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648
648화. 지도자 (3)
똑똑…….
허칠안은 탁자를 두드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낸 뒤 물었다.
“무도와 주술사 쌍4품이라고? 노이혁가는 어떤 인물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그는 오늘 견문을 넓힌 셈이었다. 그는 이렇게 쌍체계의 인물을 만난 일이 극히 드물었다.
그는 좀 놀라웠다.
수행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한 체계 안에서 힘들게 구르는 것도 이미 쉽지 않은 일인데 다른 체계를 수련할 여분의 힘이 어디 있단 말인가?
장개태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무신교는 나라에 종속된 왕위를 전승하네. 우리 중원과는 다르지. 염국·정국·강국 세 나라는 정무는 신하에게 맡겨 처리하고 국군은 병권을 손에 쥐지. 그리하여 역대 국군 모두 용맹하기 그지없는 무사이자 전쟁터에서 싸우는 노장이기도 하지. 그리고 두 사람 위에 무신교의 3품 고수가 국사의 역할을 맡고 있네. 국사는 그저 군정의 책임을 묻지만, 나라에서 권력이 가장 큰 자이네. 국군을 폐위할 수 없는 걸 제외하고, 국사는 모든 사무의결정권과 부결권을 갖고 있지. 국군은 사실 한 나라의 병력을 장악한 통솔자에 더 가까워.”
‘어쩐지 정국의 국군 하후옥서가 위 공에 버금가는 지도자라고 불린다더니. 갑갑하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황제가 부업인가? 미친, 정말 부업인가…….’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권이 최고인 계급의 제도를 대략은 이해했다.
장개태는 계속해서 말했다.
“노이혁가는 당대 염군으로 그의 통솔 능력은 어쩌면 하후옥서보다 못할지도 모르네. 하지만 개인 전투력을 논하자면 하후옥서 둘이 와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하지. 노이혁가는 4품 전봉일 뿐만 아니라 쌍체계의 4품 전봉이니까. 출정하기 전에 우리는 심지어 이미 4품 둘이나 셋으로 그를 상대할 준비까지 마쳤네. 누가…….”
우리가 염국 수도조차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허칠안은 침착하게 자리에 있는 장수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엄숙했다. 그들은 장개태의 말을 듣고선 약간 부정적인 생각에 풀이 죽은 듯했다. 그들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묻지 않았다.
적이 강하다고 진술하는 전우의 말을 듣는 건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허칠안은 전쟁 방면으로 경험이 없었기에 더는 개입하지 않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그의 침묵은 허 은라가 병법대가임을 아는 몇몇 장군을 아주 실망시켰다.
‘쌍체계의 4품 전봉이라. 좀 어렵겠는데…….’
허칠안은 속으로 여러 번 저울질하더니 자신이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우선 다른 체계의 수법이 중첩되면 질적 변화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치 허칠안이 그 당시 유가의 법술 서적을 빌려 잠시 ‘만능’이 되어 한 사람의 힘으로 이묘진과 초원진을 제압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당시, 그의 품계는 두 사람보다 두 품계나 낮았다.
그다음으로 4품 역시 강점과 약점이 있었다. 이묘진처럼 4품으로 승직한 지 반년 된 신예가 4품 전봉급의 강자를 맞닥뜨리면 대체로 눌린 채 다듬질 당했다.
쌍체계의 4품 전봉은 어떤 개념인가?
3품 아래로는 그를 때릴 수 있는 자가 많지 않았다.
“나의 천지일도참에 태평도를 더하면 4품 고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묘진처럼 비교적 약한 편인 4품일 때만 가능하다. 게다가 상대를 제대로 벨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불문 사자후의 겁주는 효과는 원신 영역에 정통한 주술사에게는 효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칼로 베지 못하면 나는 끝장이다……. 신수 대사 역시 깨지 않았다. 너는 영원히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 잠수 탄 인간이야! 설령 내가 잠수 이별이라고 욕한다고 해도…….
유가의 마법서는 아주 강한 보조제지만, 나는 몸을 보호하는 호연정기가 없어서 너무 독하게 쓰면 내가 먼저 죽을 것이고, 모질게 쓰지 않으면 4품 전봉의 쌍체계를 절대 죽일 수 없어…….”
허칠안은 자신의 수단을 자세히 살핀 뒤 좀 맥이 빠졌다.
운이 트이지 않는 상황에서 5품의 몸으로 4품 전봉 쌍체계를 죽이는 일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가 이묘진, 장개태와 연합하여 세 사람의 힘을 합쳐 노이혁가를 치는 일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염국과 강국의 군대에는 고수가 부족하지 않았고, 게다가 상대는 팔만 군사였다.
* * *
옥양관 밖 쪽빛 하늘 아래 황량한 평원 위, 빽빽한 군대가 천천히 밀고 나갔다. 차례대로 포병, 보병, 기병 순서가 명확했다.
그리고 보병 전에 스물여덟 마리의 노마(駑馬)가 끄는 거대한 공성차가 6대 있었다. 이런 공성차는 염국이 병부에서 유출한 도면으로 제조한 물건이었다.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높이는 일곱 장으로, 대부분 성벽의 고도에 대응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높이가 충분하다고 해도 결국 공성차는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 역시 위연이 공성하면서 공성차를 끌고 다니지 않은 이유였다. 염국은 험난한 요새로 거의 지리적 우세에 의지하기에 공성차는 무용지물이었다.
기병의 진영, 노이혁가는 큰 체격의 기이한 짐승 등 위에 올라탔다. 그 짐승의 외형은 말 같았는데 몸은 칠흑 같은 비늘로 뒤덮였으며 이마에는 날카로운 뿔이 돌출해 있었다.
이는 정국의 외뿔 린수(*鱗獸: 비늘 짐승)였다.
노이혁가의 이 탈것은 일반적인 외뿔 린수가 아니었다. 하후옥서가 아끼는 망아지와 같은 어미의 배 속에서 태어난 친형제로, 전부 정국 마장(馬場) 안의 영험한 요수의 자손이었다.
“홍웅(紅熊) 아우, 옥양관에는 이만이 채 되지 않는 수비군뿐이다. 너는 얼마 만에 함락시킬 수 있을 거라고 평가하느냐?”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노이혁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자를 쳐다보았다.
그자는 신체가 튼튼하고 검은색 갑옷을 입은 사나이였다. 왼쪽 얼굴에는 세로로 난 칼자국이 있었고, 눈썹에서 아래턱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 칼자국은 얼굴 형태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한쪽 눈까지 망가뜨렸다.
그래서 외눈박이였다.
이 외눈박이 사나이의 신분은 역시나 존귀하였다. 염국 국군의 친동생인 소고도홍웅(蘇古都紅熊)이었다.
홍웅, 이름 그대로였다.
이 자는 천부적인 자질이 비범하고 체력이 놀라웠다. 연경정일 때 주먹으로 연기경 무사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때린 적이 있었다.
위로는 조정부터 아래로는 강호까지, 강국에서 이 자의 수련 경지는 20위 안에 들 수 있었다.
소고도홍웅이 눈을 가늘게 뜨고 우뚝 솟은 옥양관의 성벽을 조망하며 입을 삐죽였다.
“기껏해야 보름입니다.”
노이혁가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닷새라고 말했지. 물론, 만약 상황이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면 사흘이어도 충분할 듯하구나.”
노이혁가는 웃으며 말했다.
“위연이 죽으면서 대봉 병사들의 사기가 꺾였다. 우리 팔만 대군이 성 밑까지 쳐들어온 걸 보면 또 충격이겠지. 그리고 대봉의 고품 무사는 상당수가 이미 정산성에서 중상을 입었다. 작은 옥양관에 고수가 몇이나 있겠는가? 있다고 해도 우리를 죽이기에 충분하겠나?”
소고도홍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우리 병사들은 기세가 등등하지 않은가. 위연이 총단에서 죽었다. 대봉 군신이 우리 무신교 총단에서 죽었어. 시각을 바꾸어 보면 무척이나 흥분되지 않니?”
그들이 이번에 옥양관에 진공하는 건 무신교 총단의 명령을 받든 것이었다. 이이포 국사가 전달한 명령은 간단명료했다. 죽인다!
사람을 죽인다!
죽일 수 있을 만큼 죽이는 것이었다.
40년 전의 천 리 학살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노이혁가는 성벽 위에서 나부끼는 대봉 깃발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 채 ‘헤’하고 소리 내었다.
“위연이 우리 염국 백성을 도살하고, 우리 무신교의 기운을 흔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대봉의 기운을 흔들 차례가 왔다.”
기운을 흔드는 건 아주 간단했다. 바로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었다.
국가는 개개인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인구가 많을수록 기운이 강대하였다. 만 명 소국(小國)과 천만 명 급의 대국(大國) 중에 어떤 기운이 더 강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염국과 강국 두 나라의 연합군은 멈췄다. 발소리, 수레바퀴 소리, 갑옷과 투구가 부딪치는 소리가 전부 사라지고 소리 없이 적막하였다.
* * *
허칠안은 장개태 등의 장수들을 따라 성벽 위로 올라 아래를 아득히 내려다보았다. 팔만 대군의 질서정연한 행렬은 마치 잘 자른 두부 덩어리 같았다.
팔만 대군은 마치 개미 떼처럼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새까맣고 빽빽하였다. 마찬가지로 숨이 막히고 조수 같은 압박감이 전해져 왔다.
성벽 위 수비병의 안색이 경건해졌다. 그들은 마치 강한 적과 맞닥뜨린 듯했다.
장개태는 칼자루를 누르고 경건한 표정으로 성 밑의 대군을 내려다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무신교와 요족·오랑캐는 다르네. 요족 및 오랑캐는 기마병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지. 요족·오랑캐와 전장에서 적진으로 돌격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면 우리가 이기는 경우보다 지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요족 및 오랑캐 역시 약삭빨라 공성은 거의 하지 않네. 하지만 무신교는 화포, 차노가 있고, 공성 무기도 있으며 개미처럼 달라붙어 성을 공격하는 데 능한 보병도 있어.”
허칠안이 제안했다.
“대인께서는 위 공이 염국의 중심부를 뚫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염국은 본래 손해가 막심하여 지금 또 병력을 집결하는 건, 허, 그들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배치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들 내부가 지금 텅 비어있을지도 모르는데 저희 우회하여 염국 수도를 기습할 수 없겠습니까?”
장개태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네. 노이혁가가 바보는 아니야. 그는 틀림없이 최저한도의 병력을 남겨 성을 지키고 침략에 대비해 주위 물자를 옮겼을 걸세. 우리의 화포 수량에도 한계가 있어 공성전을 버티지 못해. 그때 가면 화포도 다 떨어지고 성도 함락시키지 못할 텐데 어찌 안팎으로 밑지는 게 아니겠는가. 염국의 수도는 위 공조차 짧은 시간 내에 함락할 도리가 없었는데 하물며 우리는? 만약 다른 성을 쳐서 전선을 너무 길게 끌면 적이 우리의군량과 마초를 손쉽게 끊을 수 있을 걸세. 파견 나간 형제들이 헛되이 희생당하는 게지.”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그는 말을 탄 누군가가 대열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시력으로 상대가 건장한 체구의 남자임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양쪽 귀밑털이 하얗고 두 눈은 칼처럼 날카로워 그 기세가 살을 에는 듯했다.
그가 올라탄 검은 비늘의 기이한 짐승은 웅건하면서도 흉악했다.
‘노이혁가?’
그는 속으로 추측했다.
허칠안을 비롯한 성벽 위의 수비병들은 염국의 국군을 보았다. 그가 패도를 높이 들고 말머리를 돌려 자신의 군대를 향해 포효하였다.
“염국의 아들들이여! 보름 전에 대봉 군대가 우리의 영토를 침입하여 7개 성을 연달아 도살하였다! 부모, 자매, 형제가 학살당하고 고향의 생가가 불에 타 초토화되었다! 철천지원수를 그대들은 잊었는가?”
염국 대군은 산을 밀고 바다를 뒤집어엎는 듯 울부짖었다.
“잊지 않았습니다!”
노이혁가는 계속해서 포효하였다.
“이건 우리의 원한이지만, 치욕은 아니다. 보름 전, 위연이 정산성에서 전사하였다. 우리 무신교가 벌하여 죽였다! 그는 자신의 목숨으로 그의 행동에 대가를 치렀다! 버젓한 대봉 군신이 고작 이렇다니. 대봉이 자부심을 갖는 군신이 우리 무신교에게 손쉽게 죽어 우리가 구주에 명성을 떨칠 발판이 되었다. 지금 허약한 대봉이 우리의 분노를 맛볼 때다. 우리는 대봉이 알게 할 것이다. 무신교의 영토는 침범을 용납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백성을 죽였으니 반드시 피는 피로써 갚을 것이다!”
그가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염국 병사들의 기세가 조금씩 오르고 자신감 역시 조금씩 상승하였다.
마지막에는 기세가 등등해졌다.
강국 군대 역시 영향을 받아 투지가 드높아졌다.
이번 연설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견실한 기초와 견고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연은 우리 무신교에게 죽임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