자신의 모든 역량을 장악하고 싶으면 무사의 깨달음에 기대야 하네. 외부 사물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 야경꾼 관아에 있는 《행맥론(行脉論)》만이 자네에게 전면적인 지식을 얻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화경을 수련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에게 달렸네. 5품 이전은 공법과 자원이 있고 천부적인 자질이 너무 나쁘지만 않다면 도달할 수 있네. 6품은 수두룩하나 5품이 되면 그 수가 적어지기 시작하네. 3품에 이르면…… 대봉 조정에는 진북왕 하나뿐이지.”
위연이 말했다.
‘대봉 조정에는 진북왕 하나뿐이라…….’
허칠안이 위연 말에 담긴 뜻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물었다.
“강호에는 3품이 있습니까?”
“물이 깊은 곳에 자라가 많은 법. 재야의 영웅을 무시하지 말게.”
위연이 웃으며 말했다.
“허나 그 수 역시 매우 드무네. 모두 규칙을 지키는 편이고, 조정은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영웅호걸이 되는 일을 허가하네. 기회가 있다면 검주에 한번 다녀와도 좋네. 대봉 무도가 가장 왕성한 지역이지.”
‘어쩐지 위연이 계속 나를 강호로 보내고 싶어 하더라니. 아주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해…….’
허칠안은 생각을 다잡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
“위 공, 소직이 최근에 역사서를 읽곤 하는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위연은 웃는 듯 웃지 않는 듯한 비웃는 어조로 허칠안의 말을 끊었다.
“자네 사서도 읽을 줄 아는가?”
‘공부벌레로부터 비롯된 경멸이 보였다…….’
허칠안은 억지로 웃는 얼굴을 보였다.
“소직 이따금 책을 읽곤 합니다. 어쨌거나 반 지식인인 셈이니까요.”
그해를 생각해보면, 그 역시 9년간의 의무 교육을 마치고 나온 사내대장부였다. 다만 그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관심이 떨어졌을 뿐이다.
허칠안은 위연이 반박하지 않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궁금해하며 말했다.
“불문과 만요국의 ‘갑자탕요’를 제외하면 산해관전역은 구주 유사 이래 보기 드문 대형 전쟁임을 발견했습니다. 이 전쟁은 왜 일어났습니까? 사서에는 상세히 적혀 있지 않더군요. 소직은 위 공께서 그 당시 오군을 통솔하셨으니 이에 관해 아주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위연은 한참 동안 침음하였다. 그는 회상하는 동안 눈빛에 세상의 온갖 풍파가 서렸고, 천천히 말했다.
“원경 13년, 남방 오랑캐가 고족의 통솔하에 갑자기 대봉 남쪽 변방을 침략했네. 성을 공격하고 토지를 약탈하며 수백 리를 악으로 물들였지. 조정에서 당보를 받고 즉시 군대를 조직하여 남하하면서 오랑캐를 몰아냈네. 결국 같은 해 8월, 북방 오랑캐와 요족이 손을 잡고 20만 기병, 요병을 조직했지. 작은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태도로 남하하여 대봉으로 진격했네. 대봉은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았지. 일 년간의 전쟁을 거쳐 원경 14년에 서북방 양주(兩州)의 만 리 강토를 포기하고, 남방 오랑캐에 맞서는 데 전념했네. 같은 해 가을, 만요국이 양주 영토를 점령하고 복국(復國)을 선언했네.”
위연은 일어서서 입식 강역도(疆域圖) 옆으로 걸어갔다. 그는 손가락으로 대봉 서북방에 큰 원을 그린 뒤 말했다.
“초주와 형주는 일단 분열됐고, 북방 오랑캐, 요족, 만요국은 곧 삼각(三角) 형세를 이루었지. 남하하여 대봉을 치든 서쪽으로 나아가 불국을 치든 3자는 모두 가장 긴밀한 진형을 이루어 서로 지원할 수 있었네. 그리하여 원경 15년이 됐을 때, 서역 불국은 퇴장했네. 갑자기 전세가 역전되어 불국과 대봉이 손을 잡고 석 달 만에 초주와 형주를 되찾았네. 대봉은 한숨 돌리고 더 많은 병력을 남하하는 데 배치하여 고족을 필두로 한 남방 오랑캐를 통렬하게 쳐부쉈네.”
‘역시나 그해 산해관전역에 만요국 잔당이 참여한 게 확실하군. 구미호의 고아, 그 요족 공주의 최종 목표는 복국이었어……. 산해관전역의 실패로 그녀는 불문이 지나치게 강하니 복국하고 싶으면 반드시 불문을 약화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가 상백 밑의 신수를 도모하기 시작한 건가?’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의 목표를 확실히 알기만 한다면, 많은 일에 그 나름대로 이유가 생기니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뒤이어 그는 또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대성불법의 등장으로 틀림없이 서방에 큰 파문이 일었을 테니 이념 간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 불문에 분열이 생긴다면 그 구미호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녀가 수백 년 동안 고생하였어도 이루지 못한 일을 대봉의 일개 은라가 제멋대로 몇 마디 발언하여 분열시켰다…….
위연이 말했다.
“원경 16년에 남북 오랑캐, 북방 요족, 만요국 잔당 그리고 동북 무신교가 산해관에서 집결하여 최후의 승부를 걸었네. 서역 불문, 대봉과 생사를 걸고 마지막 전투를 벌이려 했지. 각 측은 백만이 넘는 병력을 투입했고, 전쟁은 쉬지 않고 반년간 지속되다가 결국에 대봉과 불국이 간신히 이겨 결말을 지었네. 역사는 이를 ‘산해관전역’이라 칭하지.”
“위 공, 무신교는 왜 갑자기 퇴장했습니까?”
허칠안이 물었다.
“당연히 취할 이익이 있어서지. 무신교는…… 줄곧 대봉을 적대시했네. 이는 대봉 개국과 연관된 오래된 일이야.”
위연이 대답했다.
‘이건 안다. 대봉의 개국 황제가 무신교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는 말끝마다 달콤하게 굴더니 나라를 세운 뒤에는 태도가 역변했지…….’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무신교가 직접 동북방에서 대봉을 교란하는 편이 더 낫지 않나요?”
허칠안은 의문이 생겼다.
“설령 조정이 가장 어려울 때였다고 해도 북방 양주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동북방의 배치를 늦추지 않았네. 무신교가 만약 동북방을 공격했다면, 일단 오래도록 진전이 없었을 것이고, 산해관 전쟁이 잠잠해지면 대봉은 동북 변방을 지원할 충분한 시간과 병력이 생겼겠지. 이럴 바에는 북방 오랑캐와 요족으로부터 길을 빌려 산해관으로 나아가 한 번의 전투로 승패를 가리는 편이 낫지.”
허칠안은 찻잔을 쥐고 생각에 잠겼다.
산해관전역의 발단은 남북 오랑캐의 연합군이다. 하지만 맨 처음 전투는 고족이 남방 오랑캐를 인솔하여 대봉 변방을 침략한 것이고 뒤이어 북방 오랑캐도 남하하여 대봉을 공격했다.
이를 통해 천고부의 전임 우두머리가 중간에서 알선하여 고족이 전쟁을 도발하게끔 부추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두 도둑의 음모에 부합한다.
다른 도둑은 술사다. 술사 체계는 주술사 체계에서 탈퇴했으므로, 그해 무신교가 산해관전역에 개입한 데는 이 신비로운 술사가 부채질하여 촉매 작용을 한 게 틀림없다.
허칠안은 상상할 수 있었다. 그해 두 도둑이 어떻게 각 측과 동맹을 맺었고, 역사상 보기 드문 큰 전역을 일으켰는지 말이다.
‘그러니까 만요국 잔당이 내가 몸에 기운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그해 일을 통해서야? 아, 아니다. 기운을 훔친 건 두 도둑의 사적인 음모야. 내 기운이 각성하기 전에는 감정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그럼 요족의 공주는 무슨 경로로 내 몸속의 기운을 발견했지?
그녀는 필연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신수 승려가 내 몸속에 기생하게 두지 않았을 거야. 후……. 우선 이건 신경 쓰지 말고 장기적인 목표를 다시 정해야겠어. 신비로운 술사가 기운을 훔친 이유를 확실히 밝혀야지. 천고부의 우두머리는 기운을 훔쳐 고신을 억압하기 위함이었다면, 신비로운 술사는 다른 목적이 있을 테니까.’
그가 끊임없이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위연이 물었다.
“또 다른 일이 있는가?”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는 위연에게 자신이 몸에 기운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다. 비록 감정과 금련 도사가 이 일을 알긴 해도 약삭빠른 두 노인네는 이를 스스로 발견했으니 상황이 달랐다.
허칠안은 지금껏 다른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알린 적이 없었다.
위연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허칠안 마음속에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위연은 국사(*國士: 나라의 뛰어난 선비)다. 그의 마음속에 대봉 황조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를 차지한다.
허칠안은 위연의 마음속에서 자신의 무게가 대봉보다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위연이 안다면 대봉 국력이 쇠퇴하는 이유가 기운을 도둑맞았기 때문이라며 허칠안에게 뒤집어씌울 것이다.
위연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는 여전히 나의 가장 큰 빽이지만, 내 목숨을 가지고 도박할 수는 없지.’
“다시 생각해보게. 다른 일이 또 있는가?”
위연이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없습니다.”
허칠안은 그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