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620
620화. 정덕 26년
얼마 지나지 않아 하급 관리가 인신매매 조직의 권종을 받치고 돌아왔다. 아주 두꺼웠다.
애당초 평원백이 죽은 뒤 인신매매 조직의 두목과 졸개들 대부분이 붙잡혔고, 극소수만이 도망쳤다. 하옥된 자들은 이미 채시구에 끌려가 참형에 처해졌다.
오직 심문할 때의 진술서만 남았다.
허칠안은 바로 졸개들의 진술서를 훑어보았다. 그는 조직 내부 소두목들의 진술서를 중점으로 두고 읽었다.
조직의 명목상 우두머리는 ‘검은 전갈’이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검은 전갈의 신분은 신비로웠다. 당시 야경꾼 관아에서 미처 이 자의 꼬리를 잡지 못했다. 항원은 평원백을 죽이고 야경꾼의 계획을 망쳤다.
이 소두목들은 자신이 평원백을 위해 일했는지조차 몰랐다. 그들은 그저 외톨이가 된 아이와 여인 심지어는 성인 남성을 속이고 납치하는 일만 담당하였다.
그들은 남성은 노예나 막노동자로 팔아버리고, 여성은 기생집에 팔거나 조직 내 형제들이 농락하도록 남겨두었다.
그들은 평원백이 암암리에 황궁으로 들여보낸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평원백의 신분으로는 분명히 직접 나서서 인신매매 조직과 교섭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검은 전갈이 주요 인물이야. 야경꾼에서 미처 그의 꼬리를 잡지 못했고 항원은 평원백부에 뛰어들었다…….”
허칠안은 숨을 들이쉬더니 말했다.
“부향 이야기 속의 구렁이가 이 검은 전갈을 가리키는 걸까? 야경꾼이 자신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고 몰래 원경제에게 보고했고, 원경제의 의도를 알게 된 후에 정보를 항원에게 까발려서 항원의 손을 빌려 사람을 죽여 멸구한 건가?”
그는 이 추측이 머릿속에 스쳤다.
이는 그저 스쳤을 뿐이었다. 검은 전갈은 경성에서 멀리멀리 도망쳤거나 이미 멸구당했을 터였다.
이 자는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
허칠안은 계속해서 진술서를 읽었다. 그러던 중 눈에 띄지 않았던 작은 세부 사항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
어느 진술서에 ‘칼잡이’라고 불리는 소두목이 나타났다. 칼잡이가 진술한 진술서에는 자신이 업계로 들어왔을 때 록야(鹿爺)라고 하는 선배를 따랐다고 언급했었다.
이 록야는 자칭 인신매매 조직의 원로로, 칼잡이는 젊을 때 그를 따라서 살아갔다고 한다. 록야는 나이가 들어 천천히 물러나며 이 심복이 자리에 앉게 도왔다.
이 정보의 가장 큰 문제는 칼잡이가 20대 초반에 업계에 들어섰고 지금은 43세라는 점이었다.
칼잡이 전에 녹야가 있었다는 건 인신매매 조직이 존재한 시간이 적어도 30년이라는 의미였다.
‘인신매매 조직은 적어도 30년을 존재했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봤을 때 원경제가 도를 닦은 지는 고작 21년…….’
허칠안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 록야의 가족들은 아직 있습니까?”
그는 그 진술서를 이옥춘에게 건넸다.
이옥춘이 고개를 저었다.
“이 사건은 내가 처리한 게 아니라 잘 모르네. 내가 자네 대신 물어보지.”
그는 진술서를 가지고 일어서서 나갔다. 대략 일각 뒤에 이옥춘이 돌아와 말했다.
“록야는 일찍이 병으로 죽었네. 대봉 율법에 따라 사람을 납치하여 판 자는 사건의 경위와 경중에 따라 능지처참, 참수, 유배, 형장 문책 등을 받네. 부친이 죽으면 자식이 보상하는데 그 죄는 두 등급이 낮아지네. 록야의 죄는 능지처참을 선고받아야 했지. 병으로 죽은 까닭에 그의 아들이 변제해야 했고, 두 등급이 낮아져 그 당시 이미 변방으로 유배 갔네. 록야의 정실은 아직 살아있네만.”
허칠안은 한입에 차를 다 마시고 일어섰다.
“저를 데리고 그녀를 찾으러 가시죠.”
* * *
록야는 왕년에 수없이 재물을 긁어모았지만, 자신의 직업이 ‘위험’하다는 점을 깊이 인지하고 일찍이 뒷길을 남겨두었다. 그는 내성에 저택을 사들여 적잖은 재산을 남겨두었다.
그의 아들이 유배 간 뒤, 록야의 정실은 가족들을 데리고 내성에 들어가 살면서 예전처럼 여전히 호사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어찌 야경꾼이 전부 구제 불능이겠는가. 야경꾼들은 언제나 인신매매 상인의 가족들을 갈취하여 그들이 모은 검은돈을 모조리 짜냈다.
그래서 록야의 가족은 다시 외성으로 이사하여, 지금은 북성의 한 소원에서 손자와 며느리 그리고 조모와 생활했다.
이옥춘은 허칠안을 데리고 소원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사람은 썩 괜찮은 자태에 가냘픈 부인이었다.
그녀는 마침 옷을 빨아 풀을 먹이는 중이었으며, 거친 천의 치마를 입어 유난히 소박하였다.
마당 안에는 한 아이가 죽마를 타고 있었고,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이 닭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
노부인과 부인은 이옥춘의 야경꾼 차복을 보더니 낯빛이 크게 변했다. 매우 순종적인 부인은 온몸을 떨었으며, 노부인은 아주 억척스럽게 쓰레받기를 내던지더니 울면서 소리 질렀다.
“관병이 사람을 괴롭히네. 관병이 또 사람을 괴롭히러 왔어. 너희들이야 나를 말려 죽이면 그만이지! 설령 내가 죽는다고 해도 고향 사람들더러 너희 개새끼들의 상판을 보러가라 할 테다……!”
생각건대 노부인은 젊었을 때도 사나웠을 터였다.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어쨌거나 인신매매 두목의 본처 아닌가.
이옥춘은 앞으로 나아가 발로 문을 몇 번 걷어차더니 욕을 퍼부었다.
“닥쳐라. 다시 시끄럽게 떠들어대면 네 손자를 잡아서 팔아버릴 테다!”
이 말이 노부인의 역린을 건드린 듯 그녀는 역시나 조용해졌다. 그녀는 이옥춘과 허칠안을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
허칠안은 마당 문을 닫고 닭똥을 피해 노부인의 앞에 섰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몇 가지 묻겠으니 솔직하게 대답하게.”
노부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물었다.
“록야가 인신매매 조직의 원로인가?”
노부인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말했다.
“무슨 원로 타령입니까. 저는 일개 부녀자로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 아무것도 모른다고.”
허칠안은 문득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인을 잡아당겨 방 안으로 가,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소녀가 아주 예쁘게 생겼네. 이 몸이 방에 들어가서 한 번 저질러야겠군.”
난감했던 점은, 부인이 얼굴을 붉히더니 몰래 허칠안을 훑어보면서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칠안은 수치심으로 부아가 치밀었다.
“그리곤 기생집에 팔아버려야겠다.”
부인은 그제야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 어서 저를 구해주세요…….”
“이 자식도 팔아버리자고.”
그는 또 덧붙여 말했다.
노부인은 다급하게 손자를 감싸 안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 마, 하지 마! 뭐든지 말하겠습니다, 뭐든지 말할게요!”
노부인은 허칠안에게 록야는 본래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놈으로 매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싸움을 잘해 시정의 패거리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말했다.
어느 날 누군가 그에게 몇 사람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하였고, 후에 문의 방식이 바뀌면서 조직이 개편되어 인신매매 조직이 탄생한 것이었다. 록야는 형제들을 데리고 이 조직에 들어가 이렇게 출세하였다.
“이게 언제 일인가?”
허칠안이 물었다.
노부인은 기억을 더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정덕 26년입니다.”
빈곤한 생활이 전환점을 맞이한 해였기에 그녀에게 의미가 아주 컸고, 인상도 꽤 깊었다.
‘정덕 26년, 어째 좀 귀에 익는데…….’
허칠안은 속으로 잠시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몸을 떨면서 곧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선황 기거록에 기재된 바로는 정덕 26년에 선황이 지종 도사에게 입궁하여 도리를 논하자고 청했다.
선황 기거록에 기재된 바로는 정덕 26년에 회왕과 원경이 남원 깊은 곳에서 사냥하다가 곰의 습격을 받아 수행하던 시위가 거의 다 죽었다.
정덕 26년, 누군가 록야에게 비밀리에 사람을 납치해달라고 의뢰했고 이 사람들은 비밀리에 황궁에 보내졌다. 이로써 평원백부의 토둔술 진법이 정덕 26년에 구축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이 전부 같은 해에 벌어졌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허칠안은 혼신의 힘을 다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지종 도사…….”
‘원경제의 모든 이상함은 전부 정덕 26년의 어느 사건과 관련 있고, 전부 지종 도사와 연관된다……. 내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지종 도사는 모든 단서를 연결하는 그 선이다. 그는 그해의 일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된다면 이제 무엇을 조사하러 가고 어디에 가서 조사해야 하는지 이미 아주 또렷해졌다. 이제 추적 조사할 목표는 황실의 사냥터, 남원이다! 어릴 적의 회왕과 청년 시절의 원경제는 남원에서 맹수의 습격을 받았고 시위들이 거의 다 죽었다. 결국에는 회왕이 곰을 산 채로 찢어 위기를 모면하였다.
이 서술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두 황자의 시위라면 그중에 분명히 고수가 있을 것이고 그 수도 적지 않을 텐데 어떤 곰이 황궁의 고수를 전부 죽일 수 있지? 흑곰 요괴인가? 내가 당시에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건 그저 전후로 대조할 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보만을 보면 많은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 어쨌거나 기거록은 수정될 수 있다. 기거랑이나 선황이 회왕을 추켜세워주려고 했다는 걸 배제하지 않는다면, 역사를 바꿔 억지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이런 일은 황실에서 너무 많이 일어났다.’
허칠안은 마음속에 생각이 번뜩였으나 겉으로는 차차 놀란 감정을 추스르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옥춘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장, 가시죠. 저 이미 원하는 답을 얻었습니다.”
이옥춘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인은 두 사람이 마당 문을 넘어 문 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손자를 꽉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이 관아의 앞잡이들이 언제 양심을 발견한 거지?”
그녀는 즉시 며느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며느리가 여전히 마당 문을 주시하는 모습을 보자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차올라 날카로운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잘생긴 남자를 보니 다리도 못 붙이더구나. 이 노모가 아직 살아 있는 한 너는 재가할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사내를 훔칠 생각하지 말고 독수공방하다가 내가 죽으면 다시 얘기하자꾸나.”
* * *
허칠안은 이옥춘과 작별 인사를 한 뒤, 애지중지하는 암말을 타고 재빠르게 허부로 돌아왔다.
그는 방으로 달려가 서재에서 신년이 남긴 선황 기거록을 찾았고, 페이지를 화라락 넘기다가 정덕 26년에 멈췄다.
그는 초서 내용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날짜는 그래도 가까스로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확실히 정덕 26년이야. 이 해에 지종 도사가 입궁했어. 이 해에 평원백이 정식으로 황궁에 사람을 수송했고, 이 해에 회왕과 원경이 남원에서 곰을 마주쳤지……. 또한, 선황 기거록은 정덕 30년에 끊겼다. 다시 말해서 4년 뒤 선황이 세상을 떠났지. 음, 내가 사서를 보지 않았으니 공부벌레들한테 물어봐야겠다.’
허칠안은 책상에 앉아 지서 파편을 꺼냈다. 그는 막 전서를 보내려다가 갑자기 손가락을 멈추고 1:1 채팅으로 바꾸어 정신력으로 일호의 지서 파편에 연결하였다.
일호는 그를 상대하는 대신 ‘따귀’를 날렸다.
허칠안은 불굴의 정신으로 1:1 채팅을 시작했다. 일호는 이 모습을 보더니 더는 거절하지 않고 그의 전서를 받아들였다.
[일: 무슨 일인가.] [삼: 선황이 언제 승하하셨는가?] [일: 정덕 30년, 자네가 이걸 물어서 뭐하려고?] [삼: 당연히 사건 조사와 관련 있지. 묻고 싶은 일이 몇 가지 더 있네. 남원의 구체적인 상황을 내게 알려주게. 자세할수록 좋네. 특히 정덕 26년의 상황이 궁금하네. 그리고 선황이 살아계실 때 몸 상태는 어떠셨는가? 남에게 말 못 할 병을 앓으셨나? 이 때문에 병으로 돌아가셨고?] [일: 남원은 황실의 사냥터로 남성 근교에 있네. 둘레가 260리지. 남원에는 행궁(行宮)이 네 채 있는데 동서남북으로 네 개 문을 이름 지었네. 남원은 금원(禁苑)이라고도 하는데 남원 안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고, 파종하지도 않네. 관리를 담당하는 해호(海戶)만이 있을 뿐이네.]‘해호(海戶)? 헷, 전문적으로 물고기를 기르는 건가? 그럼 어장왕인 나도 해호(海戶)인가…….’
허칠안은 ‘헤’하고 소리 내더니 전서로 말했다.
[삼: 해호가 뭔가?] [일: 궁 안에서 수용하지 못할 만큼 순결한 사람일세.]허칠안은 다리를 꼬았다.
“…….”
[일: 정덕 26년의 상황에 관해서라면 나도 잘 몰라. 적어도 지금은 자네에게 답할 수 없네.]일호가 몇 초간 멈추었다가 전서를 보냈다.
[일: 선황이 승하하시기 1년 전, 몸 상태는 이미 엉망진창이었기에 1년을 버티다가 병사하셨지. 남에게 말 못 할 병 방면으로는 권종을 조사해야만 자네에게 대답할 수 있을 듯하네.] [삼: 이 일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자네가 최대한 빨리 내게 답을 줄 수 있길 바라네. 내 쪽에서 단서를 좀 찾았는데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어 자네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네.]회경의 왕성한 호기심이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온 힘을 다해 임무를 완수한 뒤 자신한테서 사건의 진전을 얻고자 할 터였다.
이게 바로 회경의 장점이었다. 만약 임안이라면 화본을 보자마자 모든 걸 잊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