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troke RAW novel - Chapter 714
714화. 사문(師門)의 변절자
운무가 감돌아 선산(仙山)이 보일 듯 말 듯하였다. 백학이 울었으며 원숭이는 암벽을 탔다.
두루미를 밟고 있는 빙이(氷夷) 신선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밑에는 운무가 감도는 선산이 있었다. 두루미는 날갯짓하여 그녀를 데리고 최고봉을 스쳐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뚝 솟은 선궁(仙宮)이 나타났다. 선궁은 사시사철 푸르른 수풀 사이에 가려져 산꼭대기에 우뚝 서 있었다.
빙이 신선의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눈에 붉은빛이 스쳤다. 맞은편 저 멀리에서 붉은 비단을 휘감은 비범한 중년 도사가 날아왔다.
“현성(玄誠) 사형.”
빙이 신선은 붉은 입술을 약간 벌렸다. 목소리는 마치 얼음덩어리끼리 부딪친 듯 쓸쓸하면서도 듣기 좋았다.
“빙이 사매.”
현성 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도 서리처럼 냉랭했다.
두 사람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각자의 탈것과 법기를 부려 선공을 향해 가더니 선궁 밖의 거대한 광장에 내렸다.
우뚝 솟은 선궁은 18개의 기둥이 높디높은 둥근 지붕을 받치고 있었고, 붉은 양탄자는 궁전 끝으로 통했다.
붉은 양탄자 끝에는 두 장(丈) 높이의 발판 위에 검은 장포의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머리칼과 수염이 새하얀 그는 머리 위에 연화관을 썼으며, 새하얀 연꽃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머리 뒤에는 네 가지 색의 빛이 돌았는데 각각 땅, 바람, 물, 불을 상징하였다.
붉은 양탄자 양쪽에는 도사 7명이 서 있었는데 곤관(坤冠), 건관(乾冠)이 다 있었다. 하나같이 유리 같은 눈에 냉담하고 무정한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냉담하고 무정한 빙이 신선과 현성 도사는 대전으로 날아 들어와 차갑게 예를 갖추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천존(天尊)!”
검은 장포를 입고 연화대(蓮花臺)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노인은 눈썹을 낮게 드리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대전 내에 메아리쳤다.
“정보를 전해온 제자가 말하길 이묘진이 세속으로 나간 지 2년만에 중원에서 이름을 떨치는 비연 여협객이 되었다고 하더군.”
빙이 신선이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세속에 나왔다가 속세를 떠나면 아주 좋지요.”
이묘진은 그녀가 몸소 전수한 제자였다.
천존은 마치 잠든 듯 여전히 눈썹을 낮게 드리운 채 눈을 감고 있었으나, 목소리는 어렴풋하게 메아리쳤다.
“그녀는 우선 의협심을 발휘하여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여 중원에서 명성을 떨쳤다. 나중에 운주에서 군대를 조직하여 비적을 토벌함으로써 대봉 조정과 민간의 찬사를 얻었지. 얼마 전에는 대봉 황제가 시해되었는데 그녀도 그 일에 개입했다더구나. 빙이, 네가 가르친 자가 강호 협객인가 아니면 천종 제자인가? 천종 제자가 속세에 나가 수행할 때는 주제를 파악해야 하는 법, 속세에 나가 타락해서는 안 된다. 이묘진은 이미 길을 잘못 들었다. 그녀는 천종 성녀로 문중 제자의 모범이거늘.”
빙이 신선이 차갑게 말했다.
“천존께서는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이묘진을 붙잡아 종문으로 돌아와 천종 경전을 다시 연구하게 하라.”
“존법(尊法)을 받들겠습니다!”
현성 도사는 천존을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천존께서 사제를 부르신 건 또 무슨 일인지요?”
“성자(聖子)가 1년 전에 실종됐다.”
현성 도사는 빙이 신선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지금 바로 산에서 내려가 찾겠습니다.”
“성자를 붙잡아 종문으로 돌아와 천종 경전을 다시 연구하게 하라.”
현성 도사의 차가운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나타났다.
“이건 무슨 뜻입니까?”
“그가 강호에 들어간 뒤 1년 사이에 백 명이 넘는 여인과 정분을 나누었다.”
얼음처럼 차디찬 현성 도사의 얼굴이 가볍게 경련을 일으켰다.
한 여도사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천존, 차라리 성자와 성녀를 폐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세우시는 게 낫습니다. 사문의 변절자 둘을 천종에서 쫓아내시지요.”
천존은 뭐라 말을 하는 대신, 마치 잠에 빠진 듯이 눈을 감고 눈썹을 낮게 드리웠다.
* * *
용신보는 옹주성에서 20리 밖에 있는 만룡하(彎龍河)에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는 번화한 소도시 만룡진(彎龍鎭)이 있었다.
용신보가 바로 만룡진이자 주변 촌락 백성들의 눈에 비친 지방 우두머리였다. 백성들의 눈에 용신보가 한 말은 관아보다도 유용하였다.
만룡하는 너비가 20여 장(丈)으로 조운업이 발달한 만룡진의 유일한 부두로 용신보가 장악한 구역이었다. 이 부두 덕에 용신보는 풍요로웠다.
용신보에 의지하여 먹고사는 백성들이 부지기수라, 이러한 이유로 마을의 백성들은 분쟁에 휘말리면 ‘상사’ 용신보를 찾아가 처리하는 걸 좋아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자 용신보가 만룡진의 치안조차 관리하기 시작했다.
당대 보주 뇌정(雷正)은 불 같은 성질로 만만하지 않았다. 뇌정은 규칙을 아주 중시하고 일을 처리함에 공정하고 사심이 없었다.
‘뇌공(雷公)’이라는 명성과 명예를 얻었다.
‘뇌공(雷公)’의 뇌정은 대도를 잘 다루는 5품 무사였다. 공손향양과 다른 점은 그는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 따분한 자라는 거였다.
그는 매일 대도 연마하는 일만을 좋아했기에, 대도를 쥐고 강바닥으로 들어가 칼을 휘둘렀다. 그러면서도 그는 500번을 휘두르지 않으면 절대 뭍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마을 백성들은 만약 어느 날 어느 강의 물결이 유달리 거세다면, 그건 틀림없이 뇌공이 강 속에서 대도를 연마하는 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 * *
뇌정은 용신보 대당 내에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손 옆에 있는 대도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대도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대도를 연마하러 갈 것이야. 무슨 일이 있는지 간단히 얘기하게. 내 대도 연마를 방해하지 말고.”
뇌정은 올해 막 쉰이 넘었으며 키는 190cm였다. 또한 그는 대머리에 온몸의 근육이 다부져 젊은이보다도 체격이 건장했다. 그는 걸핏하면 칼을 들어 사람을 베는 거친 사내 같았다.
실제로 그는 그런 자였다.
뇌정 옆에는 여색을 밝히는 공손향양이 있었다. 젊은 시절의 난봉꾼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칼을 연마했는데 얼마나 있어야 4품에 들어설 수 있나?”
뇌정이 정색했다.
“이건 자네와 상관없네.”
공손향양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자네를 방비해야 하지 않는가. 어느 날 자네가 4품으로 승직하여 단칼에 나를 베면 어떡하는가.”
용신보의 역사는 공손 세가보다 짧았다. 그해 용신보 선조가 옹주에 와서 정권을 탈취하면서 지역 깡패인 공손 세가와 적잖이 마찰이 일어났더랬다.
양측 자제들은 날마다 싸워서 많은 인명 피해를 보았다. 나중에는 전투 규모가 너무 커져서 백성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옹주의 치안에 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까지 했다. 그 바람에 옹주성 관아에서 개입하여 중재하였다.
물론 이는 200여 년 전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비록 양측이 마찰은 있었지만 이는 전부 합리적인 범위 내였다.
“무덤에 문제가 생겼네.”
공손향양의 한 마디는 손님을 배웅하려는 뇌정의 의도를 불식시켰다. 근육이 울퉁불퉁한 이 대머리 보주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남산의 그 무덤은 이미 공손 세가가 점거하였다. 공손 세가가 자발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이상, 묵약에 따라 용신보는 그 일에 더는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공손향양이 무덤 아래의 상황과 청의 고수의 일을 뇌정에게 전달하였다.
뇌정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의 공손향양과 똑같이 입구에 포탄이 묻혔다는 위기감이 솟구쳤다.
그는 냉정을 찾은 뒤 공손 가주를 차갑게 주시했다.
“내가 무슨 근거로 자네를 믿는가.”
공손향양이 천천히 말했다.
“자네가 직접 무덤에 내려가서 봐도 되네. 음, 만약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말이야. 그 고수의 거처를 내가 이미 조사해냈네. 거주루에 있더군. 그가 공손가에게 남산을 잘 지켜보라고 했는데 남산은 너무 커서 밀착 감시하려면 적잖은 일손이 필요해. 용신보와 공손가는 전부 옹주에서 밥벌이하고 있으니 자네들도 신경은 써야겠지? 그리고 내가 말한 게 진짜든 가짜든 우리가 직접 그 고수를 찾아가면 알게 되지 않겠는가?”
뇌정이 콧방귀를 뀌었다.
“자네는 혼자 가고 싶은데 또 엄두가 나지 않으니 대담한 나를 끌어들여 위험을 나누려는 거잖나.”
공손향양은 헤헤헤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
뇌정은 칼을 쥐고 일어서더니 말했다.
“여기서 한 시진 기다리게. 내가 칼을 다 연마하고 자네와 가겠네.”
“자네 뜻밖에도 그 고수를 안중에 두지 않는군?”
“허, 고수든 고수가 아니든 전부 자네 입에서 나온 말이잖나!”
뇌정은 의심하는 태도를 고수하였다. 어쨌거나 그는 무덤에 내려가지 않았고, 양백호에서 게를 먹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가 공손향양의 말만 듣고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이유가 있겠는가?
공손향양은 심보가 나빴기에 고수라고만 말했을 뿐, 그 시는 얘기하지 않았다. 만일 그랬다면 뇌정의 태도는 훨씬 단정했을 것이다.
* * *
거주루 탁자 옆에는 신선한 독초, 도자기 병 몇 개, 참깨 다섯 량이 놓여 있었다. 허칠안은 심부름꾼에게 약 빻는 절구를 가져오라고 구걸한 뒤 독초를 몽땅 넣어 빻았다.
그런 뒤 그는 독사액을 붓고 계속해서 쿵쿵쿵 빻았다.
모남치는 창가 옆에 앉아 코를 킁킁거리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냄새지? 너무 고약한데.”
허칠안이 말했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하세요. 저 독약을 제조하고 있어요.”
그는 말을 하는 사이 참깨를 한 줌 집어 약 빻는 절구 안에 뿌렸다.
왕비는 그의 말대로 창문을 열었지만, 이 기회를 틈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대신 탁자 옆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러고는 허칠안의 손을 오만불손하게 툭툭 치더니 절구를 빼앗았다.
그녀는 손가락 끝에 독액을 묻히고 입에 넣어 빨아 먹고 ‘쩝쩝’하더니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이 독초의 약효는 일반적이네. 자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 뱀의 독액 냄새는 그런대로 괜찮구먼.”
화신에게는 독초도 풀이었으며 독꽃도 꽃이었다. 그녀에게 이는 보통 화초와 전혀 차이가 없었다.
허칠안은 그녀의 지식에 감탄하였다. 두 사람은 곧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서로가 함께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에 관해 토론하는 것 같았다.
“제가 이번에 지하 궁전에 가서 미라에게 독액을 좀 빌렸습니다. 수천 년 묵은 미라 시체서 배양된 정수는 극한까지 독고를 자극하여 진화하게 할 수 있거든요.”
허칠안은 말을 하면서 미라 독액이 담긴 옥병을 꺼내 마개를 뽑았다.
“냄새가 너무 세.”
모남치는 코를 감싼 채 도망갔다.
허칠안은 옥병을 기울여 점도가 높고 걸쭉은 검푸른 액체를 천천히 쏟아 절구에 뚝뚝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약 빻는 절구의 풀 찌꺼기가 짙은 검푸른 색으로 물들었다. 색깔과 광택만 봐도 독성을 추측할 수 있었다.
뒤이어 그는 약 빻는 절구를 숯불 난로 위에 두고 약한 불을 쬐어 약간 건조시킨 뒤에 멈췄다.
그가 다음으로 할 일은 바로 그것들을 알약으로 빚은 뒤 매일 한 알씩 복용하는 것이었다.
미라의 독액은 지나치게 독해서 독고의 현재 수준으로는 한 번에 과도한 양의 독성을 견딜 수 없었다. 아니면 독에 의해 죽을 터였다.