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06
706화. 게를 먹다 (2)
“후…….”
허칠안이 숨을 내뱉었다. 현재 그는 역고의 기력으로는 물독을 드는 데도 좀 힘이 들어서 음식을 더 먹어야 했다.
‘내가 경성을 떠나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집 안에 식충이 셋이 늘어나는 꼴이니 숙모가 마음 아파서 울었을 거야…….’
그는 속으로 빈정대면서 황화리목 택상에 앉아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용기가 각지에 흩어졌는데 이런 걸 감지하는 레이더도 없으니 용기의 숙주를 찾아내려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겠군. 하나, 강력한 정보망. 용기 숙주는 단기간 내에 이상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바로 자신을 과시해 보이겠지. 계속 까닭 없이 고요히 있을 리는 없어. 둘, 용기와 기운의 시너지 효과로 어쩌면 내가 애써 찾을 필요 없이 어느 곳까지 돌아다니다 보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기 숙주가 나와 100m를 넘지 않아야만 내가 지서를 통해 감지할 수 있어. 나 자체가 100m짜리 범위의 레이더에 해당하는 거지.
신수의 잔존한 몸은 당분간 소식이 없을 테지만, 구미천호는 분명히 단서가 있을 거야. 그녀가 나를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초혼종의 재료를 수집하는 일이다.”
초혼종 재료에는 천년 묵은 미라의 손톱과 독액이라는 두 가지가 있었다. 허칠안은 마침 미라를 알았기에 첫 번째 행선지를 옹주성으로 택했다.
“신수의 봉인이 약해지지 않기만 한다면, 나는 미라가 나의 진짜 상태를 눈치채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 음, 수행 측면으로도 힘을 내야겠어. 칠절고의 일곱 가지 능력 중에 독고가 키우기 가장 쉽지. 맹독이 끊임없이 계속 공급되기만 한다면 즉각적으로 성장할 수 있거든. 그다음은 역고다. 끊임없이 먹고 끊임없이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기만 하면 재빨리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내 수련 경지가 봉인되어 있다고 해도 신체와 정신은 3품이니 이 단계를 참고 견디는 건 생략하고 바로 먹기 시작하면 된다.
천고는 칠절고의 근간으로 그 자체가 높고 깊은 단계까지 개발돼 당분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암고가 매일 두 시진 동안 ‘피신’을 유지하기만 하면 점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어쩌면 아직 전투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이 점은 시도해본 적 없으니 기회가 있으면 시도해봐도 된다. 시고는 시체의 기운을 삼켜야 하지. 이번에 옹주에 와서 시고를 키우는 것도 목적 중 하나다. 정고와 심고는 당분간 키울 필요 없으니 눌러둬야지.
나는 강호를 거닐고 싶지 않다고. 거닐다가 강간범으로 변할 거야. 게다가 대봉 제일 미인이 곁에 있으니 정고를 억누르지 않는다면 언젠가 화가 될 거야. 심고도 같은 이치지. 내가 비록 암말을 타지만, 내가 정말 탈 수는 없잖아.”
시간이 아직 일러 점심 식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허칠안은 탁자에 앉아 비상을 탄 물을 홀짝홀짝 마셨다. 그는 마치 술을 홀짝이는 듯했다.
깨끗한 걸 좋아하는 왕비는 물 한 대야를 부어 세수한 뒤 화장대 앞에 앉아 예쁜 부인 쪽을 지더니 연지를 발랐다. 그녀의 기질에 어울리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얼굴값을 더욱 고집스럽게 끌어올렸다.
그녀는 평범한 자태에서 좀 봐줄 만한 자태로 변했다.
“저녁에 내가 침상에서 잘 테니 자네는 바닥에서 자게.”
화장대 앞에 앉은 왕비는 그가 자신을 담담하게 쳐다보았다가 전혀 미련 없이 시선을 돌리는 걸 보더니, 순간 버들눈썹을 치켜올렸다.
“마마가 침상에서 자고, 저는 마마 곁에서 자도 되고요.”
허칠안은 언짢아했다.
왕비는 ‘퉤’하고 소리 내더니 마치 그의 말재간에 이미 익숙해진 듯 아무 일 아닌 셈 쳤다.
그녀는 일어나서 병풍 뒤로 걸어가더니, 손을 물독 안으로 뻗어 몹시 따분해하며 물보라를 가지고 놀았다.
물 속에 영기가 자욱했다.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지자 허칠안은 물독을 지서 파편으로 거두고 불취거를 통해 2층 배의 식탁 좌석을 예약했다. 다행히 불취거는 명색이 대주루라, 게를 먹으려는 손님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 * *
양백호에 물결이 넘실댔다. 호수 근처에는 버드나무가 드넓게 심겨 있는데 나뭇가지는 푸릇함 없이 민둥민둥했다.
늦가을, 한기가 뒤섞인 호수 바람이 불어왔다.
‘왕기어방(王記魚坊)’이 걸린 2층 배 한 척이 호수 위를 떠돌고 있었다. 모남치는 여우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걸치고 창가 옆 탁자에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작은 진흙화로가 놓였고, 황주(黃酒)를 데우고 있었다. 술도 데우고 사람도 따뜻하게 했다.
간단한 반찬 몇 접시와 살진 민물 게가 스무 마리 있었다.
“식초 맛은 좋은데 양념이 너무 적은 게 안타깝군. 음, 하지만 이게 민물 게의 기름짐을 부각시키지.”
허칠안은 입으로 식감 좋은 게살을 물고,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식단에서 민물 게는 10위 안에 들 수 있었다. 물론, 게도 유형이 있는데 암게는 10위 안에 들 수 없었다. 유일하게 수게만 가능했다.
“게알과 게살은 확연히 다릅니다. 비교하자면 식감 좋은 게살이 더 향기롭고 맛있죠. 게알은 어쨌거나 좀 부족해요. 그래서 저는 암게는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수게는 미친 듯이 좋아해요…….”
허칠안은 작은 진흙화로 위의 술주전자를 들고 왕비에게 따뜻한 술을 한 잔 따라주었다.
“게를 먹으면 지위의 높고 낮음을 알 수 있나?”
모남치는 그를 흘겨보더니 술을 한 모금 홀짝 마셨다.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띠고 몸이 달아오른 채 호수 밖을 바라보며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봐, 저게 공손 세가의 배?”
허칠안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니 과연 2층짜리 큰 배 한 척이 파도를 헤치고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배에는 ‘공손’이라는 깃발이 걸려 있었다.
‘공손’ 가문의 깃발을 건 2층 배가 천천히 왔다. 강호 협객이 2층 양쪽으로 바람이 통하는 선실 안에서 술잔을 들고 한담을 나누며 앉아 있었다.
공손수(公孫秀)는 술잔을 들고 빙그레 웃으며 새로 끌어들인 기발한 인사 여섯 명을 접대했다. 이 여섯 명의 수련 경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그중 두 명은 연신경 전봉 수준으로 공손 세가가 귀빈으로 받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가장 공손수가 중시하는 사람은 자칭 청곡(靑谷) 도사라고 하는 늙은 도사였다.
무사가 생사를 걸고 격투하는 데는 1인자이나 묘지를 탐사하는 일은 그들의 강점이 아니었다.
풍수와 감여(堪與)를 아는 사람은 도사거나 술사였다. 전자는 대부분 사기꾼이고 후자는 강호에서 드문 인재였다.
그리고 그 청곡 도사는 공손수가 이미 시험해봤는데 확실히 감여술을 잘 알았으며 진법도 좀 알았다.
“오늘 밤 남산 큰 무덤 탐색은 전부 여러분만 믿겠습니다.”
공손수는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
자리에 있던 무사들이 황급하게 잔을 들었다. 그들은 공손 소저가 인사치레하는 걸 알았다. 공손 세가는 옹주에서 손꼽히는 지역 패왕으로 300여 년을 계승하였으며, 당대 가주(家主)는 여러 해 전에 화경 무사였다.
그는 4품과는 딱 한 발 모자랐다. 일단 그가 4품으로 승직하면 강호에서 한 방면으로는 패왕이었다.
이 밖에도 7품 연신과 6품 동피철골은 공손 세가에 열 명도 넘었다.
하지만 공손 세가 세대의 결정자는 눈앞에 있는 이 아가씨였다. 외모가 뛰어난 그녀는 소매가 넓고 화려한 월백색 대금(對襟)과 널찍하고 주름진 흰 유군 차림이었다.
그녀는 수려하고 고상하여 마치 교양 있고 사리에 밝은 대갓집 규수 같았다.
그러나 이 아가씨를 잘 아는 사람은 이 여인의 수련 경지가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작년에 막 화경에 들어섰다. 공손 세가에서는 가주만이 그녀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장사 방면으로도 실적이 있었다. 공손 세가의 산업은 그녀의 관리로 나날이 번성하였다. 공손 세가는 강호 세력으로서 무(武)를 숭상하기에 설령 여인이라고 해도 가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공손 세가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은 옹주 협객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한 잔 다 마신 뒤, 사람들은 계속해서 맛있는 음식과 살진 게를 즐겼다. 공손수는 딱히 식욕이 없어 고개를 돌려 호수의 풍경과 주변에 크고 작은 배를 바라보았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왕기어방’을 보니 배불리 먹은 뒤 선실을 뛰쳐나와 장난치는 아이들이 갑판 위에 몇몇 보였다.
* * *
“저희는 식사에 집중하죠.”
허칠안은 한 마디 내뱉더니 시선을 돌려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게 다리를 먹었다.
그는 어젯밤에 지하 궁전에 가서 미라를 찾아 손톱, 독액 그리고 시체의 기운을 빌려 천년 묵은 미라에 관해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손 세가의 행동으로 그는 좀 머리가 아팠다. 그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일을 벌이며 계속해서 떠벌리면 움직임이 클수록 죽는 사람이 더 많을 터였다.
3품 이하는 그 신비로운 도사의 시체 앞에서 아무런 쓸모없는 물건과 다름없었다.
그 미라가 빼앗은 정혈이 점점 더 많아짐으로써 힘을 비축하고 봉인을 해제하면 반드시 한쪽은 화를 당할 것이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반드시 조짐이 있는 법. 여러 방면에서 전부 이 말을 입증하고 있다…….’
허칠안은 속으로 탄식하였다.
창밖에서 은방울 같은 애교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와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배불리 먹은 아이 몇몇이 밖에서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선실 밖 복도를 따라 쫓고 쫓으며 장난쳤다.
그들이 입은 옷은 상급 옷감으로 제법 괜찮았다. 생각건대 가정 형편이 부유한 가정 출신인 듯했지만 대부호와는 또 차이가 많이 났다.
쫓고 쫓기는 사이, 다부진 한 아이가 길을 차지하기 위해 앞에 있던 아이를 힘껏 밀쳤다.
여자아이가 몸에 균형을 잃고 깜짝 놀라 소리치며 호수로 떨어졌다.
허칠안은 손에 쥔 게 다리를 놓았고, 눈동자에 그윽한 빛을 내비치면서 갑자기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꼬마 아가씨의 그림자를 뚫고 나와 꼬마 아가씨 뒤쪽의 옷깃을 틀어쥐었다.
암고의 그림자가 도약했다.
“와……!”
주위의 몇몇 아이들은 숭배하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손등으로 아이들을 꿀밤 때리면서 훈계하였다.
“선실 안으로 썩 돌아가라. 감히 다시 나와서 쓸데없이 소란을 피우면 이 몸이 너희를 때릴 거야.”
그가 말을 하는 어조에는 짙은 강호 풍격이 배어 있었다.
* * *
‘왕기어방’의 배는 동시에 어선 역할을 하기에 그물을 편리하게 잡아당기기 위해 갑판 위에는 난간이 없었다. 그곳은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
몇몇 아이는 얻어맞더니 더는 말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의기소침하게 갔다.
그도 따라서 선실로 돌아와 막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부부 한 쌍이 왔다. 부인은 아이 손을 잡고 있었다. 바로 방금 하마터면 호수에 빠질 뻔한 꼬마 아가씨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 남자가 공수하며 사례하였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장삼을 입은 채 아주 그럴듯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부인은 머리에 금여보를 착용하고 있었다.
허칠안은 손사래를 치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 식탁의 게는 그대가 사시오.”
젊은 남자는 어리둥절하다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는 또 몇 차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선 활짝 웃으며 돌아갔다.
꼬마 아가씨는 엄마 손에 이끌려 떠나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성미가 거친 이상한 아저씨를 향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가?”
모남치는 그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허칠안은 언짢아했다.
“젠장, 비가 내리려나 봅니다.”
그는 갑자기 기분이 아주 나빠졌다.
모남치는 아름다운 눈을 깜박이면서 창밖을 쳐다보았다.
‘햇빛이 찬란한데 어디 비가 올 기미가 보인다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