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09
709화. 횃불
공손가의 한 젊은이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도사께서 말씀하신 음물이 강시를 가리키는 겁니까?”
청곡 도사는 ‘음’하고 소리 냈다.
“강시일 수도 있고, 다른 괴물일 가능성도 있고 혹은 꼭두각시일 수도 있습니다. 피와 살을 빨아들이는 그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아마 앞의 두 가지겠지요. 강시도 그렇고 괴물도 그렇고 지하에 오래 머물면 보편적으로 눈부심 증상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낚고 싶으면 반드시 밤이어야 합니다.”
공손수가 덧붙여 말했다.
“안에서 죽은 고수가 적지 않아요. 보통 강시는 이런 실력이 없습니다.”
빗방울이 천막에 떨어져 투둑 소리를 냈다. 세상에 한 가지 소리만이 남자 오히려 안정감이 더 돋보였다.
공손수는 따뜻한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말했다.
“제가 오늘 양백호에서 고단자를 한 명 만났습니다. 만약 그 고단자를 모셔올 수 있으면 이번에 무덤에 내려가는 건 십중팔구는 가망이 있어요.”
공손향명은 어리둥절했다.
“어찌 된 일이지? 자세히 말해보거라.”
공손수는 청의 남자를 우연히 마주친 일을 간단하게 얘기하였다.
공손향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꼭 고단자이지는 않을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그저 함부로 지껄였거나 때마침 들어맞은 걸지도.”
청곡 도사는 반박하지 않고 웃었다.
“여섯째 나리의 말씀이 일리 있습니다. 전부 그저 늙은 도사의 추측일 뿐이지요.”
사실이 확실히 그러했다.
공손수가 물었다.
“육 숙부, 예전에 경성에서 몇 년간 지내셨을 때 서겸이라는 인물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공손향명은 고개를 저으며 실소하였다.
“경성은 와호장룡이다. 고수는 대개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 성정이 그러한 게 아니라 경성에서는 감히 자신을 과시하며 제멋대로 설치는 자가 없거든. 야경꾼 관아의 금라 열 명, 감정의 여섯 제자 모두 아주 강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정상급 인물이지. 또한, 군에 속한 고수, 고관대작 저택의 객경 등등 4품 고수의 수는 네 상상을 초월한다.
이 자들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명성이 드러나 있지 않아. 강호에 이름을 떨치는 호걸들은 경성에 들어가면 감히 방귀조차도 뀌지 못해. 그 서겸이라는 자가 정말 고수라고 해도 나도 알 방법이 없지.”
공손가의 한 젊은 자제가 개탄했다.
“정말 이러하니 허 은라가 남들과 달라 보이는군요.”
허 은라는 등장한 이래로 줄곧 자신을 과시하였고, 점점 더 심해졌다. 예전에 그가 과시하는 건 그저 사건 해결과 관련된 문제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가 국공을 베고 최근에는 또 한 차례 과시하더니 황제가 사라졌다.
애당초 조정의 관보가 옹주에 전해졌을 때 감히 믿는 사람은 없었다.
옹주의 적잖은 강호 인사는 이 때문에 일부러 경성에 가 사실을 낱낱이 파헤쳤더랬다.
공손향명이 손사래를 쳤다.
“대봉이 세워지고 600년 동안 허 은라 같은 인물이 난 적 있는가?”
공손수는 빙그레 웃으며 들었다. 최근에 손윗사람과 동년배와 한담을 나누자면 항상 신과 같은 그 남자의 언급을 빼놓을 수 없었다.
외부인이나 남자 앞에서 그녀는 어느 정도 자중했고, 자매들 앞에서는 많이 내려놓고 그녀들과 함께 허 은라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바로 이때, 천막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전해졌다.
“아가씨, 여섯째 나리, 걸려들었습니다.”
천막 안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 공손수가 가장 먼저 천막을 뛰쳐나갔고, 공손향명이 그다음이었으며 마지막은 공손가의 자제들이었다.
십여 명의 무사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등유를 뿌린 횃불을 손에 들었으며, 또 무사 몇몇은 힘을 합쳐 갓난아기 팔뚝 굵기만 한 밧줄을 끌었다. 그 밧줄은 곧게 끊어지더니 무너진 지하 동굴로 깊이 들어갔다.
‘드디어 걸렸다…….’
공손수는 놀라우면서도 기뻤다. 놀란 건 무사 여러 명의 힘을 합쳤는데도 그 음물을 끌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쁜 건 오늘 밤에 헛되이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등유와 철망을 준비하세요!”
공손수는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면서 빠르게 뛰어갔다. 그녀는 두 손으로 철사와 베실로 엮은 밧줄을 잡아끌고 힘찬 기합과 동시에 뒤에 있는 무사들과 동시에 힘을 주었다.
“으앙……!”
동굴 속에서 갓난아기 울음같이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비명이 전해지면서 검은 형체가 끌려 나왔다. 비바람이 치더니 불빛이 흔들리면서 이 음물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것은 몸길이는 1장(丈)에 도마뱀 형상으로 온몸에는 각질이 덮였으며 인류와 흡사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두 눈은 회백색으로 약간 흐리멍덩한 게 시력이 나쁜 듯했다.
쇠갈고리가 그놈의 입천장에 깊숙이 박혀 입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불빛이 음물을 밝게 비추자 또 갓난아기처럼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고, 돌아서서 동굴 속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물을 쳐라!”
공손향명이 소리를 질렀다.
진작에 준비를 마친 공손가 자제는 손에 있던 거대한 그물을 내던져 음물을 잡았다.
쟁쟁……. 힘이 장사인 괴물은 발톱으로 철망을 찢어 큰 구멍을 내더니 그물을 뚫고 나와 계속해서 동굴 입구로 도망쳤다.
그놈은 위험을 감지하고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했다.
공손수는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뒤집힐 뻔했다. 젊은 나이에 화경에 들어선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더니 매끈한 이마에 핏줄이 섰다.
그녀는 발을 들어 밧줄을 잡고 몇 바퀴 감은 뒤 힘껏 밟았다.
음물은 머리가 잡아당겨지면서 고개가 확 젖혀졌다. 시뻘겋게 벌린 아가리에서는 더 많은 검은 피가 솟구쳐 나왔다.
이쪽에서는 공손향명이 기회를 잡았다. 그는 화가 나 큰소리치며 철검을 뽑고 기기를 운행하여 음물의 목구멍을 찔렀다. 그곳에는 각질이 덮여 있지 않았으므로 방어 취약 부위에 속했다.
비의 장막이 순식간에 찢어지는 듯했다.
불행히도 이 검과 맞닿은 빗방울은 마치 뜨거운 쇳덩어리에 떨어진 듯 슉슉 소리를 내며 수증기로 변했다.
푹!
철검이 음물의 목구멍을 찌르자 마치 지하 샘물처럼 검은 선혈이 바로 흘러나왔다.
“으앙……!”
음물은 처량하고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더니 길고 힘 있는 꼬리를 휘둘렀다. 꼬리가 공손향명의 가슴을 후려쳐 그는 줄이 끊어진 연처럼 날아갔다.
동피철골!
큰 손해를 본 음물은 독기를 일으켰다. 음물은 이제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몸을 비틀어 검은 형체가 되어 공손수에게 달려들었다.
공손수는 위기를 예감할 수 있는 무사였으므로 옆으로 굴러 완벽하게 피했다. 그녀 뒤에 있던 연신경 둘 역시 교묘하게 피했지만, 다른 세 사람은 연신경의 신이(神異)가 없어 사전에 예측하지 못해서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손상되어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하였다.
공손수는 몇 바퀴 구른 뒤에도 전혀 굳지 않은 몸으로 훌쩍 뛰어 일어났다. 화경 무사만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동작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 무사가 들고 있던 단지를 재빠르게 빼앗은 뒤 한 발로 음물을 향해 걷어찼다.
다른 무사도 잇따라 모방하였다.
퍽퍽퍽!
단지가 음물의 두꺼운 각질 갑옷 위로 부서지면서 등유가 음물의 온몸을 적셨다.
공손수는 손에 횃불을 쥐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갑자기 무릎을 땅에 꿇고 몸을 뒤로 젖혀 미끄러져 갔다. 바로 이때 음물은 사지를 지탱하고 공손수를 덮쳤다.
쌍방이 위아래로 비껴 지나갔다.
그녀는 무사의 직감으로 음물의 공격을 예측하였다.
공손수는 냉정하게 횃불을 들고 괴물의 뱃가죽 위를 스쳤다. 등유에 불이 붙어 불꽃이 빠르게 퍼지면서 음물을 삼켰다.
비도 불길을 잠재울 수 없었다. 음물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흙탕물에서 미친 듯이 뒹굴며 몸에 붙은 거센 불길을 잡으려 했다.
공손수는 냉정하게 명령을 하달하였다.
“창!”
십여 명의 무사가 허리를 비틀고 팔을 휘저어 미리 준비한 긴 창을 힘껏 투척하였다.
슉슉 소리 사이로 어떤 창은 불에 타 부스러진 각질을 꿰뚫고 음물의 몸속에 박혔고, 어떤 창은 각질에 의해 튕겨 나갔다.
이내 음물은 창에 뚫려 고슴도치가 되었기에 더는 발버둥 치지 않았다. 불길은 여전히 타올랐으며 공기 중에는 구리고도 기이한 악취가 만연했다.
이 음물은 온몸이 독이라 시체에 감도는 냄새에도 맹독이 깃들어 있었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공손 가문의 자제는 관목 숲에서 공송향명을 찾았다. 족장인 여섯째 자제는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어 몸 표면의 신광이 어두워졌다. 그는 하마터면 동피철골이 부서질 뻔했다.
“여섯째 숙부, 괜찮아요?”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공손수가 앞으로 나가 안부를 물었다.
“반 시진 수양하면 회복할 수 있다.”
공손향명은 단약 몇 알을 삼키고 천막으로 돌아가 토납하며 상처를 치료했다.
방금 전투에서 훌륭한 실력을 드러낸 공손가 소저는 청곡 도사 등을 데리고 나아가 반쯤 탄 음물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여러분 코와 입을 막으세요. 이 음물은 독합니다.”
청곡 도사는 흠뻑 젖은 옷자락을 뜯어 한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한 손으로는 횃불을 든 채 괴물의 시체를 자세히 살폈다.
사람들은 그대로 따라 하면서 시체 곁에 모여 살폈다.
“이건 무슨 괴물이지?”
“위기 예고가 없고, 요단이 없으니 아마 요족은 아닌 듯하네. 하지만 속도와 힘은 연신경 무사보다 강해.”
“아니, 동피철골보다도 강하네. 육 숙부가 방금 단숨에 날아가는 걸 못 보았는가? 단둘이 전투한다면, 아마 수 소저도 이놈의 적수가 되지 못할 거야.”
왈가왈부하는 소리 사이로 공손수가 청곡 도사의 생각을 물었다.
“도사님 생각은요?”
청곡 도사가 침음했다.
“이건 아마 무덤을 지키는 짐승일 겁니다. 지하에 너무 오래 살았어요. 대대로 번성하고 변이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괴물로 변했습니다. 이놈의 선조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겠어요. 진묘수(鎭墓獸) 정도의 실력이면…… 묘주의 신분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긴장하면서도 흥분하였다. 위험과 이익은 정비례하였다. 위험이 클수록 이익이 커졌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앞으로 더 큰 위험을 직면해야 할지도 몰랐다.
반 시진 후, 공손향명은 내상을 다 치료하였다. 한 무리가 횃불에 불을 붙이고 무기와 도구를 지닌 채 질서정연하게 무덤으로 내려갔다.
탐색 대오는 총 열여덟 명이었다. 수련 경지가 가장 낮은 건 연기경이고, 가장 높은 건 5품 화경인 공손수였다.
강호에서 이런 대오의 전투력이면 이미 군현을 제패할 수 있었다.
무기 방면으로는 긴 창, 등유, 철망, 쇠사슬, 구충 가루 및 검은 계피 등 양기가 왕성한 재료가 있었다.
* * *
모든 이가 동굴에 내려와 횃불을 높이 들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방을 살폈다.
사람들은 안으로 걸어갈수록 점점 더 의아했다. 그들은 본래 무너진 게 단지 일부분인 줄 알았는데 한참을 걷다 보니 사방에 여전히 무너진 흔적이 아주 뚜렷했다. 만약 그들은 이따금 청강석 벽을 보지 않았다면, 자신이 잘못 찾아온 건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
“보아 하니 아주 제대로 무너진 것 같네요. 묘실도 다 묻혔습니다.”
공손수는 횃불을 들고 돌더미가 자잘하게 쌓인 지하 궁전을 걸어갔다.
“근래에 옹주에 지진이 나지 않았는데 멀쩡한 무덤이 어째서 무너진 것인가.”
공손향명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탐색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쯤 무너진 묘실에 이르렀다. 묘실의 절반은 자잘하게 쌓인 돌에 묻혔으며 나머지 절반은 석관이 가로로 진열돼 있었다. 잘린 팔과 잘린 다리 그리고 머리가 흩어져 있었다.
이 절단된 사지는 칠흑같이 까맣고 바싹 마른 게 평범한 사람의 팔이 아니었다.
“강시군…….”
청곡 도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히 그 음물이 파내서 먹은 것일 겁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공손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 팔은 잘린 부분이 평평해요. 날카로운 무기에 베인 겁니다.”
공손향명이 분석했다.
“아마도 음물의 날카로운 발톱 때문이겠지.”
그 음물의 예리한 발톱은 정교한 철로 된 칼끝에 뒤지지 않았다.
공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의견을 받아들인 셈이었다. 사람들은 한동안 뒤졌지만, 부장품을 찾지 못했다.
그들은 또 일각을 걸었으나 끝내 두 번째 음물을 만나지 못했다. 주변은 예상 밖으로 무사 평온했다.
사람들은 수장 높이의 웅장한 돌문이 앞에 나타날 때까지 걸었다.
사람들은 이 돌문을 보는 찰나 정신이 번쩍였다. 돌문의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단순히 살피기만 해도 문 뒤가 주묘라는 걸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 큰 무덤 주인의 ‘침실’이었다.
공손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경 무사 둘을 쳐다보더니 그들에게 돌문을 밀라고 분부했다.
이 수련 경지의 무사는 예민한 직감을 지니고 있어 위기를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