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676
676화. 각개전투 (1)
“위연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가 만약 살아있으면 오늘 내가 마주한 건 그겠지. 2품 무사의 전투력은 자네보다 훨씬 더 강하다.”
정덕제는 계속해서 영기를 삼켰다. 방금 전의 거칠었던 타격은 그에게 약간의 경상을 입혔다.
“위연은 몇백 년 전에도 보기 힘든 지도자였다. 그가 죽지 않으니 살륜아고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무신교가 용맥을 쥐고 있다고 해도 수월하게 중원을 통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물론 내가 위연을 죽인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얼마 되지 않아 너도 자연스레 알 것이다. 참, 조회할 때 내가 이미 진법에 시동을 걸고 용맥을 벗겨냈다. 네가 빨리 가서 막을 텐가? 나는 성안에서 한바탕 싸우는 일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신경 쓰이거든……. 이 점들도 위 공께서 예측하셨겠지. 정산성 전역 역시 무신교가 제 발등에 제 도끼를 찍은 격이다. 하지만 위 공께는 선택권이 없었다. 만약 무신이 필사적으로 봉인에서 벗어나는 걸 좌시했다면, 위 공이 군사를 이끌고 전쟁하는 능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초품을 이기지는 못했을 테니…….’
허칠안이 물었다.
“용맥을 뽑아간다는 네 생각에 감정이 동의하겠는가?”
그는 명색이 1품 술사였으므로 그보다 기운을 더 잘 아는 자는 없었다. 정덕제가 감정의 눈앞에서 용맥을 뽑아가고 싶다는 건 허황된 망상이었다.
감정은 비록 정덕제를 죽일 수 없었지만, 그는 용맥이 뽑혀가는 걸 저지할 수는 있었다.
정덕제가 크게 웃었다.
“감정은 내 장생 계획의 가장 큰 적이다. 만약 그를 꼼짝 못 하게 할 방법이 없다면 내가 어떻게 용맥을 뽑겠는가?”
허칠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 * *
낙옥형은 영보관 정실에서 걸어나와 소원에 이르러 마당 안의 연못을 향해 새하얀 손을 내밀었다.
시퍼렇게 녹슨 철검이 물을 가르고 나와 자신을 그녀의 손에 맡겼다.
낙옥형은 한 걸음 내딛자 마당에서 사라졌다.
* * *
관성루 허공에서 파동이 전해지더니 주술사 장포를 두른 형체가 넘어왔다.
손에 양몰이 채찍을 든 노인은 머리카락과 수염이 하얬으며 눈빛이 차분하면서도 온화했다. 하지만 보통 노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이런 노인이 나타나자 관성루 상공에 검은 구름이 짙게 덮였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검은 구름은 관성루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너무 가까워 마치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했다. 강렬하고 밝은 번개가 구름층 사이를 거닐었다.
노인이 나타난 순간, 팔괘대에 진문이 반짝이더니 그를 목 졸라 죽이려 했다.
하지만 노인은 마치 이 세상에 없는 사람 같았다. 그를 향한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제자님, 만약 자네에게 위연의 진법이 있다면, 스승인 내가 지금 바로 가지.”
살륜아고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감정은 술잔을 비비더니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
“대봉 국력이 이렇게까지 쇠약해졌는데 아직도 실력이 있는가?”
살륜아고는 탁자에 앉았다.
감정은 냉소를 지었다.
“술사가 움직이는 건 머리입니다. 무사야말로 무식하게 힘만 쓸 줄 알지요.”
그가 말을 하는 사이, 탁자에 바둑판이 하나 나타났다.
“다음 판으로 넘어가십시다.”
“이 바둑으로 승패를 결정 짓자고?”
감정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이번 대국을 다 두면 일도 끝납니다.”
살륜아고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 스승은 대봉 고조 황제가 떠나기 전에 나와 자주 바둑을 두었지. 우리는 천지를 바둑돌로 삼고 중생을 아들로 삼았네. 어떤 때는 한 번 바둑을 두기 시작하면 수십 년을 둔 뒤에야 결론이 낫네.”
그가 양몰이 채찍을 가볍게 때리자 팔괘대 표면의 진법이 소리에 맞춰 산산이 조각났다.
“그럼 저희 이 바둑을 제대로 좀 둬야겠군요. 이 바둑돌은 위연이라고 합니다.”
감정은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그가 바둑돌을 내려놓자마자 살륜아고의 몸은 마치 뇌파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한참 지나서야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요원한 정산성, 한창 재건 중인 도시가 지진 난 것처럼 갑자기 흔들리더니 새로 지은 대전이 무너지고 지면이 갈라지면서 수십 장 깊이의 균열이 생겼다.
“공교롭구먼. 내 이 바둑돌 역시 위연이라고 하네.”
살륜아고는 양몰이 채찍을 털어 바둑돌 하나를 감싸 바둑판 위에 두었다.
관성루 상공, 빽빽하게 깔린 구름층 사이로 별안간 물통 굵기의 번개가 쳤으나 감정 몸에 떨어지지는 않고 중도에 사라졌다. 마치 다른 공간의 차원에서 뚫고 들어온 듯했다.
“대봉에 있는 근거지에서 나를 번거롭게 하다니 경솔했습니다.”
감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찻잔을 받쳐 한 모금 홀짝 마시더니 급하게 바둑돌을 내려놓지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바둑을 자신 있게 두는 풍격은 스승님과 닮았습니다. 알고 보니 당신에게서 배운 것이었군요. 그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진부함도 당신한테서 유전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유성!”
‘유성’이라고 불리는 바둑돌을 내려놓자마자 살륜아고가 입은 주술사의 긴 장포 안에서 선홍색 피가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요원한 강국에 거대한 해일이 일었다.
살륜아고는 안색이 다소 창백해진 채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가 설령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무신교를 배반했다고 해도 스승을 죽인 자네의 업보보다는 낫네. 그가 대봉을 주관하는 기간에는 지금껏 무신교와 전쟁을 벌인 적이 없었지……. 무신!”
그가 양몰이 채찍으로 바둑알을 휘감자 바둑판에 투둑 떨어졌다.
감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오히려 잔 속의 술을 뿌려 머리 위의 먹구름을 흩뜨렸다.
대봉 관내에서 대봉이 망하지만 않으면 그는 초품 아래 무적의 존재였다.
감정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무종이 그해 거사를 일으킨 건 대세였습니다. 500년 전에 총애를 받던 간신 무리가 향락을 탐내 탐관오리가 횡행하고 민생이 불안정하게 되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대봉에 시간을 주면 고질병을 척결하고 관리의 공무 집행이 깨끗해질 거라고 여기셨지요. 저는 낡은 것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새것을 정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봉은 고통과 시련을 딛고 다시 태어나야 했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이겼지요. 이 500년의 태평성대는 그가 준 은혜에 대한 최고의 보답입니다.”
살륜아고는 천천지 팔괘대 옆으로 걸어가 경성을 굽어보았다.
“오늘날의 대봉이 500년 전과 닮지 않았는가.”
감정이 말했다.
“낡은 것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새것을 정립할 수 없습니다.”
‘50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예전의 그 감정이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 * *
“살륜아고?”
허칠안은 문득 깨닫고 무신교 대주술사의 이름을 내뱉었다.
1품에 맞설 수 있는 자는 1품뿐이었다.
무신교가 대봉 용맥을 도모하는 건 중원을 나라의 영역에 편입하고 대봉을 무신교의 속국으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렇다면 살륜아고가 또 어찌 오늘의 이 ‘성대한 모임’에 빠질 수 있겠는가.
어쩐지 정덕제가 두려움을 모르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다.
“멍청하지는 않군!”
정덕제는 입을 찢고 득의양양하면서도 난폭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 아니, 다스리기 어려운 게 아니라 통제를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마도에 빠진 도문 고수니 틀림없이 개성이 강하겠지. 침착하고 내성적인 게 오히려 이상해…….’
허칠안은 생각을 바꿨다. 그는 마도를 이용해 정덕제를 도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헤, 그날 진북왕을 죽일 때 정말 통쾌했다. 아, 그게 바로 너인 걸 잊었군. 너는 그저 내 수하의 패장에 불과하다. 초주에 있을 때 네가 용서를 빌 정도로 때릴 수 있었으니 오늘은 반드시 네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겠구나.”
허칠안은 최대한 자신의 표정을 시건방지고 오만하게 보이도록 했다.
역시나 정덕제의 얼굴에 살짝 경련이 일었고, 눈에서는 실질적인 분노를 내뿜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감정을 다스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보잘것없는 재주와 몇 마디 말로 짐을 분노하게 할 수 있는가?”
‘후레자식, 짐이 조만간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
정덕제의 몸속의 작은 영혼이 포효하였다.
‘별다른 효과가 없네. 보아 하니 마도에 빠진 게 IQ가 안 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군…….’
허칠안은 다소 실망했다. 만약 정덕제가 방금의 분노를 설령 1초라도 계속 유지했다면 그는 중지를 치켜올리고 상대에게 소리쳤을 것이다.
“그래서 네가 압박에 못 이겨 죄기소를 쓸 때 대전에서 노발대발한 것 역시 연기였다고?”
허칠안이 물었다.
정덕제가 냉소를 지었다.
“맞혀봐라.”
허칠안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경성 방향을 쳐다보더니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내가 짐작하기로 너는 당시에 기회를 빌려 진북왕이 살해당한 데에 분노를 방출했을 것이다. 혹은 분노가 이미 네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던 상태였겠지.”
정덕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건지 묵인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경성 방향을 쳐다보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낙옥형을 기다리겠지.”
허칠안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정덕제는 이 모습을 보더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농담하듯 조롱하듯 말했다.
“낙옥형은 너와 쌍수하기를 원치 않고 심지어는 내가 도를 닦는 데 불만을 품고 있지. 왜냐하면, 내가 도를 닦으면 대봉 국력이 쇠약해지고 그녀가 업화를 이겨낼 충분한 기운이 부족해지거든. 만약 기회를 잡아 나를 죽이고 새로운 군주를 옹립할 수 있다면 그녀에게는 실낱같은 기회가 생기겠지.”
정덕제는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흥미로운 상대를 찾아주었다.”
* * *
낙옥형은 남원에서 멀리 떨어진 경성 교외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건너편의 검은 형체를 바라보았다. 그는 발밑에 핀 흑련을 밟았으며 몸에서는 시커먼 고름이 흘러내렸다. 두 눈에는 깊은 악의가 흘렀다.
흑련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 몇 리는 식물이 말라비틀어졌다. 동물은 두 눈이 빨개져 이성을 잃고 짝짓기하거나 서로 죽이는 것밖에 몰랐다.
벌레조차도 서로 죽였다.
“우리 착한 조카딸!”
그녀는 흑련을 입술을 핥더니 드르륵 이 가는 소리를 냈다. 그가 사악하면서도 외설적인 느낌이 충만한 어조로 말했다.
“어서 사숙한테 오거라. 이 사숙이 너를 데리고 쌍수하여 여인으로서의 기분을 맛보게 해주겠다. 헤헤헤!”
낙옥형은 입꼬리를 실룩이더니 손에 쥔 녹이 슨 철금을 내리쳤다. 그녀가 화를 내며 고함쳤다.
“꺼져라!”
눈을 자극하는 검기가 뙤약볕을 이겼다. 교배하던 동물과 벌레들이 순식간에 죽었다. 이는 그저 이 검에 깃든 검의의 영향을 받았을 뿐이었다.
피어난 흑련꽃에서 지하 샘물 같은 시커멓고 걸쭉한 액체가 솟구쳐 나왔다. 그것들은 뒤질세라 검기를 감싸더니, 키득키득하는 소리를 내며 낙옥형이 힘껏 내리친 검을 빠르게 거의 다 부식시켰다.
“네가 검을 몇 개나 막을 수 있지?”
낙옥형은 냉소를 짓더니 검을 안고 날아올랐다. 그녀는 나선형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쳤는데, 그녀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검기가 한 줄기씩 발사되었다.
검의가 하늘과 땅에 그득했다.
키득키득키득……. 흑련 도사는 폭우 같은 검기에 관통당했다. 그러나 그의 신체는 마치 걸쭉한 찌꺼기로 만들어진 듯 시커먼 액체로 흘러내리더니 곧이어 관통당한 상처를 메웠다.
오히려 주변 지면에 검으로 인해 팬 구덩이가 하나씩 드러났다. 마치 방금 포탄 세례를 맞은 듯했다.
흑련 도사의 신체 겉면으로 흘러내리는 액체가 좀 더 어두워진 듯했다.
흑련 도사는 공격력이 강한 인종 검술로 인해 상처를 좀 입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