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북행 (北行)
허칠안은 자신이 3일 뒤에 북경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아를 나서서 암말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가부좌를 튼 채 토납하는 이묘진을 찾아가 말했다.
“나를 따라 운록서원에 다녀올 수 있겠소?”
“안가네.”
이묘진은 무정하게 거절했다.
‘헤이, 여인이 돼서 조금도 부드럽고 연약하지 않잖아. 개성이 너무 강해….’
허칠안은 공수하더니 말했다.
“중요한 일이 있소.”
이묘진은 깊은 못 같이 맑고 깨끗한 눈으로 바라보며 다음 내용을 조용히 기다렸다.
“장군이 발견했던 그 사건 아직 기억하시오? 혈도 삼천리 큰 사건 말이오.”
허칠안은 방으로 가까이 걸어가 패도를 벗어서 탁자 위에 두고, 물을 따른 뒤 설명했다.
“조정에서 나를 수석 수사관으로 임명했소. 3일 후에 사절단을 이끌고 북경으로 가서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오.”
이묘진은 순간 활기가 돌아 자세를 바꿔 단정히 앉고서는 말했다.
“자네를 따라 함께 가지.”
‘아이고, 버젓한 천종 성녀가 이렇게 의협심이 강하다니. 정말 천벌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허칠안이 침음하더니 말했다.
“조정에는 조정의 규칙이 있소. 장군은 벼슬아치가 아니니 이 사건에 참여할 수 없소. 이렇게 하시오. 먼저 한발 앞서 가면 되오. 우리는 북경에서 만나 지서로 연락하는 거요.”
그가 이묘진을 찾아와 이 일을 얘기한 이유는 천종 성녀의 참여를 청하기 위해서다. 아니, 심지어 그는 입을 떼 초청할 필요도 없었다.
나쁜 놈들을 원수처럼 증오하는 이묘진의 성격으로는 자발적으로 참여를 요청했을 게 틀림없었다.
도문 4품이 암암리에 도우면, 사건 해결의 가능성이 훨씬 증가할 것이다.
“나 한 가지 더 요청이 있네.”
이묘진이 말했다.
“ 말씀하시지요.”
“자네가 사건을 조사할 때, 나는 자네 옆에 있으려 하네. 만약 다른 일로 자리에 없다면, 사후에 자네가 내게 과정 및 사건 해결 흐름을 상세하게 말해 줘야 할 거야.”
이묘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가 나한테 사건 해결을 배우고 싶나? 음, 앞으로 그녀는 분명히 의협심을 발휘하려 할 테지.
그 과정에 간악한 놈들을 제거하고 억울한 자의 누명을 벗겨 주는 일은 빼놓을 수 없겠지.
따라서 추리 지식과 수사 기술을 좀 배우기를 갈망할 테고….’
허칠안은 그녀의 요청에 동의하였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좋소. 또한가지가있소.”
이묘진은 바르게 앉아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지서 파편으로 나에게 연락할 때 금련 도사님 에게 다른 사람을 차단해 달라고 하시오.”
천종 성녀는 그를 흘겨보았다.
두 사람은 바로 성을 나가 한 사람을 말을 타고 내달렸으며, 한 사람은 검을 밟고 비행했다.
청운산에 이르러 허칠안은 대유 셋을 만났다. 그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고, 소생이 최근에 창작력이 고갈되어 아무리 해도 좋은 시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스승님들, 용서해 주십시오.”
대유 셋이 유삼을 입고 유관을 쓴 채 차분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네. 무슨일인가?”
허칠안은 기침 소리를 내더니 뻔뻔하게 말했다.
“이 선생님과 장 선생님이 제게 주신 법술 서적을 이미 절반 소모했습니다. 그래서…….”
이모백과 장진이 그에게 선물한 ‘마법서’는 대부분 저급한 법술로, 그중에는 사천감의 망기술이 가장 많았다.
이는 대유들에게 재고가 많지 않아 고급 법술은 그들 자신이 써야 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 허칠안은 고작 연기경이었기에 너무 강한 법술을 주면 도리어 그를 해치는 셈이었다.
마법서에서 가장 강한 기술은 이모백과 장진이 새긴 ‘언출법서’로 유가의 고급 기술이었다. 다른 체계의 고급 기술은 거의 없었다.
대유 셋이 한참 동안 그를 쳐 다보더니
이모백이 말했다.
“최근에 창작력이 고갈됐다라……”
장진이 말했다.
“몸이편치 않겠지……”
진태가 말했다.
“기력이 떨어졌겠지……”
‘무임승차 당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은 전생에 날개 꺾인 천사였겠지. 너희 셋은 분명히 아니지만…….’
허칠안이 속으로 빈정대며 말했다.
“저는 선생님 세 분께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저를 도와 도문의 통영(通寮) 법술을 기록해 주십시오.”
“가능하네!”
대유 셋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묘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통영법술은 진법을 설치해야 합니다.”
장진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남은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대는 시전만 신경 쓰시오.”
그는 말을 하는 사이 글자가 없는 갈색 표지의 서적을 한 권 꺼내 천천히 연마하였다.
이묘진은 이 모습을 보더니 군말 없이 지서 파편에서 음성 (除性) 재료를 꺼내 진법을 설치하고 도문의 법술을 시전했다.
마치 한순간에 봄에서 엄동설한으로 들어서는 듯 방 안에 음풍이 간간이 불어왔다.
장진은 붓을 들고, 서적에 쓱쓱쓱 글자를 썼다. 매번 붓을 놓을 때마다 이따금 청광을 동반했다.
취혼진(聚魂隙)이 영혼을 소환하지 않은 일은 당연했다. 귀신은 청운산에 존재할 수 없었다. 굳세고 올바른 기개 아래 온갖 잡귀신은 전부 사라졌다.
장진이 적절한 때에 붓을 멈추고 말했다.
“되었네. 열두 장 기록했네. 충분한가?”
“충분합니다, 충분해요……”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유가 체계가 정말 순조롭게 잘 풀림에 개탄했다. 마치 책을 보는 것처럼 본 건 기록할 수 있고, 기록한 건 붓으로 종이에 쓸 수 있었다.
“내가 겸사겸사 유가 법술 몇 장을 써 주었는데 후유증이 상당히 무섭네. 자네는 틀림없이 깊이 체득할 테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게.”
장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허칠안은 기뻐하여 서적을 받았고,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혔던 의혹을 물었다.
“소생이 이해하지 못했는데 선생님들은 배반을 어떻게 교묘하게 회피합니까?”
유가 법술의 배반은 이렇게 무섭다. 만약 대유들이 이런 배반을 회피할 수 없다면 절대 장기전을 할 수 없다.
장진이 허칠안의 질문을 듣자 웃으며 말했다.
“유가 4품을 ‘군자(君子)’라고 하는데 군자는 호연정기(浩然正氟)를 길러 각종 해악이 침범하지 못하네.”
‘각종 해악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군자경에 이르면 법술의 배반을 튕겨내거나 면역할 수 있다는 말이군…… 이거 너무 버그 아니야?’
허칠안은 자신이 무사 체계를 밟은 것을 조금 후회했다.
군자가 손을 쓰지 않고 입을 움직여, 큰소리로 적을 제압한다면 이야말로 그의 이상적인 화풍이었다.
이모백이 덧붙여 말했다.
“만약 법술이 어느 한쪽에 영향을 주면, 법술의 영향을 받은 그쪽이 대신해서 배반
효과를 감수할 것이네.”
‘이건…….’
허칠안은 동공이 수축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상을 현실에 결부하지 않아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허리에 들러붙었다. 이말이 가져오는 법술 배반은 아마 생식기가 축소되거 나 철사가 허리를 휘감는 걸 테지.
심지어는……굉장하군. 이렇게 보니 내 마음속에서 신년의 지위가 급격히 떨어지는걸.
이용 가치가 사라졌어…….’
그는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그는 대유 셋과 작별 인사하고 이묘진을 데리고 운록서원을 나와 계단을 따라서 산기슭 아래로 걸어갔다.
“유가 체계는 참신기하네. 언출법서 외에 각종 해악이 침범하지 못하는 호연정기도 있다니.
우리 도문의 금단과 비슷해. 다른 체계의 법술을 기록할 수도 있고……”
이묘진은 칭찬하더니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그해 유가가 전성기에 얼마나 강했는지 상상할 수 있겠더군.
‘모든 것이 다 하찮으나 유일하게 독서 만이 고상하다’ 라는 말이 오늘에서야 이해가 좀 되더군. 안타까워.”
“확실히 안타깝지요.”
전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가짐에 신경 쓰지 않은 노인이었다. 낡은 유삼, 흐트러진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맑고 투명한두 눈에는 세월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이묘진은 어리둥절했다. 이 사람이 입을 떼기 전까지 자신은 그가 그곳에 서 있는지 발견하지 못했다.
“소생 원장님을 뵙습니다.”
허칠안이 황급히 예를 갖췄다.
‘그, 그가 바로 운록서원의 원장이구나. 이 시대 유가의 일인자….’
이묘진은 경건한 마음에 옷깃을 여몄다.
조위는 미소를 지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사를표시하며 말했다.
“자네 북경에 가려는가?”
‘아니나 다를까 운록서원이 조당에 첩자를 심어 놓았군. 애당초 내 농담이 씨가 되었어…….’
허칠안은 ‘음’하고소리 내더니 말했다.
“사건을 조사하러요.”
“진북왕에게 미움을 살까 두렵지 않은가?”
조위가 캐물었다.
“두렵습니다만 어찌 된 일인지 보러 가고 싶습니다.”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조위는 그를 주시하면서 소리 없이 몇 초 보더니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자네 몸의 대기운을 모욕하는 셈은 아니군. 허칠안, 자네기억해야 하네.
기운의 근본은 ‘인(人)’ 글자야. 적어도 자네 몸의 기운은 그러하네. 평범한 백성들이 기운을 응집한 것이고, 창생이 기운을 모은 것이야.”
허칠안은 황급히 이묘진을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2정으로 원장 조위를 살폈다. 마치 이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
‘원장이 그녀의 청각을 차단했나?’
그가 속으로 생각하는데 갑자기 소매를 휘두르는 조위가 보였다. 서적 한 권이 날아와 그의 앞 허공에서 멈췄다.
“이건 내가 젊을 때 천하를 누비며 기록한 각 체계의 법술이네. 나는 이제 이것들이 필요 없어.”
허칠안은 기뻐하며 받더니 바로 열지 않고 읍을 올리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가 몸을 일으켰을 때 조위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3일 후, 북상하는 사절단이 경성 부두에 도착하여 관선에 올랐다.
이번 사절단 인원은 200명으로, 대오를 인솔하는 건 허칠안과 양연, 부하 은라 4명, 동라 8명이었다.
형부 총포두 1명, 포졸 12명, 도찰원에서 파견한어사 2명과 호위병 10명, 대리사에서 파견한 사승(寺丞)1명, 호위병과 수행원 총 12명.
그리고 100인 금군 대오는 순무가 출행할 때의 배치였다.
남은 사람은 전부 저상룡 사람이었다.
지금에서야 허칠안은 저상룡 역시 사절단과 함께 북경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본래 옥춘 형, 송정풍 그리고 주광효도 북상하여 그와 동행하고 싶어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번 북행에 꼭 큰 위기를 맞닥뜨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마주하면 아주 위험했다.
그는 세 사람이 위험에 빠지는 일을 원치 않았다. 어쨌거나 야경꾼 관아에서 이 세 사람이 그와 우정이 가장 깊지 않은가.
부두 위, 허신년과 숙부는 온 가족을 대표해 허칠안을 배웅하러 왔다.
그리고 또 청삼 검객 초원진, 육호 항원, 천종 성녀 이묘진도 있었다.
“안전하게 돌아오거라.”
숙부는 조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건 그의 유일한 요구였다.
초원진은 조용히 부검(符剑)을 건네곤 전음으로 말했다.
“국사께서 자네에게 주라고 내게 부탁하셨네.”
‘국사? 나와 국사는 친하지도 않은데 그녀가 나한테 이걸 선물해서 뭐 하려고……’
허칠안은 궁금증을 품은 채 부검을 받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저 대신 국사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항원은 양손을 합장하고 불호를 외웠다.
“허 대인, 꼭 무사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묘진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청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니 앞날은 묻지말게.”
그러고는 남몰래 전음으로 말했다.
“나는 한발 앞서 북경에서 기다리겠네.”
허칠안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니 앞날은 묻지 말아야 한다. 참 좋은 말 입니다.”
그 역시 전음으로 덧붙였다.
“북경에서 만나오.”
그는 배에 올라 돛을 올리고 나아갔다.
허칠안은 갑판 위에 서서 멀리 내다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사람들을 스쳐
먼 곳에 서 있는 친숙한 세 사람을 보았다.
뒤통수로 그를 주시하고 있는 양천환.
두 손으로 나팔을 불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무어라 외치는 저채미.
그리고 묵묵히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하는 종리가 있었다.
‘뭐 하러 왔어? 부두에서 사천감으로 돌아가는 길에 맞닥뜨릴 위기가 내가 북상하는 길에 맞닥뜨릴 위험보다 훨씬 더 많을것 같은데……?’
허칠안은 걱정 반 감동 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