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636
636화. 가상한 용기 (1)
남궁천유는 깊게 숨을 쉬더니 허리를 굽히고 예를 갖춰 감정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었다. 그런 뒤 백의 술사가 하는 말을 들었다.
“의 둘째 제자네!”
‘의 둘째 제자?’
남궁천유는 처음에 어리둥절하더니 갑자기 반응이 왔다.
“그쪽이 감정의 둘째 제자라고요?!”
백의 술사는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천유의 피부가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억지로 분노를 누르며 물었다.
“의부님께서는 도대체 어떻게 안배하신 겁니까?”
백의 술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그런 뒤 침묵에 잠겼다.
남궁천유는 방금 경험했기에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내친김에 이 술사에 관해 들은 바를 떠올렸다. 감정의 둘째 제자는 일 년 내내 밖에 있었다. 남궁천유는 그에 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지금껏 그를 만난 적은 없었다.
남궁천유는 오늘 그를 만날 인연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이 둘째 제자는 음, 역시 감정의 제자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십분 뒤, 백의 술사는 드디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모르네!”
‘나는 모른다라…….’
남궁천유의 표정은 이미 좀 일그러졌다.
백의 술사는 조금도 자각하지 않고 남궁천유를 향해 웃었다. 그런 뒤 그는 손을 들고 가볍게 문질러 남궁천유의 존재와 중장기병 일만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 * *
여명이 밝아 오자 금홍빛 아침 햇살이 바다 위에 쏟아지고, 겹겹이 흩어진 금빛이 출렁였다.
정산 꼭대기, 높이 솟은 초소.
양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방한모를 쓴 보초병은 하품하며 허리춤의 물주머니를 떼어 양젖 술을 한 모금 들이부었다.
가을이 된 후, 정산의 기후가 급변하였다. 마치 아주 가느다란 칼처럼 염분이 많은 해풍이 불어와 피부를 조금씩 긁어서 건조해지고 거칠어졌다.
보초병은 지극히 먼 곳에 있는 높은 제단을 쳐다보았다. 모호한 조각상 두 개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들이 우뚝 솟은 시간은 일천 년이 넘었다.
수명이 일갑자가 채 되지 않는 보통 사람들한테 이 조각상 두 개는 마치 예부터 영원히 존재하는 것처럼 불변이었다.
“어이, 어이. 일어날 차례야, 곧 교대할 시간이네.”
보초병은 말젖술을 마시다 곁에 있는 동료를 발로 차 깨웠다.
동료는 눈을 비비더니 일어났다. 그는 하품하면서 나른하게 말했다.
“복택이(福澤爾), 듣자 하니 북방 형세가 아주 좋다더군. 정말 전장에 나서서 군공을 얻고 싶네. 출세할 수도 있고, 재물을 탈취할 수도 있으니 이렇게 되면 나는 장가들 돈이 생긴다고.”
복택이는 양젖 술을 다시 한 모금 마시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어리석긴. 만약 전장에 나갈 수 있다면 왜 돈을 들여 마누라를 맞이하겠는가. 직접 오랑캐 여인들을 몇 명을 납치하여 돌아오면 더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동료가 비웃었다.
“오랑캐 여인은 범이나 늑대보다 더 사납네. 그녀들에게 고작 자네 사타구니가 충분하겠는가? 자네 역시 어미 양 위에서 위세를 과시하는 꼴이네.”
“개자식. 어미 양이 뭘 잘못했다고 자네가 그것들을 이렇게 대하려고 하는가?”
복택이가 욕을 퍼부었다.
복택이는 바다를 바라보다 갑자기 멍해졌다. 그는 마치 자신이 잘못 본 듯 눈을 비볐다.
물결이 반짝이는 바다 위, 수평선 끝에 거대한 군함 한 척이 나타나더니 뒤이어 두 척, 세 척, 다섯 척…… 무려 열두 척의 군함이 품(品)자 모양으로 나타났다. 그것들은 바람과 파도를 타고 재빠르게 다가왔다.
군함 위의 깃발이 펄럭였다.
그 군함의 뱃머리에 청의 형체가 옷소매를 펄럭이며 뒷짐 지고 섰다. 그는 차분한 눈빛으로 정산을 바라보았다.
“우우……!”
호각 소리가 초소에서 울리더니 정산 전체 그리고 산을 끼고 세워진 정산성에 두루 퍼졌다. 고품 주술사가 한데 모인 성이었다.
처량한 호각 소리가 산과 들판에 두루 퍼지면서 깊이 잠든 웅성을 놀래켜 깨웠다.
무신교 본부로서, 정산성 인구는 오십 만에 가까웠다. 성 안에는 주술사 체계를 걷는 수사(修士)가 널리 분포했다.
군을 지키는 이들은 이만 오천 명밖에 없었다. 오십만 인구가 있는 웅성 기준으로는 병력이 확실히 좀 약했다.
하지만 이는 무신교의 병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무신교의 본부로 무신 조각이 있고 1품 대(大)주술사가 있고, 주술사 체계를 걷는 고수가 많이 있었다. 더욱이 규모가 방대한 무사도 있었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정산성의 수비력 및 총체적인 실력은 대봉 경성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었다.
성안 병영에 주둔하는 수비군 이만이 벌떼처럼 밀려 나왔다. 기마병 육천, 보병 일만 사천, 위로는 장수부터 아래로는 병사까지 전부 좀 황당했다.
어떤 이가 간덩이 크게 감히 정산성으로 진공하려 하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자고로 상고 시대에 무신교는 동북에서 탄생하고 선교하여 정산성에는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
이만 병력이 큰길을 따라 정산의 산봉우리를 돌아 바닷가에 이르렀다.
* * *
성안에서 빛이 한 줄기씩 날아올랐다. 그것들은 마치 빽빽한 별똥별처럼 정산의 산봉우리를 스쳐 해안에 착륙하였다.
모든 주술사는 성주 납란연(納蘭衍)을 필두로 하여 먼 곳을 응시하였다. 아주 먼 곳의 바다 위에 거대한 군함 스무 척이 파도를 가르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납란연은 팔척장신으로 촘촘한 구레나룻이 얼굴 반을 덮고 있었고, 갈색 머리카락은 자연 곱슬머리였다. 주술사와 무사 체계를 둘 다 수련하였다.
이 성주는 4품 전봉의 주술사이자 4품 전봉의 무사였다. 반보 차이로 ‘선범(仙凡)’의 문턱을 넘어 긴 수명을 지닌 3품 고수가 될 수 있었다.
납란연은 또 한 가지 신분이 있었다. 무신교에는 3품 영혜 셋, 1품 대(大)주술사 하나가 있었는데 영혜 셋은 각각 정·강·염 세 나라의 국사로 평일에는 본부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대주술사는 양치기에 깊이 빠져 자유자재로 떠돌았다.
정산성의 성주는 본래 2품 우사(雨師)였다. 하지만 산해관전역 중에 그 2품 우사가 위연에 의해 깊이 유인당했고, 불문 나한과 연합하여 죽임을 당했다.
납란연이 바로 그 2품 우사의 아들이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자 바다 위의 금빛이 출렁였다. 납란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뱃머리의 그 청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냉소를 지었다.
주술사, 수비군 외에 수련 경지가 들쑥날쑥하지만, 절대 고수가 부족하지 않은 무리들이 잠시 후에 해안에 도착했으나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관망하였다.
이 무사들은 정산성 안의 산인으로 대봉 말로 하자면 바로 강호 인사였다.
“저건 대봉의 군함이군…….”
“뱃머리에 있는 자가 바로 위연이지? 그 청의는 위연의 전설에 부합하는군.”
“정말 군신다워. 듣자 하니 그가 거느린 대봉 군대가 염국 국경에서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고, 나는 당시에 위연이 같잖다고 개탄했었는데…… 그가 바로 바다를 돌파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하지만 이 역시 죽음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
“하, 위연의 이 수는 정말 잘 두었네. 하지만 우리 무신교는 어떠한 허점이 없다고. 그가 군신이라고 해도 억지로 곤경에 빠트릴 수밖에 없네. 이 군함 스무 척이 안타까울 뿐이지.”
강호 산인들은 아주 가벼운 표정으로, 심지어는 웃음기를 띠고 논의하였다. 그들이 여유로운 것도 일리는 있었다.
무신교 본부, 정산성은 넓은 바다에 인접했다. 외곽은 염, 정, 강 세 나라가 수호했다. 천년 이래, 중원이든 북방이든 역시나 지금 구주에서 제일 큰 세력은 불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무신교 본부에 쳐들어온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한 번도 없었다.
왜? 설마 다른 이들은 배를 만들어 바다를 건널 줄 몰라서?
두 글자 때문이었다. 우사!
* * *
정산의 벼랑 위, 마색 긴 장포를 걸치고 품에 새끼 양을 안은 대주술사 살륜아고는 돛을 올리고 오는 군함을 굽어다 보았다. 푸른색 기운이 그의 몸 주변에서 들끓더니 주변 환경을 향해 뻗어 나갔다.
서서히 그는 천지를 하나로 합치는 듯,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이 입김은 굴러가는 눈덩이와 같았다. 굴릴수록 커지고 굴릴수록 커져서 무서운 폭풍우가 되었다.
갑자기 평온한 바다에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쪽빛 하늘에 먹구름이 깔리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파도가 겹겹이 용솟음치더니 점점 더 높게 밀려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본래 잔잔했던 근해는 폭풍우에 휩싸였다.
군함 스무 척은 선체가 방대하긴 했으나, 자연의 힘 앞에서는 나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마치 작은 배처럼 파도의 기복에 따라 심지어는 배 전체가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묵직하게 떨어지면서 성난 물결이 일었다.
갑판 위, 화포와 상노가 전복되었다. 어떤 것들은 날아갔다가 넓은 바다로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선원과 갑판원들은 감싸 안을 수 있는 모든 걸 꽉 감싸 안아 넓은 바다로 떨어지거나 돛대, 화포 등 단단한 물건에 부딪힐 운명을 피했다.
선실 안의 병사들은 더 비참했다. 때로는 왼쪽으로 구르고 때로는 오른쪽으로 구르고, 또 때로는 높이 던져졌다가 묵직하게 내리쳐졌다.
인원이 밀집된 탓에 이런 대규모의 혼란 속에서 백 명이 넘는 병사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은 그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운명에 비하면 근본적으로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그들의 운명은 언제든지 거센 파도에 침몰될 수 있었다.
2품 주술사는 우사라고도 불리는데 상고 시대에 기후는 변화무쌍했다. 가뭄이 일면 동북의 인류 부락은 무신교에게 제물을 바쳐 그들의 도움을 간청하곤 했다.
주술사들은 제물을 받고 의식을 지내며 하늘에 비를 기원했다.
의식을 주관하는 주술사들은 통상적으로 2품이었다. 2품 주술사만이 의식을 주관할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2품 주술사엔 우사라는 칭호가 생겼다.
사실 비를 기원하는 일은 단지 2품 주술사가 구현하는 수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주술사 체계의 2품의 진정한 핵심 능력은 자신이 천지와의 교감을 통해 천지의 힘을 일부 빌려오는 데 있었다.
그러므로 2품 이상의 주술사가 본부에 주재하고 있기에 바다를 건너오려고 망상하는 적은 누구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었다.
모든 주술사와 수비군들은 아주 가뿐하게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빗속의 부평초 같은 대봉 군함이 아슬아슬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무사 산인들은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비웃었다.
“진짜 싸우러 왔나?”
“위연 역시 별거 없구먼. 모두가 그가 얼마나 얼마나 대단한지 얘기하던데 오늘 보니 이게 다인가?”
“하, 감히 바다를 건너 본부에 쳐들어오다니. 그래도 나쁘지 않은 셈이네.”
“군함 위에 전부 군비네. 상노, 화포, 정교하게 만든 갑옷과 투구 그리고 군도. 대봉 함대가 전멸한 후에 우리 바다로 내려가 건져 올리세. 한몫 챙겨야겠어.”
이때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 온 하늘을 뒤덮은 해조가 솟구쳐올랐다. 옥성설령(玉城雪嶺) 같은 조수가 하늘과 땅으로 밀려왔고 무시무시한 벼락 소리처럼 대봉 군함을 향해 겹겹이 몰아쳤다.
오랫동안 힘을 비축하였다가 마침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세상에 어떠한 군함도 만리장성 같은 해일에 자신을 보존할 수는 없었다. 설령 군함에 진법이 새겨져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고작 진법으로 어찌 또 자연의 위력에 맞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